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요리 전문가 황미선의 치유식
황미선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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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아무리 치유식 책이라고는 하지만, 표지 전면에 내세운 음식이 죽이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그런데 또 쳐다보고 있으면 제목과 너무 잘 어울린다. 
아울러 표지의 색과 구분이 안 되는 색감이 표지 디자인의 미학적 완성마저 높인다. 

본문을 읽다보니, 이 죽은 흙보리타락죽이라고 한다. 
곱게 간 쌀에 우유를 넣어서 끓인 죽이며, 궁중에서 즐겨 먹었다고 한다. 
흙보리를 넣음으로써 맛과 영양을 더했다고 한다. 

이 죽을 왜 가장 앞에 선보였는지 알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표지에서 이미, 
음식 선별에 대한 자신감, 특색 있는 레시피, 시각까지 만족시키는 총체적 감각,
그리고 무엇보다 맛과 영양을 증강하는 치유식의 효능을 단번에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항암이라는 미션과 치유식이라는 수단의 건강한 조합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뛰어난 점은 음식을 소개하기 앞서, 기초를 탄탄하게 다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파트 1의 본격적인 본문을 시작하기 전에, 기본 양념, 건강을 위한 식재료, 
원기를 회복하는 보양식, 맛과 멋을 살리는 고명을 먼저 논한다.
특히 양념과 식재료에 대해서는 우아한 사진들과 함께 음식을 소개하는 본문에 버금갈 정도로 상세히 다룬다. 
그럼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음식에 있어 기초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습득하고 실감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울러 기본 개념이 확실하면 응용을 쉽게 할 수 있듯이, 이 기초편을 잘 읽고 나면, 본문의 레시피를 소화하기 쉬워진다. 

다음으로 큼직한 판형과 미학적인 사진자료가 강점이다. 
책의 시원시원한 크기는 주방에서 어느 곳에 놓아도 그 내용을 볼 수 있고, 
사진으로 실린 음식과 식재료의 질감까지 표현하고 있어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준다. 
그리고 각 음식을 찍은 사진은 전문가의 손길이 물씬 베어나올 정도로 그 퀄리티가 높다. 
사진만 넘겨 보아도, 책 속으로 빠져들고, 즉각 그 레시피를 따라서 음식을 만들어보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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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표준 노트 - 창의력을 자극하는 174가지 그래프
팀 샤르티에.에이미 랭빌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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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단언컨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트가 나왔다. 
동시에 가장 자유롭고 사랑스럽기도 하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제멋대로이지만 엄격한 규칙에 따르고, 수학적이지만 예술적이며, 정돈되지 않은 듯하지만 질서를 갖춘 노트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은 수학이라는 신성한 광기를 노트라는 현세적인 형식에 담은 이야기이다. 

가장 빼어난 점은 노트라는 수백 년 동안 바뀐 것이 하나 없고, 
그래서 따분하다고 무시 당하는 대상을 그 정반대의 존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노트마다 천편일률적으로 그어져 있는 선을 주목한다. 

왜 그것들은 똑같아야만 하는가. 왜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서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위와 같은 물음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그들은 그 선들이 바뀌면 그 위에 써내려가는 우리의 생각도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끝이 정해져 있고, 똑바르기만 한 평행선을 난데없이 중단되고, 유려하게 휘어지도록 한다면, 
혼이라도 난 듯이 경직되어 서 있는 선들을 자유롭게 늘어지고 교차하게 한다면, 
행여라도 어떤 모양이나 생각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자체 검열하는 선들을 자연의 형상과 우리 생각의 형태로 바꾼다면, 
그 노트는 훨씬 즐거운 자발성이 넘쳐나는 종이묶음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각 페이지들은 이러한 그들의 믿음과 주장이 과감하고 대담하게 담겨 있다. 
땋은 머리가 있고, 시골 풍경이 펼쳐지며, 웜홀과 하트가 있다. 
교향곡이 있고, 해어진 실마리들이 있으며, 바늘구멍과 잎사귀선이 있다. 

숨 막히게 구속되어 있던 노트는 이 책을 통해 약간 변형이 되었을 뿐이지만, 
규칙과 제약과는 정반대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구조적이고 철창 같던 평행선들은 흐트러진 희미한 가닥들에 의해 신성한 광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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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
톰 행크스 지음, 홍지로 옮김 / 리드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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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헐리우드에 전성기가 아닌 시기가 드물지만, 
가장 문학적이고 영상적으로 완성도에 이른 최전성기는 1990년대라고 생각한다. 
일급 작가들이 특별할 것 없는 장면에서 세상을 놀래킬 만한 명대사들을 만들어냈고, 
컴퓨터 그래픽, 촬영 기법 등의 영화적 기술이 폭발하기 직전의 시기에,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간직될 미쟝센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런 1990년대 헐리우드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 바로 톰 행크스이다. 
영화 팬들이 추억하는 명대사와 명장면들 속 그의 비중만 생각해보아도 이는 분명해진다. 
따라서 그는 지금까지 배우로서 우리들에게 해준 이야기와는 별도로, 
그 시절의 영화라는 예술에 대해 영화인으로서 해줄 수 있는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모두의 암묵적 기대에 대하여, 그는 논픽션이 아닌 픽션을 가지고 관객 대신 독자를 만난다. 

왜 장편소설이라는 형식을 선택했을까. 
아주 두꺼운 책을 톰이라는 흥행보증수표의 이름을 믿고 읽어나가면서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어렴풋한 해답의 실마리는 점점 큰 형상을 갖춰가기 시작한다. 
아울러 동시에 소설 속에서는 그렇게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이런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다니 역시 톰 행크스는 영화라는 산업이 키운 유쾌한 이야기꾼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그의 소설을 통해, 우리는 영화라는 종합 예술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바로 옆에서 들여다 보듯이, 살펴볼 수 있다. 
만일 자서전이었다면 시점은 톰의 1인칭 시점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모든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현장에서 시시각각 상호작용하는 인간 군상을 볼 수 있고,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영화 촬영 작업들을 목격할 수 있고, 
평등하게 주고받는 각종 대화를 들을 수 있고, 화면 뒤에서 벌어지는 온갖 촌극과 사연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 배우와 스태프, 여러 사건과 배경과 더불어, 영화를 만들어내는 그 행위 자체도 주인공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독서 후에는 저자가 왜 논픽션이라는 도전적인 시도를 했는지 알아차리게 되고, 대배우의 칭호를 받는 그가 '역시' 그에 걸맞는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찬사를 보내게 된다. 


#그렇게걸작은만들어진다 #톰행크스 #홍지로 #리드비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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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로 시작하는 언어 모델과 생성형 인공지능 - 100개의 그림 예제로 이해하기
추형석 지음 / 위즈앤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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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유럽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인공지능에 있어, 이 '인공지능'이라는 말 이외에는 모든 말이 우리에게 생소하다. 
멀티 모달, 순환형 신경망, 람다 등은 생전 처음 듣는 말들이고, 
트랜스포머, 어텐션, 생성형 등의 말은 우리의 기존 인식체계에 존재하는 말이어서 친근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 의미가 완전히 새롭게 재편된 말들이다. 
즉 오랜시간 익숙해진 인공지능이라는 표제어로 인해, 그 깊숙한 내부가 감춰져 있지만, 그 속내는 그야말로 일반인들에게는 혼돈 그 자체인 신세계이다.       

이 책은 그런 신세계를 이해하도록 해주는 길잡이 같은 책이다. 

가장 큰 장점은 어려운 신기술에 대한 설명이지만 독자 친화적인 구성, 내용, 편집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우선 핵심 위주의 100가지 주제를 선별하여, 그것들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독자는 난해하고 낯선 설명들로 인해 지루해지거나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한 페이지에는 이론적 설명을, 또다른 한 페이지에서는 그에 대한 그림 설명을 하는 식으로 하여, 
각 주제에 대해 단 두 페이지로 서술한다는 원칙을 지킨다. 
이로 인해, 내용은 간단명료해지고, 바로 이어지는 그림, 도표 등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음으로 각종 용어에 대한 설명을 공들여서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공지능의 용어들은 일반인들의 진입을 막는 최대 장벽들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 단어들을 잘게 쪼개어 설명하여 새로운 지식에 대한 소화를 돕는다. 

아울러 인공지능의 초창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은 시작기의 인공지능은 왜 지지부진했는지, 어떤 계기가 기술 발달을 촉진했는지, 현재는 어떤 방향을 가고 있는지에 대한 거시적인 흐름을 짚어준다. 
따라서 따로 동떨어져 보이는 현상들로 인해 혼란스러워 하는 독자를 최적의 경로로 인도하고, 
지금까지의 문맥적 변천을 통해 미래를 전망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는 이미 인공지능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 시점에서 그 내부의 매커니즘과 역사적 의미를 안내하는 이런 책이 출간되어 아주 반갑다. 

 #트랜스포머로시작하는언어모델과생성형인공지능 #북유럽 #위즈앤북 #추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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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사람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
고수경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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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제목이 좋다. 
요즘 옆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현대인의 무관심, 인간 소외, 경쟁 사회 등의 거창한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냥 지금은 모두 자기 자신을 건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옆사람, 즉 그 관계와 그것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는 우리들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상적인 것은, 놀랍도록 파편화 되어 있지만, 
더 놀랍게도 주위와 연결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 모순적인 감정을 위해 소설 속 인물들은 매개물을 찾고, 계기를 만들려고 하며, 
이미 현실에서 일어나 버린 자신이라는 사건을 되씹는다. 

그런 인물들을 보며 독자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자신도 그렇다는 공감, 나는 그렇지 않다는 부인,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수용, 
여러 느낌이 교차하겠지만, 그 조류 속에서 공통되는 한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는 늘 옆사람을 의식하고 신경쓴다는 것이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혹은 능동적이든, 피동적이든, 상관이 없다. 
우리는 자기 멋대로 자신의 감정을 옆사람에게 투영하기도 하고, 동일한 것을 끌어내려고 하기도 하며, 
좁혀질 수 없는 간극에 좌절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투영, 유도, 좌절 등의 혼돈을 거치면서, 완벽하고 아름답지는 않지만, 
비로소 자신이 건사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세상에서 자신을 잘 간수하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 
애초에 잘 모르고, 이해하기 힘들며, 도망치고 싶은 옆사람이 필요하다. 



#옆사람 #고수경 #열린책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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