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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되지 않는 사회 - 인류학자, 노동, 그리고 뜨거운 질문들
김관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2월
평점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산업 현장, 근로 현장에서는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고 있다.
노동을 착취하고 인권과 복지에 대해 무지하던 근대도 아닌데, 그런 일이 아직도 벌어질까.
답은 '그렇다'이다.
상징적인 의미로 '죽음'을 내세웠지만 그 근접에는 질병, 부상 등의 넓은 회색지대도 존재한다.
이 책은 그러한 한국의 노동 현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노동 현장'이라 명명하면 이데올로기적으로 들리겠지만, 쉽게 말해 한국에서 사람들이 일하는 풍경이라고 하면 알맞을 것이다.
우선 필자는 자신의 집필 대상을 한마디로 정리한다.
'지불되지 않는 사회'
사람들의 노력에 대한 대가가 온전히 지불되지 않는다는 것처럼 부조리한 일이 있을까.
이처럼 사람들이 분노해야 하는 일이 또 있을까.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 부조리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분노하지 않는다.
필자는 그렇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를 밝히고 그 상세한 내용을 세상에 드러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문화인류학 교수인 필자는 자신과 동떨어져 있는 사회의 단면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첫 번째 원인은 자신이 밝혔듯이, 필자가 타고난 예민한 감성이다. 그 감수성으로 그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세상의 일면에 감응한다.
두 번째 원인은 이미 사회 전반에 걸쳐 퍼져버린 노동 현장의 변화이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배달원들은 이제 더 이상 걷지 않는다. 사회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이제는 '바쁨'을 넘어서 '숨가쁨'을 호소한다.
이렇게 조금씩 스며들어 어느새 평범함이 된 현상들을 사람들은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다만 본격적으로 들여다 보거나 분석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필자는 이렇게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느끼던 부조리와 두려움의 근원을 자신의 감수성과 지성으로 밝히기 시작한다.
가장 뛰어난 챕터는 6장이다.
현재 진행형인 '디지털 자본주의'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 사회는 점점, 사람보다 더 영악한 인공지능이 더 가혹하게 움직이는 기계가 되고, 사람들은 그 부속품인 톱니바퀴가 되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체계에서 점차 줄어들던 인간성은 이제 더 가속하여 제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적 성장 추구'라는 자본주의의 정언명령에 사회와 인간이 얼마나 피폐해져 가고,
'기술이 인류의 복지를 향상시킨다'는 맹신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오는지 제시한다.
이처럼 각 장의 의미 있는 담론들을 통해, 필자는 현재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노동의 지위와 기회가 얼마나 위태로워지고 있는지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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