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그려본 사람이 그린 선은 알아볼 수 있다.
강약을 통해 선 하나에도 문맥과 맥박을 만들고,
길이를 통해 단면과 입체를 만들며,
위치를 통해 생각의 명암과 감각의 이야기를 만든다.
이것이 펜화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이유다.
흑백이고, 꽉 채워지지도 않았으며, 습작 같은 펜화는
흑백에도 색이 있고, 대상을 표현하기 위해 공백만으로 충분하며,
연습 같은 가벼움이 때로는 더 완벽한 완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 책 역시, 이런 펜화로 이뤄진 에세이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을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펜으로 옮긴 풍경과
그 장소가 떠올리게 해준 생각들.
한 사람만 만나는 것이 아니고, 가지각색의 사람들과 어울려야 할 때마다 글로 옮긴 단상과
그 만남이 촉발한 감정들.
이 경험들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면서 그린 그림들이 실려있다.
이런 생각과 감정의 스케치들이 밑바탕에 있어,
그 그림들이 글과 어울어지고, 독자들에게 설득력을 지닌다.
펜화로 재현됨으로써 오늘이라는 하루가 미적 감흥을 일으키는 주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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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