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신의 제2차 세계대전 총기 도감
우에다 신 지음, 오광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밀덕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전쟁은 아마 제2차 세계대전일 것이다. 이미 한 세기가 훌쩍 지난 아주 오래된 일이 되었지만, 여전히 게임이나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2차대전을 많이 다루는 것은 그만큼 높은 관심과 수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인기에는 당시 사용되었던 총기들의 독특한 매력도 분명 한몫할 것이다. 참혹한 전쟁에서 낭만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당시의 무기에는 분명 낭만이 있었다. 지금의 무기들은 오랜 시간 진화를 거듭하며 효율적인 형태로 수렴해 서로 닮아갔고, 여기에 커스터마이즈까지 가능해지면서 외형만으로는 어느 나라의 무기인지 단번에 알아보기 어려워졌지만 2차대전의 무기들은 국가별로 뚜렷한 특징과 개성을 지니고 있어, 그 자체로 각 나라를 대표하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아무튼 이런 매력 때문에 꼭 밀덕이 아니더라도 2차대전의 무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처럼 말이다.


[우에다 신의 제2차 세계대전 총기 도감]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추축군, 식민군 등 각국이 사용했던 총기를 일러스트로 소개하는 총기 도감이다. 게임이나 영화를 통해 2차대전 당시의 총기를 꽤 많이 접해 비교적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다양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미군과 독일군의 총기는 비교적 눈에 익었지만, 상대적으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다른 나라의 무기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고 모르는 것이 많았다. 각 국가별로 대표적인 주력 화기는 알더라도, 세부적으로는 잘 몰랐는데, 이 책에서는 권총, 소총, 기관총, 산탄총, 기타 각종 화기를 국가별로 총망라하여 소개하고 있어, 모르고 있던 총기류 일체를 한눈에 비교하며 이해하기에 매우 좋다.


일단 매우 정교한 일러스트로 되어 있어서 보는 맛이 있다. 일러스트는 특징을 살려서 묘사하기 때문에 오히려 실물 사진보다 더 눈에 잘 들어오고 디자인이나 구성, 형태를 이해하기 용이하다. 디테일한 묘사로 조금씩 개량한 총기의 바리에이션 버전의 세부적인 차이도 꼼꼼하게 설명해서 그냥 보면 모르고 넘어갔을 차이까지 알게 해준다. 총기 도감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단순히 총기 그림만 나열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제원과 구조는 물론이고 조작법과 사격 절차와 자세, 부품 구성, 정비 도구 등 총기에 대한 전반적인 사안을 함께 다루고 있어 총기의 성능과 구조뿐 아니라 실제 사용 방식과 운용 환경까지 총기와 관련된 여러 지식을 폭넓게 알 수 있도록 한다. 더 나아가 각 국가의 보병 분대 편성표를 함께 제시해, 해당 총기들이 실제 전장에서 어떤 구성으로 분대에 배치되고 운용되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다시 일러스트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총기를 들고 있는 군인의 일러스트는 밀리터리 프라모델 박스아트를 연상시키는 구도로, 장비와 자세가 정갈하게 표현되어 있다. 총기의 형태와 디테일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 이를 참고하면 밀리터리 프라모델을 채색하거나 디테일을 표현할 때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총기의 사격 자세나 보병 분대의 편성과 배치에 대한 설명은 디오라마를 제작하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만하다. 2차대전 당시 이렇게 다양한 총기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에 먼저 놀랐고, 이를 하나하나 조사해 정리해 놓은 저자의 덕력에도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역시 밀리터리 분야에서 ‘덕후의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저자다운 집요함이 느껴진다. 미·영·독 3국을 제외한 국가들 가운데서는 일본 총기의 비중이 비교적 높은 편인데, 이것이 저자가 일본인이라서 의도적으로 비중을 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당시 일본이 사용한 총기의 종류가 많았기 때문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평소에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일본의 총기들을 비교적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의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다. 물론 한국과의 역사적 관계를 떠올리면, 이 총기들의 끝이 우리를 향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어 다소 씁쓸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을 상징하는 총기라고 하면, 아무래도 독일군의 무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미군들 사이에서 최고의 전리품으로 여겨졌던 루거 권총을 비롯해, 2차대전 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MP40, ‘히틀러의 전기톱’이라 불린 MG42는 지금도 영화와 게임을 통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2차대전을 대표하는 총기로 인식되고 있다. 이 총기들은 다른 나라의 무기와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외형과 강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소련의 PPSh-41이나 저격총으로 유명한 모신나강, 미국의 M1 소총과 카빈, 톰슨, 브라우닝 등도 분명 2차대전을 대표하는 무기들이지만, 이상하게도 미적인 인상에서는 독일군 총기에 비해 덜 강렬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FPS 게임을 할 때면 독일군 무기를 일부러 찾아 사용하게 되는데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 남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인 총기 외에도 대전차 소총이나 대전차 전투용 무기, 특수 임무용 화기, 간접 사격 장치, 철조망 절단기와 조준경 같은 각종 특수 장비까지 깨알같이 수록해 놓아, 이 책이 단순한 총기 도감을 넘어 당시 보병 전투 전반을 조망할 수 있는 자료라는 인상을 준다. 영화에서는 미군의 대전차 로켓 발사기나 독일의 그 유명한 판처파우스트 같은 무기는 비교적 자주 접하지만, 대전차 소총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런 무기는 현대에나 존재했을 것이라 생각해왔는데, 전차나 장갑 차량을 상대하기 위해 보병이 휴대하던 대전차 소총이 실제로 운용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졌고, 과연 당시 전장에서 얼마나 실용적이었을지 그리고 이런 장비들이 왜 영화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는지에 궁금해진다.


그리고 책을 보다가 예전부터 늘 궁금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책에 나온 소총 제원을 참고해서 써보면 미국의 주력 소총은 반자동 소총인 M1 개런드이고, 독일은 볼트액션 방식의 Kar98k다. M1은 8발이 들어가고 반자동이라 사격 속도가 빠른데, 독일의 Kar98k는 5발 장전이고 볼트액션이라 한 발 쏠 때마다 노리쇠를 당겨야 한다. 독일은 기관단총이나 자동화기, 돌격소총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력이 있었는데, 왜 주력 소총은 이런 총을 사용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장에서는 사격 속도나 장탄수가 전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텐데, 굳이 이딴 걸 계속 사용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명중률이 더 높아서였을까, 아니면 생산이나 보급 같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걸까. 책에서는 이런 배경까지 자세히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제원을 하나하나 보다 보니 오히려 이런 의문이 더 커졌다.


아무튼 책은 재미있다. 밀덕이나 전쟁 영화를 좋아하거나 메달 오브 아너, 콜 오브 듀티 같은 FPS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분명 좋아할 만하다. 요즘의 총기도 분명 매력이 있지만 역시 이 시절 총기들이 가진 개성 넘치는 매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 시대 각국의 멋있고 독특한 총기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굉장히 디테일하고 섬세한 일러스트 덕분에 눈도 즐겁다. 2차 대전 총기에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다면 그냥 넘기기엔 아까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