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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 고이즈미 야쿠모 작품집
고이즈미 야쿠모 지음, 김민화 옮김 / 보더북 / 2024년 11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얼마전 일본의 아주 유명한 괴담 중 하나인 카사네가후치를 각색한 영화를 봤는데 관심이 생겨서 영화의 소재가 된 해당 괴담의 원래 내용은 어떤지 구글링 해봤지만 간략하게 줄거리를 요약한 내용만 있었고, 정확하게 그 이야기 전체를 읽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좀 아쉬웠다. 이렇게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영화, 드라마, 만화 같은 컨텐츠 중엔 일본 전통 괴담을 소재로 활용하는 경우가 꽤 많은데 괴담 자체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컨텐츠도 많고, 괴담의 캐릭터나 이야기를 핵심 소재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데 앞서 말한 영화 괴담이라던지, 만화 김전일처럼 괴담을 모티브로 살인을 저지르는 에피소드가 만들어진다던가 하는 식이다. 물론 오리지날 괴담을 몰라도 그런 컨텐츠를 소비하는데 어려움은 없으나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원래 괴담의 내용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일본은 괴담의 천국이라 불러도 좋은만큼 온갖 괴담과 도시전설이 넘쳐나는데 최근의 괴담들은 많이 알지만 의외로 예로부터 전해지는 전통 괴담은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괴담: 고이즈미 야쿠모 작품집]은 고이즈미 야쿠모라는 양반이 쓴 괴담 모음집이다. 고이즈미 야쿠모는 원래 그리스 출신인데 기자 신분으로 일본에 건너왔다가 일본에 매료되어 일본여자와 결혼을 하고 귀화하여 고이즈미 야쿠모란 이름의 일본인이 된 후, 일본 전역의 괴담을 수집하여 이야기책으로 엮고, 영어로 번역하여 서양에 소개하며 서양에 일본을 알린 작가라고 한다. 이 양반이 쓴 책 속의 이야기들은 당시 이미 하나의 완성형으로 전해지던 괴담을 수집하여 단순히 책의 형태로 모은 것이 아니라, 구전되던 괴담을 모티브로 나름대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괴담으로 재창조했다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이야기를 새롭게 창작하고 각색하는 과정에서 외국인의 시각에서 본 일본의 특이한 문화와 전통 같은 정서, 예컨데 가부장적 사고라던지 미신 같은 것들이 들어갔다고 한다. 아마도 관찰자로서 일본인을 관찰하고 이해하며 일본인의 정서를 이야기에 녹여내었기 때문에 오히려 순혈 일본인은 발견하기 어려웠을 일본의 정신과 사상을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한다.
이 책은 야쿠모의 여러 괴담집 중 가장 유명한 "괴담"에서 8편, "골동"에서 5편을 뽑아서 총 13편의 이야기를 모아놓았는데 책 제목이 괴담이라서 글로 써놓으니 좀 헷갈린다. 아무튼 이야기들은 굉장히 짧은 단편으로 되어 있다. 이야기가 길지 않다보니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크게 부담이 없다. 괴담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사실 그렇게 무섭다거나 으스스한 내용은 없다. 전설의 고향스러운 너무 구닥다리 이야기라서 그런지 요즘 사람들의 눈에는 전혀 무섭다는 느낌이 없고 그냥 아이들이 보는 옛날 옛적 동화 같은 느낌이다. 이야기를 보면 의외로 한국의 괴담, 한국의 전설과 유사한 것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각각의 나라에서 독자적으로 전설과 괴담이 만들어졌는데 애초에 한국과 일본의 정서가 유사하다보니 그것이 우연히 비슷한 내용으로 탄생이 된 것인지, 아니면 일본의 이야기를 우리가 차용해서 현지화를 거쳐 국산 괴담이 만들어졌는지 그것까진 알 수가 없지만 아무튼 꽤 비슷한 이야기가 많이 있고 그래서 생각보다 낯설지가 않다.
너구리는 우리나라의 은혜 갚은 까치나 은혜 갚은 호랑이와 유사한 이야기로 이 외에도 여러가지 것들이 은혜를 갚는 모든 형태의 이야기는 다 하나의 유사 장르로 볼 수 있겠다. 동물이 인간의 은혜를 기억하고 보답한다는 핵심 내용은 한국과 일본 공통의 정서인 듯 싶다. 아니면 이런 괴담은 뭔가 메세지를 주려고 만들어졌는데 그 전하고 싶은 메세지, 가령 어려운 사람을 도우라거나 은혜를 갚으라는 식의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이솝우화처럼 동물을 차용하여 만들다보니 양국의 괴담이 비슷해진 것일수도 있겠다. 설녀와 로쿠로쿠비는 영화나 애니 같은데서도 많이 나오는 인기 캐릭터다. 아마 일본 컨텐츠를 많이 접한 사람은 이들을 형상화 한 이미지를 많이 봤을텐데 근데 괴담 이야기 자체는 모르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오리지널 괴담은 이번에 책을 통해 처음 접했는데 의외로 굉장히 심플하고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내용이었다. 전체적으로 불교의 윤회사상에 기반하고 있는 이야기가 많은 점에서 확실히 서양인의 눈으로 썼지만 일본이라는 동양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