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셰프 서유구의 식초 음식 이야기 ㅣ 임원경제지 전통음식 복원 및 현대화 시리즈 8
서유구 외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외 옮김 / 자연경실 / 2021년 10월
평점 :
다른 조미료처럼 주가 되거나 많이 사용되지는 않지만 한방울만으로도 다른 맛을 압도해 내는 식초의 존재감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사실 잘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식초는 매일 접하고 있고, 계속 먹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식초 음식이 존재하지만 생각만큼 그 수가 많지 않고, 식초가 음식에서 많이 활용되지도 않는다. 애초에 식초 자체가 메인이 되는 조미료도 아닐뿐더러 식초가 주가 되는 음식도 많지 않다. 하지만 다른 다라에서는 식초가 음식에 굉장히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중동, 프랑스, 태국, 터키, 중국 일본에서는 기본 소스 뿐 아니라 고기, 생선요리, 식초를 넣은 칵테일까지 식초를 여러 요리에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새콤한 느낌으로 식초로 신 맛을 가미하는 정도로만 사용할 뿐 노골적으로 신맛이 전면에 드러나는 세련된 음식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식초를 장수식품, 피로 해소제, 디톡스 식품,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특히 몸에 쌓인 독소를 배출시키는데 식초가 효과적이라는 말이 돌면서 파인애플, 딸기 식초 같은 것들이 반짝 주목을 받기도 했고, 다이어트에 좋다는 이유로 또다시 반짝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식초는 건강식품으로서 반짝인기 밖에 끌지 못한 것 같다. 아무래도 시큼한 맛 때문에 먹기가 쉽지 않은 이유인 것 같다. 그런데 식초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면역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게 되었는데 면역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며 신맛이 부족한 한국인의 밥상에 신맛을 추가하면 그만큼 면역력이 증진될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식초가 조미료의 의미보다는 건강식품으로서의 가치가 더 인정받고 있지만 원래 식초는 음식의 맛을 돋우고 오래 먹을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양념이었다. 우리 선조들도 식초가 가진 여러 효능을 알고 치료나 예방 식품으로 먹기도 하였다고 한다. 앞서도 말했듯이 요즘은 음식이 아니라 건강식품처럼 생각하다보니까 시큼하고 맛없는 약을 먹듯이 식초를 억지로 먹는 경향이 있다. 식초의 유행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도 먹기 힘든 식초를 약처럼 생각하고 먹다보니 건강에 좋다는 말이 나오면 먹기 시작했다가 먹는 것이 힘들어서 그만두고를 반복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억지로 약 먹듯이 식초를 먹을 것이 아니라 예전 우리 조상들이 먹었듯 다양한 식초 음식으로 먹는다면 식초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초 음식이 다양하지 못하다보니 식초의 사용이 활발하지 않고, 그 결과 식초와 산에 대한 이해는 물론 음식에 식초를 활용하는 조기 기술도 부족하다고 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식초를 활용하여 음식 맛의 균형을 잡고 풍미를 올리는 일에 서툰 것이다. 이 말은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오는 다섯가지 맛과 영양 중 한가지가 결핍되어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조선셰프 서유구의 식초 음식 이야기]는 전작 [조선셰프 서유구의 식초 이야기]에서 복원한 우리 고유의 전통식초를 활용하여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서유구가 집필한 조선 최초의 요리 백과사전인 정조지의 조미료편에 해당하는 미료지류에는 다양한 종류의 식초를 만드는 재료와 방법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 다양한 식초를 사용한 음식들도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정조지와 다른 고조리서에 소개된 우리 전통 음식 중에서 식초로 맛을 낸 음식을 복원하여 소개하고 있다.
책은 총 3장으로 되어 있는데 1장은 서유구의 정조지에 나오는 식초 음식, 2장은 정조지 이외의 여러 고조리서에 담겨있는 식초 음식을 3장에서는 따로 문헌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지만 어머니의 손에서 손으로 이어진 식초 음식이 소개되고 있다. 식초 음식이라고 하면 신김치나 동치미, 초절임 같은 것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데 책에 소개된 식초 음식은 의외로 생각보다는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역시 나물 무침류가 가장 많았는데 무침류 뿐만 아니라 국류, 면류, 조림류, 찜류, 포까지 조리 방식도 다양했고 사용되는 재료로는 각종 채소 외에 생선과 닭고기도 식초와 궁합이 잘 맞는지 생선과 닭고기 메뉴가 많이 보였다.
사실 평소엔 식초 음식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뭘 식초 음식이라고 하는지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식초가 많이 들어간 음식은 많이 먹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자주 먹으면서도 특별히 식초 음식이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냉면, 초고추장, 육회, 냉국, 초계국수 같은 것도 식초 음식으로 소개되고 있어서 식초 음식이 그리 생소하거나 멀게만은 느껴지지 않았다. 식초의 새콤한 맛은 입맛이 떨어졌을 때 입맛을 돋구어주기 때문에 냉면이나 냉국 같은 여름에 먹는 음식에 많이 사용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굴국처럼 겨울 음식에도 식초가 쓰이고 있고 각종 나물 류는 봄에 먹을 수 있으므로 식초 음식은 사시사철 밥상에 올라온다고 하겠다.
책에 소개된 레시피는 비교적 간단하게 나와 있는데 대부분의 요리는 만들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아서 간단한 레시피로도 충분히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 과정이 조금 복잡한 요리도 오히려 설명이 간단/간략해서 차근차근 따라하면 큰 부담없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조지와 고문서에 나와있는 메뉴들은 조금 낯설지만 3장에 나온 손에서 손으로 이어진 민간 레시피는 익숙한 메뉴도 있어서 우선은 조금은 익숙한 그 메뉴들부터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다. 식초가 몸에 좋은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식초를 약처럼 먹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식초 음식을 통해 식탁을 풍성하게 하고, 부족할 수 있는 건강도 챙겨보면 좋을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