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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서 - 250년 동안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침묵론의 대표 고전 ㅣ arte(아르테) 에쎄 시리즈 3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2월
평점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 아무 글도 쓰지 않고 표현하지 않는 것.
이런 상태를 그 누가 행동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있다. 그리고 심지어 그는 수백 년 전의 사람이다.
이 책은 침묵이 그 무엇보다도 적극적인 행위임을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우선 저자는 침묵이 역설적이게도 행동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맥락에 맞게', '신중하게' 말하고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쉽게 말해, 나쁜 말과 글을 안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적극적인 실천인 것이다. 침묵은 '심사숙고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함으로써 자아를 성찰할 수 있고, 삶의 지헤를 얻으며,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또한 이 소통을 통해 정신의 행복과 자유를 누리고, 풍요롭고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우아하고 고전적인 문체로 서술한다.
2부의 5장 '오감을 경계하라'는 이 책에서 가장 빼어난 부분이다.
특히 210쪽부터 이어지는 문장들은 압권이다.
르네상스 이후 18세기, 이성주의, 계몽주의가 사회를 휩쓰는 상황에서 한쪽으로 쏠리는 사상적 기류에 엄중한 경고를 보낸다.
인간의 이성을 믿고, 모든 것에 의혹을 제기하며 차차 학문과 연구적 접근을 중시하는 것을 넘어서, 절대적으로 맹신하고 추앙하는 흐름을 비판한다.
종교를 구시대의 폐단으로 매도하고, 신앙을 조롱하며, 신과 관련한 모든 것을 부정하는 회의주의를 걱정한다.
이성, 학문, 과학, 연구는 넘쳐나는 말과 글로 상징되고,
그런 아우성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전 우주를 이해할 수 없고, 진리에 대한 어둠을 벗어날 수 없으며, 유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신에 대한 겸손이고, 신앙에 대한 존중이며,
만연한 소음과 대척점에 있는 고결한 침묵이라고 일갈한다.
아울러 임종의 순간을 상상으로 그려볼 것을 제안하며,
죽음, 종교, 사후를 대하는 두 부류의 인간에 대해 서술한 부분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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