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데트의 노래
프란츠 베르펠 지음, 이효상.이선화 옮김 / 파람북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그런 존재다.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삼지만, 방종을 막아줄 수 있는 순종을 선택하고,

의문과 의구심으로 문명의 발전을 이뤘지만, 의문이 필요없는 신성을 희구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성과 속'이라는 모순되지만 상생하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선 이야기의 시작은 마치 창세기의 미시적 변용처럼 비롯된다.

세상에 신성을 상징하는 존재(묵주를 손에 든 아름다운 여인)가 등장하고,

순수하고 가진 것이 없으며, 특별하지 않은 한 소녀가 그 접점이 된다.

그녀를 둘러싼 어둡고 번잡한 현실 세계는 치유의 샘물이 흐르는 은총의 장소가 되고,

자신은 어느덧 성녀가 된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점은

그 성녀가 단순히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 '행복한' 존재가 아니라, '불행한' 성녀라는 점이다.

베르나데트는 끊임없이 의심을 받고, 욕설과 모욕에 시달리며, 비난과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

아울러 내적으로는 불치병을 얻고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한다.

먼저 왜 그녀는 불행한 성녀가 될 수밖에 없는가.

이는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이라는 존재와 이 세계 자체가, 성과 속이라는 모순된 양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두 요소는 항상 서로를 의심하며 화합하지 못한다.

소설 속에서도 신성의 존재가 베르나데트에게 은총을 내리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사람들이 그녀를 정신병자로 낙인 찍고, 심문하며, 이용하려 든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이런 태고성을 지닌 갈등과 모순을

문학적으로 아름답게 묘사하고, 본질적으로 명확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은

속세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자신에게 나타난 여인에게 순종하고,

수많은 의구심이라는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의문이 필요없는 행동을 실천해나간다.

사람들은 불치병에 걸린 베르나데트에게 그녀가 불러온 치유의 샘물을 이용하라고 권한다.

그녀가 이룩한 성과이므로 그래도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성취로 보지 않는다. 그리고 단호히 거절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샘이 있는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원적이며 모순적이었던 '성과 속'이

그녀 안에서 드디어 평화를 이루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베르나데트의 노래 #프란츠베르펠 #이효상 #이선화 #파람북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임플란트 명의 장혁진 원장의 젊어지는 치과 이야기 - 장혁진 원장과 백일섭이 전하는 임플란트 가정의학백과
장혁진 외 지음 / 렛츠북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특유의 약품 냄새도 안 나고, 왠지 모를 무거운 분위기를 안 느껴도 되고,

흰 가운, 환자복으로 둘러싸이는 약간의 두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특히 치과는 이런 정도가 더 강한데,

이 책은 그런 거리감 생기는 요소들을 완전히 제거해준다.

먼저 칭찬하고 싶은 점은 책의 기획, 구성, 편집이다.

필자도 서문에서 밝혔듯이, 임플란트에 대한 안내서, 설명서가 국내외에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친철한 책이 기획 출간된 건 환자들, 일반인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그리고 구성이 독자친화적이다.

치과 진료 중 임플란트는 그 대상이 대부분이 연세가 있는 사람들이다.

여러 여건상 책과 가까워지기 어려운 연령층이고,

주제상 일반 책처럼 서술 중심, 저자 중심으로 제작하면 지루하여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낯익은 연기자 백일섭 씨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책을 구성했고,

그가 실제로 치료받은 과정들을 예시로 첨부하면서 내용이 쉽게 읽히고 흥미롭게 만들었다.

아울러 시원시원한 편집이 가독성을 높인다.

컬러판 사진들이 많이 삽입되어 이해에 도움을 주고,

본문 역시 전체가 컬러로 되어 있어 고연령층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게다가 그림으로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일 때는 그림, 일러스트, 그래픽을 활용하여 내용의 질을 높였다.

병원의 다른 진료과들에서도 이런 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도움이 된다.

#임플란트 명의 장혁진 원장의 젊어지는 치과 이야기 #장혁진 #백일섭 #렛츠북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얼 머니, 더 비트코인
이장우 지음 / 허들링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산이라는 분야에서도 새로운 대상이 출현하는 건 너무 생소하다.

수백년 동안 변화가 없었던 부문이기도 하고,

가장 안정적이어야 하고, 안전해야 하며, 고정된 개념이 있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모두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이런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그 등장은 우리가 관심을 갖게 된 시점보다 더 오래 전으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 새로운 자산에 대한 이야기이다.

먼저, 사람들의 화폐와 자산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설명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그 두 가지 경제 요소의 역사적 변천 및 사회와의 관계를 간단하게 안내한다.

독자들이 많이 접하는 경제 개념이지만 정작 상세히 살펴보지는 않은 내용을

남녀노소 모두가 이해하기 쉽게 간단히 서술한다.

이어서는 본격적으로 비트코인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 특징과 장점, 기술적인 측면의 상세 내용을 다루고,

어떻게 각광 받는 투자처가 되었는지도 소챕터별로 풀어낸다.

특히 일반인들은 어려워하는 테크니컬한 부분을 건너뛰지 않고

가능한 평이하게 설명하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따라서 낯선 용어, 세부 매커니즘, 그동안의 흐름에 대한 이해의 윤곽이 잡히게 된다.

아울러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파트 7인데,

그동안 제기되어 온 비트코인의 한계를 현재 어떻게 보완하고 있는지,

그 극복 노력이 디지털 화폐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한 그런 파급효과가 금융시스템과 정치, 경제, 글로벌적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너무 복잡하지 않게 다루고 있다.

#리얼 머니 더 비트코인 #허들링북스 #이장우

#문화충전200%

#문화충전200%서평단 #문화충전200%리뷰단

<이 글은 문화충전 200%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다가, 뭉클 - 매일이 특별해지는 순간의 기록
이기주 지음 / 터닝페이지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많이 그려본 사람이 그린 선은 알아볼 수 있다.

강약을 통해 선 하나에도 문맥과 맥박을 만들고,

길이를 통해 단면과 입체를 만들며,

위치를 통해 생각의 명암과 감각의 이야기를 만든다.

이것이 펜화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이유다.

흑백이고, 꽉 채워지지도 않았으며, 습작 같은 펜화는

흑백에도 색이 있고, 대상을 표현하기 위해 공백만으로 충분하며,

연습 같은 가벼움이 때로는 더 완벽한 완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 책 역시, 이런 펜화로 이뤄진 에세이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을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펜으로 옮긴 풍경과

그 장소가 떠올리게 해준 생각들.

한 사람만 만나는 것이 아니고, 가지각색의 사람들과 어울려야 할 때마다 글로 옮긴 단상과

그 만남이 촉발한 감정들.

이 경험들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면서 그린 그림들이 실려있다.

이런 생각과 감정의 스케치들이 밑바탕에 있어,

그 그림들이 글과 어울어지고, 독자들에게 설득력을 지닌다.

펜화로 재현됨으로써 오늘이라는 하루가 미적 감흥을 일으키는 주체가 된다.

#그리다가 뭉클 #이기주 #터닝페이지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여전히 걸어가는 중입니다 - 젊은 도예가의 꿈을 향한 도전과 응원
김소영 지음 / 드림셀러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순례자들이 가는 길이 아니라,

어떤 이든 그곳에 가는 사람을 모두 순례자로 만드는 길이다.

이 책을 보며 느꼈다.

단지 하나의 길일 뿐이지만,

걷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뤄두었던 생각들을 비집고 들어가게 만들고,

보지 않았던 수평선과 하늘을 보게 만들고,

만날 일이 없었던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게 만들며,

다시 그 대화로부터, 만날 일이 없었던 영감과 성찰을 얻게 만드는 길이다.

다리를 움직여 물리적인 거리를 진행하는 길이 아니라,

생각을 움직여 형이상학적인 공간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필자 역시, 이런 사람들 중 하나이고, 이렇게 순례길이 만든 신비한 여정을 걸었다.

게다가, 같은 세대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한 길이 아닌 독특한 커리어를 추구하고,

자신 안에 있는 괴짜 본능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어서, 필자는 더욱 그 길에 빠져든다.

한 번 경험한, 일상으로부터의 이탈, 일반 사람들로부터의 탈출은

그녀로 하여금, 9번이라는 반복적이며 임시방편적인 순례자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을 글로 쓰도록 안내한다.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하루, 단순한 생활, 실증나는 현실과

노란색 화살표, 광활한 풍경, 이상적 돌파구를 만날 수 있는 산티아고를 비교한 본문을 읽다보면,

독자들 역시 순례자가 되고자 하는 열망에 빠지도록 인도한다.

아울러, 길이라는 인공적이기도 하고 자연적이기도 한 대상이,

간단하고 단편적인 수단이 아닌,

인생, 회상, 희망을 향한, 정교하고 총체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한다.

#나는 여전히 걸어가는 중입니다 #김소영 #드림셀러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