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없음 - 격동의 세계를 이해하는 세 가지 프레임
헬렌 톰슨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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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언제 세계가 질서가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언제 뉴스가 파편적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는가. 
그런데 이 책은 그 숨은 질서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파편들 속에서 총체적인 실체를 발견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세계는 점점 무질서로 빠져들고 있으며, 뉴스는 그 맥락을 찾기 점점 어려워진다고도 말한다. 
이런 과감한 시도와 과도한 자신감, 그리고 무질서와 파편화의 아이러니를 역설하는 모순이 이 책의 최고의 매력이다. 

가장 큰 장점은 탁월한 저자의 식견과 통찰, 그 자체이다. 
국제정세를 명쾌하게 정리하고 총괄하는 그의 능력은 본문을 읽을수록 현실로 다가온다. 
어떻게 그 많은 역학관계와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있으며, 각각의 이기적인 주체들의 관점을 인지하고 조합할 수 있는지, 
과거로부터 축적된 역사적 문맥과 향후 예상되는 문명적 경로를 계산하고, 복잡한 변수의 상호작용을 정리할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특히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변화무쌍한 강대국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듯이 설명하고, 시사점을 추출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그런 지식과 정보를 포괄하여 전체적인 흐름과 그림을 그려내는 솜씨가 빼어나다. 
덕분에 독자는 세계정세라는 무질서한 질서를, 파편화된 총체를 파악하고 해석할 수 있다. 

다음으로 명확한 키워드를 제시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논리정연하게 서술하는 것도 장점이다.
그는 에너지, 금융, 민주주의라는 세 가지 핵심어를 가운데 두고 자신의 주장을 논한다. 
복잡성과 모호성, 다양성과 다중성, 무작위성과 무규칙성을 특징으로 하는 국제질서를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도전적인 과제이다. 
그러나 저자는 세 가지의 중요한 축을 먼저 세우고, 그것들이 어떻게 세계를 주도해나가는지 알려준다. 
이 유용한 프레임을 활용하면, 비로소 왜 그 지역에서 전쟁이 발생했는지, 왜 그곳에서 갈등이 터져나오는지, 왜 그런 역사가 만들어지는지 등을 이해할 수 있다. 
 

#질서없음 #윌북 #헬렌톰슨 #김승진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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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좀 만들어 줄래요? 미래그림책 198
카타지나 보구츠카 지음, 용희진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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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지금까지 본 그림책들 중에 가장 스타일리쉬하다 
현대미술적인 그림이 마치 고급 일러스트와 같다. 
페이지마다 채워진 미적인 감각이 독자를 매료시킨다. 
소소한 반전이 있는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수준 높은 그림이 그 영향력을 압도한다 

이 책은 그림책에 있어, 그 말 그대로, 그림이 중심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가장 큰 장점은 빈틈 없이 저자의 센스와 역량을 채워넣은 그림 그 자체이다 
어른이 보아도 그 매력에 빠져들 정도이다. 
캐릭터의 외양, 의상, 개성이 확고하여 뚜렷한 인상을 남기고, 이야기에 활력이 발생하도록 돕는다. 
배경과 대상물들에 대한 묘사는 패션 잡지를 보는 것처럼 트렌디하고 동시에 회화를 보는 것처럼 미술적이다 
아울러 통속적인 다른 그림들과는 확실하게 구별되는 저자의 개성이 뭍어나오는 것이 신선하고 자신감 있는 인상을 준다 
독서 후에는 자연스럽게 저자의 약력을 찾아보게 만드는데, 아니나 다를까, 회화를 전공한 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게다가 국제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험과 함께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는 등 여러 수상이력이 있다. 
한마디로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는 차별성과 예술성이 있다.  

다음으로, 현대적인 이야기도 시선을 붙잡는다. 
폴란드의 만두 '피에로기'를 소재로 삼아,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소소하면서 유쾌한 스토리를 만들었다. 
특히 반복되는 패턴의 시도가 계속되다가, 마지막에 위트 넘치는 반전이 있어, 이야기의 완결성을 높인다. 
반복과 반전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선호하는 서사적 흐름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한편 그 미니멀적인 요소와 담백한 줄거리 구조가 현대적인 분위기를 가져오기도 한다. 
아울러 '피에로기'를 만드는 법을 간단히 정리한 부분과 덧붙이는 이야기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는 부분은 본문에 색다른 터치를 가미한다. 
  

#만두좀만들어줄래요 #미래아이 #카타지나보구츠카 #용희진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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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주영이다 -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이 현대를 키워낸 신념의 세계 나는 누구다
박상하 지음 / 일송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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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격동의 현대사에서 절호의 기회를 포착하여 그것을 최대한으로 사용한 사람들. 
그들이 지금의 한국의 모습을 만들었다. 
공과가 있겠지만, 결과론적으로 볼 때 그들은 한국의 역사와 함께 윈-윈하는 업적을 세웠다. 
그리고 그 선두에 서 있는 이들 중 하나가 바로 정주영이다. 
그 사람 자체가 한국의 현대사 및 기업사의 총체이다. 

이 책은 그런 정주영의 인생과 선택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의 파란만장한 삶의 드라마이다 
식민지 시대로부터 시작하여, 한국전쟁을 거치고, 한강의 기적에 이르기까지 극적인 시공간 속에서 그가 보여주는 인생의 행보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놀랍다. 
행운도 있었고, 운명적 필연도 있었으며, 시대적 요구도 있었다. 
반면, 불운과 위기도 있었고, 우연과 좌절도 있었으며, 개인적 한계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여러 요소들이 혼재하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심에 위치한 것은 탁월한 근면함과 능동적인 명석함이었다. 
그랬기에 커다란 행운만큼이나 거대한 불운이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고, 운명적 기회와 함께 찾아오는 대서사시 같은 위기에도 좌절하지 않았다. 
시대 정신이 요구하는 역량과 자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지만,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할 정도의 노력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성과를 성취했다. 
인간 사회에서 부지런하면서 똑똑한 사람은 아주 많다. 
하지만, 그 덕성을 시대의 부름에 맞게, 시대를 선도하는 방식으로, 오랜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발산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추려진다 
정주영은 그런 특수한 사례의 살아있는 표본이다. 
감히 개인이, 한 나라의 역사에 밀접하게 결합하며, 한 시대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동행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역사에 있어 개인은 마치 숲 속의 개미와 같은 존재이다. 
장엄하게 운행하는 자연 속에서 개미는 잘 보이지도 않는 미물로서 존재한다. 
그런데 이 역학 관계적 한계를 뛰어넘는 사람이 현존했다는 사실은 모든 이들에게 희망적 메시지이자, 원대한 꿈의 전도가 된다.           

#나는정주영이다 #박상하 #일송북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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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예찬
스테파니 오셰 지음, 이소영 옮김 / 마음의숲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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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우리가 지금 고양이를 이토록 사랑한다면, 인류가 문명적 자각을 한 이후부터 계속해서 그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을 것이라는 것을. 
즉 시대를 불문하고, 그 많은 위인들, 명사들, 예술가들, 사상가들 역시 고양이를 사랑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단순히 잠깐 그 애착을 느끼고 사라졌을 리가 없다. 
그에 대한 말과 생각을 남기고, 이야기를 만들었을 것이고, 문학과 미술, 음악과 이론에 그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본원적인 신화와 원초적인 언어에도 그 영향이 있었을 것이고, 사회와 문화에 절대적이고 상대적으로 족적을 뿌려놓았을 것이다. 

이 깨달음을 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큰 장점은 고양이라는 작은 대상을 채택했지만, 그 문장과 내용의 영역은 매우 거대하다는 것이다. 
그저 일상을 같이 하는 고양이를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문화 및 신화 속에 존재하는 고양이를 논한다. 
존경을 받은 위인들의 고양이 예찬을 시작으로, 추상적인 개념과 접목하여 지적인 쾌감을 선사하기도 하고, 통속적인 주제들과 연관하여 영감을 주기도 한다. 
존재의 본질적인 특성을 기반으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흥미로운 통찰로 독서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여러 상징과 비유를 설명하며 자신의 식견과 애착을 강조하기도 하고, 친절한 해설과 서술로 고양이를 친근한 대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특히 마지막 챕터의 '신'의 내용은 이 책의 백미이다. 
고양이가 지닌 특질을 비가시성, 편재성, 전지성이라는 관념과 연결하여 저자 자신의 글쓰기 솜씨를 마음껏 뽐낸다. 
예컨대, 인지했다고 단정하는 순간 사라지고 마는 고양이는 비가시적 존재라는 설명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존재하되 대부분의 시간 동안 보이지 않는다는 특성을 독자들의 머릿속에 확정한다.
또한 광범위한 활동 반경과 재빠른 움직임을 편재성이라는 개념으로 일컬으며,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듯한 신비로운 성격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영롱한 눈동자와 인간과의 눈맞춤을 피하지 않는 고양이에게서 전지적 신성을 발견하며, 그 인지적 위상을 높이기도 한다.
끝으로 이와 같은 비가시성, 편재성, 전지성을 결합하여, 고양이는 신성한 특성을 지닌 영감적 존재라는 이야기로 이끌어가는 흐름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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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13 - 사바나의 여왕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13
타냐 슈테브너 지음, 코마가타 그림, 김현희 옮김 / 가람어린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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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동물을 좋아한다. 
어쩌면 사람보다도 더 친근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현실과의 괴리가 생겨난다 
그렇게 애정을 느끼고 애착을 형성하지만, 대화할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른이 되어가면서 알게 되는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는 가혹하고 잔인하기만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동물이라는 존재는 가깝게는 동물원의 담장 밖의 존재이고, 근접하게는 식용과 사냥의 착취의 대상이며, 멀게는 그저 통제와 관리의 피동체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동물에 대한 아이들의 애틋한 감정의 환상을 충족해주고, 동시에 현실적 부조리를 알려주는 중요한 두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이야기적 재미를 확보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주제를 다룬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동물과 이야기하는 캐릭터를 통해 단편적이고 간단한 에피소드를 이끌고 갔을 것이다. 
예컨대, 집 안에서 동물과 일상을 보내며 소소한 상황을 만든다거나, 가까운 활동 공간 안에서 작은 기승전결을 꾸몄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공간적 배경을 과감하게 확대하고, 보다 규모 있는 이야기 구도와 주제를 만든다. 
우선 아프리카 사바나라는 배경은 아이들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고, 훨씬 더 다양한 캐릭터의 동물의 등장을 가능하게 한다. 
동물과 얘기할 수 있는 주인공에게 이보다 더 최적의 설정은 없을 것이다. 
아울러 흥미 위주의 소소하고 피상적인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 사냥, 그 중에서도 트로피 사냥이라는 아주 무도하고 불편한 현실까지 아우른다. 
현대의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도시인들이다. 
자연에 대한 접점도 적을 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현실적 사정까지 헤아리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맹점을 몰입도 있는 이야기를 통해 밖으로 드러낸다. 
또한 암울한 측면만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건전한 상식을 지닌 어른들,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는 조력자들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다양한 동물들,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 그 이면을 보여주는 이야기 속에서 어느덧 어린 독자들은 우정, 모험, 대화, 문제해결이라는 중요한 과정을 체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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