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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본 정원 속 작은 곤충들
프랑수아 라세르 지음, 이나래 외 옮김, 마리옹 반덴부르크 일러스트 / 돌배나무 / 2024년 7월
평점 :

지구 생태계에서 곤충들이 차지하는 역할은 그 크기만큼 작지가 않다. 곤충이 없다면 우리 인류도 살아갈 수 없다고 하니 생태계에서 곤충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하겠다. 하지만 우리는 고마운 곤충의 세계를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어릴 적엔 도시에서도 곤충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주변에서 곤충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요즘은 바퀴벌레, 빈대, 러브버그, 꽃매미, 흰개미 등 혐오감을 주거나 해충이라고 말해지는 벌레들만 드글거린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엔 여름방학 때면 곤충채집 같은 것도 많이 했는데 요즘은 그런 것도 없는 것 같다. 곤충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까닭에 이제는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없게 된 곤충들이 조금은 그리워진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곤충은 여전히 우리 인간들 옆에서 작지만 큰 그들만의 삶을 통해 생태계를 순환시키고 있었다. [세밀화로 본 정원 속 작은 곤충들]에서는 일러스트와 함께 우리 주위에서 만나볼 수 있는 100종의 곤충을 소개한다.
우리 주변에 100여종이나 되는 곤충이 있다니 굉장히 놀랬다. 아무리 예전만큼 도시에서 곤충을 보기 어려워졌다고는 하지만 아파트 화단이나 산책로 꽃밭에서 개미, 나비, 잠자리 그리고 사마귀나 무당벌레 등 다양한 곤충들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그래서 도심에서 곤충을 보는 게 아주 희귀한 일도 아니고, 생각보다 각양각색의 곤충을 보긴 했지만 100여종이나 되는 곤충이 있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역시 곤충의 세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된다. 물론 지구상에 있는 생명체 중 곤충의 종류와 숫자가 다른 동물이나 식물에 비해 월등히 많긴 하지만 주변에서 그렇게 많은 곤충을 찾아볼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비목, 딱정벌레목, 벌목, 노린재목 이런 식으로 분류별로 다양하게 소개를 하고 있어서 그냥 볼 때는 전부 나비지만 자세히 보면 다 다른 곤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100종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나비, 잠자리, 벌, 무당벌레, 거미 등 비교적 쉽게 볼 수 있고 모습도 익숙한 곤충에서부터 노린재나 각다귀, 거품벌레처럼 이름은 들어봤으나 형태는 잘 연상되지 않는 곤충 그리고 바퀴벌레, 지네, 노래기처럼 떠올리기도 싫은 징그러운 벌레까지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이름을 하나씩 체크해보니 확실히 주변에서 볼 수 있을만한 녀석들인 것 같다. 각 곤충은 한장에 걸쳐서 소개되는데 한페이지에는 곤충에 대한 설명이 그리고 다른 한페이지에는 세밀한 일러스트로 그려진 곤충의 그림이 수록되어져 있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곤충의 일러스트가 눈에 들어오는데 사진보다 훨씬 정교하고 세밀하게 묘사된 그림이 꽤나 볼만하다. 이게 실제 사진이었다면 약간 징그럽거나 무서울수도 있는 것도 일러스트로 그려놓으니 그런 거부감이 전혀 없어서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일러스트는 곤충의 특징을 잘 잡아내서 실물 사진보다 오히려 형태와 생김새가 눈에 더 잘 들어오게 하는 효과도 있다보니 곤충의 모습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설명 파트는 해당 곤충의 특징, 생태계에서의 역할, 산란과 성장, 유럽으로 전파된 과정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페이지 안에 모든 것들 다 적어야 하기 때문에 아주 세세한 전문적인 내용까지는 없을지 몰라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그정도만 알아둬도 충분히 유용할만한 정도의 내용으로 보인다. 어차피 곤충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정도의 짧은 설명에서도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리고 저자의 설명들은 단순한 정보전달을 위한 설명문이 아니라 곤충을 친구처럼 생각하고 정원에서 이 친구들의 역할이나 이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정원을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같은 이야기를 덧붙인다. 말하자면 곤충을 인간과는 별개의 어떤 자연속에 존재하고 그 속에서 관찰하는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정원이라는 인간과 함께 하는 공간에서의 곤충의 생태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먹이는 무엇이고, 천적은 무엇인지도 정리해놓았는데 천적 중에는 사마귀와 설치류, 뾰족뒤쥐가 천적인 녀석들이 많이 보였다. 쥐가 곤충을 먹는 모습은 잘 연상이 되지 않지만 설치류나 뾰족뒤쥐가 잡아먹는 곤충들도 또 다른 곤충을 먹이로 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고리 속에서 생태계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길지도 않아서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일러스트로 그려진 섬세한 곤충의 그림을 보는 맛이 있어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진다. 한가지 아쉬운 건 저자가 프랑스 사람이라서 책에 나오는 곤충들도 유럽의 곤충이 소개되고 있어서 실제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한국의 곤충들이 아니라는 점이 조금은 아쉽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