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도감
묘엔 스구루.사사키 히나.마나코 지에미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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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좋은 사람 도감]은 일상생활 속에 숨어 있는 좋은 사람을 발견하여 수록한 도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일본의 어떤 크리에이티브 팀이 좋은 사람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반응이 좋아서 물 들어온 김에 노젓는다고 전시회에 사용된 작품들을 책으로 까지 만든 것 같다. 어떠한 기준으로 좋은 사람을 선정했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그냥 자신들이 느끼기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선정한 것 같다. 책에서 말하는 좋은 사람이란 정확히는 어떤 특정 인물이 아니라 어떤 좋은 행동을 하는 누군가라는 뜻으로 보면 되겠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좋은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로 평소 잘 인식하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쳤던 좋은 사람 혹은 그들의 사소하지만 좋은 행동에서 행복함을 느껴보자는 그런 컨셉인 것 같다. 확실히 요즘처럼 각박하고 혐오와 분노가 많아진 시대에는 좋은 사람이 선행을 베푸는 글을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뭉클해지는 걸 느끼게 되고, 또 나 역시 그런 좋은 사람이 되어보자는 반면교사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요즘 같은 시대에는 필요한 책인 것 같다.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착한 사람이나 예의바르고 친절한 사람 정도가 떠오르는데 책에 소개된 좋은 사람은 뭐랄까 그런 것보다 조금 더 소소하고 작은 행동을 하고 있어서 뭐 이런 것까지 좋은 사람이라고 해야하나? 싶은 것도 나온다. 정말로 이런 행동들이 좋은 사람의 좋은 행동인데 그걸 좋다고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런 걸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무시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일본과 한국의 정서적 차이인지 아무리해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고, 이건 좋은 행동이 아니라고 반대하게 되는 것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이 정도의 행동이라면 따라 해도 나쁠 건 없겠다고 느껴지는 선하고 착한 행동들이다. 책에서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굳이 꼭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일부러 그런 수고를 하는 사람, 상대의 기분과 감정을 배려하는 사람 정도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매너가 있다고 말해지는 사람, 흔히 말하는 센스가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총 4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직장·학교에서 만나는 좋은 사람, 취미·놀이 활동에서 만나는 좋은 사람, 밥 먹을 때 만나는 좋은 사람, 생활하며 만나는 좋은 사람으로 묶어서 좋은 사람들을 소개한다. 이렇게 구분을 해놓기는 했는데 딱 이 분류에 정확히 맞게 구분된건 아니라서 그냥 편하게 보면 되겠다. 도감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간단한 일러스트로 되어 있고, 좋은 행동을 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이러저러한 좋은 사람이라고 제목에 명시해놓고 POINT로 정확히 그게 어떤 행동인지를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또 일러스트에 추가적인 설명이 들어가는데 그 행동을 하는 좋은 사람의 심리나 성향 이 사람은 이런 일까지도 해주더라 하는 식의 추가적인 설명인데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성향이겠구나 또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저런 일까지 해주겠구나 싶어서 대체적으로 공감이 된다.


정수기 물통을 나서서 갈아주는 사람, 사무실 복사기 용지가 다 떨어지기 전에 넣어주는 사람, 월초에 달력을 뜯어주는 사람. 이런 건 솔직히 해본 사람만이 아는데 정말 짜증나는 일이다. 첫직장 신입이었을 때 총무팀이어서 이런 일을 했었는데 사람들은 응당 당연히 내가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이런 일을 한다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고맙게 여기지도 않았고 오히려 왜 미리 해놓지 않았냐며 짜증을 내기가 일쑤였다. 근데 사실 알고보면 업무적으로 꼭 내가 하게끔 되어 있는 일이 아니었음에도 저걸 한번 두번 알아서 해주는 사이에 어느샌가 내가 해야만 하는 일로 굳어져버린 것이었다. 이게 문제다. 누군가가 선의를 가지고 일을 하면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데 저건 당연히 저 사람이 하는 거니까 일이 안 되어 있으면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을 닥달하고 욕을 하면 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이런 이기적인 사람들이 대다수이다보니 선의로 일을 하는 좋은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고로 정수기 물통을 나서서 갈아주고, 복사지 용지가 떨어지기 전에 넣어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맞다.


바쁠 때라도 말을 걸면 일단 키보드 치는 손을 멈추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도 별 것 아니지만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차원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된다. 요즘은 특히 키보드 뿐만 아니라 폰을 하는 중에 말을 걸면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매너가 아님에도 의외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많다. 당장 나부터도 폰을 하면서 대화를 하는 일이 굉장히 많은데 꼭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 간의 기본적인 예절을 지키기 위해서라더도 책을 보니 이런 점은 고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 침이 튈까봐 빵 앞에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든가 영화관에서 소리나지 않게 조심해서 팝콘을 먹는다든가 이런 건 너무나 기본적인 매너인데 이런 기본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 말하자면 자기 멋대로 맘대로 편한대로만 하려는 무개념이 많아져서 아주 기본인 이런 걸 지키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버린 세상인 것이다.


계산대 앞 발자국 마크에 정확히 발을 맞추고 기다리는 사람도 좋은 사람이라고 해놓았는데 이걸 보니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무렵 마트에 갔었는데 그땐 모든 곳에서 거리두기를 하라고 했었다. 그래서 마트에서 줄을 설 때도 앞뒤 사람이 떨어져서 줄을 서라고 했는데 그날도 난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줄을 서 있었다. 그런데 내 뒤에 있던 노인이 앞으로 빨리 붙으라고 잔소리를 하며 화를 냈었다. 붐비지도 않는 한적한 시간 서너명의 사람이 줄을 서고 있어서 딱 붙지 않으면 복잡해서 움직일 수 없다던가 다른 사람이 어영부영 줄 사이에 끼어들 상황도 아니었다. 앞 사람 계산이 끝났는데도 앞으로 가지 않고 계속 서 있던 것도 아니고 앞 사람이 한창 바코드를 찍고 있던 중이었음에도 앞으로 가서 바짝 붙지 않는다고 쨍알거렸던 것이다. 나는 계산대 앞의 발자국 마트에 정확히 발을 맞추고 기다리고 있었으니 난 좋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지금 한국사회는 좋은 사람이 되기에는 사람들이 너무 여유가 없고 지나치게 공격적이 되버린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아주 감동적이거나 가슴이 훈훈해진다거나 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것을 깨우쳐주는 지점은 분명 있다. 나도 여기 있는 것을 따라해서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건 오바일 수도 있겠고, 여기 소개된 행동들을 한다고 남들이 날 좋은 사람으로 봐주거나 또는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될리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크게 어렵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은 작고 소소한 행동들로 우리의 일상을 채운다면 매우 보람있는 일이 되겠다는 생각은 든다. 친절을 베풀고, 배려하는 사람, 상대의 고마움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사람간의 관계에서 기본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는 건 어쩌면 여기 소개된 작은 일들을 실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작은 실천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해볼 점도 많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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