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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병과 마법사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역사와 판타지.
정반대의 기반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다.
전자는 엄격한 사실을 기초로 하려 하고, 후자는 느슨한 상상력에 기초를 둔다.
그러나 이 둘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주 만난다.
이미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많은 판타지 역사물들이 인기를 끌었고, 영화에서도 그런 공식은 자주 흥행을 보증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그 상반된 속성의 결합에서 오는 독특한 분위기와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엄히 고정되어 있는 역사는 그 특성상 너무 지루하고 고지식해서 그것에 변형을 주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판타지는 종종 그 무제한으로 인해 개연성과 논리성을 상실한다.
따라서 이 둘의 융합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한다.
그리고 이런 접근을 소설에서 이룬 최근의 성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잘 짜여진 역사소설적 기반이다
서두부터 필자는 정통 역사소설을 방불케할 정도로 디테일하고 구성이 잘 된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
용어부터 시작하여, 배경 설정은 물론, 인물들과 그들 사이의 대화, 일련의 사건들,
모두 충실한 취재와 준비를 하고 써내려간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최근 현대소설의 문제점 중 가장 큰 것은 구체적이고 성실한 준비 없이, 머릿속의 생각으로만 소설을 쓴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과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보다는 사고나 의식에서 일어나는 관념적 서술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따라서 당연히 내용이 부실하고, 막연하며, 모호하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다르다.
필자도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자신이 설정한 배경과 관련하여 여러 전문자료, 학술자료 등을 공부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소설 속 이야기에 녹여내어 알맞게 구현했다.
덕분에 독자는 사념을 점철된 현대소설들 속에서 오랜만에 디테일이 살아 있고, 공력이 들어간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다음으로 역사와 판타지, 세계와 인간이라는 구조적 대응식이 흥미롭다.
필자는 작동하는 세계 속의 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작동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독특한데, 세계란 그 자체의 매커니즘으로 움직이는, 외재적 변수임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그리고 그 세계라는 무대 위에서 인간이라는 내재적(독립적) 변수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다.
아울러 세계는 인간이 컨트롤 할 수 없는 '역사, 현실'에 대응되고, 인간의 서사는 자신의 의지로 만들어가는 '판타지, 가능성'에 대응된다.
필자는 역사와 현실에 기반을 두고 소설을 이끌어가지만, 등장인물에게 판타지와 가능성를 펼치는 역할을 맡김으로써,
역사와 판타지라는 상반된 영역을 조화롭게 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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