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런 존재다.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삼지만, 방종을 막아줄 수 있는 순종을 선택하고,
의문과 의구심으로 문명의 발전을 이뤘지만, 의문이 필요없는 신성을 희구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성과 속'이라는 모순되지만 상생하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선 이야기의 시작은 마치 창세기의 미시적 변용처럼 비롯된다.
세상에 신성을 상징하는 존재(묵주를 손에 든 아름다운 여인)가 등장하고,
순수하고 가진 것이 없으며, 특별하지 않은 한 소녀가 그 접점이 된다.
그녀를 둘러싼 어둡고 번잡한 현실 세계는 치유의 샘물이 흐르는 은총의 장소가 되고,
자신은 어느덧 성녀가 된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점은
그 성녀가 단순히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 '행복한' 존재가 아니라, '불행한' 성녀라는 점이다.
베르나데트는 끊임없이 의심을 받고, 욕설과 모욕에 시달리며, 비난과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
아울러 내적으로는 불치병을 얻고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한다.
먼저 왜 그녀는 불행한 성녀가 될 수밖에 없는가.
이는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이라는 존재와 이 세계 자체가, 성과 속이라는 모순된 양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두 요소는 항상 서로를 의심하며 화합하지 못한다.
소설 속에서도 신성의 존재가 베르나데트에게 은총을 내리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사람들이 그녀를 정신병자로 낙인 찍고, 심문하며, 이용하려 든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이런 태고성을 지닌 갈등과 모순을
문학적으로 아름답게 묘사하고, 본질적으로 명확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은
속세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자신에게 나타난 여인에게 순종하고,
수많은 의구심이라는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의문이 필요없는 행동을 실천해나간다.
사람들은 불치병에 걸린 베르나데트에게 그녀가 불러온 치유의 샘물을 이용하라고 권한다.
그녀가 이룩한 성과이므로 그래도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성취로 보지 않는다. 그리고 단호히 거절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샘이 있는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원적이며 모순적이었던 '성과 속'이
그녀 안에서 드디어 평화를 이루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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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