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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서바이벌 가이드 - 재난에서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생존의 기술
가자마 린페이 지음, 신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자연재해와 재난 상황이 전지구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진, 화재, 싱크홀, 침수 등 대규모 재난과 전쟁의 위험까지 한반도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이 꽤 오래전부터 들리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비하겠다고 뒷북을 두드리고 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서바이벌 키트를 준비한다던지 재난 상황에서의 기본적인 서바이벌 지식을 미리 습득하는 등의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대비도 필요하다. 이런 예기치 못한 재난 상황이 닥치면 패닉에 빠지게 되고, 준비가 되어있지 못하면 그만큼 재난 상황에서의 생존확률이 줄어든다. 평소 이런 생존에 관련된 지식을 알고 있고 준비가 되어있어야만 뜻밖의 극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고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굳이 이런 것까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정작 위기가 닥친 이후에는 이미 늦다. 재난에서 나와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준비를 미리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비주얼 서바이벌 가이드]는 뜻밖의 극한 상황에서 위기를 피하고 살아남기 위한 생존 기술의 모든 것을 담아 놓은 가이드북이다. 책의 제목에서도 보이듯이 이 책은 "비주얼"에 많은 공을 들였다. 보통 이런 류의 책들은 현장감과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참조 이미지를 사진으로 설정하고 설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진은 현실성과 생생함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직관성과 시각적 명료성은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설명하는 상황이나 과정 등을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특히 로프를 묶는다거나 뭔가를 조립하는 설명 같은 경우는 사진을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많다. 그런데 여기서는 깔끔한 일러스트로 설명을 해놓아서 현실의 복잡한 정보를 단순화해서, 본질적인 요소만 강조되니 직관성과 가시성이 매우 높아지며 설명이 없더라도 이미지만으로도 내용이 이해가 되니까 설명하고자 하는 핵심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책은 총 3개의 파트로 되어 있는데 재난이 발생했을 때 목숨을 잃지 않도록 몸을 지키는 직접적인 방법인 셀터를 만들고, 식수와 식량을 구하고, 불을 피우고, 응급처치를 하는 생존 기술편, 그리고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한 후 구조대가 올 때까지 무사히 버틸 수 있는 서바이벌 기술을 알려주는 생존 후 기술편, 마지막으로 앞선 기술 들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로프와 칼 사용법을 알려주는 매일 연습하는 기본 기술편으로 나뉜다. 살아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서바이벌 테크닉은 다섯가지인데 셀터 구축, 식수, 불, 식량 확보, 응급처치이다. 1장 생존 기술에서는 이 핵심 기술 다섯가지를 각각의 챕터로 나누어서 소개하고 있다. 보통 사람은 물이 없으면 며칠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조난이나 재난 상황에서는 식수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의외로 여기서는 셸터를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아마 나같은 아마추어들은 식수와 식량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지 상대적으로 셸터는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잠이야 아무 곳에서나 자면 되고, 여름이나 춥지 않는 기간에는 노숙을 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도 있고, 오히려 괜히 셸터를 만드느라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보다 힘들게 셸터를 만들지 않고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의외로 책에서는 셸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물과 음식은 먹지 않더라도 당장 죽진 않지만 저체온증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은 물과 음식을 먹지 않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기 때문인 듯 싶다. 저체온증은 꼭 겨울에만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비에 젖은 채 행동하거나 얇은 옷을 입고 찬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물에 접촉해 있거나 그외 여러 상황에서도 저체온증을 겪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전한 셸터를 확보해서 비나 바람을 막고 수면 시에도 체온을 뺏기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무인도나 정글 체험을 하는 예능 방송에서도 가장 먼저 가자말자 에너지가 있을 때 하는 일이 집을 짓는 일인데 그만큼 셸터의 확보가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다음으로는 식수를 확보하는 기술을 알려주는데 불필요한 디테일을 걷어내고 복잡한 정보를 단순화시킨 일러스트를 통해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상당히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이미지로 설명을 해 놓았다. 이런 서바이벌 테크닉에 관심이 많아서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가끔 찾아보는데 보통 식수를 만드는 서바이벌 테크닉은 몇가지로 정해져 있다. 사실 어느 책이나 비슷한 수준의 방법을 설명하는데 여기서는 보지 못한 방법도 나와 있어서 몰랐던 기술까지 배울 수 있었다. 불피우는 방법도 못보던 기술이 몇개 있는데 사실 예능 방송을 보면 실제로 불을 피우는 작업은 책에서 한페이지로 설명해놓은 것과는 다르게 몇시간씩이나 걸릴만큼 어려워서 막상 이런 건 직접 해보지 않으면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식량을 구하는 방법과 응급처치를 하고, 조난 신호를 보내는 방법까지 나와있어서 이런 건 상식처럼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2장은 조난 상황이 길어졌을 때의 대비법 정도로 볼 수 있겠다. 1장에서는 식량을 구하는 법 즉, 야생식물이나 나무열매를 채집하고, 낚시를 해서 식량을 구하는 방법을 아려줬고, 2장에서는 1장에서 확보한 재료들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말하자면 쿠킹타임. 전기와 가스가 없는 상태에서 요리를 하기 위한 요리 도구를 만드는 법과 요리를 하는 법, 그리고 운반용 가방이나 트레이를 만드는 법, 조명만들기, 구명용품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여기서 알려주는 테크닉들은 꼭 재난이나 조난 상황에서가 아니라 요즘 많이 하는 캠핑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라서 알아두면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애초에 캠핑이란게 문명을 벗어나서 야생과 생존을 체험하는 것인만큼 실제로 캠핑을 가면 이런 서바이벌 테크닉들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책에서 여러 서바이벌 테크닉을 배워두면 더 멋진 캠핑을 즐길 수도 있겠다.
3장에서는 챕터 소제목처럼 익히는데 조금 시간과 연습이 필요한 테크닉이지만 앞의 생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하는 테크닉이다. 직접 셸터를 만들고 도구를 만들어 활용하기 위해서는 로프로 묶고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신발끈을 묶듯 나비 묶기 만으로는 이런 여러 서바이벌 테크닉들을 백업할 수 없다. 로프로 매듭짓고, 연결하고, 고리를 만들고, 고정하는 등 활용방식에 따라 로프를 묶는 법도 다 다른데 이런 건 미리 손에 익게 연습해두지 않으면 구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취미생활처럼 매일 한번씩 로프로 매듭을 묶고, 고정하고 하는 것들을 한번씩 해보며 손에 익혀두면 꼭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일상 생활 속에서도 쓰임이 있을 것 같다. 로프 활용법과 함께 칼을 사용하는 법도 나오는데 칼을 사용하면서 다치지 않기 위한 주의사항과 활용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이건 매일 연습을 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눈으로라도 방식을 봐두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생존배낭 싸는 법도 나오는데 여러 가지 재난상황에 대비해서 미리 이런 생존배낭을 하나 만들어서 비치해놓으면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굳이 큰돈 들여서 생존배낭 풀세트를 사는 것보다 꼭 필요한 것 위주로 하나씩 준비해서 여분의 가방에 준비해두면 비용적으로도 큰 부담없이 생존배낭을 구비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또 한가지 좋은 점은 다이소 제품을 이용하는 테크닉이 많다는 점이다. 비용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이런 생존배낭 같은 거나 서바이벌 용품은 몇 번이나 쓸지도 모르는데 비싼 돈을 들여 사놓는 게 사실 좀 부담이 된다. 그런데 다이소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생존 및 재난 용품 목록을 알려줘서 이런 점은 좀 현실적이라 매력있다. 설명도 깔끔하고 일러스트도 눈에 잘 들어와서 설명이 쉽다. 너무 어렵고 복잡하고 전문적인 기술까지 세세하게 설명을 하는 것보다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따라할 수 있는 필수 기술 정도만 수록해놓아서 접근성도 높다. 서바이벌 테크닉에 관심이 있다면 입문용으로 좋을만한 가이드북이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말고 가볍게 재난상황이 아니라 마치 캠핑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고 미리 이런 생존 기술을 알아두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