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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영화들
이남 지음 / 미메시스 / 2025년 3월
평점 :
영화는 문화적 산물이다.
그 감독과 제작진, 그리고 관객이 속한 문화의 희노애락을 담는다.
지금 보면 너무 열악했던 시공에 대한 비애, 알게 모르게 미화되는 과거에 대한 향수, 더 나은 곳으로 가고자 하는 열망을 담는다.
차갑게 대비되는 인간과 사회의 양극성, 쓴웃음이지만 미소를 짓게 하는 암울함과 우스움,
미개했던 과거의 생각과 행동, 아직도 반복되는 과오들,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에도 계속될 사회적 부조리들을 연속하여 활동하는 사진 속에 담는다.
그리고 그 일을 세심하게, 하지만 대담하게 해낸 한국 감독이 있다.
이 책은 그 감독, 봉준호에 대한 이야기이다.
먼저 필자는 한국 역사와 문화, 즉 한국의 사회 속에서 그의 영화들을 다룬다.
등장인물이 처한 부조리가 어떻게 사회의 부조리와 연계되는지,
그들의 공포와 분노가 어떻게 사회의 충격과 불행을 대변하는지,
극 중의 블랙코미디가 어떻게 사회의 어처구니 없음을 투영하는지를 풀어낸다.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경험적 특징이 어떻게 봉준호의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지를 분석한다.
덕분에 독자는 각각 별개로 존재하는 그의 영화들이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다양한 영화적 변주 속에 그가 천착한 한국 사회라는 확고한 주제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드디어 세계적인 기조와 공명하게 된 한국의 사회적 맥락을 다룬다. 봉준호의 영화들을 통해서 말이다.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은 세계와 비동조화하기 시작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세계적인 흐름으로부터 뒤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가 개방적 근대화에 집중할 때 폐쇄적 시대착오에 매달렸으며, 제국주의와 전쟁에 투신할 때 식민지로서 착취에 만신창이가 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후 복구에 한창일 때, 동족상잔의 전후 파괴 및 그 후유증에 사로잡힌다.
이런 불일치는 80년대부터 조금씩 일치되기 시작한다.
정치적으로 군사독재라는 반시대적 낙오를 반복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압축적 경제성장과 신자유주의 채택으로 세계와 발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 80년대라는 지점에 봉준호의 영화적 원형이 있다.
그 동조화의 순간부터 발생하게 된, 한국 사회의 부조리들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한국의 세계와의 공명으로 인해, 봉준호의 내러티브가 한국을 포괄하는 세계의 부조리와 연결되는 것이다.
필자는 그 핵심과 근원적 양상을 이 책을 통해 짚어낸다.
특히 5~7장의 테마는 그 대표적인 표현이며,
장편영화 6편만에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의 4개 부문을 거머쥔 성과는 그 대표적인 증거이다.
살인의 추억의 마지막 장면, 관객을 쳐다보는 시골 형사, 그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불가피한 현실적 부조리를 뛰어넘지 못했다.
무지하고 무력한 개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관객에게 눈빛으로 하소연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독자는 어느덧 그런 개인과 자신이 오버랩되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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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네영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