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 이야기
이스카리 유바 지음, 천감재 옮김 / 리드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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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상과학소설 이야기

함량 미달의 소설이 난무하지만, 특히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분야가 공상과학소설이다. 
상상력이라는 허울을 방패로 삼아, 기본적인 논리성, 개연성, 문학성을 갖추지 않는 창작물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주목할 만한 소설집이다.   

우선 작가의 이력상 내포된 과학적 배경이 근거 없는 공상을 배제하고, 문장에서 보이는 문학적 소양이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예컨대, 양자역학, 암흑물질 등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과학 지식을 잘 활용하였고, 
야스나리의 설국,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같은 문학 작품의 문장을 패러디한 부분들도 독서의 즐거움을 준다. 

또한 공상과학소설의 핵심인 이형적 세계, 새로운 물체들과 존재들도 다채롭게 등장하여 흥미를 유발하고, 
그것들을 둘러싼 인간들의 공상적 행동과 생각들의 전개도 자연스럽다. 
아울러 작품들 속에 흐르는 미래의 비애, 불확실성 역시 소설적 효과로 잘 융합되어 있다. 


2. 인간들 이야기

흥미로운 단편들이 실려 있는데, 그 중 '인간들 이야기'가 가장 빼어나다. 
생물학적 지식과 철학적 질문을 이음새가 표시 나지 않게 잘 조합하였다. 
예컨대,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태초에 하나의 단세포에서 시작하였고, 
따라서 현재의 무궁무진해 보이는 모든 생명이 기원적으로는 하나의 동일성을 지닌다는 과학적 지식이 시발점이 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주인공은 그 획일성에서 오는 존재의 고독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더 나아가 존재의 의미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특히 하나의 단세포에서 유래하여 동질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모든 생명은 '거인의 세포 하나'일 뿐"이라고 표현한 것과, 
그 사실에서 기인하는 주인공의 고독감을 '타자의 부재'라고 명명한 것은 문학적 아름다움과 의미적 통찰, 모두를 충족한다. 

그리고 그런 고독감과 존재 의미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주인공은 외계 생명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되는데, 
역설적이게도 그런 발견은 아무런 문제 해결을 해주지 못하고, 
자신의 집에서 사라진 조카와 후에 재회하면서 하는 대화에서 자신의 존재론적 의문의 답을 얻게 되는 것도 소설의 완성도를 높인다. 

간략히 부연하자면, 주인공은 형제가 있기를 바라는 조카와 얘기하면서 그(타자)의 고독감에 공감하게 되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규명해줄 '타자'란 과학적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에 의해 탄생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타자'는 존재의 필연성과 존재의 의미를 인식하게 하는 매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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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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