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강준 지음 / 좋은땅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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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디캣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마샬 아츠에 대한 책이 이처럼 사색적이고 철학적일 수 있을까. 
저자는 단순히 무술의 동작과 테크닉만을 논하지 않는다
왜 이것을 배우려 하는지, 그것을 통해 이루려는 것은 무엇인지, 진정한 마샬 아츠란 어떤 의미인지 등을 이야기한다. 
저널리스트가 쓴 글처럼 꾸며지진 않지만 간단명료한 문체에서는 행동가로서의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아울러 자신이 몸담은 분야를 그저 상대를 때려눕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수양하는 통로로서 승화시킨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대결과 승리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선택의 문제로 사람들을 안내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물리적 경합의 본질은 주먹을 어떻게 내지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주먹을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기술이 부족해도 마음이 꺾이지 않는 사람들이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도 강조한다. 
즉 대결은 기술의 전쟁이 아니라, 선택의 전쟁이라고 말한다. 
무술에 있어, 이 생소하기만 한 선택에 관한 설명은 언뜻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극히 실체가 있는 행동으로서의 싸움은 아이러니하게도 선택이라는 추상적 사고가 최종 목적지임 셈이다. 
왜냐하면, 싸움은 상대를 부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시작할지, 멈출지를 아는 자신이 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강하다는 것은 상대, 더 나아가 싸움이라는 것의 두려움에 삼켜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위트 있는 표현과 저자가 직접 그린 수준급의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다. 
예컨대 파운딩에 대한 설명 파트의 표제어는 '너의 얼굴은 초기화되었다, 너의 자만도 함께'이고, 
정강이 크러셔에 대한 설명에서는 '통증은 감각이 아니라, 메시지다'라고 제목을 붙었다. 
이 외에도 촌철살인급의 표현과 재미 있는 문장들이 아주 많다. 
또한 각 소챕터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저자의 그림도 시선을 끈다. 
마치 미국 현지의 체육관 홍보물 같은 분위기의 그림들은 시작부터 독자의 주의를 환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용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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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초 티처의 111 라틴어 필사집 - 10대의 빛나는 순간을 써 내려가다.
산초 티처 조경호 지음 / Orbita(오르비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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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죽어버린 언어, 이젠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언어. 라틴어.
그러나 신비하게도 출판계에서 이 언어가 키워드가 되면 인기가 좋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라틴어는 많은 언어, 더 나아가 많은 문화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베껴쓰기, 생각이 필요 없이 그대로 따라쓰기. 필사. 
하지만 신기하게도 현대인에게 필사는 생각을 하게 하고, 그것을 정리하게 해준다. 
그건 왜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필사는 현대인에게 있어, 수도하는 행위, 더 나아가 성찰하는 순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를 한데 묶은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잃어버린 언어를 통해 잃어버린 명상의 시간을 찾고, 베껴 쓰는 것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베껴보는 기회를 선사한다. 

가장 큰 장점은 여러 라틴어 고전의 원문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라틴어는 수많은 언어 및 문화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그 원초적이고 기원적인 모습을 활자로 만나고 직접 필사할 수 있다 
간혹 잘 모르는 문자와 뜻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알파벳으로 단련된 현대인들은 직감적으로 이것이 지닌 의미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끊임없이 변주되는 태초의 오리지널리티와 풍성한 나무로 분화하는 신성한 씨앗이 지닌 거부할 수 없는 미학과 지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천 년이 지나서도 우리의 뇌리를 자극하는 위인들의 촌철살인 말들 역시 독자를 사로잡는다. 
몇 천 년이 지나도 사람이 사는 것은 그 원리와 모습이 상통하는 것이 있고, 그 본질을 꿰뚫는 문장을 만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단순히 글자를 베끼는 것이 아니라, 세월에 축적된 통찰과 지혜를 따라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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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뜬구름
찬쉐 지음, 김태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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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본 가장 독톡한 소설이다. 
동시에 묘한 불완전성과 불가지성으로 인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하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서 더욱 이해하기 위해 몰두하게 된다. 
서사는 조각나 있어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추적해나가야 하고, 온갖 과장과 왜곡은 현실을 모호하고 몽환적으로 만든다. 
논리의 비약이 난무하지만, 그 맥락과 근원에는 뭔가 알아채지 못한 주제가 있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표현이 자극적이지만, 그 모습과 의미에는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은유가 있다. 

작가는 왜 이렇듯 비이성적이고 단말마적인 서사와 묘사를 진행하는 것일까. 
그건 당연하게도 그런 방법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인식하는 이 세계, 그리고 자아를 제외한 모든 존재와 사물들, 축적되거나 처리되어온 역사, 문화라는 허울 좋은 모순 등등을 제일 명확히 드러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무의식으로 그런 작가의 의도에 동조되어 간다. 
우선, 미시적으로는 중국이라는 공간, 압축적이고 폭력적이던 그 나라의 근대화 과정, 그럴 듯한 허명으로 포장된 이념 전쟁, 문화대혁명으로 대표되는 광기와 몰락하는 지성, 지저분하고 불쾌한 부산물을 낳는 현대화 물결 등을 연상하게 된다. 
그리고 더욱 확장된 시야로 전이되는 순간, 지구라는 공간, 문명의 잔인성, 끊이지 않는 대립과 갈등, 제어할 수 없는 부조리와 폭력, 결국엔 폭발하고야 마는 원한과 분노, 인간성의 추악함과 모순적으로 공존하는 정신적 감수성 등등을 떠올리게 된다. 

작가의 그로테스크한 서사와 묘사에 점진적으로 동조되는 순간, 이 세상의 아름다움과 추함은 공존하면서 대립하고, 마음속 공허함은 드러나면서 감추어진다. 

#찬쉐 #김태성 #오래된뜬구름 #열린책들 #문화충전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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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제인 오스틴 - 젊은 소설가의 초상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김선형 지음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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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가 쓴 에세이.
이 말이 낯선 이유는 대부분의 번역가는 자신의 말을 아끼기 때문이다. 
어느 작품을 옮기고 그것에 초점이 맞춰지게 하는 것이 숙명인 까닭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의 얘기를 하는 건 책의 끝에 자리하는 '옮긴이의 말'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자신이 사랑하는 작가와 자신이 직접 번역한 작품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에세이라는 형식으로 스스로의 이야기를 한다. 
이 점이 이 책에 시선을 빼앗기고 선택하게 만든 이유이다. 
  
가장 큰 장점은 제인 오스틴이라는 작가와 그 작품을 면밀하게 살펴보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단언컨대 어느 외국소설을 제일 많이 들여다보고 고민하며 해석하는 이는 그 번역가일 것이다. 
그 숨겨진 의미는 무엇일지, 놓치는 것은 없는지, 그 맛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화적 사회적 맥락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작가의 섬세한 감각을 그대로 살려놓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자신의 사유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 이 책은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세세한 지식에서부터, 일화 및 작품에 대한 얘기는 물론, 자신이 노력 끝에 발견해낸 비밀들까지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스스로 번역한 원문을 인용하여 마치 주해를 달 듯이 자세히 설명하기도 하고, 작가와 작품으로 인해 떠올린 영감과 사색을 공유하기도 한다. 
작가의 인간적인 모습과 작품 속 세계를 생생하게 부활시키기도 하고, 그것이 어떻게 현실을 투영하고 있는지도 알려준다. 
아울러 어느 구절을 왜 그렇게 번역했는지, 무엇을 살리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했는지도 얘기하고 있어, 번역이라는 과정의 생략된 프로세스도 엿볼 수 있다.  

#디어제인오스틴 #김선형 #엘리 #문화충전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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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도 괜찮아
안수자 지음, 지담 그림 / 모해출판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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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부부싸움은 아이들의 원초적 두려움의 근원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온 세상, 온 우주가 붕괴하려고 하는 것이다
어른들에게는 별 것 아닌, 단순한, 그저 일상의 일부인 다툼이 아이들에게는 천문학적인 스케일로 충격파를 던져주게 된다. 

이 책은 부부싸움이라는 사건을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더 나아가 그 스케일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현실과 판타지가 적절한 비율로 혼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서두의 스토리 도입은 어린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현실에 환상적인 요소가 접목하게 되는 전개는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마무리로 갈수록 이 책의 주제와 미묘하게 연결된다. 
특히 특별할 것 없는 부모의 다툼이라는 소재를 시작으로, 은유와 위트로 점차 판타지적 이야기로 진행해가는 흐름이 독특하다. 
아울러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애초에 주제적 목표로 설정한 부모의 싸움이라는 사건에 대한 아이들의 성숙한 관점 형성을 유도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요즘 많은 책들이 무턱대로 판타지 요소를 끌어와 비현실적 얘기를 하는 것이 아쉬운 점인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현실과 판타지의 적합한 조화를 보여준다. 

다음으로, 아이들이 좋아할 그림이 함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어린 독자들은 아직 활자로만 된 이야기에 몰입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웹툰 같은, 만화 캐릭터 같은 이 책의 그림은 아이들의 집중도와 흥미를 높여준다 
너무 예술가 감성을 가미하여 이해하기 어렵고 어른 취향이 되어버리는 그림도 아니고, 정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그림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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