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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무비 소울 푸드
하라다 사치요 지음, 장한라 옮김 / 영림카디널 / 2024년 8월
평점 :

일본 영화를 보면 유독 음식이나 요리와 관련된 영화가 많다. 음식이나 요리 그 자체가 테마이거나 영화 속에서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음식을 먹고서 주인공이 힘을 내고, 아픔을 치유하고, 자신감을 되찾고, 사랑을 확인하고, 누군가와 화해를 하고, 관계회복을 하는 등 음식, 요리 테마의 영화는 힐링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 영화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영화를 보는 사람 역시 치유되고 힐링을 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한국이나 헐리우드 영화에는 그런 영화가 적은데 일본 영화에는 유독 그런게 많은 것 같다. 음식이 테마이거나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되는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영화 속에 나왔던 음식이 궁금해진다. 영화 속 주인공이 맛있게 먹으며 오이시이~를 연발하면 얼마나 맛있길래 오이시이를 연발하는지, 두 사람을 화해하게 해주는 맛이란 어떤 것인지, 그리움을 담은 어린 시절의 맛이란 어떤 것인지 궁금해지면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울 무비 소울 푸드]에서는 심야식당, 리틀 포레스트, 카모메 식당 등 대표적인 일본의 힐링계 소울 무비를 소개하고 그 속에 등장한 소울 푸드의 레시피를 함께 담아놓은 소울 무비와 소울 프드 레시피북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유독 먹고 싶어지는 음식들이 있는데 직접 일본에 가지 않는 이상 그 음식들을 한국에서 접하기란 어렵고, 가정식의 경우는 일본에 가더라도 그것을 팔고 있는 식당을 찾기 힘들어서 좀처럼 먹어볼 기회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통 이런 영화에 나오는 음식들이라는 건 그걸 먹는다는 행위 즉, 음식 자체보다는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 더 큰 의미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말 영화 속의 인물들처럼 음식을 통해 힐링하고 치유되고 싶다면 일본까지 날아가서 그걸 사먹는 것보다 손수 정성스럽게 만드는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결과물을 먹는 것이 더 영화의 본질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막상 영화 속의 음식을 만들려고 해도 우리 음식이 아니라서 그런지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은근 따라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때로는 그게 정확히 어떤 음식인지조차도 모를 낯선 음식이 나올 때도 있다. 특히 만화영화 속에 나오는 음식들은 그 음식의 실제 모습을 보지 못해서 더욱 분간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이 아니다보니 맛을 내기가 어렵다. 가끔 영화 속 음식을 한번 따라 만들어볼 때가 있는데 나름 흉내를 내서 만들어봐도 먹어보면 맛이 없어서 이런 걸 먹고 힘을 냈다고? 라며 뭔가 허탈해지기도 한다. 물론 그 영화속 그 장면의 소울 푸드의 맛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럴텐데 이왕이면 야메가 아니라 본고장의 레시피대로 맛있게 재현해보고 싶어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본 책에서는 힐링계 소울 무비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그 속에 나온 소울 푸드의 레시피를 역시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영화 속의 음식이 어떤 것이었는지, 어떻게 만드는지 알 수 있다.
기본이 되는 밥과 다시를 포함하여 총 7가지 메뉴로 구성되는데 영화에 나왔을 때 가장 맛있게 느껴지는 찜과 튀김, 가정식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국, 조림, 국수, 섬나라답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생선과 새우, 조개류 요리, 그리고 고기와 달걀, 힐링계 영화에서 메인 재료라고도 할 수 있는 쌀과 채소, 마지막으로 디저트와 차로 나뉘어져 있다. 라멘부터 스키야키, 가쓰동, 돈까스, 카레라이스, 야키토리, 오코노미야키 같은 우리에게도 익숙하고 한국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일식부터 오니기리, 오차즈케, 차완무시, 미소시루, 돈지루 같은 영화를 보면 엄청나게 많이 나와서 굉장히 익숙하지만 막상 먹어본적은 없는 요리도 있고, 나스덴가쿠나 사바노미소니, 아게비타시, 요세나베 같은 조금은 생소한 음식도 나온다. 교자나 가라아게, 찐빵, 야키소바 빵, 사쿠라모찌, 미타라시당고 같은 것은 영화에 나올때면 매번 먹고 싶어지는 음식들이다. 전반적으로 많이 생소한 음식들보다 잘 아는 맛의 메뉴나 먹어보진 않았지만 익숙한 그래서 더 먹어보고 싶어지는 메뉴들이 잔뜩 나와서 침샘을 자극한다.
레시피는 기본 4인 기준으로 정량되어 있고, 기본 재료와 국물 재료는 따로 구분하여 소개하였다. 조리 과정은 텍스트로만 되어 있고 사진 설명이 없어서 나처럼 요리 초짜들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 가뜩이나 과정 사진도 없는데 설명이 길고 서술형이라서 친절한 편은 아니라고 하겠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복잡하고 어렵지는 않아서 꼼꼼하게 읽으면서 따라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중 아마 가장 쉬운 건 오니기리일 것이다. 오니기리는 일본인의 소울푸드가 아닐까 하는데 오니기리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항상 저게 맛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에 나오는 오니기리는 우리나라 편의점 삼각김밥하고는 다르게 그냥 맨밥 뭉쳐서 소금간이나 미림으로 간해서 먹던데 전쟁통에 피난가면서 먹을법한 걸 환장하고 먹는 걸 보면 이해가 안된다. 정말 맛이 있어서 맛있다고 하는지 책에 나오는 레시피대로 만들어서 먹어봐야겠다.
지금 시점으로 책에 소개된 레시피 중 가장 먹어보고 싶은 건 가지 돼지고기 생강구이랑 아지후라이, 야키소바 빵과 담포포 씨의 라멘이다. 돼지고기와 생강이 서로 궁합이 좋은지 의외로 여기저기 많은 영화에서 돼지고기 생강구이가 나왔던 것 같다. 거기에 가지까지 더해져서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아지후라이는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나오는 걸 보면서 맛있겠다고 생각했던 건데 우리가 먹는 생선까스랑은 또 느낌이 다른 것 같다. 한국에서는 보통 대구살이나 동태살을 쓰니까 아마 맛이 조금은 다르지 싶은데 전갱이는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 어떤 영화에서 자매가 전날 먹다 남은 재료들로 야키소바 빵을 만들어서 근처 공원으로 소풍을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맛있어 보여서 그 후로 계속 먹어보고 싶었더랬다. 담포포 씨는 맛없는 라멘집을 맛있는 라멘집으로 키우기 위해 라멘 기술을 하나씩 배워나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맛좋은 담포포 씨의 라멘을 따라서 만들어 보고 싶다.
책에 소개된 대놓고 푸드 힐링 영화인 리틀 포레스트나 심야식당, 앙: 단팥 인생 이야기 같은 영화부터,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어제 뭐 먹었어?, 바닷마을 다이어리나 카모메 식당 같은 잘 알려진 최근 영화와 담포포와 남자는 괴로워 같은 고전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이웃집 토토로, 원령공주, 바람이 분다 같은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장르와 시대별로 고루 배분하여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왕이면 조금 더 많은 영화와 조금 더 다양한 레시피가 소개되었으면 좋았겠다는 바람도 있지만 60가지의 레시피도 결코 적은 것은 아니라서 우선은 책에 나오는 메뉴들부터 한번씩 다 만들어보고 싶다. 영화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재미있게 봤던 힐링 영화 속 소울 푸드를 직접 재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재미도 있고 맛에 대한 기대도 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