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지구를 위한 시
이문재 외 지음 / 마음의숲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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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시는 사람들이 가장 접근하기 어려워 하는 장르이다 
이해하고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문학 종류보다 머리를 더 써야 한다. 
함축과 비약으로 예술성을 표현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예컨대, 한 가지 주제로 시를 엮거나, 그와 관련한 산문과 함께 감상하는 것이다. 
아울러 그 주제가 모든 이들이 공감하고 환영하는 것일 경우 그런 효과는 배가된다. 

그리고 이 책은 위에서 언급한 그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시와 산문 모음집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이 표방하고 있는 주제와 기획이다.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는 시인들의 글들을 모았다. 당연히 주제는 환경 보호이고, 장르는 시이다. 
그런데 놀라운 이 책의 특징은 읽기에 아주 재미 있다는 것이다. 
너무 당위성이 있는 주제이고, 아주 난이도가 있는 장르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비결은 기발한 기획과 균형 잡힌 시인들의 글솜씨이다. 
각 소 챕터들은 시로 시작하지만, 곧이어 그 주제와 생각을 연결하는 산문이 이어진다. 
시라는 부담감이 있지만, 곧바로 산문이 그 짐을 가볍게 해준다. 
또한 한 명의 시인이 쓴 글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22명의 시인이 시와 산문을 각각 하나씩 전해주고 교대를 하니,
독서하기에 지루하지 않고, 각 챕터마다 신선함이 생겨난다. 
아울러 환경이라는 중요한 주제에 대해 각기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시와 산문을 즐기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다는 점도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다음으로 본문을 읽으며, 평소 관심을 갖지 않았던 시인들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각자의 개성이 느껴지는 시와 산문을 읽으며, 시인들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더 살펴보게 된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더 마음에 와닿는 시가 있는 경우에는 그런 효과가 더 커진다. 
또한 작게 시인들의 사진을 첨부한 편집도 칭찬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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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톨과 조각난 에메랄드 퀸톨TV 오리지널 스토리북 2
소혜 그림, 임정우 글, 퀸톨TV 원작 / 서울문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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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아이들이 책과 관련하여 즐길 수 있는 것들은 무조건 많아져야 한다. 
책은 유투브, 텔레비전, 인터넷, 게임 등과 같은 다른 강력한 경쟁자들을 혼자만으로는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미 있는 이야기도 현란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는 시각 매체에 절대 대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책과 친하게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이 그 어려운 물음에 대한 현실성 있는 답을 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당연히 이 책의 제작 배경이다. 
'오리지널 스토리북'이라는 문구가 일차적으로 이 이야기 책의 성격을 말해준다. 
유투브의 게임 스토리 채널이 제작한 아이들용 소설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단순히 소설이 아니라, 게임 속에서 이야기를 꾸며 나가는 유투브 채널이 그들의 세계관 속에서 만들어낸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다. 
소설이 먼저 인기를 얻은 후 그것을 바탕으로 2차 창작물이 만들어진 것이 일반적인데, 이 경우는 그 반대에 가깝다. 
이는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라는 자유도가 높은 게임과 유투브라는 진입장벽이 낮은 방송 매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런 특징들로 인해, 통상적인 소설들과 다른 문법이 적용된다. 
예컨대, 소설의 여러 요소 중 캐릭터가 특히 강조되고, 이야기 구성에 있어 수요 독자들에 대한 상호소통력과 친화도가 아주 높다.
그리고 강력한 영상 매체와 상생하는 관계이다 보니, 아이들이 책에 대한 지루함과 거부감이라는 장애물이 없이, 다가갈 수 있다. 
즉 영원한 과제로 남아 있던, 아이들과 책이 가까워지도록 하는 것이 IT 기술 발전이라는 의외의 조력자를 만난 것이다. 

다음으로, 이야기 자체로도 재미가 있고 구성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즉 앞서 언급한 다른 부수적인 보완 수단이 없이도 온전한 콘텐츠가 된다는 것이다. 
유투브라는 매체 자체가 철저히 수요 독자층의 기호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상호 피드백도 신속하고 정확하다 보니, 
그것을 기반으로 만든 이야기는 모든 측면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독자의 기대감을 충족한다. 
아울러 선풍적인 인기와 자본이 뒷받침되는 순간부터는 그런 장점이 급속도로 극대화된다.  

#서울문화사 #퀸톨과조각난에메랄드 #임정우 #소혜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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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우주로 간 날의 기적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67
샘 어셔 지음, 이상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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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우주는 언제나 어린이들의 이상향이었다. 
점점 똑같아지는 일상, 모든 걸 제약하려는 부모, 슬프거나 화가 나는 일들의 연속 등, 
이런 일련의 흐름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만으로 아이들은 다른 세계로 여행할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멋있는 우주선과 우주비행가가 있고, 존재만으로 빛나는 별들이 있으며, 미래의 꿈이라는 희망이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우주에 대한 아이들의 상상력에 추진력을 더해주고, 정제된 단면을 선사해주는 이야기이다. 

가장 큰 강점은 그림의 완성도이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그래픽 노블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림의 수준이 높다. 
선의 터치, 색상의 선택, 구도의 설정, 서사와의 결합 등 모든 면에서 조화롭고 디테일이 뛰어나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아울러 페이지마다 허투로 된 작화가 하나도 없고, 풍성한 장면 컷과 섬세한 묘사, 매력적인 표현과 연상, 전문가적 손길이 독자를 몰입하게 한다. 
특히 중요한 장면들에 대해서는 두 페이지에 걸친 거대하고 아름다우며 시원시원한 그림들로 그 미적인 효과를 극대화한다. 
검은 배경의 우주를 할아버지와 함께 유람하는 장면, 우주비행사들과 만나 대화하는 장면, 우주정거장에 들어가 그 내부에 압도되는 장면 등,
명장면, 인상적인 그림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 
한마디로, 우주라는 아이들의 상상 속 천국을 묘사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이야기 자체도 아주 잘 만들어져 있다.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올해 들어 가장 더운 어느날, 주인공 아이와 할아버지는 무료한 현실을 떠나 지붕 위로 올라간 후, 별들과 행성을 바라본다. 
그리고 불현듯 찾아온 생각에, 마치 오래 전부터 계획한 것처럼 짐을 꾸리고, 우주선을 만들어, 별들과 행성을 향해 떠난다. 
그 모험에서 주인공은 우주비행사와 만나 그들을 도와주고, 우주를 여행하며, 깜짝 놀라는 위기를 무사히 극복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기승전결이 우아하게 갖춰진 이 이야기 속에서 독자 아이들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과 동경을 채울 수 있다. 
어느 과학 서적보다도 더 값지고 기억에 남을 꿈과 희망의 우주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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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판소리 - 조선의 오페라로 빠져드는 소리여행 방구석 시리즈 3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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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영화가 없던 시절, 사람들이 이야기를 소비하던 가장 종합적이고 예술적인 방식이 있었다. 
서양에는 오페라, 우리나라에는 판소리가 그것이다. 
그런데, 영화가 등장한 이후, 오페라는 자신만의 고유하고 신성한 영역을 구축한 반면, 
판소리는 점점 그 입지는 물론, 존재의 기억조차 잃어가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판소리라는 이야기 예술이 얼마나 아름답고 재미 있는지를 알려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기발한 기획이다. 
제목에서부터 편집진들의 기획력은 드러난다. 
'방구석'이라는 친근하고 안락한 단어를 붙여, 집 안에서 많은 취미활동을 하는 최신의 트렌드를 활용하고, 
'조선의 오페라'라는 홍보 문구로 한국적인 문화에 대한 갈증과 수준 높은 예술에 대한 기대감을 모두 충족한다. 
아울러 소리로 떠나는 서사 여행이라는 컨셉 역시, 서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금의 문화적 요구도 반영한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익숙한 판소리 다섯 작품을 호기심을 유발하는 부제들과 함께 서두에 배치하였고, 
'잃어버린 조선의 아리아들'이라고 이름 붙여, 현재 완벽히 전해지지 않고 있는 판소리 네 작품도 다룬다. 
제목만큼은 이미 알고 있는 판소리들이지만, 예쁘고 아기자기한 수식어라는 포장지로 감싸서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또한 전통 판소리 외에 향가, 고전시가, 고전소설도 포함하여,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본문 구성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다음으로, 서사 중심으로 내용을 서술한 것이 장점이다. 
판소리는 시각과 청각의 예술이다. 따라서 글로써 그 본질을 전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독자의 관심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면서 판소리의 매력을 전달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그것을 이야기, 즉 서사로 보았다. 
판소리에 대한 전문적이고, 상세한 설명은 과감히 생략하고, 그것이 담고 있고, 그것에 영향을 준 서사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현대의 인기 있는 드라마보다도 더 재미 있고, 깊이가 있으며, 오랜 세월 정제되어 온 이야기들은 그 자체만으로 아주 매력적이다. 
또한 그 퀄리티로 인해 그것을 내포하고 있던 판소리에 대해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한다. 


#방구석판소리 #리텍콘텐츠 #이서희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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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권력, 미식 경제학 - 음식이 바꾼 부와 권력의 결정적 순간들
쑤친 지음, 김가경 옮김 / 이든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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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음식과 문화에 대한 책은 아주 많다. 
문화의 대부분은 요리와 관련되고, 음식만큼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 요소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음식을 넘어, 그것과 관련한 더욱 내밀하고 독특한 배경을 짚어낸다. 
그것은 바로 식욕이다. 
음식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역사 속에서 부와 권력의 지형을 변혁했는지를 살펴본다. 
음식이 그렇게 영향력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을 향한 사람들의 강력한 욕구 때문이었다는 것을 흥미롭게 이야기한다. 
필자의 통찰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사학자, 요리연구가가 아닌 경제 분야 전문가가 들려주는 음식 관련 역사 이야기라는 점이다. 
따라서 역사에 관해서 너무 전문적으로 파고들어가 내용이 어려워지거나, 
음식이나 요리와 대해서 너무 디테일하게 다뤄 사족이 많아지는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전적으로 독자의 관점에서 그들이 관심을 가지고 시사점을 추출할 수 있는 핵심에 집중한다. 
각 챕터의 분량도 간단명료하여, 가독성이 좋고 독서에 속도가 붙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재밌어 하고, 의미를 찾기 쉬운 경제적 관점을 가미하여, 이 책만의 강점을 만든다. 
경제와 정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듯한 음식들이 어떻게 세계 역사의 움직임에 영향을 끼쳤는지, 
그렇게 초래된 변화들이 어떤 경제학적 시사점을 지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다음으로, 주요 경제학적 개념과 원리를 흥미롭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제에 있어, 통화의 작동원리와 영향력, 식량 확보와 인구의 밀접한 관계, 위험감수와 기회포착의 상관관계, 수요와 공급의 밀접한 공존 등에 대한 내용을
재미 있는 역사와 음식 얘기에 곁들여,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뛰어났던 역사적 인물, 우연이 만들어낸 역사적 아이러니, 식욕이 촉발한 인간 진화 및 행동양식 등을 재미 있게 읽고 나면, 
어느새 경제학 교과서에서 중요하게 다뤘던 개념과 원리를 복습하게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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