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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명카피 핸드북 - 家族は、面倒くさい幸せだ。 가족은 귀찮은 행복이다 ㅣ 일본어 명카피
정규영 지음, 오가타 요시히로 감수 / 길벗이지톡 / 2025년 1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광고 카피라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고 판매하기 위한 메시지로 소비자의 주목을 끌어야 하는 만큼 짧은 문구 안에 함축적이고 임팩트 있는 내용이 담기게 된다. 그리고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문구로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많은데 이 말은 그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하고, 시대정신과 정서가 포함되어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과 사회·문화의 변화, 그에 맞춰 계속 바뀌는 사람들의 인식과 정서를 가장 선도적이고 압축적으로 모아놓은 것이 광고 카피라는 뜻이다. 그래서 짧은 문구지만 그 속에서 그 시대 사람들의 가치관과 인식, 정서, 문화, 사고방식. 트렌드 등을 엿볼 수 있으므로 일본어로 된 광고 카피는 일본인의 정서와 생각, 일본 사회의 변화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단순히 단어, 어휘, 문장을 공부하는 것을 넘어서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공부까지 한번에 할 수있게 되는 셈이다. 흔히 외국어를 공부할 때는 그 나라와 사람, 문화까지 공부하고 이해해야 진짜 제대로 된 언어를 알게 된다고 말하는데 광고 카피는 그런 공부버에 잘 부합하는 것 같다.
[일본어 명카피 핸드북]은 매년 그해 최고의 커피를 선정하는 카피 연감 중에서 200개의 명카피를 엄선하고, 해설을 곁들인 책이다. 인생, 사랑, 꿈, 일, 관계 다섯 가지 테마로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의 광고 카피를 담아 놓았다. 한 페이지마다 하나의 카피가 소개되는데 한국어 해석과 일본어 원문, 그리고 언제 어떤 광고의 카피였는지 광고 기업의 정보를 소개해 놓은 후 관련 배경과 일본 문화에 대한 해석 및 일본어에 대한 해설을 달아놓았다. 가장 마지막에는 사용된 단어를 정리하여 놓아서 따로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알차게 공부를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카피는 원래가 짧은 문구로 되어 있어서 설명 또한 길지 않고 덕분에 부담없이 공부하기 좋다. 카피는 평소 자주 쓰는 쉬운 단어와 표현, 패턴으로 되어 있어서 가볍게 읽다보면 현지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활용도가 높은 일본어를 배울 수 있다. 특히 단순히 어휘와 표현을 해석해놓는데 그치지 않고 뉘앙스를 설명해놓아서 그 문구에 담긴 정서와 숨은 의미를 정확히 이해시켜 주는 점이 아주 좋다. 기계적으로 어휘의 뜻을 암기하는 것보다 이렇게 함축적인 카피를 통해 뉘앙스를 이해하니 그 어휘와 표현의 쓰임이 더 잘 이해된다.
책 속의 문구와 표현들을 알아두면 적절하게 실회화에서 써먹기도 좋을 것 같다. 이런 감각적인 인스타 감성의 문구들을 일상 대화를 할 때 쓱 하나씩 섞어주면 센스있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다. 그만큼 회화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표현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 앞서 말했듯이 광고 카피는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것들이 많아서 한장한장 읽다보면 그 기발함에 감탄하게 되는데 재미와 울림이 있어서 책을 읽는 그 자체로도 꽤나 즐겁다. 만화 같은데서 자주 보게 되는 일본 감성 특유의 감동적이고 느낌있는 명언, 명대사 같은 문장이 잔뜩 나와있어서 그걸 읽는 재미에 공부라는 인식이 없이 그냥 술술 읽힌다. 그 중에는 생각하게 만드는 카피도 있고, 뭔가 깨우치게 해주는 글이나 소위 말하는 힐링계나 위로와 공감을 담은 감성글도 있어서 단순한 재미 뿐만 아니라 꽤나 힐링이 되기도 한다. 카피를 읽고 과연 어떤 광고글인지 맞춰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人間をさぼるな 인간임을 게을리하지 마라. 이런 글귀가 참 멋있는 것 같다. 굉장히 짧지만 뭔가 큰 울림이 있다. 카도카와문고의 책 광고다. 저자는 인간임을 게을리하지 마라고 해석했지만 직역해서 인간을 게을리하지 마라도 괜찮은 것 같다. 人生になっかたものしか、人生は変えられない 인생에 없던 것만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혼다 TV 광고. 인생에 없던 혼다를 사라는 뜻인 것 같은데 다른 상황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문장이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이다는 말도 있던데 변하지 않는 생각과 변하지 않는 행동으로는 인생이 변하지 않는다는 단순하지만 절대적인 법칙. 이런 걸 간략한 한마디 문장으로 인상 깊게 말할 수 있다니 너무 멋있다. 似ているところを探して、似てないところを好きになる 닮은 점을 찾았는데 닮지 않은 점이 좋아진다. 오츠카 이온워터 포스터. 사실 이 문구가 포카리스웨터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멋진 말이다. 夏はハタチで止まってる 트로피컬 산토리 광고. 너무나 일본스러운 캐치프레이즈다. 처음에는 열아홉으로 하려고 했는데 술광고라서 스무살로 바꿨다고 한다. 그럴싸하다. 이런 감성이 너무 좋다. 지금까지 문구를 보면 전부 아는 단어에 쉬운 표현들이라서 아마 일본어를 조금만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전부 이해할 수 있는 말들일 거다. 그런데 이렇게 쉬운 단어와 어휘들로 깊이 있는 문장이 나온다는 게 너무 감탄스럽다.
失敗じゃないよ成功の途中 온워드 온라인 광고라는데 뭐하는 회사인지는 모르겠다. 베가본드에 이것과 비슷한 대사가 나와서 기억하고 있는데 누군가를 위로할 때 써먹으면 좋을 말이다. 家族は面倒くさい幸せだ 가족은 귀찮은 행복이다. 시나노마이니치신문사 광고. 멋진 말이기는 한데 마이니치 신문과 어떤 관련이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확실히 가족은 있으면 귀찮을 때가 있다.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손주들이 오면 좋고, 가면 더 좋고 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겠는가. 大人になって知ったこと。 誠意は結局金額だいうこと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된 것. 성의는 결국 금액이라는 것. JT Roots 광고라는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어른이 되고 보니 이 말이 딱 맞다는 걸 느낀다. 이제 설이라서 조카들 용돈을 얼마줄지 고민인데 사랑하는 만큼 주려니 사랑만큼 돈이 많지 않아서 고민하는 중이다. 결국 금액인데 참 힘든 고민이다. 大人になりたい。 だけどあなたのようにはなりたくはない。 어른이 되고 싶다. 그래도 당신같이 되고 싶지는 않다. 뉴발란스. 요즘 온라인 상에도 이런 말이 굉장히 많이 보인다. 나이만 먹었다고 다 어른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땐 이 문장을 기억했다가 해주면 되겠다. 私の人生に登場してくれてありがとう 내 인생에 등장해 줘서 고마워요 그냥 가슴이 짠해지는 말이라서 꼽아봤다. 내 인생에 누군가가 등장했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기적같은 일이다. 그 사람에게 옐로카드를 줘서 퇴장시키는 일은 없어야할텐데..
분명 일본어 공부를 위한 책이다. 일어 문장이 있고, 그에 대한 해석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읽다보면 공부보다는 그 문장, 글귀에 빠져들어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가슴이 짠해지기도 하고, 생각도 많아지고, 괜시리 흐뭇한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그래서 책후기도 일본어 공부의 측면보다 책에 나오는 인스타 감성의 문구들을 소개하는 쪽으로 치우치게 되었다. 그만큼 책에 소개된 카피들이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어 학습을 위한 교재로서도 충분히 제값을 한다. 앞서 말했듯이 문장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고 쉬운 단어와 표현들로 만들어져 있어서 문장을 이해하고 암기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쉬운 표현으로 깊은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문장을 배울 수 있어서 실용적이고 가성비 높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 지금까지 노래 가사나 드라마 대사로 공부하는 건 있었지만 이렇게 카피를 활용해서 공부할 생각을 왜 안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만족스럽고 가능하면 시리즈로 계속 다음 책이 나오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