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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경제 법칙 -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태지원 지음 / 꿈결 / 2020년 10월
평점 :

평소 경제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다보니 당연히 경제 뉴스도 보지 않았고 그러수록 경제에 대해 더욱 문외한이 되었다. 가끔씩 크게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경제 이슈에 대해 이해를 해보려고 오랜만에 뉴스를 클릭해서 들어가보면 온통 어려운 전문용어로 도배가 되어 있어서 이해를 못하니 금세 싫증을 느끼고 창을 닫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경제와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라고해도 사실상 경제적 상황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꼭 돈 많은 사람들만이 하는 주식이나 펀드, 갭투자 만이 경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예·적금, 물가, 세금, 연말정산, 국제유가 등 나와는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들도 사실은 알게 모르게 나와 연관이 되어 있고 '나'라는 한 개인은 매일 일상 속에서 경제적 상황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경제활동을 영위하게 되면서는 경제라는 것을 모르면 돈을 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정부의 경제 정책 등에 따라 개인의 경제적 여유와 삶의 질이 달라지고, 앞으로의 재정계획이나 자금사정도 변하게 되므로 경제를 모르면 안되겠다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는 뒤늦게 경제공부를 시작해보려고 하지만 경제라는 학문 자체가 쉽지도 않고, 듣도보도 못한 요상한 용어들도 많아서 공부를 해도 제대로 이해하기도 벅차다. 우리 삶은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데 왜 경제학은 이다지도 까다롭고, 경제용어들은 이리도 어려운 것인지.
이 책은 이렇게 어렵고 까다로운 경제학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양서이다. 어렵고 복잡한 주제들은 빼고 꼭 알아두면 좋을만한 내용들로만 구성되어져 있다. 말 그대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적어도 이 정도는 알아야하지 않겠나 하는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총 3가지 주제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개인적 관점에서 가계의 소비는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2부는 시장과 가격에 관련된 경제법칙을 다루며 미시경제학에 관련된 내용을 알아보며, 3부는 정부는 시장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국가 경제라는 거시경제학의 측면에서 사회 전체의 경제의 흐름을 살펴본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학을 다루고 있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제학 책이라면 실제 경제적학인 예시를 들어서 설명을 하겠지만 이 책은 어려운 경제학적 예시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의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상황들로 경제학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구성이 왜 좋으냐면 일반적인 경제적 관점에서의 예시로 설명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설명이 어려워져서 내용을 이해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데 별로 경제와는 관련이 없어보이는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상황들로 설명을 하면 늘 마주하던 내용이라 쉽게 이해가 되고, 그렇게 이해한 지식을 경제학에 반영해서 맥락을 짚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늘 마주하던 내용으로 설명하니 쉽게 이해가 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기회비용, 매몰비용 등의 경제학 용어를 익힌다고 했을 때 책을 보면 대략 그 용어의 개념이 이해가 되는 것 같은데 그것을 일상의 상황으로 가져와서 그 상황을 경제학 용어로 설명해보라고 하면 설명이 안된다.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설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책을 볼 때는 내용이 이해가 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정확히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쉬운 설명으로 용어나 경제학적 개념을 확실하게 내것으로 만드는 이런 설명이 아주 효과적이고 마음에 든다. 그리고 책을 읽고 그것을 이해하고 나면 책에서 설명한 상황들이 전혀 생뚱맞은 내용이 아니라 그 자체에 이미 경제학적 개념과 상황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노량진 수산 시장에서 중개인들이 수산물 경매를 하는 상황으로 수요·공급의 원리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것을 설명한다던지, 요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가성비라는 말로 편익과 기회비용을 설명하고, 영화 기생충에서 가족들이 경제적 상태가 좋아질 때마다 발포주에서 일본 수입 맥주로, 다시 양주로 바뀌는 것에서 정상재와 열등재를 설명하는 것처럼 어려운 설명이 아니라 쉽게 이해하고 배운 경제개념과 용어들을 다른 상황에도 적용하기 쉽도록 설명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일상을 움직이는 경제 법칙을 배울 수가 있다.
책에는 이외에도 흥미있고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이 나오는데 뉴스 등을 통해 많이 접했던 내용에서부터 한창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문제나 저축은행 파산 등에 대한 내용, 그리고 소개팅을 통해 괜찮은 이성을 만나기 쉬지 않은 이유와 같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내용들도 있다. 그 뿐만 아니라 [TIP]이란 코너에서는 평소 한번쯤 궁금하게 생각했을 법한 내용들에 대해서 경제적 관점의 설명을 해놓고 있다. 가령 마트의 상품 가격은 왜 900단위로 끝이 나는지, 농민들이 풍년에 왜 멀쩡한 배추를 폐기하는지, 경기가 나쁘면 리스틱을 많이 사는 립스틱 효과 등이 그것이다.
책을 읽다보니 의외로 경제학은 인간의 심리학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한정판의 인기 비결인 희소성, 당일 특가 항공권에 숨어있는 비밀, 영화관 조조 관람료가 싼 까닭, 마치 교복처럼 입고 다니는 패딩 점퍼가 등골 브레이커가 된 이유 같은 것은 경제학이기도 하지만 심리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한 부분처럼 보인다. 행동경제학은 아예 정통적인 심리학과 구분이 안 될 정도이다. 물론 이런 내용 자체가 일부 심리학적인 측면이 있다 뿐이지 엄연히 경제학의 개념이라서 둘은 구분되겠지만 이렇게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단순히 계산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 같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도 그렇고 설명하는 방식도 '난이도 하'의 굉장히 쉽고 재미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경제에 대해 모르는 경알못이라도 쉽게 경제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설명 자체도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어려운 형태의 표현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형태의 표현으로 말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고, 간혹 설명 중에 전문용어가 섞이게 되면 페이지 하단에 간략하고도 핵심적인 주석을 달아놓아서 바로 이해할 수 있게 해놓았다. 이 정도의 경제학 책이라면 재미도 있고, 이해도 쉬워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같은 형식으로 이번에 다루지 못한 내용들을 따로 엮어서 속편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