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예찬 - 문학과 사회학의 대화
지그문트 바우만.리카르도 마체오 지음, 안규남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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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조율하거나 협의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두 대상이 서로 교차하고 교류하는 것을 보면 신비롭다.

이 책에서도 그런 만남이 등장하는데,

그 두 가지 대상은 바로, 문학과 사회이다.

전자는 예술을 대표하고 '불협화, 심원, 시작'을 추구하며,

후자는 과학을 대표하고 '완벽, 최종, 종결'을 추구한다.

전자는 삶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하고, 후자는 '그러기 때문에'라고 말한다.

즉 서로는 상반된 대척점에 서 있고, 너무나도 이원적이다.

하지만, 이 두 분야가

각자의 궁극적이고 이상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도중에 운명처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저자는 이 '어울어짐'과 그것의 '의미'에 대해,

정제되었지만 도발적이고, 함축되었지만 직설적인 문장으로 고결하게 서술해간다.

문학과 사회학의 관계를 설명한 문장들은 고도의 지성을 보여주고,

그 깊은 의미가 이해될 때는 견고한 카타르시스와 함께 감동마저 느끼게 한다.

머리말에서부터 독자를 매료시키고, 각 소챕터들은 제목부터 고전의 향기가 난다.

예컨대,

'진자와 칼비노의 비어 있는 중심':

현대 사회의 원심력적인 공허함과 그 빈 중심으로 권력과 가치가 모이는 것에 대한 챕터

'일체화 안에서의 긴축':

타 국가에 맞서 자신의 국가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는 흐름에 대한 챕터

모든 내용이 좋지만, 특히 '머리말, 8장 21세기의 은유, 12장 교육/문학/사회학'은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끝으로 핵심을 요약하면,

필자가 제시하는 문학과 사회학의 공통의 목적 및 주제는

인간 자율성, 자기창조, 자기주장에 대해 질문함으로써

그것을 인식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것, 즉 그것을 공적인 의제로 만드는 것이다.

#문학예찬 #지그문트 바우만 #리카르도 마체오 #21세기문화원

#문화충전200%

#문화충전200%서평단 #문화충전200%리뷰단

<이 글은 문화충전 200%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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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극단에 서는가 - 우리와 그들을 갈라놓는 양극화의 기묘한 작동 방식
바르트 브란트스마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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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에 있어 가장 두드러지는 건 양극화이다.

돌파구가 없어 보인다.

합리성은 점차 희미해지고 각 극단의 진영만 뚜렷해진다.

마치 이 흐름이 필연적이고 역사의 섭리처럼 보일 정도이다.

이 책에는 이런 암울함에 희망을 비추는 빛나는 통찰이 담겨 있다.

가장 자극적이고 독자를 일깨우는 지적은

양극화의 특징은 서로에 대해 정체성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정체성이란 서로에게 새기는 주홍글씨이자 낙인이며, 사람들을 현혹하는 프레임이다.

이 고착적이고 왜곡적인 행위가 바로 '양극화'를 자연의 어쩔 수 없는 원리로까지 보이게한 원인이었다.

그리고 필자는 이 원흉을 타개하기 위한 여러 해결책을 제시한다.

아울러 정확한 실제 예시를 추가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판도를 바꾸는 4요소로 제안한 솔루션은 설득적이고 기발하다.

목표, 주제, 위치, 어조를 핵심어로 그것들을 변경해야만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아울러, 이어서 다루는 '중재 발언'이라는 신선한 개념도 흥미롭다.

요약하자면,

사안에 대한 정체성, 당위성, 정당성을 이미 정해놓고,

상대에 대해 동의할지 반박할지를 이미 결정한 후, 발언하고 질문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토론의 횟수와 길이에 관계없이 계속 서로 각자의 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게 된다.

필자는 문제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발언과 질문, 답을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중재가 의무인 직업, 직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하는 노력들을 실례로 배울 수 있다.

끝으로 간략히 다루는 미디어에 대한 통찰도 뛰어나다.

미디어는 원인이 아니라 촉매제일 뿐이며,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양극단의 소리 외에도 다른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알려한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중간자, 방관자, 온화파의 사람들 소리를 전달하고 곱씹어봐야 한다는 말이다.

필자가 예시로 언급한 다음의 사례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한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원주민과 이민자, 기독교와 이슬람교 대립의 이야기에서,

문제 및 갈등의 핵심은 서로의 정체성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그들 모두가 "함께 사는 삶의 터전이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평화로울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우리는 왜 극단에 서는가 #바르트브란트스마 #안은주 #한스미디어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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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을 움직여라 - 뜨개 애호가의 기쁨과 성공을 위한 단계별 가이드
셸리 브랜더 지음, 서라미 옮김 / 윌스타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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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기도 하고, 소설을 집필하기도 하며, 사업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리고 그 재능을 발휘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카타르시스, 더 나아가 영감과 이익을 선사한 이들은 상을 타기도 하고, 고전을 만들어내기도 하며, 세계를 누비며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 책도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인 필자가 써내려간 인생의 이야기이다.

필자는 뜨개 애호가로서 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 취미활동으로밖에 인정이 안 되는,

방 안의 편안한 소파에 앉아 하는 뜨개질은 원대한 꿈을 향해 전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 통념을 역전시키는 기적 같은 서사를 전하는 과정에 필자는 다음과 같은 주제들을 던진다.

- 인생이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내야 하는지

- 얼마나 성공, 번창,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는지

- 얼마나 에너지가 빨리 소진되는지

- 얼마나 아이디어와 의욕이 거대하게 충만해지는지

야심차고 진취적인 필자는 임신, 출산, 육아, 커리어 변경, 창업, 사업 운영, 사회활동 등과 같은 대비할 수 없었던 일들을 성숙하게 해낸다.

이런 큰 시험에 비하면, 예기치 않았던 가족과의 의견충돌, 아이들의 질병, 반려견의 사고는 작은 일로 보일 정도다.

아울러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확장하며 '블루오션'을 향해 나아간다.

사업을 일으키는 일 역시, 준비하지 않았던 것이고 처음 겪는 일이지만 필자는 배워가면서 자신의 과제를 타개해나간다.

뜨개질이라는 엮는 활동을 통해, 대면하는 문제들을 풀어나간다는 수사적 역설이 재미있다.

필자가 제시하는 이런 주제들은 이미 감동적이고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은

'얼마나'로 시작하는 일련의 테마들이 벌어지는 사이에

글쓴이가 만나는 축복 같은 도움, 단비 같은 우연, 거짓말 같은 행운,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바늘을 움직여라 #셸리브랜더 #서라미 #윌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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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창의력 수업 -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시대에 나침반이 되어주는 유일한 역량
김경희 지음, 손성화 옮김 / 쌤앤파커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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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실체는 있는 것일까.

과연 작동시키는 방법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

이 창의력이라는 개념의 중요성은 유사 이래 항상 강조되어 와서,

이제는 그에 대한 창의적인 설명은 존재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교과목이나 학문 분야에 관계 없이 모든 부문에서 가져다가 쓰는 낱말이기도 해서,

이제는 이 말 자체가 너무 지겹고. 이런 지루함이 오히려 창의성의 발현을 막기도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익숙하지만, 실질적인 설명은 아주 어려운 창의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먼저 언급하고 싶은 장점은 창의력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구체화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특히 영어 약자를 활용하여 관심도와 이해도를 높인 것이 눈에 띈다.

예컨대, 창의력의 필수조건으로서 '4S'와 'ION 사고력'을 제시하는데,

그 세부내용은 다음과 같다.

4S: Soil, Sun, Storm, Space

- 비옥한 토양, 따뜻한 햇살, 고난의 비바람, 자기만의 공간

ION 사고력: In box, Out box, New box

- 틀 안 전문성, 틀 밖 상상력, 새 틀 융합력

어떤 주제에 대한 체계를 정리하는 책들은 거의 영어단어 키워드로 핵심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 약어나 첫째 문자를 조합하여 기억하기 쉽도록 만드는데,

많은 경우, 직관적이지 않거나 그 약어나 문자들이 너무 많고 우후죽순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기억하고, 실제 적용할 때 상기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의 "4S와 ION 사고력"이라는 정리는

간단명료하면서 중요사항을 모두 내포하고,

쉽게 외울 수 있어 활용하기가 좋다.

언뜻 보면 우연히 그렇게 정리가 된 것처럼 보이고, 별것 아닌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같은 알파벳으로 시작하고, 직관적인 약어를 만드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키워드를 잘 만들어 놓아서,

단어만 보아도 상세 내용을 쉽게 예상하고, 읽어가면서 길을 잃지 않고 파악할 수 있으며,

그 의미를 이해하기도 쉽다

본문 중에 인상적인 부분은 창의력에 있어, 자유로운 공간을 강조한 것이다.

Space를 제외한 나머지 S들은 모두에게 익숙한 개념인데,

'홀로 있으면서 독특해질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다는 설명은 신선하고 실용적이다.

또한 전문성, 상상력, 융합력을 '박스' 개념과 '안팎' 개념을 혼합하여,

ION 사고력이라는 묶음으로 정리하여 설명한 것도 이해와 기억을 모두 용이하게 만든다.

#인생의 바꾸는 창의력 수업 #김경희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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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데트의 노래
프란츠 베르펠 지음, 이효상.이선화 옮김 / 파람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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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런 존재다.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삼지만, 방종을 막아줄 수 있는 순종을 선택하고,

의문과 의구심으로 문명의 발전을 이뤘지만, 의문이 필요없는 신성을 희구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성과 속'이라는 모순되지만 상생하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선 이야기의 시작은 마치 창세기의 미시적 변용처럼 비롯된다.

세상에 신성을 상징하는 존재(묵주를 손에 든 아름다운 여인)가 등장하고,

순수하고 가진 것이 없으며, 특별하지 않은 한 소녀가 그 접점이 된다.

그녀를 둘러싼 어둡고 번잡한 현실 세계는 치유의 샘물이 흐르는 은총의 장소가 되고,

자신은 어느덧 성녀가 된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점은

그 성녀가 단순히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 '행복한' 존재가 아니라, '불행한' 성녀라는 점이다.

베르나데트는 끊임없이 의심을 받고, 욕설과 모욕에 시달리며, 비난과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

아울러 내적으로는 불치병을 얻고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한다.

먼저 왜 그녀는 불행한 성녀가 될 수밖에 없는가.

이는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이라는 존재와 이 세계 자체가, 성과 속이라는 모순된 양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두 요소는 항상 서로를 의심하며 화합하지 못한다.

소설 속에서도 신성의 존재가 베르나데트에게 은총을 내리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사람들이 그녀를 정신병자로 낙인 찍고, 심문하며, 이용하려 든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이런 태고성을 지닌 갈등과 모순을

문학적으로 아름답게 묘사하고, 본질적으로 명확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은

속세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자신에게 나타난 여인에게 순종하고,

수많은 의구심이라는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의문이 필요없는 행동을 실천해나간다.

사람들은 불치병에 걸린 베르나데트에게 그녀가 불러온 치유의 샘물을 이용하라고 권한다.

그녀가 이룩한 성과이므로 그래도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성취로 보지 않는다. 그리고 단호히 거절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샘이 있는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원적이며 모순적이었던 '성과 속'이

그녀 안에서 드디어 평화를 이루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베르나데트의 노래 #프란츠베르펠 #이효상 #이선화 #파람북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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