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면서도 헷갈리는 SNS 맞춤법 - 필수 SNS & 메신저 맞춤법 296
이정은.김나영 지음, 강준구 그림 / 다봄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블로그, SNS, 카톡, 문자 등 과거보다 글을 쓰는 일이 많아졌고, 글로 사람들고 소통하면서 내가 쓴 글은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 예전처럼 노트에 적은 글은 누굴 보여줄 필요가 없이 나만 보고 끝났지만 지금은 내가 쓴 글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고, 글로 대화를 하고, 글로 내 생각을 나타내기 때문에 가히 텍스트 전성시대이다. 글을 많이 쓰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당연히 맞춤법이다. 한국 사람이 한국어를 어려워 한다는 것이 한심스럽게도 느껴지지만 맞춤법은 너무 어렵다. 정말 어렵다.


일부러 문법파괴를 해서 사용하는 단어들도 있지만 그런 것들이야 서로가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일부러 틀리게 적는 것이기 때문에 틀린 것이 맞는 것이므로 상관없고, 혹은 틀린 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틀린 맞춤법을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라면 다들 틀리는 것이니까 나의 잘못이 두드려져 보이지 않아서 그나마 괜찮다. 하지만 제대로 써야하는 글을 틀린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실제로 카톡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게시글을 보다보면 잘못된 맞춤법의 글을 자주 보게 된다. 맞춤법이 잘못된 글을 읽으면 그 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그 글을 쓴 사람에 대해서도 신뢰감이 하락한다. 정말로 아주 쉽다고 생각되는 맞춤법을 틀리게 되면 기본적인 맞춤법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람이 우스워보이고 한심해보이기 까지 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맞춤법의 영향력은 그만큼 크다. 특히 문법적으로 제대로 된 글을 써야만 하는 공문서나 사문서 등에서 맞춤법이 틀린다면 그 문서의 신뢰도가 흔들려버리기 때문에 굉장히 주의하여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쓰고 있는 그 맞춤법이 틀린 것인지 맞는 것인지 본인만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친구와 카톡으로 얘기를 하던 중 친구가 틀린 맞춤법을 사용하길래 그런 것도 모르냐며 놀렸더니 친구가 정색하며 자기가 맞다고 말을 하길래 검색을 해보니 과연 내가 생각하고 있던 맞춤법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일평생 그것이 맞는 줄 알고 살아왔는데 가히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자신은 그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어떤 계기로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기 전까진 계속 그 틀린 맞춤법을 쓸 수 밖에 없다. 애매한 것이라면 글을 쓸 때 검색을 해서 찾아보고 글을 쓰지만 분명히 맞다고 생각하는 것은 굳이 찾아보는 수고스러움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틀린 상태로 있게 된다. 가끔 프로불편러들은 맞춤법을 틀리는 사람이 있으면 굳이 맞춤법이 틀렸다고 알려주기도 하는데 오히려 그런식으로라도 알려준다면 틀린 것을 알 수 있을텐데 매번 알려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참으로 난감하다.


[쓰면서도 헷갈리는 SNS 맞춤법]은 잘못된 맞춤법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 트위터 같은 SNS와 카톡 등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 사람들이 많이 틀리는 맞춤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SNS나 카톡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이란 곧 일상어이고 우리가 평소 많이 쓰는 말이므로 여기 나오는 내용들만이라도 잘 알아두면 일상생활에서 웬만한 맞춤법은 틀리지 않고 잘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책의 구성은 SNS와 카톡의 화면을 차용하여 마치 실제로 대화하고, SNS에 올려놓은 글 중에서 잘못된 맞춤법을 찾아내어 알려주는 형식을 하고 있다.


책은 난이도에 따라 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1단계에서는 몰라서는 안 되는 너무나 쉽고도 기초적인 맞춤법들을 소개하고 2단계는 어떤 말이 맞는지 헷갈리는 맞춤법들을 알려준다. 3단계는 많은 사람이 잘못 사용하고 있어서 마치 표준어인 것처럼 생각하며 사용하고 있는 말들을 알려준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난이도도 높아지고 고급 문법이 소개된다. 소개된 단어들 외에도 맞춤법을 설명하며 해당 문법에 속하는 다른 단어들도 예시로 제시하고 있어서 목차에 나오는 단어들 외에도 훨씬 많은 단어들을 공부하게 된다.


책을 보니 역시나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맞춤법들이 굉장히 많이 보인다. 심지어 1단계에서도 틀리게 알고 있던 맞춤법들이 몇 개 있다. '좀 있다 보자 → 좀 이따 보자' 이 케이스는 잘못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2단계에서도 꽤 많은 맞춤법을 잘못알고 있었다. 곤욕스럽다 → 곤혹스럽다, 가능한 → 가능한 한, 꽤나 → 깨나, 딸리지 → 달리지, 그럴려고 → 그러려고.. 이 외에도 많은 맞춤법을 잘못 쓰고 있단 것을 알았다. 3단계는 볼 것도 없이 거의 다 틀리게 사용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맞춤법은 그다지 많이 틀리지 않게 잘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많은 것들을 틀리고 있어서 좀 놀랐고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건 좀 심각하다. 역시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맞춤법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틀리게 쓰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책을 보며 틈틈이 공부를 해줘야 할 것 같다. 맞춤법은 외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계속 공부를 해주어야 할 것 같다. 책 사이즈가 작아서 휴대하기에도 좋아서 가지고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바르게 사용해야할 우리의 소중한 말인데 그동안 쓰면서도 헷갈려하고, 잘못 쓰고 있었다는 것에 반성하고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맞춤법을 틀리지 않게 제대로 잘 써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번아웃 레시피
이누카이 쓰나 지음, 김보화 옮김 / 벤치워머스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집밥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영양과 사랑이 듬뿍 담긴 따뜻한 밥 한끼. 건강한 재료로 맛있게 만들어낸 집밥은 위생적이고, 설탕과 조미료도 적게 들어가고, 저염식에 비용적으로도 득이 된다. 집밥이 최고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직장과 학교에서 하루종일 시달리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서 그때부터 다시 식사 준비를 한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의욕도 없고 체력도 바닥이 나서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으로 무기력해져버리는 번아웃 상태에 빠지면 요리라는 거추장스러운 일은 불필요한 행동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라면으로 대충 때우거나 배달음식을 시켜서 먹게 된다. 하지만 라면이나 배달음식도 한두번이지 매번 그렇게 먹는 것은 영양적으로도 좋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손실이 꽤 크다. 물론 기름지고 살이 많이 찌는 배달음식이 가져오는 비만이라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가 없다. 하지만 너무 피곤하고 영혼까지 연소시킨 밤에는 집밥을 해먹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매일 햇반에 조미김만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에게 번아웃 레시피 추천한다. 일반적인 레시피가 아니라 말그대로 현재의 번아웃 상태에 따라 재료, 장르, 시간, 도구를 골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레시피이다. 몸에 남아있는 체력 게이지에 따라 아주 간편하고 빠르게 후다닥 만들어서 먹을 수 있는 초간단 체력 보충 음식부터, 조금은 체력적 여유가 있을 때 조금 더 손이 가지만 그만큼 완성도 높은 음식까지 번아웃 정도에 따라 추천하는 레시피를 분류해서 소개하고 있다.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는 발상이다. 하루종일 밖에서 힘들게 시달리고 집에 왔는데 복잡한 레시피로 요리를 해야한다면 차라리 라면이나 냉동식품 등으로 대충 때우거나 배달음식을 주문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책에 나와 있는 레시피라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라면을 끓이는 정도의 수고만으로 근사하고 맛있는 한끼의 집밥이 뚝딱하고 완성된다면 당연히 번아웃 레시피로 맛있는 밥을 만들어서 먹을 것이다.


잔존 체력에 따라 가능한 레시피라는 발상은 너무 신선하다. 남은 체력이 없고, 쓰러질 것만 같은데 밥 한끼 먹겠다고 체력을 짜내서 음식을 만들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기농 재료로 시간을 들려 제대로 만든 슬로푸드로 거창한 디너가 좋다는 걸 몰라서 먹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럴 시간도 체력도 의지도 없기 때문에 슬로푸드를 만들어 먹지 않는 것이다. 힘이 없을 땐 지친 몸과 허기진 마음을 급속 충전해줄, 초간단, 초스피드 레시피로 만든 한끼가 더 좋다. 간단하게 설렁설렁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라면이나 기름진 배달음식보다는 훨씬 더 낫다.


게다가 혼자서 밥을 만들어 먹는 사람이라면 보통 먹는 메뉴가 거의 일정하다. 특별한 것을 만들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매번 만드는 메뉴만 만들어서 먹기 때문에 굉장히 식상하다. 맛있게 잘나온다는 편의점 도시락도 거의 같은 반찬에 비슷한 구성이라서 몇 번 먹고나면 질리게 된다. 그리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1인 가구 생활자인 사람들은 (특히나 남성은) 집에 변변한 요리 도구 같은 것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모처름 큰맘먹고 뭔가를 만들어보려고 해도 재료나 도구가 없어서 먹고 싶은 요리를 포기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도 이 번아웃 레시피는 유용하다. 굉장히 다양한 장르의 집밥 레시피가 70여가지나 소개되고 있어서 이 책을 참고하면 식상한 메뉴에서 벗어날 수 있고, 복잡한 도구나 음식 솜씨가 없어도 맛있게 음식을 만들 수 있어서 요리 초심자나 거창하게 요리를 할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도 따라할 수 있다.


책은 체력게이지가 HP 5%, HP 20%, HP 60%, HP 80%인 경우에 만들 수 있는 잔여 체력별 레시피가 소개되고 있다. 이 레시피는 재료 준비부터 요리과정은 물론이고 설거지의 최소화까지 고려하여 만들어진 레시피라서 뚝딱 만들어서 뚝딱 먹고 뚝딱 정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몸이 고단할 때는 요리하는 것도 귀찮은데 설거지는 더 귀찮다. 실제로 많은 경우에 설거지가 하기 싫어서 요리하는 것을 기피하는 사람도 꽤나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설거지 거리를 최소화해주는 레시피라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초간단, 초고속 레시피 이외에도 간단히 요리할 수 있는 초특급 간단 요리도구와 집에 상비약처럼 항상 구비해놓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레토르트 음식, 미리 손질해서 냉동실에 보관해두면 나중에 간편히 꺼내 쓸 수 있는 야채손질과 냉동보관법, 1분 만에 만들 수 있는 1분 스프와 국 등의 알짜 정보도 소개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이 일본서적이라 일본식 음식이 주가 된다는 점이다. 일본 가정식이라고는 해도 파스타나 샌드위치 같은 음식들도 소개되고 있어서 여전히 다양한 장르의 음식을 즐길 수가 있지만 우리 입맛에 맞는 한식은 없다는게 아쉽다. 요리에 사용되는 재료들도 일본요리에서 주로 사용되는 숙주라던지 미소된장 같은 것들이어서 일본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사람에겐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 소개된 레시피를 응용하여 비슷한 방식으로 나만의 한식 레시피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추억이 방울방울
이덕미 지음 / 쉼(도서출판)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억은 무조건 아름다운 것이다. 과거는 돌아오지 못한 시간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 그리고 결코 되돌리지 못할 기억,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추억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그 시간들에서 멀어져갈수록 아쉬움은 더욱 커지고, 기억은 깊어진다. 이 책은 그 시절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의 돌아오지 못할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자, 자신의 가장 빛나던 순간에 대한 헌사일 것이다.


8~90년대는 지금 기준으론 촌스럽고 쎄련되지 못한 시절이었다. 그 시절은 아날로그의 시대로 모든게 느리게 움직이고 불편함도 많았었다. 하지만 경제적 호황으로 특유의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느껴지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때는 공기 중에 자유로움과 편안함이 떠있는듯 했다. 어쩌면 아직 어렸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한국영화의 르네상스였기도 했을만큼 문화적으로도 화려하게 꽃피웠던 시절이었고, 한편으로는 암흑한 독재와 학생운동의 시절이기도 했다. 그리고 90년대 중후반으로 가면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뒤섞이며 사회는 점점 빠르게 변해갔으며 그렇게 20세기가 끝나고 새로운 밀레이엄을 맞아하게 되었고, 그렇게 20세기와는 작별을 고하게 되었다.


출판사의 서평을 보면 6, 70년생에게는 무한 공감을, 80년생에게는 어렴풋한 추억을, 90년생 이후 세대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고 써있지만 미안하게도 이 책은 오롯이 6, 70년생을 위한 책이다. 그 시절에 10대 20대의 청춘을 보냈던 사람들만이 이 책의 진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으며, 그 때의 시대정신과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90년 이후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 때는 이랬구나 하는 정도의 정보전달 수준에 그칠 뿐이다. 10대 20대의 감수성으로 인생의 가장 화려한 시간을 보냈던 그 시절의 기억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도무지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크게 히트를 했지만 청춘의 감정을 그 시절에 녹여가며 그 시간들을 지나온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그 때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지금의 청춘들이 그것을 보며 느끼는 감정이란 천양지차다. 어린 친구들은 이것을 색다른 재미거리로 소비하고 말겠지만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사람에겐 마치 자신의 앨범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내가 살아온 역사이고, 나의 이야기인 것이다.

책에 나오는 추억들 하나하나 곱씹으며 읽다보면 정.말.로. 옛생각이 방울방울 많이 떠오른다.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생활 패턴, 지금은 볼 수 없는 많은 것들, 그립고 정겨운 수많은 일들. 그 시절과 그 때 사람들만의 연결고리가 많은 기억과 어릴적 추억을 소환한다. 그리고 웃음과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맞아, 옛날엔 그랬지' 책을 보며 계속 되뇌이게 된다.


책에 있는 삽화는 그 당시의 분위기와 느낌을 굉장히 잘 보여준다.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그 시절의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린다. 가령 골목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아이가 입고 있는 빨간 옷은 등번호 18번의 선동렬의 유니폼이고, 포스터 그리기를 하는 책상엔 아코디언 물통이 놓여 있다. 시험을 치는 초등학생들이 중간에 올려놓은 가방은 세워놓는 스타일과 옆으로 눕혀놓는 스타일까지 모두 구현해내었다. 채변봉투를 담는 통에 적힌 남성국민학교는 우리집 바로 옆에 있던 학교라서 더욱 반갑다. 추첨식으로 들어가는 사립학교였는데 비록 추첨에서 떨어져서 그 학교에 다니진 못했지만 어쨌건 반갑다. 극장 간판에 그려진 탑건과 영웅본색은 실제로 1987년 같은 해에 개봉을 했었던 것 같다. 골목에서 아이들이 타는 스카이콩콩 손잡이엔 정말로 술이 달려 있었고, 방 TV 옆에 놓여있는 못난이 3형제 인형이나 신문에 나와 있는 TV 편성표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쳐놓은 것이나 TV가 골드스타인 것까지 깨알같은 디테일이 잘 살아있다. 그래서 글보다는 삽화에 더 눈이 간다. 앨범 속의 지난 사진을 보듯이 삽화를 보면 옛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물론 그렇다고 책에 소개된 추억을 모두 경험하고 모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공기놀이를 해본적도 없고 다마고치도 없었고, 스프링말을 탄적도 없다. 비닐포대 썰매를 타보지도 않았고, 피카츄 돈가스를 먹지도 않았다. 스프링 말을 타기엔 너무 늦게 태어났고, 다마고치를 하기엔 너무 일찍 태어났었다. 어중간하게 중간에 낀 세대쯤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것들이 낯선 이야기가 아니라 같은 시간대에 속한 그 문화들을 모르지는 않을 뿐더러 그 것들을 보고 들으며 접해왔기 때문에 낯설진 않다. 그런 것들은 그것대로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는 시간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는데 더 많은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오랜 앨범을 펼쳐보며 옛 기억에 빠져 흐뭇하게 미소짓게 만드는 마법같은 그림에세이다. 추억이 있어 즐겁고, 추억할 게 있어서 기쁘다. 어릴 적 그 시절을 글과 그림으로 만나보며 지난 일을 생각해보게 만들어주는 기억의 기록. 추억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남자 사용법 - 남자처럼 생각하고 여자처럼 행동하라!
스티브 하비 지음, 서유라 옮김 / 북아지트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책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이 말은 남자와 여자가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는 것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남자와 여자의 생각과 가치관, 논리적 프로세스 등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우열의 차이나 잘잘못을 따지는 것과는 다른 것으로 어느 한쪽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름'을 뜻한다. 유전적 원인이건 진화론적인 이유건 어쨌건 남녀는 생각부터 관심 사항, 사고방식, 표현법 까지 많은 것이 다르고, 누구나 그것을 인지하고 있다. 평소에는 그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문제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각 때문에 오해하고, 밤새 고민하고, 상처받고, 싸움을 벌이다 헤어지기도 한다.


연애를 하다보면 남자건 여자건 서로 자신의 성별의 가치관과 사고방식대로 현재의 연애상황과 상대를 이해하려 한다. 그러다보면 많은 오해가 생겨날 수 밖에 없다. 특히 여자들의 경우는 남자들보다 감정적이고 복잡한 생각의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실망과 상처를 받게 된다. 많은 경우 여자들은 남자를 억지로 바꾸려고 하거나, 사랑이란 이름 아래 남자가 자연스럽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자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이 스탠다스가 되어 남자가 자신에게 맞춰줄거라 믿는다. 여기서 모든 불행이 시작된다.


내 남자 사용법은 연애에 관한 남자들의 본심을 파헤친 연애 가이드북이다. 남자의 생각과 생각법을 몰라서 상처받거나 연애에 실패하는 여자들에게 남자의 생각을 일러주고, 남자의 뇌구조와 사용법을 알려준다.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생각의 차이 때문에 이해 못할 남자의 본질을 깨닫고, 말과 행동의 숨은 의미를 안다면 연애와 결혼생활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자건 여자건 보통 연애상담의 대상은 동성인 경우가 많고 같은 동성끼리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보아도 이성의 심리를 제대로 알긴 어렵다. 더 이상 헤매지 말고 이 책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자. 여자들에겐 남자의 심리를 알려주고, 반대로 남자들에겐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어떤 점이 다른지 명확한 답을 제시해준다.


남자의 심리를 알아야 유대감을 돈돈히 하고, 통제권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남자에게 많은 걸 기대하거나 바라지도 말고, 너무 헌신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남자는 아주 단순하기 때문에 남자에게 필요한 남자가 원하는 몇가지만 충족시켜주면 남자들은 행복해 한다. 그래서 남자들을 행복하게 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 없다. 응원과 의리, 섹스 이 세 가지 욕구만 충족시켜주면 그만이다. 이 욕구들은 사그라지지도, 바뀌지도, 더 강해지지도, 충족시켜주기 어려워지지도 않는다. 남자들이 원하는 건 오직 이 세 가지 뿐이다. 응원과 의리, 섹스 이 세 가지만 제대로 공급해주면 남자는 여자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게 된다.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원칙이다.


저자는 남자가 단순하다고 강조한다. 남자는 우선순위대로 움직이는데 그 첫 번째 우선순위는 여자와의 섹스라고 주장한다. 그냥 즐기기 위해 접근하는 남자가 많다는 뜻이다. 이런 기본적인 마인드를 감안하고 남자를 이해한다면 웃으며 접근하는 남자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은 그냥 즐기다 떠날 여자와 평생 함께할 여자가 따로 있다는 뜻도 된다. 스스로 즐길 여자의 범주에 속하는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남자에게 끌려다니지 말고, 남자가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남자가 정착할 여자가 되는 비법과 정착할 여자를 찾는 남자와 즐기다 떠날 여자를 찾는 남자를 구분하는 비법도 소개하고 있다.


책에서 가장 공감되는 부분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려주라는 부분이다. 이 역시 남자는 단순하다는 대전제 속에 포함되는 내용일텐데 남자들은 여자들이 돌려 말하거나, 눈치를 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여자와는 달리 남자는 직관적이고 직접적이기 때문에 여자의 은근한 권유나, 부드럽게 포장하여 말하는 내용은 그 말에 숨겨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여기서부터 트러블이 발생한다. 여자는 은근한 방식으로 많은 메세지를 보냈고, 남자는 그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저자는 그런 메세지 전달방식이 아닌 직접적으로 말을 하라고 조언한다. 남자에게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대신 원하지 않는 것을 분명히 밝히라고 한다. 좋아하는 것 대신 싫어하는 것을 알린 뒤 남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피라고 한다. 그 말 속에는 남자가 어떻게 행동하길 바란다는 기준을 제시했고, 남자가 그 기준을 따를지 어떨지는 남자의 몫이란 것이다. 그 정도의 눈치도 없다면 그건 답이 없다는 뜻인 것 같다. 결국 남자가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적어도 여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거란 뜻이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란 오래된 광고 카피가 있다. 그 말처럼 여자가 하기에 따라 남자는 바뀐다고 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남자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남자의 생각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남자의 심리와 생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명랑연애생활과 남녀의 관계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명연설 - 역사의 순간마다 대중의 마음을 울린 목소리의 향연
에드워드 험프리 지음, 홍선영 옮김 / 베이직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적 순간의 중심에는 그 순간을 이끈 인물의 명연설이 있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으로 유명한 링컨의  게티스버그 명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마틴 루터 킹의 연설,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지 묻지 말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지 물어라' 존 F 케네디의 취임연설, 노무현의 대선출마 수락 명연설까지 연설은 대중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연설이란 설득의 도구이고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사람들에게 설파하는 것이다. 그래서 명연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대중의 심리를 사로잡는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중요한 사건을 앞두고 항상 연설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도 연설의 힘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거사를 치르기 전엔 리더가 연설을 하는 장면이 들어가고, 배우의 연설로 그것을 보는 관객들의 심리까지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장면이 나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대중을 이끌고 시대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들은 연설로서 대중을 움직인다. 그들의 연설은 시대상을 담고 있고, 대중이 원하는 바를 알고 있으며, 그들의 연설은 엄청난 통찰력을 전달해준다. 그래서 우리는 그 연설을 통해 그 시대의 가치관과 윤리, 도덕적 사고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엿볼 수도 있고, 시대에 따라 어떤 인물들이 등장했고, 어떤 주장을 했으며, 어떤 말로 대중들을 움직였는지를 알면 역사의 변화와 그 당시 시대정신과 시대적 소명이 무엇인지 알수도 있다. 또한 각의 연설문에는 연설을 하게 된 배경과 그 상황의 맥락과 같은 정보가 담겨 있으므로 지금의 역사를 형성하고 변화해온 거대한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연설자는 정치인, 인권 운동가, 노동 운동가, 여성 참정권, 과학자 등 다양한 배경과 소속을 가진 인물들이 속해있어서 그들의 연설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책에는 지난 4세기에 걸쳐 등장한 영어로 된 가장 뛰어난 41편의 명연설을 담았다. 각 연설문 앞에는 연설자의 생애, 연설의 배경과 의의, 연설의 특징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연설문의 역사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해놓았다. 그냥 연설문만을 보는 것보다 그 연설을 하게되는 배경과 의의를 알고서 연설을 들으니 더욱 그 의미가 잘 파악되고,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 실제 음성이 담긴 육성 파일도 QR코드를 통해 제공하고 있어서 연설 현장에 직접 있는 듯 생생하게 그 연설을 들어볼 수도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의 전문을 본 것은 처음인데 생각보다 짧다. 그리고 전쟁 중에 전투를 앞두고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연설을 했다고 생각했었는데 큰 전투 후 희생자들을 안장하는 과정에서 군중(시민)을 앞에 두고 이런 연설을 했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피 땀 눈물'이라고 하면 방탄의 노래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 훨씬 이전에 윈스턴 처칠이 '피 땀 눈물과 노력'이란 명연설을 하였다고 한다. 처칠이 총리가 되고 처음 의사당에 들어가 했던 이 연솔로 인해 미국의 협력을 끌어냈고, 전 유럽을 차지한 독일 앞에 풍전등화와 같았던 영국은 기사회생했다고 한다. 케네디의 대통령 취임 연설은 명연설로 유명하다. 이전의 대통령들의 취임 연설은 자신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의 말을 하였지만 케네디는 반대로 국민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었다. 민주주의는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의무도 있다는 것을 한마디 말로 나타낸 것이며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연설이었다. 마틴 루터 킹의 '나는 꿈이 있습니다'란 연설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로 손꼽힌다고 한다. 노예해방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만연한 흑인에 대한 차별과 학대의 현실에 자손들은 다 함께 평등해지길 바란다는 꿈을 외쳤다. 그리고 마틴 루터 킹의 또 하나의 명연설 '나는 산 정상에 올랐습니다'는 일종의 유언과 같은 연설이었다고 한다. 연설문의 마지막엔 마치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있던 것처럼 죽음을 암시하는 대목도 있는데 연설을 한 바로 다음날 암살을 당한다. 연설하는 빠지지 않는 인물이 버락 오바마이다. 연설을 잘 했던 것으로 알려진 오바마는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된 것이야말로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증거라고 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