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 : 현대문화편 1일 1페이지 시리즈
데이비드 S. 키더.노아 D. 오펜하임 지음, 고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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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란 말 그대로 다수의 대중이 공통으로 접하고 누리며 만들어가는 문화이다. 대중의 선택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그 시대,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상과 가치관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산업으로서의 대중문화는 그것을 만들고 이끌어가는 사람에 의해 형성되고, 유행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그 역시도 결국 사회적인 분위기와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결과적으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문화건 자연발생한 문화건 시대의 요구에 의해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대중문화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짐에 따라 그것은 새로운 문화로 재탄생하여 우리의 일상으로 파고들어 일상의 행위 속에서 낯설지 않은 일로 자리 잡는다. 고로 대중문화는 우리의 일상에 존재한다. 그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기술과 융합하여 일상이 되는 것이다. 가령 스마트폰이 보급되자 젊은층의 문화는 이전의 형태에서 해체하여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재구축되었다. 그리고 사회도 소위 4차 산업혁명시대인 스마트사회를 향해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를 이해하면 트렌드의 흐름과 우리 사회의 변화를 알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지난 100년 간 대중을 사로잡은 전세계의 문화를 모아놓은 잡학사전이다. 인물, 문학, 음학, 영화, 사회, 스포츠, 팝 이라는 7개 주제로 하루 한페이지씩 가볍게 읽으며 지난 현대문화의 흐름을 이해하고 맥락을 짚으며 지식을 쌓을 수 있게 해준다. 요일별로 주제를 다르게 하여 매일 새로운 분야의 문화적 지식을 배울 수 있는데 요일별로 한페이지씩 읽어도 좋고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를 몰아서 봐도 좋을 것 같다. 말그대로 모든 내용은 1페이지를 넘지 않아서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어렵거나 복잡한 설명보다는 해당 주제에 대한 개요과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져 있다. 페이지의 마지막에는 트리비아가 몇 가지씩 소개되고 있어서 색다른 지식과 재미를 전해준다.


20세기의 문화 중 한 획을 그은 작품과 인물, 사건 들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데 소위 고전, 명작들에 대한 언급은 있으나 8~90년대의 대중문화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이 언급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다.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으로서 당시의 문화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었지만 의외로 그 무렵의 문화에 대해서는 비중있게 다루고 있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대중문화라면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을 다루어야 하는데 책에는 대중이 아닌 평론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품을 많이 다루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작품성 있는 고전명작들도 중요하지만 흥행성에 치우친 작품이라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면 좀 더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문화란 그런 것이니까 말이다.


로버트 드 니로
개인적으로도 매우 좋아하는 배우인 로버트 드 니로. 책에는 드 니로가 <대부3>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고 써놓았지만 실은 <대부2>이다. 대부3편에는 드 니로가 출연하지 않는다. 인쇄상의 오타인지, 저자가 잘못알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
8~90년대에는 포스트 모더니즘 논쟁이 팽배했었다. 20세기에 영화 좀 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로보캅, 터미네이터, 블레이드 러너 같은 영화를 통해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용어를 접했을텐데 정확히 포스트 모더니즘이 어떤 것인지, 영화 속에서 그것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말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나 역시 포스트 모더니즘을 이해해보려 했지만 범위도 넓고, 너무 모호하게 정의되고 있어서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 개념은 모더니즘 문학에서 발전한 것으로 모더니즘은 현실주의에 반대하는 움직임에서 출발한 것이다. 현실주의자들은 사회를 가능한 사실적으로 그리려고 했던 것에 반해 모더니즘은 시공간, 언어, 인간의 마음까지 본질적으로 알 수 없는것이라 여겨서 객관적 진실에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한편 포스트 모더니즘은 모더니즘처럼 세상이 낯설거나 새롭다고 느끼지 않는다. 대신 좀 더 재미있고 유머감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봤다고 하는데.. 이런 설명을 들으니 블레이드 러너나 로보캅이 왜 포스트 모더니즘이고 어디에서 그런 것들을 읽어낼 수 있는지 더욱 알기 어려워졌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같은 것이다.


도날드 트럼프
도날드 트럼프는 세균혐오자라서 세균이 옮을까봐 누구하고도 악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청결에 대한 결벽증이 있다는 것인데 세균을 혐오하는 것치고는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도 안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이해가 안되고 트럼프하면 강하게 끝어당기며 힘찬 악수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런 사람이 악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의외다. 트럼프는 정말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제임스 본드
한국에서는 007로 통용되지만 원래는 더블O7 OO7이다. 62년에 기념비적인 닥터노를 시작으로 60년을 이어져온 장수 시리즈이다. 실제 영국의 정보요원 출신인 이안 플레밍이 자신의 경험을 모티브로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냉전시대라는 배경에서 출발한 소설/영화라서 냉전이 끝난 이후로는 적을 찾기가 힘들어졌고 애매한 적을 많이 만들어내기도 했다. 제임스 본드 역할은 모두 영국인 출신 배우가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총 6명의 배우가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다. 그중 가장 본드스럽다고 말해지는 배우는 1대 본드인 숀 코네리 경인데 숀 경은 지난 10월 31일 사망하였다.


미니스커트
과거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노출을 한다는 것이 금기시 되어왔었다. 보수주의자들은 여성들이 신체를 드러내는 것에 분노했고 한국에서는 치마 길이를 단속하기도 했었다. 미니스커트는 여러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젊음과 여성의 자유에 대한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교회와 가톨릭계 그리고 정부까지 나서서 미니스커트를 단속하고 금지했었다. 말하자면 미니스커트는 페미니스트들이 억압된 사회와 남성들로부터 투쟁으로 쟁취한 여성들의 자유의 상징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자칭 페미니스트들이 미니스커트를 사회가 만든 코르셋이라고 말하는 아이러니를 보인다. 모르면 공부하세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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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경제 법칙 -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태지원 지음 / 꿈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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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경제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다보니 당연히 경제 뉴스도 보지 않았고 그러수록 경제에 대해 더욱 문외한이 되었다. 가끔씩 크게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경제 이슈에 대해 이해를 해보려고 오랜만에 뉴스를 클릭해서 들어가보면 온통 어려운 전문용어로 도배가 되어 있어서 이해를 못하니 금세 싫증을 느끼고 창을 닫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경제와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라고해도 사실상 경제적 상황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꼭 돈 많은 사람들만이 하는 주식이나 펀드, 갭투자 만이 경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예·적금, 물가, 세금, 연말정산, 국제유가 등 나와는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들도 사실은 알게 모르게 나와 연관이 되어 있고 '나'라는 한 개인은 매일 일상 속에서 경제적 상황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경제활동을 영위하게 되면서는 경제라는 것을 모르면 돈을 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정부의 경제 정책 등에 따라 개인의 경제적 여유와 삶의 질이 달라지고, 앞으로의 재정계획이나 자금사정도 변하게 되므로 경제를 모르면 안되겠다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는 뒤늦게 경제공부를 시작해보려고 하지만 경제라는 학문 자체가 쉽지도 않고, 듣도보도 못한 요상한 용어들도 많아서 공부를 해도 제대로 이해하기도 벅차다. 우리 삶은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데 왜 경제학은 이다지도 까다롭고, 경제용어들은 이리도 어려운 것인지.

 

 

이 책은 이렇게 어렵고 까다로운 경제학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양서이다. 어렵고 복잡한 주제들은 빼고 꼭 알아두면 좋을만한 내용들로만 구성되어져 있다. 말 그대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적어도 이 정도는 알아야하지 않겠나 하는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총 3가지 주제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개인적 관점에서 가계의 소비는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2부는 시장과 가격에 관련된 경제법칙을 다루며 미시경제학에 관련된 내용을 알아보며, 3부는 정부는 시장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국가 경제라는 거시경제학의 측면에서 사회 전체의 경제의 흐름을 살펴본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학을 다루고 있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제학 책이라면 실제 경제적학인 예시를 들어서 설명을 하겠지만 이 책은 어려운 경제학적 예시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의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상황들로 경제학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구성이 왜 좋으냐면 일반적인 경제적 관점에서의 예시로 설명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설명이 어려워져서 내용을 이해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데 별로 경제와는 관련이 없어보이는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상황들로 설명을 하면 늘 마주하던 내용이라 쉽게 이해가 되고, 그렇게 이해한 지식을 경제학에 반영해서 맥락을 짚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늘 마주하던 내용으로 설명하니 쉽게 이해가 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기회비용, 매몰비용 등의 경제학 용어를 익힌다고 했을 때 책을 보면 대략 그 용어의 개념이 이해가 되는 것 같은데 그것을 일상의 상황으로 가져와서 그 상황을 경제학 용어로 설명해보라고 하면 설명이 안된다.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설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책을 볼 때는 내용이 이해가 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정확히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쉬운 설명으로 용어나 경제학적 개념을 확실하게 내것으로 만드는 이런 설명이 아주 효과적이고 마음에 든다. 그리고 책을 읽고 그것을 이해하고 나면 책에서 설명한 상황들이 전혀 생뚱맞은 내용이 아니라 그 자체에 이미 경제학적 개념과 상황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노량진 수산 시장에서 중개인들이 수산물 경매를 하는 상황으로 수요·공급의 원리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것을 설명한다던지, 요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가성비라는 말로 편익과 기회비용을 설명하고, 영화 기생충에서 가족들이 경제적 상태가 좋아질 때마다 발포주에서 일본 수입 맥주로, 다시 양주로 바뀌는 것에서 정상재와 열등재를 설명하는 것처럼 어려운 설명이 아니라 쉽게 이해하고 배운 경제개념과 용어들을 다른 상황에도 적용하기 쉽도록 설명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일상을 움직이는 경제 법칙을 배울 수가 있다.

 

 

책에는 이외에도 흥미있고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이 나오는데 뉴스 등을 통해 많이 접했던 내용에서부터 한창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문제나 저축은행 파산 등에 대한 내용, 그리고 소개팅을 통해 괜찮은 이성을 만나기 쉬지 않은 이유와 같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내용들도 있다. 그 뿐만 아니라 [TIP]이란 코너에서는 평소 한번쯤 궁금하게 생각했을 법한 내용들에 대해서 경제적 관점의 설명을 해놓고 있다. 가령 마트의 상품 가격은 왜 900단위로 끝이 나는지, 농민들이 풍년에 왜 멀쩡한 배추를 폐기하는지, 경기가 나쁘면 리스틱을 많이 사는 립스틱 효과 등이 그것이다.

 

 

책을 읽다보니 의외로 경제학은 인간의 심리학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한정판의 인기 비결인 희소성, 당일 특가 항공권에 숨어있는 비밀, 영화관 조조 관람료가 싼 까닭, 마치 교복처럼 입고 다니는 패딩 점퍼가 등골 브레이커가 된 이유 같은 것은 경제학이기도 하지만 심리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한 부분처럼 보인다. 행동경제학은 아예 정통적인 심리학과 구분이 안 될 정도이다. 물론 이런 내용 자체가 일부 심리학적인 측면이 있다 뿐이지 엄연히 경제학의 개념이라서 둘은 구분되겠지만 이렇게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단순히 계산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 같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도 그렇고 설명하는 방식도 '난이도 하'의 굉장히 쉽고 재미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경제에 대해 모르는 경알못이라도 쉽게 경제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설명 자체도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어려운 형태의 표현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형태의 표현으로 말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고, 간혹 설명 중에 전문용어가 섞이게 되면 페이지 하단에 간략하고도 핵심적인 주석을 달아놓아서 바로 이해할 수 있게 해놓았다. 이 정도의 경제학 책이라면 재미도 있고, 이해도 쉬워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같은 형식으로 이번에 다루지 못한 내용들을 따로 엮어서 속편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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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 × 기억하는 인간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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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e는 2005년에 EBS를 통해 첫 방송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간결하고 감각적인 영상으로 5분 동안의 짧은 영상 속에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등의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정치적 문제나 사회적 쟁점이 되는 문제까지 다양한 테마로 우리가 알고 싶은 이야기, 알아야 할 이야기를 PPT를 하듯 엮어서 알기 쉽게 전해준다. 이 책은 방송으로 접하던 지식채널을 책의 형태로 새롭게 엮은 것으로 '기억하는 인간'이라는 주제로 기억과 기록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전한다.


기억은 기록을 통해 살아날 수 있다

기억하기 위해 기록을 남기고
기록은 희망이 된다


책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희생자, 강제징용 당한 조선인 노동자, 광주 민주화운동의 기억,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수, 세월호 4.16기억저장소 등 현대사에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국내외의 여러 사건 들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책에 수록된 기록들은 사고가 아니라-그것이 돌발적으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이건, 인재라 불리는 이미 예견되었던 사고이건간에- 명백하게 적의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자행된 폭력적이고, 권력에 의해 발생한 비인간적인 사건이 그 대상이다. 책은 아프고 불행했던 역사 그리고 잊지말아야할 잔혹한 기억을 한데 모아 기록해놓고 있다. 그외에도 역사 속 존재로 기억하고 기록한 사람들의 이야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기록들, 삶 속에서 만나는 이웃들이 남긴 일상의 기록들도 담고 있다.


역사는 순환하지만 어느 한 방향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다. 순환하는 역사와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세상은 어느 순간 부딛힐 수 밖에 없다. 그 순간 세상은 역사를 폭력적으로 부수게 된다. 일제 강점기 때는 일본인들이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했다. 해방후에는 여전히 권력을 잡고 있던 친일파들이 권력을 휘둘렀고, 두 번의 군부독재 시절에는 반공국치의 기치아래 폭력이 정당화되었다. 이명박 박근혜는 새로운 형태의 독재시대를 선보였고, 소위 진보가 권력을 잡은 현정권 내에서도 보수화된 기득권의 권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대한민국에 민주화가 가장 화려하게 꽃피었다는 노무현 시절이 끝난 이후 이명박, 박근혜라는 새로운 타입의 보수 독재시절로 회귀한 것이 역사가 순환하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다.


세상은 변화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역사는 형태만 바꾸어서 순환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는 한국사회와 과거로 회귀하며 순환하는 역사가 마주하는 시점마다 사회적으로 큰 혼란과 분열,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그 결과 적어도 한국에서는 시간이 아무리 바뀌어도 계속 우리 사회에는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사건이 계속 끊임없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해방이후 미군정이 들어섰을 때 미국의 이익관계에 따라 한국을 정치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통치하는 과정에서 친일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것이 일그러진 한국 현대사의 출발점이 아닐까 한다.


그 후로 어떤 형태로건 역사는 순환되었고, 책에는 그 기록들이 고스란히 적혀있다. 유신 시절 만들어진 공영방송은 독립성과 공정성을 잃고 당시 독재시절의 나팔수 역할을 했었는데 세월호 참사 보도 때도 똑같은 보도 행태를 보였다. 제주 4.3사건, 5.18민주화운동, 4.19혁명, 2.28민주화운동, 10.16 부마민주항쟁,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 등 매 정권마다 자유와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과 독재자들간의 끊임없는 줄다리기가 있었다. 정부기관이 특무대-방첩대-보안사-기무사-안보지원사로 5번이나 이름을 바꾸고, 거대보수정당이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개명을 해야했던 이유 역시 역사의 순환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역사의 순환이 반복되었을 때 우리 사회는 또 한번의 아픈 역사를 기록으로 남겨야 했었다.


지금도 수많은 역사와 기억의 만남이 기록이란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기록을 통해 단순히 그 사건을 기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줄기차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강압적 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당신은 누구십니까? 불의에 항거하여 희생을 선택한 당신은 누구십니까? 폭력적인 권력을 휘두른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런 물음에 우리는 답을 찾아야만 한다. 그래서 그런 역사의 순환이 다시 나에게 찾아왔을 때 우리는 그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만 한다. 이 기록들은 우리들은 이제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보고 있는 것이다.


2020년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다. 50년 전 22살의 한 청년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노동자는 착취당하고, 노동환경은 열악하며,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몇 달 전 쿠팡 물류센테에서 코로나 환자가 집단발생했을 때 뉴스에선 물류 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집중보도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리는 것은 없었다. 여전히 그들은 열악하고, 위험에 노출되어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 2018년 12월 10일 한국발전기술 계약직 근로자 고 김용균씨는 작업 중 석탄이송용 벨트 컨베이어에 끼어 사망했다. 그리고 산업안전사고의 심각성이 공론화되고 김용균법이 만들어졌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외치며 사망한지 50년이나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계속 또 다른 전태일, 또 다른 김용균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역사는 제멋대로다.
역사학자들이 완벽히 과학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인 역사서를 저술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기록유산이다. 기록과정에서의 진실성과 신빙성을 높게 평가받는다고 하는데 과거의 기록이란 이런 형식으로 사관의 입을 빌어 기록되어졌다. 공정성을 위해 왕이라도 실록을 함부로 열람하지 못했고 사관의 내용을 사사로이 발설하면 중형에 처해졌다 한다. 현재에도 우리의 기록 관리제도는 사초 작성 등의 기록 전통을 계승하여 사초처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언제나 공평하고, 정확하며, 객관적인 것은 아니다. 흔히 역사는 승자의 전리품이라고 말해진다. 승리자에 의해 역사가 멋대로 쓰여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만 해도 5.18폭동, 5.16혁명이 5.18민주화항쟁, 5.16군사정변(쿠테타)로 공식 명칙이 바뀌지 않았던가. 기록자의 주관이 철저히 배제된 '사실'만이 역사의 토대이고, 사실로 쌓은 역사만이 '완전한 기록' '완전한 역사'이다.


우리가 모두 같이 꾸는 꿈은 현실이다
- 존 레넌


기록은 때로는 연대와 소통의 의미를 포함하기도 한다. 과거 대학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대자보의 형식이 대표적인 것인데 그것은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용기를 주는 행위였다. 대자보의 명칭의 기원은 춘주전국시대로 까지 거슬러 가는데 문화혁명의 선전도구로 쓰이면서 현대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대자보에 저항의 의미가 강하게 들어가있다. 그리고 시대가 바뀌면서 대자보는 포스트잇으로 바뀌며 적극적인 의사표시와 강력한 공감의 의미를 표현하는 매개체로 쓰이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해시태그(#)가 그런 의미로 쓰이고 있다. 온라인의 해시태그는 오프라인의 대자보, 포스트잇으로 이어지며 소통, 지지, 연대를 상징하는 기호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해시태그가 사회운동의 도구로 사용되면서 해시태그 행동주의라는 말까지 만들어졌다고 한다. 시대와 문화의 변화에 따라 기록의 형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록의 형태는 대표적인 기록물인 사전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백과사전은 당대 지식을 체계 있게 포괄하는 편찬서로 정의하고 있으며 편찬 방식과 범위는 나라와 시대에 따라 저마다 다르다. 이는 시대에 따라 내용이 검열되고 삭제되는 일도 있다는 뜻이다. 백과사전은 그 자체로 지식에 대한 태도와 관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세계 백과사전이 모범이라 불리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백과사전은 활자와 그림들이 촘촘하게 박혀있는 형태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종이에 인쇄하는 형식이 아닌 지식을 데이터화 하여 이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쇄된 사전이 온라인 사전에 역전된 것은 단순히 정보량이나 갱신 속도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 독자들은 지식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었다. 위키백과에는 누구나가 참여가 가능하며 거기 참여한 전문가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게중에는 노벨상 수상자도 100여명이나 있었다. 위키백과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이긴 것은 막강한 지성과, 불특정 다수의 집단지성의 힘 때문이었다.


기억은 기록을 통해 살아날 수 있다
기억하기 위해 기록을 남기고 기록은 희망이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우리 삶의 자취를
기억하고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


기억은 기록은 단순한 데이터의 보관의 아카이브가 아니다. 역사의 순환과 사회의 진행 속에 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인 것이다. 인간의 잔혹성과 야만성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록이며, 공감과 소통의 표현법이다. 때론 살아남은 것이 자랑이 아니라 죄스러운 일이 됐던 시대를 거쳐오며 기억하는 것은 남은 자들의 도리이자 숙명 같은 것일 때도 있었다. 버락 오바마는 홀로코스 생존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을 추모하며 '기억은 선한 의지를 가진 모든 사람의 신성한 의무가 되었습니다'란 말을 남겼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기억하고, 우리 삶의 자취를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금 떠올려보자.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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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 × 1인용 인생 계획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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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e는 2005년에 EBS를 통해 첫 방송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간결하고 감각적인 영상으로 5분 동안의 짧은 영상 속에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등의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정치적 문제나 사회적 쟁점이 되는 문제까지 다양한 테마로 우리가 알고 싶은 이야기, 알아야 할 이야기를 PPT를 하듯 엮어서 알기 쉽게 전해준다. 이 책은 방송으로 접하던 지식채널을 책의 형태로 새롭게 엮은 것으로 '1인 가구'를 주제로 다양한 지식을 전한다. 싱글의 이유, 싱글의 생존법, 싱글의 마음 챙김이란 세가지 영역으로 1인 가구를 집중 조명한다.


혼자 산다고 해서 고립적이고 폐쇄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니며
1인 가구의 증가를 가족이나 공동체의 해체로 볼 수도 없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614만 8000가구로 전체의 30.2%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런데 과거에는 청년층의 비중이 높았지만 점점 중년층과 노년층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1인 가구의 이유도 다양하다고 한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하고,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고, 그로 인해 사회 전반에 비혼과 만혼 현상이 나타났으며, 교육을 위한 기러기 가족 현상이나 중장년층의 이혼율 증가나 고령화에 따른 노인 가구 증가, 도시화와 개인주의 등 여러 이유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단다. 책에는 산어화와 직업생태 변화, 통신기술의 발달 등도 1인 가구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데 통신 기술의 발달과 1인 가구 증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어쨌건 요즘은 혼자 사는 것을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보니 과거만큼 혼자 사는 사람을 외롭고 우울하게만 보지는 않는 것 같다. 물론 여전히 노년의 고독사나 우울하고 초라한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노령층 중에는 일부러 자식들과 떨어져서 혼자 사는 분들도 많다고 하니 과거와는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더불어 뭔가 꼭 가정에 문제가 있고, 그 사람이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서 혼자 살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인 가구의 증가가 가족이나 공동체의 해체라고 볼 수도 없다.


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급속도로 많이지고 있다. 과거에는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를 애완동물이라고 불렀지만 요즘은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생활한다는 뜻이다. 애완동물이란 이름에는 마치 장난감이나 완구를 사듯 동물을 사서 키우다가 싫증이 나면 버려버리는 물건처럼 취급한다는 느낌이 들어가있다. 반대로 반려동물은 가족처럼 함께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는 1500만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전체 가구의 30%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이라고 한다. 반려동물 인구가 많아지면서 관련 산업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정책적으로도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허기를 달래고 쏟아지는 졸음을 쫓으며

잠시 숨을 고르는 10분 남짓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공간

어느새 편의점은 내게 없어서는 안되는 곳이 되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호황을 맞은 곳 중 하나가 편의점이 아닐까 한다. 편의점족, 편도족, 모디슈머 등의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고, 편의점 근처가 살기 좋다는 편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편의점은 1인 가구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다. 마트의 매출은 줄어드는데 반해 편의점의 매출은 늘어나고 있다는데 1인 가구와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의 주축이 되면서 편의점의 이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요즘은 편의점이 혼자서 끼니를 해결하기 좋은 식당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락 메뉴나 가정간편식도 발달해서 음식의 맛과 질이 과거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좋아졌다. 그래서 편스토랑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혼밥족이 먹는 식사 종류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가정간편식이라고 한다. 식사 종류 중 41%가 가정간편식이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라면이나 3분 짜장, 스팸 같은 인스턴트 음식이 고작이었겠지만 요즘에는 정말 다양한 조리법의 다양한 음식이 출시되어서 대충 한끼 때우는 싸구려 음식이 아니라 가성비, 가시비, 가심비를 추구한 저렴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진화하였다. 이는 식품 포장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것이라고 한다.


누군가와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보낸 어떤 이의 하루
누군가와 직접 대화를 나누지 않고 지낸 어떤 이의 하루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1인 가구의 사람들은 말그대로 하루종일 누구하고도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누구와도 대화를 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는 일도 많아지게 되었다. 1인 가구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이것이 아닐까 하는데 혼자만의 완벽한 자유가 혼자만의 완벽한 외로움이 되는 순간이 온다. 과거에는 무인 시스템이라는 것이 굉장히 진화하고 발전된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막상 그런 시대가 도래하고 보니 무인이라는 것은 사람간의 정이 없고, 인간성이 상실된 시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는 다가올 미래였지만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더욱 빨리 도래해버렸는데 1인 가구의 사람들에게는 비대면의 세상이라는 것은 외로움을 가속화시키는 시스템으로 작용한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는 고독사에 대한 걱정도 큰데 일본에서는 1인 가구와 고독사 증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한국도 조만간 이런 문제가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비자발적으로 혼자 살게 된 사람들의 외로움을 살피고, 고독사를 예방하는 일도 국가의 의무이다. 개인도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자기 스스로 자신을 재발견하고 제2의 인생을 행복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정부에는 이런 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므로 스스로 나이에 갇혀있지 말고 노년기가 아니라 성장기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해야한다.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원인과 1인 가구가 바꾸어 놓은 문화현상, 주거 방식과 식문화의 변화, 취미생활, 반려동물 키우기, 노후 생활에 대해 생각해보고,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부작용과 그들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그리고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싱글 라이프에 도움이 되는 정부 정책과 지차체의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살펴보며 무엇보다 죽음과 그 이후의 일까지도 생각해보며 1인용 인생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전해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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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아우르는 스토리텔링
랜디 올슨 지음, 윤용아 옮김 / 북스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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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야기를 하다보면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서 하품만 나온다. 꼭 과학에 관련된 이야기 뿐만 아니라 PPT나 강연을 할 때에도 재미없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 책은 사람들이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마치 영화를 볼 때처럼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이게 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저자인 랜디 올슨은 교수이자 과학자였는데 헐리우드로 가서 영화제작에 참여하였고, 여기서 그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깨닫고 서사의 효과를 실감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과학계로 돌아서 헐리우드에서 배운 서사의 효과를 과학에 접목하여 재미있고 흥미롭게 그것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었다.

일요일 아침 방송하는 '서프라이즈'라는 프로그램은 '그런데', '그러나', '하지만' 같은 명대사들로 유명하다. 한참 상황 설명을 하다가 말 한마디로 앞의 설명을 뒤집으며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런 말들을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이젠 너무 진부해서 으레 그 말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기대하며 보게 된다.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방송에서도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유명한 맨트로 궁금증과 반전효과를 주고 있다. 지금은 이들 방송에서의 이런 맨트들이 웃음을 유발하는 패러디의 대상이 되어버렸지만 원래의 취지는 뒤에 올 내용을 강조하고, 궁금증을 유발시켜서 반전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말들이었다. 이런 대사들이 원래의 취지대로 효과를 발휘하건, 반대 급부의 의미로 재미를 선사하건 어느 쪽이건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게 만드는데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이 방송들은 반전으로 이야기에 스토리를 줌으로 나름대로 서사를 가지고 진행이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서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어려운 내용을 조금이나마 쉽게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간혹 '그러나'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오히려 재미가 반감되는 일도 있는데 서사적인 측면에서 서사가 부족하면 지루하지만 과도하면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서사의 최적의 수위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루한 과학이야기도 그 적절한 서사의 수위를 찾아내면 사람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게 된다. 적당한 서사의 중요성은 책에서 계속 강조되는데 저자는 그것을 '서사적 직관'이라고 부르며 그것을 헐리우드에서 배우고 계발하자고 제안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서사적 문장 양식은 소위 ABT양식이라는 것이다. '_____ 그리고(And) _____, 하지만(But) _____, 그러므로(Therefore) _____.'의 구성을 가지는 문장이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라는 AAA형식에 비해 훨씬 눈에 잘 들어온다. AAA형식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에 불과해서 정보전달 그 이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서사가 완전히 배제된 형식인 것이다. 하지만 ABT양식은 이야기에 서사가 있고, 밀땅을 함으로서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것이 앞서 소개한 방송들이 '그러나' '그런데 말입니다'를 연발한 이유이다. 그러므로 '그리고'를 '하지만'이나 '그러므로'로 대체하여 사용하길 권하는 것이다. 꼭 ABT가 아니더라도 또는(Also), 여전히(Still), 이후로(Since)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 요는 서사가 없는 AAA를 지양하고 서사를 갖추라는 것이다.

반서사구조인 AAA에 반해서 서사의 과잉상태인 DHY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도(Despite), 할지라도(However), 그렇지만(Yet)으로 구성된 과잉 서사는 너무 많은 서사가 펼쳐져서 따라가기가 혼란스럽고, 혼란함은 지루함을 가져온다. 앞서도 말한 방송 '서프라이즈'에서도 그런데, 하지만 등의 서사가 너무 길게 이어지면 뒤로 갈수록 흥미를 잃고 재미가 급격히 반감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흔히 영화를 볼 때는 단순한 구조보다 서사가 복잡하고 뒤엉켜있어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서사가 복잡하고 어려운 영화를 보게 되면 내용이 이해가 안되서 줄거리를 따라가가는 것도 벅차서 재미를 잃게 된다. 그러므로 복잡한 서사가 좋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한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저자가 여러번 강조하는 것이 나오는데 바로 간결함이다. 다빈치의 말처럼 간결함이야말로 최고의 세련됨이다. 흔히 우리는 간결함과 단순함을 혼동하는데 그 둘은 다르다. 과학자들은 복잡한 것을 좋아해서 어렵고 복잡하게 말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간결하게 말하는 것이 결코 단순한 것은 아니다. 너무 복잡하게 이야기를 해서 과잉 서사가 되면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이는 듣는 사람의 흥미를 떨어트린다. 헐리우드 영화도 일견 복잡하게 보이지만 이야기를 뜯어보면 ABT구조가 반복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즉, 간결함과 반복으로 이루어진 서사라는 것이다. 많은 서사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패턴의 반복으로도 이야기가 꽉 차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의 핵심은 바로 ABT구조의 반복을 통해 어려운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ABT구조의 문장 양식을 차용하여 이야기하면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서사적 직관'을 기를 것을 강조한다. '이야기 센스' 즉 말빨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능력을 얻어야지 비로서 멋진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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