칵테일의 기술 - 클래식 칵테일과 현대적인 레시피의 조합
파라곤 북스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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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술이 약해서 잘 마시지 못하는 편인데 특히 그 특유의 쓴 맛 때문에 소주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회식 자리에 가면 맥주 정도만 마시는 편이었다. 그러다가 칵테일을 접하고는 이게 내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했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우선 대부분 술의 쓴맛이 느껴지지 않게 맛있게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에서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평소 많은 양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술을 병째 놓고 마시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운데 칵테일은 가볍게 한잔씩 잔으로 마실 수 있어서 술이 약한 나에겐 잘 맞았다. 또 그날의 기분이나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맛을 고를 수도 있기 때문에 늘 색다른 기분으로 술을 마실 수도 있어서 나처럼 술을 가볍게 한두잔 즐기는 타입의 사람에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술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칵테일도 꼭 한가지 단점이 있는데 이건 다른 소주나 맥주처럼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서 마실 수가 없다는 점이다. 칵테일은 직접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가끔씩 집에서 혼술 생각이 나도 직접 조재해서 마실 수는 없었다. 홈바를 꾸며놓고 직접 몇가지 칵테일을 만들어보는 상상도 하곤 했지만 칵테일을 만드는 기술은 어려울 것처럼 느껴져서 늘 상상에만 머물렀다.

[칵테일의 기술]은 제목 그대로 칵테일을 만드는 기술을 담은 책으로 아마존 음료 및 술 분야 부동의 베스트셀러 1위를 하고 있다고 한다..고 해서 찾아보니 2018년에 출간이 됐고, 분명 아마존 음료&와인 항목에서 베스트셀러로 팔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별점도 4.7점으로 꽤 높은 편이다. 근데 이 책이 그만큼이나 높은 평가를 받을 책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이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취향이나 어떤 것을 기대했는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테니 개인적인 기대감과 의견만으로 책을 딱 잘라 평가하는 건 불합리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건 도서평이라는 것은 개인적인 시각과 잣대로 책을 평가하는 것이니 그런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물론 개인적인 평가와는 별개로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로 많이 팔리고 있고,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감안면서 개인의 의견을 참조하면 되겠다.

이 책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믹싱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종류의 칵테일과 혼합음료를 누구라도 따라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필요한 기술을 모두 알려주며 책에 소개된 모든 칵테일에 적용해서 만들 수 있게 해준다는 건데 말하자면 일단 나처럼 칵테일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열면 가장 먼서 칵테일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도구와 믹싱 기법을 소개한다. 잔만 해도 종류가 많아서 만들 칵테일에 맞는 것을 잘 보고 선택할 필요가 있겠다. 그런데 도구와 잔의 실제 사진이나 그림이 없이 오직 텍스트로만 설명을 해놓아서 상당히 아쉽다. 초보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이런 기본적인 도구는 실제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글로만 설명을 해놓았다는 것이 이상하다. 또 믹싱 기법 또한 글로만 설명을 해놓았는데 이건 실제로 칵테일을 제조하는 "기술"에 관련된 부분이라 사진은 물론이고 요즘 유행하는 QR코드 등을 활용해서 동영상을 볼 수 있게 해놓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긴 그냥 텍스트뿐이다. 물론 구글링을 하면 충분히 찾아볼 수는 있지만 디테일함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베이스가 되는 술에 따라 진 & 보드카, 럼, 위스키 & 브랜디, 버블, 색다른 조합, 무알코올 칵테일의 총 다섯 파트로 구분되어 있다. 진과 보드카를 하나로 묶고 럼, 위스키, 브랜디를 하나로 묶은 이유가 따로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술을 전부 가각 하나의 파트로 만들면 너무 복잡해져서 그냥 대충 묶어놓은 건지는 알 수 없다. 애초에 술을 잘 모르는 사람은 하나의 파트로 묶어놓은 술들이 비슷한건지 어떤지를 모르기 때문에 그냥 그런갑다 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책의 구성은 상당히 단순명료한데 한페이지에 두 가지의 칵테일이 소개되고, 각각 완성된 실제 사진과 재료소개, 레시피가 나와있다. 만드는 과정을 담은 사진이나 다른 추가적인 설명은 없고 간단하게 칵테일을 만드는 레시피가 적혀있을 뿐이다. 사실 칵테일이라는 게 그냥 때려넣고 섞으면 되는 거라서 이렇다 할 특별한 레시피가 필요없다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나같은 똥손은 텍스트로만 된 레시피는 어렵게 느껴진다.

특이하게 버블이라고 하는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 베이스의 칵테일이 소개되는 것이 재미있다. 사실 버블 베이스 칵테일은 많이 접해보지 못했는데 너무 도수가 세지도 않고, 와인파티나 모임을 할 때 시원하고 가볍게 마시기 좋을 것 같아서 이건 상당히 마음에 든다.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 뿐만 아니라 탄산수를 이용한 무알콜 칵테일도 있어서 여성이나 술이 약한 사람들에게 특히 좋을 것 같고 나처럼 탄산의 시원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어울리는 칵테일로 생파나 홈파티를 할때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고 남는 것은 칵테일로 만들어서 마시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그리고 무알콜 칵테일도 많이 나와 있는데 칵테일바에 가봐도 이렇게 다양하게 무알콜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무알콜 칵테일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았다는 것에 놀랐다. 게다가 전부 특색있고, 베이스도 다 달라서 가지고 있는 재료나 기분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어서 색다른 맛을 즐겨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테킬라 선라이즈와 테킬라 슬래머를 좋아하는데 이건 색다른 조합 파트에 들어가 있었다. 이게 왜 색다른 조합인지는 따로 설명이 없어서 모르겠다. 보통 테킬라 베이스는 따로 하나의 챕터로 빼서 소개하지 않나? 아무튼 이 파트에도 꽤 다양하고 많은 칵테일이 소개되고 있어서 이름은 들어봤지만 아직 마셔보지 못했던 칵테일도 많이 나와 있어서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도수가 강한 것들은 바에 가서도 괜히 시키지 못하고 넘어갔던 게 많았는데 이참에 재료를 사서 하나씩 만들어서 마셔보고 싶다. 도수 말이 나온 김에 각각의 칵테일의 도수는 얼마인지도 기재해줬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있다. 넣는 양에 따라 도수는 달라지겠지만 본인이 제시한 표준 레시피의 경우 대략 얼마의 도수인지 알려주면 좀 좋나? 도수 뿐만 아니라 가능하면 칵테일 이름의 뜻이라던지, 유래, 탄생비화 같은 트리비아를 간략하게라도 적어놓았으면 더 읽을 거리가 풍성하고 좋았을텐데 여기서는 그런 거 없이 오직 기술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고 생각을 하려고 해도 그 기술이라는 건 눈으로 봐야 정확하게 알텐데 오직 텍스트로만 적어놓아서 정확히 기술을 배울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렇게 이 책은 전체적으로 설명이 너무 부족하게 느껴진다. 기술 쪽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불필요한 설명이나 트리비아를 생략했다면 적어도 기술 부분에 더 많은 설명과 주의사항, 팁 같은 것이 나와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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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척하고 싶을 때 써먹기 좋은 잡학상식 2 - 1일 1상식 앤드류의 5분 대백과사전 잘난 척하고 싶을 때 써먹기 좋은 잡학상식 2
앤드류 지음 / 경향BP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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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한때 "알쓸신잡" "지대넓얕" 같은 방송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다방면에 방대한 지식을 사진 사람들의 지식 수다를 포맷으로 하고 있는데 언제 어디서 건 어떤 주제가 나와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꽤나 근사해 보였다. 지금은 이런 뇌섹 트렌드가 시들해졌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유효해서 잡학 다식 척척박사에 대한 동경이 있다. 그런데 이런 지식에 대한 요구가 단순히 지식과 정보의 습득을 뜻하는 것에 있는 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에서 써먹을 수 있는 활용 가능한 지식의 축적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공부를 해서 시험을 친다거나 어떤 학문적 성취를 이루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방송에 나온 사람들처럼 언제 어디서건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막힘 없이 술술 지식을 뽐낼 수 있게 되길 바란다는 거다. 여기서 "지식을 뽐낸다"는 건 다른 말로 잘난 척한다가 되는데 이걸 나쁘게만 볼 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소통의 도구로 생각하면 좋겠다. 요컨데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혹은 그만한 잡학상식을 갖추고 싶다는 것.


[잘난 척하고 싶을 때 써먹기 좋은 잡학상식]은 이런 니즈을 충족시켜주는 잡학사전이다. 1편에 이어 이번 2편에서도 알아 두면 스몰토크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잘난 척하기 좋은 다양한 정보들이 가득 담겨 있다. 미스터리, 황당한 사실, 전쟁, 역사, 성(性), 연애, 술, 음식, 스포츠, 게임, 영화, 음악, 과학, 기술, 동물, 남자의 물건까지 총 10가지 주제의 128가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때로는 하나의 이야기 안에 여러가지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실제로 책에서 다루어지는 이야기는 128가지가 훌쩍 넘는다. 한정된 지면 안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다루려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야기의 내용은 적을 수 밖에 없는데 대부분이 대략 한 장 정도로 구성된다. 한 장이라고 해도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빼고나면 본문의 내용은 더 줄어드는데 그만큼 핵심적인 내용만 간략하게 요약해서 수록되어 있다고 보면 되겠다.


책의 컨셉 자체가 꼭 몰라도 상관은 없지만 알고 있으면 재미있는 잡학상식을 다루고 있어서 다루어지는 주제들이 학술적이거나 전문적인 것이 아니라 질문을 들으면 궁금해지고 왜 그런지 알고 싶어지는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약간 흥미 본위의 내용이라서 가볍게 접근할 수 있고, 또 앞서 말했듯이 이야기의 분량도 짧아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교육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라 흥미 위주의 트라비아 같은 정보를 모아놓은 것이지만 뜬금없는 질문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후 황당한 주제를 나름 과학적이고 팩트에 근거해서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여러가지 다양한 지식을 쌓을 수 있어서 재미와 상식을 다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 같다.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고, 알아두면 도움이 될만한 각종 정보도 있고, 전문 지식이나 과학적 정보들도 간략하게 요약하여 핵심을 정리해 놓았고, 평소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그 답이 굉장히 궁금해지는 질문도 있다. 또 그냥 한번 웃고 넘어가거나 아마도 읽고나서 금새 잊어버리게 될지도 모를 그런 잡다한 내용도 있어서 가볍게 읽기 좋다. 그런데 이런 무겁지 않은 주제의 가벼운 소재들이 실제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대화 속에 끼워넣기도 좋고, 스몰토크의 주제로 활용하기도 좋기 때문에 알아두면 실제로 대화할 때 꽤나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의 이름이 앤드류라고 나와 있어서 처음엔 외국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보면 내용의 상당수가 한국인이라면 다 알만한 내용이거나 한국의 사정을 적용한 이야기들이라서 일부러 현지화를 한 것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이 앤드류라는 작가는 유튜버명인 듯 하다. 어쩐지 한국 사정에 너무 밝다 싶었다. 외국 이름만 보고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다니. 아마도 하루 5분 소박한 지식을 전달한다는 컨셉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소개한 내용들을 책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데 방송 자체가 5분 간의 짧은 시간 동안 한가지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대넓얕 형식을 추구하고 있어서 이 책 역시 마치 짧은 유튜브 영상을 보듯 가볍게 읽어나가면 되겠다. 10가지 주제 중 평소 대화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관심주제인 스포츠, 술과 음식, 게임, 영화, 음악, 성과 연애 파트가 특히 재미있었는데 영화나 음악, 게임 같은 분야는 평소에도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숏츠도 보고 글도 찾아보면서 잡다한 지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책에 나오는 내용들은 대부분 모르던 것들이어서 역시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걸 느꼈다.


SF영화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에일리언, 프레데터, 터미네이터 세 작품에서 빌 팩스톤은 영화 타이틀의 빌런에게 극중에서 각각 한번씩 죽임을 당한다는데 생각이 전혀 안 난다. 다시 한법 영화를 보며 확인해봐야겠다. 평소에 들어도 좋은 영화음악을 만든 작곡가 9명 중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대니 앨프먼이 빠져서 아쉽다. 몇년전에 출간된 1편에서 죽기 전에 봐야 할 명작 영화 67선 중 반이 소개됐는데 4년이 지나서야 나머지 반의 목록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소개된 영화의 면면을 보면 소위 주류에서 벗어난 장르영화도 많이 있어서 평론가나 블로거들이 늘 추천하는 뻔한 목록이 아닌 점이 좋아보인다. 소개된 영화 중 주류에서 벗어난 장르영화는 다 봤는데 주류영화는 몇편 아직 못 본 것이 있어서 조만간 봐야겠다 싶다. 영화만큼 대화의 소재로 많이 오르내리는 것이 음식일 것이다. 이건 그 음식을 먹으면서 그것과 관련된 잡다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잘난척 하기가 딱 좋은데 시리얼이 성욕 감퇴 음식일까, 상추 먹으면 진짜 졸릴까, ‘구인네스’의 비밀 같은 주제들은 알아두면 써먹기 좋을 것 같다. 실제 시리얼이나 상추, 기네스는 자주 먹으니까 멘트를 칠 기회도 자주 찾아올테니 말이다.


전쟁ㆍ역사나 과학ㆍ기술, 사나이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화제! 남자의 물건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의외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할 때 써먹을만하다. 이 파트에 나오는 내용들은 실생활에서는 별로 대화의 주제로 올라오지 않지만 온갖 쓸데없는 주제로 격론을 펼치는 커뮤에서는 곧잘 언급되는 주제들이라서 그런 쪽으로 써먹을만 하다. 미스터리나 어색한 분위기를 깰 때 좋은 황당한 이야기, 동물 이야기 같은 주제들은 솔직히 써먹을데는 없겠지만 그냥 그 자체로 재미있으니까 재미를 위해 읽으면 되겠다. 물론 개인적인 대화의 주제의 바운더리가 좁아서 그런 것일뿐 평소 대화할 때 이런 주제에 대해서도 말하는 사람도 있을테니 재미를 위해 읽는다는 건 개인적으로 그랬다는 것이다. 성ㆍ연애 파트는.. 우리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대충 유재석짤) 싶기도 하지만 또 눈이 가는 주제라서 흥미롭게 읽긴 했지만 역시 알아야 할 필요는 없는 내용인 것이 슬프다. 전체적으로는 가볍고 부담없이 읽기 좋고, 꼭 뭔가 지식을 쌓는다는 감각이 아니라 엉뚱하고 기발한 질문에 대한 호기심을 채운다는 기분으로 읽다보면 이런저런 잡다한 상식을 쌓을 수 있게 될 것 같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여러 잡다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지만 책이라는 매체로 이런 정보를 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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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사전 통조림 2 잡학사전 통조림 2
엔사이클로넷 지음, 주노 그림,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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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잡학사전 통조림]에서 통조림의 뜻은 제대로 된 지식을 쌓기 위해서는 통째로 조목조목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라고 한다. 흔히 영어 단어를 암기할 때 문장을 통째로 외우라는 말을 하는데 지식을 쌓을 때도 통째로 습득하라니 그게 어떤 의미인지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식이야 뭐가 됐건 그냥 머리 속에 때려넣으면 되는 건데 통째건 토막이건 큰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런데 영어 단어를 통째로 암기하듯 책을 읽을 때도 통조림 방식을 활용하니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편한 것을 체감하게 된다. 책에서 소개하는 통조림 지식 습득법은 이렇다. 우선 세부적인 내용에 집착하지 말고 큰 틀에서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중심이 되는 내용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그런 후에 세부적인 내용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공부하라는 것


학교 다닐 때도 이런 방식으로 공부하라고 조언하던 교수님이 많이 계셨는데 처음부터 개별적인 내용을 하나씩 무조건 외우려고 들면 이해도 잘 안 되고 어렵게 외운 것도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는 거다. 요는 부분부분을 쌓아서 전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틀을 만들어놓고 살을 붙여나가라는 것인데 만약 처음부터 세부적인 내용을 암기하려고 하면 각 파트 간의 관계나 맥락을 놓치게 되고, 파트가 많아지면 정리가 안되고 뒤섞여버려서 중간에 길을 잃기 십상이다. 그래서 심지어 공부를 할 때는 목차를 먼저 쭉 읽고 시작하라는 말을 하는 선생님도 있었다. 통째로-조목조목의 순서대로 책을 읽는다면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 힘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개인적으로도 큰 틀에서 개념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세부적인 내용을 아무리 읽어도 감이 잘 안 오기 때문에 가능하면 통째로 전체적인 의미를 이해한 다음 세부 내용을 조목조목 짚어보는 방식으로 공부를 하는 편이라서 이 통조림이라는 말에 공감이 된다.


이 책은 12가지 테마로 총 427가지의 잡학 상식을 모아놓은 그야말로 잡학사전이다. 신체, 감각, 경제, 사물, 생물, 물리와 화학, 지구와 우주, 지리와 역사, 인물과 역사, 먹을거리, 문화와 스포츠, 관습과 규칙, 세상사 등 정말 다양하고 광범위한 분야의 지식을 모아놓았다. 책에서 다루는 테마 자체가 너무 전문적이거나 어려운 영역의 이론적 지식이 아니라 우리 주위의 일상의 영역에서 만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지식들을 상식적인 수준에서 다루고 있어서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번쯤 왜 그럴까 하고 궁금하게 생각해봤음직한 내용이거나 평소엔 특별히 인식하진 못했지만 질문을 듣는 순간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질문들로 채워져 있어서 가볍게 읽으면서 다양한 분야의 상식을 쌓아갈 수 있다. 질문 자체가 전문적이거나 학술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에 대한 답도 한페이지가 안되는 것들이 많고 그래서 아주 가볍게 읽으면서 다양한 상식을 쌓을 수 있다.


한페이지가 안 되게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길고 복잡한 해설이 아니라 핵심만을 요약해서 정리해놓았고, 설명도 전문용어 같은 건 없이 일상의 언어를 사용하여 굉장히 쉽게 해놓아서 (물론 애초에 질문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기도 하지만) 그 정도의 짧은 설명만으로도 충분한 답이 된다. 길고 방대한 내용을 다루는 것보다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숏 콘텐츠가 대세인 요즘 트렌드에도 잘 맞는 것 같다. 아무리 짧다고는 해도 400가지가 넘는 내용이 담겨있다보니 책이 두꺼운 편인데 만약 짧은 형식이 아니었다면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짧고 가벼운 숏독 콘텐츠라서 그만큼 다양하고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으므로 오히려 지식의 가성비가 좋다고 하겠다. 특별히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흥미있는 파트를 읽던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가볍게 읽기에도 좋다.


평소 당연한듯 생각하고 있던 현상이나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고도 무심히 지나쳤던 사물들에 대해 던지는 질문들은 호기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그동안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만 막상 질문을 받고보니 왜 그런지 마구 궁금증이 생기는 질문들도 있고, 그간의 상식을 뒤집는 질문들과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을 환기시켜주는 질문들 까지 다양하게 접해볼 수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가 있다. 해설도 쉽게 되어있는데다가 마치 아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주변 환경의 모든 것들에 대해 궁금해하며 '왜?'라는 질문을 하듯 우리를 둘러싼 일상의 현상들을 '왜?'라는 과학적 사고를 통해 그 기저에 있는 원리를 알아보며 지식호기심을 채워나갈 수있게 도와주고 있어서 아이와 함께 읽기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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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명카피 핸드북 - 家族は、面倒くさい幸せだ。 가족은 귀찮은 행복이다 일본어 명카피
정규영 지음, 오가타 요시히로 감수 / 길벗이지톡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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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광고 카피라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고 판매하기 위한 메시지로 소비자의 주목을 끌어야 하는 만큼 짧은 문구 안에 함축적이고 임팩트 있는 내용이 담기게 된다. 그리고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문구로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많은데 이 말은 그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하고, 시대정신과 정서가 포함되어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과 사회·문화의 변화, 그에 맞춰 계속 바뀌는 사람들의 인식과 정서를 가장 선도적이고 압축적으로 모아놓은 것이 광고 카피라는 뜻이다. 그래서 짧은 문구지만 그 속에서 그 시대 사람들의 가치관과 인식, 정서, 문화, 사고방식. 트렌드 등을 엿볼 수 있으므로 일본어로 된 광고 카피는 일본인의 정서와 생각, 일본 사회의 변화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단순히 단어, 어휘, 문장을 공부하는 것을 넘어서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공부까지 한번에 할 수있게 되는 셈이다. 흔히 외국어를 공부할 때는 그 나라와 사람, 문화까지 공부하고 이해해야 진짜 제대로 된 언어를 알게 된다고 말하는데 광고 카피는 그런 공부버에 잘 부합하는 것 같다.


[일본어 명카피 핸드북]은 매년 그해 최고의 커피를 선정하는 카피 연감 중에서 200개의 명카피를 엄선하고, 해설을 곁들인 책이다. 인생, 사랑, 꿈, 일, 관계 다섯 가지 테마로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의 광고 카피를 담아 놓았다. 한 페이지마다 하나의 카피가 소개되는데 한국어 해석과 일본어 원문, 그리고 언제 어떤 광고의 카피였는지 광고 기업의 정보를 소개해 놓은 후 관련 배경과 일본 문화에 대한 해석 및 일본어에 대한 해설을 달아놓았다. 가장 마지막에는 사용된 단어를 정리하여 놓아서 따로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알차게 공부를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카피는 원래가 짧은 문구로 되어 있어서 설명 또한 길지 않고 덕분에 부담없이 공부하기 좋다. 카피는 평소 자주 쓰는 쉬운 단어와 표현, 패턴으로 되어 있어서 가볍게 읽다보면 현지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활용도가 높은 일본어를 배울 수 있다. 특히 단순히 어휘와 표현을 해석해놓는데 그치지 않고 뉘앙스를 설명해놓아서 그 문구에 담긴 정서와 숨은 의미를 정확히 이해시켜 주는 점이 아주 좋다. 기계적으로 어휘의 뜻을 암기하는 것보다 이렇게 함축적인 카피를 통해 뉘앙스를 이해하니 그 어휘와 표현의 쓰임이 더 잘 이해된다.


책 속의 문구와 표현들을 알아두면 적절하게 실회화에서 써먹기도 좋을 것 같다. 이런 감각적인 인스타 감성의 문구들을 일상 대화를 할 때 쓱 하나씩 섞어주면 센스있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다. 그만큼 회화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표현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 앞서 말했듯이 광고 카피는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것들이 많아서 한장한장 읽다보면 그 기발함에 감탄하게 되는데 재미와 울림이 있어서 책을 읽는 그 자체로도 꽤나 즐겁다. 만화 같은데서 자주 보게 되는 일본 감성 특유의 감동적이고 느낌있는 명언, 명대사 같은 문장이 잔뜩 나와있어서 그걸 읽는 재미에 공부라는 인식이 없이 그냥 술술 읽힌다. 그 중에는 생각하게 만드는 카피도 있고, 뭔가 깨우치게 해주는 글이나 소위 말하는 힐링계나 위로와 공감을 담은 감성글도 있어서 단순한 재미 뿐만 아니라 꽤나 힐링이 되기도 한다. 카피를 읽고 과연 어떤 광고글인지 맞춰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人間をさぼるな 인간임을 게을리하지 마라. 이런 글귀가 참 멋있는 것 같다. 굉장히 짧지만 뭔가 큰 울림이 있다. 카도카와문고의 책 광고다. 저자는 인간임을 게을리하지 마라고 해석했지만 직역해서 인간을 게을리하지 마라도 괜찮은 것 같다. 人生になっかたものしか、人生は変えられない 인생에 없던 것만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혼다 TV 광고. 인생에 없던 혼다를 사라는 뜻인 것 같은데 다른 상황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문장이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이다는 말도 있던데 변하지 않는 생각과 변하지 않는 행동으로는 인생이 변하지 않는다는 단순하지만 절대적인 법칙. 이런 걸 간략한 한마디 문장으로 인상 깊게 말할 수 있다니 너무 멋있다. 似ているところを探して、似てないところを好きになる 닮은 점을 찾았는데 닮지 않은 점이 좋아진다. 오츠카 이온워터 포스터. 사실 이 문구가 포카리스웨터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멋진 말이다. 夏はハタチで止まってる 트로피컬 산토리 광고. 너무나 일본스러운 캐치프레이즈다. 처음에는 열아홉으로 하려고 했는데 술광고라서 스무살로 바꿨다고 한다. 그럴싸하다. 이런 감성이 너무 좋다. 지금까지 문구를 보면 전부 아는 단어에 쉬운 표현들이라서 아마 일본어를 조금만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전부 이해할 수 있는 말들일 거다. 그런데 이렇게 쉬운 단어와 어휘들로 깊이 있는 문장이 나온다는 게 너무 감탄스럽다.


失敗じゃないよ成功の途中 온워드 온라인 광고라는데 뭐하는 회사인지는 모르겠다. 베가본드에 이것과 비슷한 대사가 나와서 기억하고 있는데 누군가를 위로할 때 써먹으면 좋을 말이다. 家族は面倒くさい幸せだ 가족은 귀찮은 행복이다. 시나노마이니치신문사 광고. 멋진 말이기는 한데 마이니치 신문과 어떤 관련이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확실히 가족은 있으면 귀찮을 때가 있다.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손주들이 오면 좋고, 가면 더 좋고 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겠는가. 大人になって知ったこと。 誠意は結局金額だいうこと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된 것. 성의는 결국 금액이라는 것. JT Roots 광고라는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어른이 되고 보니 이 말이 딱 맞다는 걸 느낀다. 이제 설이라서 조카들 용돈을 얼마줄지 고민인데 사랑하는 만큼 주려니 사랑만큼 돈이 많지 않아서 고민하는 중이다. 결국 금액인데 참 힘든 고민이다. 大人になりたい。 だけどあなたのようにはなりたくはない。 어른이 되고 싶다. 그래도 당신같이 되고 싶지는 않다. 뉴발란스. 요즘 온라인 상에도 이런 말이 굉장히 많이 보인다. 나이만 먹었다고 다 어른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땐 이 문장을 기억했다가 해주면 되겠다. 私の人生に登場してくれてありがとう 내 인생에 등장해 줘서 고마워요 그냥 가슴이 짠해지는 말이라서 꼽아봤다. 내 인생에 누군가가 등장했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기적같은 일이다. 그 사람에게 옐로카드를 줘서 퇴장시키는 일은 없어야할텐데..


분명 일본어 공부를 위한 책이다. 일어 문장이 있고, 그에 대한 해석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읽다보면 공부보다는 그 문장, 글귀에 빠져들어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가슴이 짠해지기도 하고, 생각도 많아지고, 괜시리 흐뭇한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그래서 책후기도 일본어 공부의 측면보다 책에 나오는 인스타 감성의 문구들을 소개하는 쪽으로 치우치게 되었다. 그만큼 책에 소개된 카피들이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어 학습을 위한 교재로서도 충분히 제값을 한다. 앞서 말했듯이 문장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고 쉬운 단어와 표현들로 만들어져 있어서 문장을 이해하고 암기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쉬운 표현으로 깊은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문장을 배울 수 있어서 실용적이고 가성비 높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 지금까지 노래 가사나 드라마 대사로 공부하는 건 있었지만 이렇게 카피를 활용해서 공부할 생각을 왜 안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만족스럽고 가능하면 시리즈로 계속 다음 책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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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도감
묘엔 스구루.사사키 히나.마나코 지에미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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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좋은 사람 도감]은 일상생활 속에 숨어 있는 좋은 사람을 발견하여 수록한 도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일본의 어떤 크리에이티브 팀이 좋은 사람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반응이 좋아서 물 들어온 김에 노젓는다고 전시회에 사용된 작품들을 책으로 까지 만든 것 같다. 어떠한 기준으로 좋은 사람을 선정했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그냥 자신들이 느끼기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선정한 것 같다. 책에서 말하는 좋은 사람이란 정확히는 어떤 특정 인물이 아니라 어떤 좋은 행동을 하는 누군가라는 뜻으로 보면 되겠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좋은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로 평소 잘 인식하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쳤던 좋은 사람 혹은 그들의 사소하지만 좋은 행동에서 행복함을 느껴보자는 그런 컨셉인 것 같다. 확실히 요즘처럼 각박하고 혐오와 분노가 많아진 시대에는 좋은 사람이 선행을 베푸는 글을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뭉클해지는 걸 느끼게 되고, 또 나 역시 그런 좋은 사람이 되어보자는 반면교사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요즘 같은 시대에는 필요한 책인 것 같다.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착한 사람이나 예의바르고 친절한 사람 정도가 떠오르는데 책에 소개된 좋은 사람은 뭐랄까 그런 것보다 조금 더 소소하고 작은 행동을 하고 있어서 뭐 이런 것까지 좋은 사람이라고 해야하나? 싶은 것도 나온다. 정말로 이런 행동들이 좋은 사람의 좋은 행동인데 그걸 좋다고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런 걸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무시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일본과 한국의 정서적 차이인지 아무리해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고, 이건 좋은 행동이 아니라고 반대하게 되는 것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이 정도의 행동이라면 따라 해도 나쁠 건 없겠다고 느껴지는 선하고 착한 행동들이다. 책에서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굳이 꼭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일부러 그런 수고를 하는 사람, 상대의 기분과 감정을 배려하는 사람 정도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매너가 있다고 말해지는 사람, 흔히 말하는 센스가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총 4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직장·학교에서 만나는 좋은 사람, 취미·놀이 활동에서 만나는 좋은 사람, 밥 먹을 때 만나는 좋은 사람, 생활하며 만나는 좋은 사람으로 묶어서 좋은 사람들을 소개한다. 이렇게 구분을 해놓기는 했는데 딱 이 분류에 정확히 맞게 구분된건 아니라서 그냥 편하게 보면 되겠다. 도감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간단한 일러스트로 되어 있고, 좋은 행동을 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이러저러한 좋은 사람이라고 제목에 명시해놓고 POINT로 정확히 그게 어떤 행동인지를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또 일러스트에 추가적인 설명이 들어가는데 그 행동을 하는 좋은 사람의 심리나 성향 이 사람은 이런 일까지도 해주더라 하는 식의 추가적인 설명인데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성향이겠구나 또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저런 일까지 해주겠구나 싶어서 대체적으로 공감이 된다.


정수기 물통을 나서서 갈아주는 사람, 사무실 복사기 용지가 다 떨어지기 전에 넣어주는 사람, 월초에 달력을 뜯어주는 사람. 이런 건 솔직히 해본 사람만이 아는데 정말 짜증나는 일이다. 첫직장 신입이었을 때 총무팀이어서 이런 일을 했었는데 사람들은 응당 당연히 내가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이런 일을 한다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고맙게 여기지도 않았고 오히려 왜 미리 해놓지 않았냐며 짜증을 내기가 일쑤였다. 근데 사실 알고보면 업무적으로 꼭 내가 하게끔 되어 있는 일이 아니었음에도 저걸 한번 두번 알아서 해주는 사이에 어느샌가 내가 해야만 하는 일로 굳어져버린 것이었다. 이게 문제다. 누군가가 선의를 가지고 일을 하면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데 저건 당연히 저 사람이 하는 거니까 일이 안 되어 있으면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을 닥달하고 욕을 하면 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이런 이기적인 사람들이 대다수이다보니 선의로 일을 하는 좋은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고로 정수기 물통을 나서서 갈아주고, 복사지 용지가 떨어지기 전에 넣어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맞다.


바쁠 때라도 말을 걸면 일단 키보드 치는 손을 멈추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도 별 것 아니지만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차원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된다. 요즘은 특히 키보드 뿐만 아니라 폰을 하는 중에 말을 걸면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매너가 아님에도 의외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많다. 당장 나부터도 폰을 하면서 대화를 하는 일이 굉장히 많은데 꼭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 간의 기본적인 예절을 지키기 위해서라더도 책을 보니 이런 점은 고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 침이 튈까봐 빵 앞에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든가 영화관에서 소리나지 않게 조심해서 팝콘을 먹는다든가 이런 건 너무나 기본적인 매너인데 이런 기본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 말하자면 자기 멋대로 맘대로 편한대로만 하려는 무개념이 많아져서 아주 기본인 이런 걸 지키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버린 세상인 것이다.


계산대 앞 발자국 마크에 정확히 발을 맞추고 기다리는 사람도 좋은 사람이라고 해놓았는데 이걸 보니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무렵 마트에 갔었는데 그땐 모든 곳에서 거리두기를 하라고 했었다. 그래서 마트에서 줄을 설 때도 앞뒤 사람이 떨어져서 줄을 서라고 했는데 그날도 난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줄을 서 있었다. 그런데 내 뒤에 있던 노인이 앞으로 빨리 붙으라고 잔소리를 하며 화를 냈었다. 붐비지도 않는 한적한 시간 서너명의 사람이 줄을 서고 있어서 딱 붙지 않으면 복잡해서 움직일 수 없다던가 다른 사람이 어영부영 줄 사이에 끼어들 상황도 아니었다. 앞 사람 계산이 끝났는데도 앞으로 가지 않고 계속 서 있던 것도 아니고 앞 사람이 한창 바코드를 찍고 있던 중이었음에도 앞으로 가서 바짝 붙지 않는다고 쨍알거렸던 것이다. 나는 계산대 앞의 발자국 마트에 정확히 발을 맞추고 기다리고 있었으니 난 좋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지금 한국사회는 좋은 사람이 되기에는 사람들이 너무 여유가 없고 지나치게 공격적이 되버린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아주 감동적이거나 가슴이 훈훈해진다거나 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것을 깨우쳐주는 지점은 분명 있다. 나도 여기 있는 것을 따라해서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건 오바일 수도 있겠고, 여기 소개된 행동들을 한다고 남들이 날 좋은 사람으로 봐주거나 또는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될리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크게 어렵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은 작고 소소한 행동들로 우리의 일상을 채운다면 매우 보람있는 일이 되겠다는 생각은 든다. 친절을 베풀고, 배려하는 사람, 상대의 고마움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사람간의 관계에서 기본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는 건 어쩌면 여기 소개된 작은 일들을 실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작은 실천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해볼 점도 많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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