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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데코의 사적인 안주 교실 - 술이 술술, 안주가 술술
나카가와 히데코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1월
평점 :
개인적으로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술자리에서는 소위 안주빨을 많이 세우는 편이다. 술꾼들은 새우깡 하나 놓고도 소주를 마시기도 하고, 딱히 안주가 없어도 맥주나 와인 그 자체의 맛을 즐기기도 한다지만 반대로 술자리에선 안주가 매우 중요하고 안주가 없으면 안되는 나같은 사람도 존재한다. 보통 술을 마실 땐 특별히 안주를 만들어서 먹기 보단 배달음식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밀키트 또는 간단하게 편의점의 인스턴트 음식 같은 것을 먹는 편이다. 그런데 배달음식이나 마트에서 파는 안주거리라는 게 사실 고만고만하다보니 말하자면 평소 먹는 안주는 한정적이고 제한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술을 마실 때는 혼술을 하기보단 사람들과 어울려서 홈파티 느낌으로 마시는 편인데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안주도 푸짐하게 깔아놓고 먹는 걸 선호한다. 이 말은 만약 직접 안주를 만든다면 손님 접대용으로 부끄럽지 않은 맛과 비쥬얼이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배달음식이나 밀키트를 사와서 데워먹는 이유도 그것이 간편하기도 하지만 요리 실력이 없다보니 직접 안주를 만드는 것보다는 배달음식이나 밀키트 따위를 내놓는 것이 구색맞추기에는 더 낫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술을 잘 못마시는 입장에서는 어떤 술에 어떤 안주가 어울리는지 그런 궁합을 찾는 것부터 어렵다. 그렇다보니 치맥이나 소주에는 찌개 같은 뻔한 메뉴만을 떠올리게 되고, 자연히 술에 어울리는 안주의 선택의 폭도 좁아지게 된다.
[히데코의 사적인 안주교실]에서는 여러 술에 어울리는 초간단 안주 레시피 50가지를 선보인다. 저자인 히데코 씨는 일본 가정식, 지중해 요리 등의 요리를 가르치는 요리 선생님이라고 한다. 저자 스스로가 소문난 애주가라서 술을 즐겨마시는데 요리 선생님인 저자가 평소 즐겨 먹는 안주를 소개하는 형식이다. 저자는 귀화 한국인이라는데 일본 출생인만큼 책에는 일식을 비롯해서 한식, 스페인식 등의 다양한 국적의 요리가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약간 퓨전 느낌처럼 그 나라의 정통 요리 방식은 아니다. 형식과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고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맛의 안주를 쉽고 맛있게 만들어보자는 취지이다.
책은 크게 3파트로 간단하지만 맛은 좋은 혼술안주 15, 홈술의 품격을 높여주는 폼 나는 안주 15, 애주가를 위한 명품 안주 20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제목에서도 이 책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데 책에서 소개하는 안주들은 하나같이 간단하게 만들 수 있지만 맛은 좋으며, 만들어 놓으면 뭔가 그럴싸한 폼나는 안주들 지향한다. 이른바 백주부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레시피는 쉽고 간단하지만 맛은 기대 이상으로 좋고, 완성품의 비쥬얼도 꽤나 좋아서 홈파티를 할 때 손님들에게 내놓으면 요리 잘한다는 소리도 듣고, 술자리 분위기를 품격있게 해주는 그런 명품 안주들인 것이다. 파트별로 구분해놓긴 했지만 크게 차이점이 있는 것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쉽고, 맛있고, 그럴싸한 안주라는 점은 동일하다.
레시피는 완성품 모델이 한페이지, 재료 소개와 레시피, 요리 팁이 한페이지를 차지하여 안주 하나당 한 페이지로 끝장낸다. 그만큼 레시피 자체가 간단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레시피와 재료 소개 등은 전부 텍스트로만 되어 있다. 보통의 요리책은 텍스트로만 되어 있거나 사진으로 과정을 설명하거나 하는 두 가지 형식으로 나뉘는데 여기서는 사진 설명은 전혀 없다. 그런데 책에 나오는 안주들의 레시피는 과정이 3단계에서 많아봤자 5단계정도 뿐이라서 그렇게 어렵지 않고, 나같은 요리 초보들조차 굳이 사진설명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하고,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이라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다. 과정 자체가 딱 백종원 스타일로 손도 많이 안 가고 어려운 기술을 요하는 것도 없어서 쉽고 편하게 따라할 수 있다.
사용되는 재료도 흔히 냉장고 한 귀퉁이에 항시 박혀있거나 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라서 부담없이 한번쯤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비싸고 구하기 힘든 재료를 사용하는 요리라면 아무리 맛있고 근사해 보여도 쉽게 손이 안 가는데 재료도 집에 굴러다니는 흔한 것들이 대부분이고, 지금도 안주로 많이 먹고 있는 친숙한 재료들이라 지금 바로 주방에 가서 뚝딱하면 하나의 근사한 안주가 만들어진다. 익숙한 재료로 만든다는 것이 큰 메리트인데 자주 먹고, 흔하게 다루어본 익숙한 재료라서 기본적인 조리법이나 손질법 등도 이미 익숙해져 있어서 레시피가 간단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흔한 재료지만 약간의 아이디어가 더해져서 평소 먹던 것보다 훨씬 맛있는 일품 요리가 만들어지는 것이 재미있다.
각 메뉴에는 해당 안주와 잘 어울리는 술이 소개되고 있다. 소주, 맥주는 물론 사케, 전통주, 하이볼, 와인 등 다양한 술과 궁합이 맞는 요리를 소개해 놓고 있어서 취향대로 선택하여 만들면 되겠다. 아무래도 저자가 일본 출생이라 그런지 말로는 한식, 스페인식, 지중해풍의 느낌도 있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일본식이거나 일본풍으로 변주된 느낌의 음식 스타일이 많은 것 같다. 앞서 정통요리가 아니라 퓨전 형식의 음식들이라고 말을 했었는데 말하자면 일본풍으로 퓨전을 했다고 하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할 것 같다. 일본인들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의 메뉴가 많이 보이는데 반대로 말하면 우리에겐 이국적인 느낌의 안주가 되는 셈이다. 늘 먹던 식상한 안주가 아니라 새롭고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메뉴 구성은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각 메뉴마다 '히데코의 스몰 토크'라는 코너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그 메뉴나 재료에 대한 특징이나 에피소드, 요리 노하우 같은 것들을 설명하고 있어서 읽어보고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어렵지 않게 뚝딱 만들면서 맛도 좋고, 손님 상에 올려놓으면 그럴싸한 멋진 술과 멋지게 어울어지는 맞춤형 안주로 혼술이 됐건, 홈파티가 됐건 그 시간을 한층 맛있게 업그레이드 시켜보면 좋을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