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학 기행 - 방민호 교수와 함께 걷는 문학 도시 서울, 개정증보판
방민호 지음 / 북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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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서울 기행문'
친숙한 두 단어가 만났는데, 이렇게 안 어울릴 수가 있을까. 
서울이란 대부분에게 거주의 공간이지 여행의 장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 이외에 서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공간적으로도 이럴진대, 시간적으로 더더욱 서울에 대해 잘 모른다. 
예컨대, '80년대의 서울은 어땠으며, '60년대 서울에는 어떤 이들이 살았으며, '20년대 서울의 도시생활은 어떠했는지. 

이 책은 이런 서울을 공간적, 시간적으로 기행하는 이야기이다. 

가장 빼어난 점은 단순한 기행이 아니라, 그것을 문학이라는 거대한 세계와 결합했다는 것이다. 
골목길, 옛 유적지, 도시의 구석빼기 등을 거니는 기행문은 넘쳐난다. 
그러나 윤동주가 살았던 동네, 현진건이 배경으로 설정한 교통경로, 이광수가 안식을 찾아간 장소 등을 둘러본 여행기는 없었다. 
이렇게 되면 서울의 특정한 장소들은 단순히 공간적 위상만 지니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예술적, 심미적 의미까지 내포하게 된다. 
아울러 작가들을 넘어서, 그들이 쓴 작품들까지도 이 조화에 합류하게 되면 그 의미의 깊이는 무궁해진다. 
 
다음으로 독특한 문학사로서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교과서에서처럼 작가와 작품에 대해 무미건조하게 역사적으로만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감각적인 매개를 통하여 생생하고 풍성하게 설명한다. 
화석처럼 고정된 이상, 현진건, 이호철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공에서 살아있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의 인생이 어떤 맥락에서 흘러갔고, 그들의 작품 속 인물과 사건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강점들 덕분에, 독서 후에는 자신이 좋아하던 소설, 대목이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과도한 집중으로 인해 비판도 받고,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그 정치, 경제, 문화적 역할을 재고해야 한다는 도전에도 직면한 서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한편으로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얼마나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한다. 
단언컨대,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그 관계는 더욱 친밀해질 것이다. 


#서울문학기행 #북다 #방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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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세계사 365 - 역사책 좀 다시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요나스 구세나에르츠.벤저민 고이배르츠.로랑 포쉐 지음, 정신재 옮김 / 정민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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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필자들은 역사 매니아임에 틀림 없다. 
이런 기획을 창안해낸다는 것은 역사를 보통 사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매일 매일 사람들이 역사를 마치 휴대폰처럼 바로 옆에 두길 원했다. 

이 책은 365일, 그 각각의 날에 발생했던 일들을 시공을 초월하여 엮은 이야기이다. 

역시 가장 뛰어난 점은 아이디어이다. 
1년을 하루 단위로 나누고, 그 하루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서술한 후, 그것들을 모아서 다시 1년을 만들었다. 
오늘에 해당하는 날을 펼쳐도 되고, 자신의 생일을 펼쳐도 되며, 그냥 무작위로 페이지를 펼쳐도 된다. 
그곳에는 예상하지 못하는 역사 이야기가 있고, 그 사건은 당연히 현실성을 기본 전제로, 생동감으로 가득 차 있으며, 시사점과 영감까지 선사한다. 

아울러 특정 지역, 특정 시대, 특정 나라에만 치우치지 않고 전 세계를 골고루 다룬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는 묘한 무작위성을 부여하여 독서의 즐거움을 일으키고, 역사에 대한 광범위한 시야와 다각적인 관점을 제공한다. 
지역, 시대, 나라별로 공부하는 것이 통상적인 역사 공부를 완전히 다른 접근법으로 실행할 수 있다. 

또한 기발한 기획에 힘입어 신선한 통찰을 얻을 수도 있다. 
그것은 바로, 계절별 역사의 흐름이다. 
편년체로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역사를 일자별, 월별로 정리하다 보니, 그런 구성으로부터 분석되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다시 말해, 계절의 흐름에 따라 그 시기별 특성을 띄는 역사적 특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예컨대, 1월 부근의 시기에는 무언가가 시작, 출범, 건립, 선포, 즉위하는 것이 많이 포함된다. 
4월 부근의 계절에는 무언가가 활발히 역동하기 시작하고, 새로운 경험이 착수되며, 전쟁 등의 기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6월 부근의 시점에서는 점점 높아지는 온도와 열기를 반영하듯, 전쟁, 저항, 시위 등이 격화되는 태동이 일어난다. 
9월 부근의 시간에는 점차 차분해지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문화, 예술, 사상, 발명, 발견 등에 관한 사건이 많이 발생한다.  
11월 부근에 이르러서는 벌어졌던 여러 사건, 전쟁들의 종결, 화해, 회담 등이 역사에 자리한다.   


#쓸모있는세계사365 #정민미디어 #정신재 #요나스구세나에르츠 #벤저민고이배르츠 #로랑포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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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야! 토끼야! I LOVE 그림책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지음, 탐 리히텐헬드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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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우리는 이목구비로 세상을 인식한다. 
그러나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감각은 언제든지 우리를 기만할 수 있고 그 자체로 틀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사실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을 도와준다. 

핵심 소재는 우리가 대부분 익히 보아온 유명한 그림이다. 
시각적 착시를 내포하여 양면의 해석을 가능하게 해주는 토끼와 오리 그림이 그것이다. 
물리적 시점의 위치를 전혀 바꾸지 않았음에도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그림은 전혀 다르게 보인다. 

무엇이 과연 정답일까. 
알다시피, 정답은 없다는 것이 바로 정답이다.
이 그림이 제안하는 정답은 바로, 우리의 감각은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이 의문과 정답에 대해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려면 이야기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림이 있어야 하고, 함께 보며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일련의 과정을 손쉽게 밟아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아울러 서로 다른 관점을 포용하는 태도도 가르칠 수 있다. 
세상의 문제들에는 단 하나의 답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양면적이며 다중적인 답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 

간단한 그림과 간단한 이야기가 적절하게 조화된 이 책을 통해 꼭 전달하고 싶었던 세상의 원리를 아이와 공유할 수 있다.   

#오리야토끼야 #보물창고 #에이미크루즈로젠탈 #탐리히텐헬드 #신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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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을 가리키자면 달달북다 7
예소연 지음 / 북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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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어느 시절이든 그 시점을 상징하는 대상들이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시절을 십대의 종말 부근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곳에는 학창시절이 있고, 교실이 있으며, 교복이 있다. 
또한 거기에는 약육강식적인 관계가 있고, 남녀의 만남이 있으며, 미숙함이 있다. 
그리고 필자는 무엇보다 그곳에 미궁과 사랑의 흔적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예컨대, 한 곳에 모여있도록 설정된 십대들에게 교실은 하나의 인위적인 세계이며, 
각각 별개의 존재인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이 지점에서 알 수 없는 미궁이 발생하고, 이는 다시 대립과 폭력의 기폭제가 된다. 

아울러 그런 와중에 작은 호의와 애틋함의 시작도 공존하여,
대부분 좌절하게 되는 관계의 정글 속에서 한 남녀 학생의 미약한 사랑의 감정도 감지된다. 
이 교차점에서 서로를 조금씩 끌어들이고 세계를 공유하는 첫사랑의 흔적이 남게 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런 미궁과 사랑이 너무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완벽한 배경 위에 놓여진 순수한 감정이 아니라, 뒤죽박죽 좌충우돌하는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불순물 섞인 감정이라는 것이다. 
절대 알 수 없는 서로의 존재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끝내 그 내밀한 비밀은 드러나지 않고, 
분명히 자신의 감정으로 들어오는 상대의 존재를 수용하려 하지만, 두려움이 있어 과감해지지 못한다.  
내면과 외부세계의 교류에 있어, 긍정과 부정을 오가고, 개방과 폐쇄를 반복하며, 파국과 시작이 공존한다. 

이런 미스테리적인 성격의 관계와 생각의 성장들이 그들이 앞두고 있는 십대의 종말을 장식한다.   


#어느순간을가리키자면 #예소연 #북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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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되지 않는 사회 - 인류학자, 노동, 그리고 뜨거운 질문들
김관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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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산업 현장, 근로 현장에서는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고 있다. 
노동을 착취하고 인권과 복지에 대해 무지하던 근대도 아닌데, 그런 일이 아직도 벌어질까. 
답은 '그렇다'이다. 
상징적인 의미로 '죽음'을 내세웠지만 그 근접에는 질병, 부상 등의 넓은 회색지대도 존재한다.  

이 책은 그러한 한국의 노동 현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노동 현장'이라 명명하면 이데올로기적으로 들리겠지만, 쉽게 말해 한국에서 사람들이 일하는 풍경이라고 하면 알맞을 것이다. 

우선 필자는 자신의 집필 대상을 한마디로 정리한다. 
'지불되지 않는 사회'
사람들의 노력에 대한 대가가 온전히 지불되지 않는다는 것처럼 부조리한 일이 있을까. 
이처럼 사람들이 분노해야 하는 일이 또 있을까.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 부조리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분노하지 않는다. 
필자는 그렇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를 밝히고 그 상세한 내용을 세상에 드러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문화인류학 교수인 필자는 자신과 동떨어져 있는 사회의 단면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첫 번째 원인은 자신이 밝혔듯이, 필자가 타고난 예민한 감성이다. 그 감수성으로 그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세상의 일면에 감응한다. 
두 번째 원인은 이미 사회 전반에 걸쳐 퍼져버린 노동 현장의 변화이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배달원들은 이제 더 이상 걷지 않는다. 사회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이제는 '바쁨'을 넘어서 '숨가쁨'을 호소한다. 
이렇게 조금씩 스며들어 어느새 평범함이 된 현상들을 사람들은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다만 본격적으로 들여다 보거나 분석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필자는 이렇게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느끼던 부조리와 두려움의 근원을 자신의 감수성과 지성으로 밝히기 시작한다. 
  
가장 뛰어난 챕터는 6장이다. 
현재 진행형인 '디지털 자본주의'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 사회는 점점, 사람보다 더 영악한 인공지능이 더 가혹하게 움직이는 기계가 되고, 사람들은 그 부속품인 톱니바퀴가 되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체계에서 점차 줄어들던 인간성은 이제 더 가속하여 제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적 성장 추구'라는 자본주의의 정언명령에 사회와 인간이 얼마나 피폐해져 가고,
'기술이 인류의 복지를 향상시킨다'는 맹신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오는지 제시한다.  

이처럼 각 장의 의미 있는 담론들을 통해, 필자는 현재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노동의 지위와 기회가 얼마나 위태로워지고 있는지를 조명한다. 


#지불되지않는사회 #인물과사상사 #김관욱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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