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논어 - 2500년 고전에서 찾는 인생의 진리
야스토미 아유미 지음, 고운기 옮김 / 레디투다이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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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의 첫 문장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이 고색창연한 구절을 이 책의 저자는 다음과 같이 시작하며 서술한다.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자신의 감각을 팔어넘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1페이지 인용)

이 책은 이렇듯 논어라는 불멸의 고전을 혁신적으로 해석하여 즐거움을 준다. 

다시 서두에 언급한 문장으로 돌아가, 부연하자면,
무언가를 배우게 되면 기존에 자기의 감각을 통해 정립하고 있던 생각과 지식이 심대한 도전을 받아 무너지게 되고, 
새로운 감각을 통해 새롭게 세워지는 생각과 지식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즉 애초에 가지고 있던 자신의 감각을 배신하는 것이니, '팔아넘긴다'는 도발적인 표현이 설득력을 지닌다. 

그리고 이에 그치지 않고 새로 받아들인 지혜를 피동적으로 수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체화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궁극적 깨달음이라는 마무리로 독자로 안내한다.  

또한 가장 인상적이고 대표적인 예시를 들었지만, 이런 통찰이 그 뒤로 계속 이어진다. 

이 책의 끝에 이르게 되면 몇 가지 핵심이 독자의 머릿속에 잔상을 남기게 되는데, 
본 필자의 경우는 게으름을 경계한 공자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선천적 조건, 재능, 운명에 안주하는 것을 '악'으로 지명하였다. 그리고 배우는 자세를 '인'이라 지칭한다. 
공자가 지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또한 본문에는 그야말로 '공자님 말씀' 같은 당연하고 지루한 얘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세상의 비판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변호하는 공자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예컨대, '공자와 은자'에서 그는 사람은 사회를 떠나 은둔하며 살 수 없고, 진정한 가치를 위해서는 세상에 나와 능동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p.s. 옮긴이의 에필로그가 명문이다. 자신이 이 책을 번역한 이유,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이 책을 발견하게 된 에피소드도 들려준다. 


#초역논어 #야스토미아유무 #고운기 #레디투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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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 이야기
이스카리 유바 지음, 천감재 옮김 / 리드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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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상과학소설 이야기

함량 미달의 소설이 난무하지만, 특히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분야가 공상과학소설이다. 
상상력이라는 허울을 방패로 삼아, 기본적인 논리성, 개연성, 문학성을 갖추지 않는 창작물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주목할 만한 소설집이다.   

우선 작가의 이력상 내포된 과학적 배경이 근거 없는 공상을 배제하고, 문장에서 보이는 문학적 소양이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예컨대, 양자역학, 암흑물질 등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과학 지식을 잘 활용하였고, 
야스나리의 설국,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같은 문학 작품의 문장을 패러디한 부분들도 독서의 즐거움을 준다. 

또한 공상과학소설의 핵심인 이형적 세계, 새로운 물체들과 존재들도 다채롭게 등장하여 흥미를 유발하고, 
그것들을 둘러싼 인간들의 공상적 행동과 생각들의 전개도 자연스럽다. 
아울러 작품들 속에 흐르는 미래의 비애, 불확실성 역시 소설적 효과로 잘 융합되어 있다. 


2. 인간들 이야기

흥미로운 단편들이 실려 있는데, 그 중 '인간들 이야기'가 가장 빼어나다. 
생물학적 지식과 철학적 질문을 이음새가 표시 나지 않게 잘 조합하였다. 
예컨대,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태초에 하나의 단세포에서 시작하였고, 
따라서 현재의 무궁무진해 보이는 모든 생명이 기원적으로는 하나의 동일성을 지닌다는 과학적 지식이 시발점이 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주인공은 그 획일성에서 오는 존재의 고독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더 나아가 존재의 의미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특히 하나의 단세포에서 유래하여 동질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모든 생명은 '거인의 세포 하나'일 뿐"이라고 표현한 것과, 
그 사실에서 기인하는 주인공의 고독감을 '타자의 부재'라고 명명한 것은 문학적 아름다움과 의미적 통찰, 모두를 충족한다. 

그리고 그런 고독감과 존재 의미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주인공은 외계 생명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되는데, 
역설적이게도 그런 발견은 아무런 문제 해결을 해주지 못하고, 
자신의 집에서 사라진 조카와 후에 재회하면서 하는 대화에서 자신의 존재론적 의문의 답을 얻게 되는 것도 소설의 완성도를 높인다. 

간략히 부연하자면, 주인공은 형제가 있기를 바라는 조카와 얘기하면서 그(타자)의 고독감에 공감하게 되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규명해줄 '타자'란 과학적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에 의해 탄생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타자'는 존재의 필연성과 존재의 의미를 인식하게 하는 매개가 된다.  

 

#인간들이야기 #디앤씨미디어 #이스카리유바 #천강재 #리드비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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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속도가 부의 크기를 바꾼다 - 비즈니스 아이콘 21인이 먼저 달려간 혁신의 순간
샐리 퍼시 지음, 신용우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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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아이디어에서 비롯한다. 
수십 조 가치의 거대 기업도 노벨상을 받는 위대한 업적도 모두 작은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우리는 소소한 아이디어의 그 일상성, 미시성 때문에 대게 무시하고 간과한다. 

이 책은 그렇게 우리가 경시하는 아이디어가 어떻게 압도적인 부를 창출해내는지 이야기한다. 

필자는 서두부터 강조한다. 100%, 200% 생각이 앞서야 눈부신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단 1%만 앞서 생각해도 그런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겨우 1%라니, 아주 매력적인 동시에, 아주 큰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숫자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에는 그 작은 수치에 설득 당하게 된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먼저 생각해낸다는 것이고,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그 아이디어를 대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먼저'라는 것은 100년이든 10년이든 1일이든, 상관 없이, 앞서서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앞선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적인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주류로 만들어 시대를 '선도'했다는 것이다. 
즉 기존의 생각들과 다른 무언가를 생각해내고, 그것을 현실에서 받아들이게 하여, 새로운 조류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말한다. 
모두가 다 아는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가 그랬고, 그 외에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혁신 기업들과 단체가 그런 일을 성취했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서는 필자가 강조하는 것처럼 불과 1% 남짓의 '선진적'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 

책 내용의 감탄스러운 성과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많은 가치관, 성공비결, 핵심 전략 등이 등장한다. 
각 인물들의 특성만큼 각양각색이다. 
그렇다면 그 다양한 사례들을 어떻게 나에게 적용해야 할까. 
그 모든 것들을 천편일률적으로 대입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현재 자신의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채택하고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다시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그에 맞는 선례를 참고하고 자신의 전범으로 삼으면 된다. 
즉 해당 시점에 따라 그에 맞는 가치, 비결, 전략을 알맞게 적용하는 슬기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필자는 그것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각 사례를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생각의속도가부의크기를바꾼다 #동양북스 #샐리퍼시 #신용우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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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프라하 도시 산책 시리즈
최유안 지음, 최다니엘 사진 / 소전서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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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라는 도시와 누군가의 고향을 이렇게 정제된 문장과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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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프라하 도시 산책 시리즈
최유안 지음, 최다니엘 사진 / 소전서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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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1. 거장이라는 소재

기행문의 형식과 내용은 정형화되어 있다. 
아마추어는 여행 정보, 단편적인 감탄, 자신의 실수담을 주로 쓰고, 고급자는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장소에 대한 단상, 고전에서 다뤄지는 해당 공간에 대한 통찰, 전문가적 식견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분류하자면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그러나 독특한 맛이 있다. 

그건 바로 카프카라는 걸출한 인물을 소재로서 결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라하라는 도시를 기행하지만 동시에 카프라라는 인물의 내면을 향해서도 여행한다. 
그리고 거장이라는 인물은 이렇게 소소한 소재로 씌여도 그 빛을 발한다는 것을 알았다.  

한낱 인기 있는 관광지이지만, 카프카가 걷고, 일하고, 사색한 공간이 되는 순간, 그 장소는 문학적 가치와 역사적 향수가 담긴 곳이 된다.
그리고 필자는 그 가치와 향수를 디테일하게 추출하고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또한 사진가가 찍은 유명한 장소와 유명하지 않은 장소들 모두, 그 몰입을 극대화한다. 

카프카의 거리, 가족, 친구, 애인들은 프라하라는 장소와 융합하여 지워질 수 없는 흔적을 남겼으며, 
아무리 시간이 흘렸어도 그곳을 거니는 사람들에게 되살아난다. 
햇빛 아래 모습을 드러내든, 어둠 속에 잠기든, 프라하는 카프카라는 사람의 깊이만큼 그 심연을 지니게 되었다. 


2. 도시라는 고향

도시는 모든 사람들의 정신적 고향이다. 
사람의 사고와 감정이 확장하고 성장하는 것은 광장과 거리, 카페와 문화공간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시는 그런 공간들을 포용하는 어머니 같은 곳이다. 

그리고 카프카에도 그랬다. 
수없이 오고간 그의 거리가 있고, 노을과 한낮의 강물을 본 그의 다리가 있으며, 하루를 보낸 그의 작업실과 카페도 있다. 
그곳에서 그는 생각하고 글을 썼으며, 이야기하고 친구와 만났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이런 그의 고향과 사색적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그의 거리를 걸어보고, 그의 다리를 건너보고, 그의 작업실과 카페에 들러 그를 상상할 수 있다. 
 
프라하라는 도시와 누군가의 고향을 이렇게 정제된 문장과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반갑다. 


#문화예술 #도시산책 #카프카 #카프카의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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