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를로 로벨리의 질문들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평점 :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미국의 영향력은 경제와 군사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는 물론이고, 사회, 문화, 예술, 학문에 이르기까지 그 지배력은 강력하다.
특히 언급하고 싶은 분야는 학문이다
우수 전문인력은 거의 미국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학문적 풍토 역시 미국적인 것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학술서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출판한 것들이고, 일반 교양서들도 외국도서의 대다수는 미국 저자의 것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모든 빛나는 혁신과 통찰이 미국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숨길 수 없는 우수함이 미국의 영향력 틈바구니를 뚫고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컨대, 유발 하라리가 그러했고, 토머스 피케티가 그러했다.
그리고 카를로 로벨리,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런 우수함의 소유자이다.
가장 빼어난 점은 저자의 통찰력과 대중성의 조화로운 공존이다.
우선 그의 뛰어난 통찰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첫 내용이다.
그는 첫 주제로서 장자를 다루는데, 그 깊이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유럽의 과학자이지만 동양 고전의 장자를 일반 동양인들보다 더 잘 안다.
그 내용에서 필자는 독자에게, 주관성과 객관성이란 무엇인가, 공감과 지각은 어떻게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가,
철학과 과학의 경계는 과연 존재하는가 등의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그 무게감에 알맞는 자신의 생각을 서술한다.
유명 과학자라는 배경으로 인해, 과학 외 분야에 대해서는 평범할 것이라 예상한 그 지성은 독자들의 고정관념을 뛰어 넘는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과학 이외의 예술, 신학, 철학 등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다는 것을 증명하며, 이러한 그의 통찰은 이 책의 전반에 걸쳐 이어진다.
다음으로 과학이라는 분야적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접근 가능한 채널을 갖고 있는 대중성이 장점이다.
앞서, 그는 과학과 관련한 여러 저작을 집필했다.
존재와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과학자의 시각에서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했고, 물리와 세상에 대해서도 과학적이며 동시에 철학적인 접근을 보여준 바 있다.
그리고 그 책들은 모두 베스트 셀러가 된다.
그는 과학적 이론과 개념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지식을 기반으로 어떤 물음을 던지고, 어떤 생각할 거리로 사람들을 인도할 것인지 그 방향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