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무뢰한과 함께 사는 법 1
패트릭 갸그니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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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찬란한 문명을 이룩할 수 있게 한 가장 중요한 능력은 공감이다. 
공감을 통해 사회를 이룰 수 있고, 지식과 성과를 공유하며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뜻이 같으면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하여 공동체는 유대를 형성하고 무너지지 않으며, 
타인의 시각, 즉 객관적 시각을 고려함으로써, 추론능력과 사고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그런데 이런 공감능력이 결여된 사람들이 존재하고, 이 책의 필자도 그 중 하나이다. 

주인공은 한마디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해야 하는 사람이다. 
일반인들처럼 어떤 상황이나 행위에 대해 자연스럽게 보편적인 감정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런 감정의 발생이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주위의 당혹감이나 불쾌감을 고려하여 그들이 기대하는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필자도 토로했듯이, 감정 선택의 주체가 되어 정체성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주위로부터의 감정적 단절을 두려워하고, 타인의 감정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으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이 야기된다. 
  
언뜻 보면 보통 사람은 그 심각성을 알아차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추측해보면 알 수 있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상대가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면 어떨까.
책 속에서 필자는 마치 동문서답을 하는 것처럼 대화는 감정을 공유할 수 없고, 심리적 친근감이나 유대감도 느낄 수 없다. 
차단된 자기만의 세계에서 고유의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흔한 두려움에 시달린다. 
또한 외부 세계는 그런 필자를 이해하지 못하여 공격적으로 비난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외면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소설 속 다음의 한 장면이다. 
필자는 감정의 불일치와 단절로 괴로워하는데, 친구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필자가 남을 속이는 데 능숙하다고 힐난한다. 이에 필자는 정신적 중심을 잃고 심정적으로 흔들린다. 

이 밖에도 보통 사람과 다르면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독자들로 하여금 체감할 수 있도록 1인칭 시점으로 차분히 서술해나간다.  

그리고 자신의 나쁜 면, 어두운 면을 솔직히 고백한다. 
또한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대처해나간다. 
이렇게 자신의 인격장애를 수용하고 이해하며 치유해가는 필자의 모습은 일방적으로 주어진 운명적 장애에 대해 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변모해가며 성숙해져가는지를 보여준다. 

자기 내외의 부정적 인식을 바꿔나간다는 것은 아주 어렵다. 
외부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며, 내부는 타고난 본성으로 인해 변화 자체가 여러 거부 매커니즘에 부딪힌다. 
하지만 필자는 그 돌파구를 발견한다. 
외부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수용할 것과 비수용할 것을 구분하며, 자신의 인식을 중심으로 재구성해나간다. 
내부에 대해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능동적인 관련 지식 습득과 문제해결 의지를 통해 일상을 살아내는 능력을 발전시킨다. 



#내 안의 무뢰한과 함께 사는 법 #패트릭갸그니 #우진하 #쌤앤파커스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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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뉴욕 - 최고의 뉴욕 여행을 위한 가장 완벽한 가이드북 프렌즈 뉴욕, 2025~2026년 개정판 프렌즈 Friends
이주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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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자신에게 여행 책을 쓰는 제안이 들어온다면?
잘 쓸 수 있을까. 잘 만들 수 있을까.

그 결과는 모르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될 거란 것이다. 
절대 빠뜨려서는 안 되는 중요 정보를 담아야 하고, 
적합하고 잘 찍은 사진을 실어야 하며, 
여행 방법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 

프렌즈 뉴욕은 이런 측면에서 여행 책의 교과서이자 이상적인 형태의 책이다.
위에서 언급한 필수 요소들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독자는 뉴욕에 가기도 전에, 이 도시에 대해 손바닥을 보는 것처럼 그 내부를 알아낼 수 있고, 
자신의 욕구와 필요에 따라 여행 계획을 완벽히 세운 후 문을 나설 수 있다. 

여행지에 가서도 지리적 방향 감각을 유지하면서 지도와 세부설명을 섭렵할 수 있고, 
꿈꾸던 광경과 이야기를 데자뷔처럼 자신의 생각과 비교, 대조하며 대면할 수 있다. 


특히 다년간의 업데이트를 통해 축적되어 온 정보와 노하우의 집합인 최신판은 흠을 찾을 수가 없을 정도다. 
사진은 모두 엄선된 흔적이 보이고, 문장은 읽기 쉽게 다듬어져 있다. 
여행자의 취향, 일정, 동선은 여행자 본인들보다 더 잘 알며, 
전체 지도와 여러 정보를 통합한 상세지도는 한 눈에 들어온다. 

뿐만 아니라, 최신 경향, 뜨는 장소 및 바뀐 장소, 유행을 만드는 가게 및 관광지 등을 현지인 시점에서 전달한다. 
옛날 건물의 이야기와 새롭게 지어진 건물들의 에피소드가 있고, 관광하며 즐길 수 있는 문화에 대한 팁이 담겨 있다. 


위와 같은 장점들로 인해 여행자는 다음과 같은 뉴욕의 특징을 모두 향유할 수 있다. 
첫째, 다양성의 혼돈 속에 존재하는 조화로운 대도시의 광경.  
둘째, 대중소 규모별 각양각색의 공원이 도심 속에서 오아시스의 역할을 하는 모습.  
셋째, 첨단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건물들과 특급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가 계속 생성되는 미국의 힘. 
넷째, 옛날과 현재의 이야기가 서로 공존하며 쌓여져 가는 도시의 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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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
사이토 뎃초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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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오타쿠를 들어봤지만, 세상에 언어, 사전 오타쿠가 있는 줄은 몰랐다. 
대부분 즉각적인 즐거움을 찾아서 오타쿠를 시작하게 되는데, 
언어란 길고 지루한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소박한 성공 가도에 있는, 그런 언어 오타쿠의 이야기이다. 


'소수'에 대한 세계

소수만이 그 진가를 알아보고, 공유하고, 그들만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 오타쿠의 특징이자 미덕이다. 
나는 이 '소수'라는 본질에 주목하고 싶다. 
아무도 관심이 없는 무언가.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누군가. 
그 블루오션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고, 유유자적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 
비록 화려하고 큰 성공의 가능성은 없지만, 분명한 가치를 보았고 그것에 침잠하고 천착하는 사람들. 
이 세계는 매력적이다. 

그리고 필자 역시, 이 세계의 사람이다. 
루마니아어라는 극 '소수'의 언어 세계에 투신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해간다. 
아무도 찾지 않는 루마니아어 사전을 탐독하고, 그 언어의 남성형, 여성형, 어미 변화를 유희한다. 
심지어 루마니아 문단의 특징을 논하고, 위대한 그 나라 문학의 숨은 저력을 전파한다. 

그리고 이런 독특한 실험과 비범한 노력은 빛을 발하여, 
그만의 문학적 가치창출로 이어지고, 다수는 아니지만 여러 사람들의 열광을 이끌어낸다. 
독자들은 필자 덕분에 평생 만날 일이 없는 언어와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아울러 특색 있고 자유분방한 인생과 작업으로부터 영감과 성찰을 얻을 수도 있다.  

 
'글로벌'한 세계

필자는 방구석에만 있는데, 누구보다 세계 시민적이고 글로벌한 인생을 산다. 
이런 아이러니를 좋아한다. 

또한 일본 창작자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뭔가를 알아 가면서, 뭔가를 배워 가면서, 즐거움과 쾌감을 느끼게 하는 마력이 있다. 

위의 두 가지가 가능한 이유는 그들은 자신의 시각과 취향을 믿으며, 통속적인 세상의 시각과 판단에 매혹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창작 일기는 그 자체로 오리지널리티를 지니고, 그 성과는 아주 사적이지만 굉장히 공적인 찬사의 대상이 된다. 

필자도 이런 일련의 과정을 이 책을 통해 잘 보여준다. 
예컨대, 이분법적인 언어의 영향, 소수 언어에 대한 국제 사회의 처우, 태생적 번역이라는 문학적 단면 등에 대해 사유하면서 그 스펙트럼을 언어, 문학을 넘어, 사회, 예술로까지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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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lywood Verbs : 동작과 행동의 영어 - 영화에서 포착한 동사의 쓰임
에드워드 포비 지음, 강주헌 옮김 / 길벗이지톡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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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가 무비 또는 모션픽처이다. 
다시 말해, 움직임을 촬영한 것이 영화였다.
태생적으로 동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 책은 그런 동사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암기를 도와주는 매개 중에 가장 강력한 것이 이미지이다. 
예컨대, 소설을 읽을 때 인물을 기억하는 것보다 드라마 속 인물을 기억하는 것이 훨씬 쉽다. 
영단어의 암기 요령 중에 하나가 해당하는 이미지를 연상하여 연관시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와 동사를 연계한 이 책의 기획은 단연 백미이다.
영화만큼 강렬한 이미지가 없기 때문이다.
2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에 내용을 압축하므로 굉장히 고심하여 움직임을 선별하고, 그렇게 추려진 움직임에는 임팩트를 부여하려고 노력한다. 
아울러 각 동작들은 해당 작품의 주제와 연결되는 상징을 내포하므로 그 깊이가 생긴다. 

따라서 본문에서처럼 해당 단어가 영화 속에서 어떻게 쓰였으며, 그 동사가 쓰인 장면을 함께 설명하면 기억에 오래 남고, 복합적인 의미 역시 같이 습득한다. 

게다가 영화와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나 트리비아를 첨가한 부분들도 있어, 영어 단어 공부라는 지루하고 지겨운 과정에 재미와 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예컨대, 독서 중에 다음과 같이 느낀 경우가 많다. 
'이 동사가 이 영화에 이렇게 쓰였었구나, 아 그 장면이 기억난다' 등등.

본인과 같은 영화광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의 단어모음집이다. 

그밖에 시원한 편집도 강점 중 하나이다. 
트렌디하고 현대적으로 표제 단어를 큼직하게 상단에 기재하고, 잡지의 한 토막처럼 그 세부설명을 아래에 기재한다. 
전체적으로 독자의 시선을 부르는 서체와 본문 구성이 돋보인다.     
 


#Hollywood Verbs 동작과 행동의 영어 #강주헌 #에드워드포비
# 길벗 #디지털감성e북카페 #디지털감성e북카페서평단 #디지털감성e북카페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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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KG짜리 바벨을 양쪽에 달면 5KG이 된다
방현일 지음 / 좋은땅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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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사람들과 대화하고, 민간기업의 로켓이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시대이다. 
소득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최첨단의 기술은 짧은 주기로 쏟아진다. 
이렇게 화려해져만 가는 우리의 사회. 
그러나 시대가 아무리 좋아져도 사회에는 항상 존재하는 소위 '나쁜' 것들이 있다. 
실패자, B급 인생, 사상적 소수자, 성 소수자, 소시민 등등. 

이 소설집은 그런 불량식품 같은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따라서 소설 속 시대와 사회는 암울하고, 열등적이며, 지지부진하다. 

아울러 배경 및 소재들 역시, 뭔가 많이 부족하다. 
최신형 컴퓨터 대신, 자주 멈추는 고물 컴퓨터가 등장하고, 고급스러운 주택 대신, 엘리베이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아파트가 나온다. 
최고급 공연장 대신, 각양각색의 루저들이 모여 있는 변두리 무대가 중심이고, 빛나는 재능 소유자 대신,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의 예술가가 주를 이룬다. 

이런 다습하고, 곰팡이가 슨 인물, 배경,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주목하지 않는 곳을 비춘다. 
즉 다수에 의해 이상하다고 판정 받는 곳, 어두침침하다고 하여 외면하고 회피하는 곳, 무시 당하고 억압 받는 곳을 조명한다. 
그리고 명암의 존재처럼,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함께 공존해야 비로소 사회답다는 것을 보여준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단편 모음이어서 간단히 읽을 수 있으며, 시인 이상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부분들이 눈에 띈다. 
예컨대, 문자와 숫자의 결합을 통해, 문자의 한계를 시험해보려는 시도가 보이고, 그를 통해 상징적 의미를 구조화하려는 문장들도 나열된다. 사물과 동물에 주제와 연관되는 상징을 부여하는 특징도 있다. 
또한 현 시대 소설들에 있어, 컴퓨터, 가상현실 등의 기술적 요소들이 얼마나 소재적, 주제적으로 깊이 침투가 되는지도 볼 수 있다.  

 


#2kg짜리 바벨을 양쪽에 달면 5kg이 된다 #방현일 #좋은땅
#디지털감성e북카페 #디지털감성e북카페서평단 #디지털감성e북카페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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