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다웠던 인생의 한 페이지 - 나는 내 인생을 살고 있는가?
류쉬안 외 지음, 하진이 옮김 / 굿북마인드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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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생에서 오랫동안 고대해오고,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순간에 자신을 찾아온 영감과 생각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각각의 에피소드의 처음에는 명문대 박사과정을 다니는 사람, 구글에서 일하는 사람, 일류셰프의 길을 걷는 사람 등 외부시선으로 봤을 때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이들이 나온다.  
그러나 그들은 공허함, 자신에 대한 불신, 끝없는 부족함, 현실의 답답함 등을 호소했다. 
왜 그런 것인가. 

이야기는 여러가지이지만, 그 핵심은 동일하다. 
인간이란 항상 자신의 세계와 외부의 세계가 충돌하는 곳에서 살아간다. 
즉 '나다운 것'과 '외부에서 기대하는 나'와의 지속적인 갈등 사이에서 고민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대부분은 외부에서 요구하는 나를 향한 더 치우치게 된다. 
쉽게 말해, 이건 마치, 일상에서 나 혼자만의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과 같다. 
우리는 점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영향을 받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 결과,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할 수 없게 된다. 
"최근 나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던가"

이 책은 이렇게 점점 사라지는 나를 돌아보고, 위와 같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그리고 각각의 필자들의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은 그 물음에 어떻게 답했는지를 전해준다. 

그들의 삶의 원동력을 찾기 위한 내면적, 정신적 모험을 감수했고, 
진정하게 나를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수용하고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을 찾는 목적지에 가까워진다. 

p.s.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수용한다는 의미로서, 본문에서 인용한 작가와 이 책의 필자들은 '복종(surrender)'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아주 흥미롭다. 
번역하면 '복종, 항복'이 되니 한국어로서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해지지만, 한편으로는 '내어준다'라는 의미도 있어 뒤집어 생각하면 관대하게 받아들인다라는 뜻도 될 수 있다. 
또한 '복종'이라는 말은 신을 향해 사용하는 종교적인 용어도 될 수 있어, 내면과 정신을 강조하는 이 책이 그 성격상 종교적, 영적인 색채를 띄는 것과도 서로 통하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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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BUILD) 창조의 과정 - 애플의 시대를 연 '아이팟의 아버지'가 말하는 창조의 본질
토니 퍼델 지음, 엄성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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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인재들과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어떤 기분일까.
인류사에 최대 혁신 중 하나로 남은 아이폰. 
그 아이폰 뒤에는 수많은 천재와 혁신가들이 있었다. 
인류의 생활을 바꾼 물건이니 어찌 보면 그것이 당연하다. 

이 책을 통해 그들 중 한 명이 그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그런 성과를 이뤄낸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미국 기업가 정신의 전범 같은 저자의 행보]

'80~'90년대 미국의 컴퓨터 키드가 그랬듯이, 
필자 역시, 세상을 바꾼 신 기계에 매료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미친 듯이 매진한다. 
고교시절부터 다른 것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50대 중반의 현재가 될 때까지 그는 컴퓨터 정보통신 산업에 투신한다. 
독자들에게 성공과 성취를 이루려면 이렇듯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신이 "믿는" 분야에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이렇게 인생을 집중적이고 효율적이며 과감하게 보낸 그는 20세 무렵부터 자신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여러 회사를 설립하고, 규모는 아주 작지만 최고 경영자의 경험을 하며, 사람들과 협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30세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40세 무렵에 그 유명한 "아이폰"을 만들어낸다. 
다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처음에는 대실패를 경험했기에 그 다음의 대성공이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런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애플을 퇴사한 후 자신만의 아이디어 실현에 다시 박차를 가한다. 
그 후 그는 학습형 온도조절기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그리고 이는 다시 한 번 그의 통찰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는 이 소소한 온도조절기가 홈 네트워크 플랫폼의 시작점의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의 이상향 같은 미국이라는 토양]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놀라게 되는 또 한 가지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기업 환경이 갖는 탁월성이다. 
혁신가이자 노력가인 기업가들이 아이디어 하나로 기업을 만들고 여러 시행착오와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으며, 끝내 고부가가치를 창출한 후 그 위대한 성과를 향유한다. 

게다가 창업과 성공 사이의 그 험난한 여정에 "뛰어난" 아이디어를 죽이지 않고 현실화하는 것을 돕는 실리콘 밸리와 같은 가속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런 토양 덕분에 저자 역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려고 골몰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현재에도 필자와 같은 걸출한 창업가들이 계속 탄생하는 이유이다.  
미국에는 새롭고 가치 있는 아이디어로 무언가를 만들어 본 사람들이 넘쳐난다. 
규모가 크든 작든, 나이가 많든 적든, 기업이라는 곳의 최고경영자였던 사람들이 넘쳐난다. 

 

p.s. 한국어 제목을 잘 지었다. 
'만들 만한 것을 만드는 고지식하지 않은(비정통적) 가이드'가 원제인데, 그것을 한 단어로 압축했다. 

저자는 제품도 만들고, 기업도 세우고, 인간관계도 축적했으니, 이 세 가지 핵심 행위를 한 번에 꿰어낼 수 있는 단어로 '빌드(만들다, 세우다, 쌓다)'를 찾아낸 것은 찬사를 받을 만한 아이디어이다. 
덕분에 원제보다 새로 지은 제목으로 훨씬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할 것이다. 



#빌드창조의과정 #토니퍼델 #엄성수 #비즈니스북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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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미술관: 이건희 홍라희 마스터피스 - 한국 근현대미술사 대표작부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희귀작까지
권근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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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1693점.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의 작품 수이다. 
3년을 1000일로 보았을 때, 하루에 한 점씩 모았어도, 60년 남짓이 필요한 숫자이다. 
그 규모가 사람들의 놀라움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숫자보다 더 감탄을 부르는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 있다. 

저가가 표지 전면에 내세운 문구가 '한국 근현대미술사 대표작부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희귀작까지'이다. 
대표작에서부터 희귀작까지라는 말은 A부터 Z까지 정수를 담았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그리고 그 비유는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본문을 읽은 독자는 확인할 수 있다. 

예술가의 집념과 컬렉터의 집요함이 책 전체의 서술 속에서 빛을 발한다. 
작가, 작품, 이야기가 삼위일체를 이루며 한국의 예술사를 장식한다. 
아울러 화려한 정면에서 그 가치를 뽐내고 인정 받는 대상들 외에도 숨겨져 있어 보지 못한 예술가, 예술품, 스토리도 조명하고 있다. 
이렇게 프론트 사이드와 비하인드 사이드를 오가며, 독자는 의미 찾기와 즐거움 누리기 모두를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필자도 언급했듯이,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이 사적(Private)이지만 사적(Historic)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유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또 하나가 바로 대기업 경영자로서 삼성가가 인식한 '사회적 책임'이다. 
경제 분야에서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성과를 이루었지만, 그들은 그것에 사적인 쾌락으로 악용하거나 자신만의 만족으로 축소하지 않았다.  
그들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고민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 결과, 이런 전무후무한 미술사적 축복을 현실화했다.  
이는 반드시 그 성취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찬사를 보내야 한다는 걸 일깨워준다. 

따라서 이 책에는 훌륭한 미술품과 예술가들 외에도 뛰어난 디테일과 시스템, 그리고 사람을 챙긴 경영적 통찰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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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는 친절한 반도체 투자
팀 포카칩(For K-chips) 외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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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부터 반도체는 우리나라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소위 한국을 먹여살리는 산업이라는 찬사와 함께 국제적으로도 정보통신 산업의 주도적인 발전의 핵심에 위치한다. 
그런데 그런 반도체가 새삼스럽게 또 주목 받고 있다. 
인공지능의 시대. 
이 시대 역시 그 무엇보다 최우선적으로, 반도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반도체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선 최대 강점은 반도체라는 전문기술 영역의 전체 그림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반도체라는 키워드로 현재까지 나온 주요 기사들을 일목요연하게 스크랩해놓은 책이다. 
독자는 해당 정보와 지식을 일일이 검색하고 모으고 분류할 필요가 없다. 이 책에 모두 실려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기본 배경 및 지식부터 현재 한국의 상황, 국제적 경향, 패권 경쟁, 생존 법칙, 미래 전망, 투자 조언에 이르기까지 편안히 그 흐름에 맡겨 독서만 하면 된다. 

아울러 숲을 보는 것과 함께 세부적인 나무를 보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소챕터별로 상세 내용을 설명하고, 그 이면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 주요 전환점, 그리고 그런 중요 포인트들이 내포한 시사점을 짚고 넘어간다. 
이런 내용들을 인해 독자는 반도체 산업 전반과 트렌드에 대해 더 깊히 이해할 수 있다. 

아울러 기라성 같은 기업들의 부침, 시련에 대한 도전방식, 중요한 결정들을 극적으로 서술한 부분은 재미마저 선사한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 첨부한 칩 피플이라는 부록은 이 분야의 키 플레이어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서, 어떤 인물들이 현재의 반도체 산업을 일궈왔고 이끌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역시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고, 영감을 준다. 

끝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저자들이 기자라는 점이다. 가독성이 높고, 내용의 깊이와 폭을 잘 조절하고, 최신 경향을 놓치지 않는 것은 그들의 직업적 장점에 기인한다. 
지금 시점에 반도체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하고 싶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된다. 


#술술읽히는친절한반도체투자 #메이트북스 #팀포카칩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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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카오스 에브리웨어 - 기후변화, 금융위기, 인간을 이해하는 불확실성의 과학
팀 파머 지음, 박병철 옮김 / 디플롯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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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불확실성 그 자체다. 
하지만 우리는 그 혼란 속에서 현실을 인식해야 하고, 이해해야 하며, 그것들을 기반으로 다시 미래의 혼란(위험)을 예측해야 한다. 
그야말로 카오스에서 시작해서 카오스로 끝나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이 책은 그런 불확실성, 혼란에 대한 과학적 항거를 서술한 이야기이다. 


o 불확실성 속 필연성을 찾기 위한 모험

필자의 생각은 단호하다. 
불확실한 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불확실한 것들을 '잡음'으로 치부하고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고 우리의 추론에 중요한 정보로서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의 뇌가 그런 '잡음'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창조적인 일을 해내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2부의 내용들이 압권이다. 
필자가 주창하는 '혼돈의 기하학'을 학문적 경계를 넘어 현실의 여러 문제에 적용하는 이야기인데, 
기후변화부터, 팬데믹, 금융붕괴, 전쟁, 지정학적 갈등으로까지 확장한다. 
탁월한 설명과 이해를 돕는 그래픽 정보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혼돈계인 이 세상의 난제들을 과학적 사고를 통해, 영향 변수들의 개념 정립, 각종 요소들의 계량화, 비용-손실 공식 등의 여러 수단을 이용하여 분석하고 해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울러 그런 필자의 모험을 함께 하다 보면, 그가 왜 이론 물리학을 제쳐두고, 기후 과학에 투신했는지도 알게 된다. 
그에게 '기후'는 이 세계의 카오스, 변화무쌍함, 우연성과 필연성을 내포하는 근본적 자연원리를 가장 잘 상징하는 대상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자연원리의 특성은 인간의 감정과도 아주 비슷한데, 
아니나 다를까, 필자 역시 그의 모험을 인간의 내면까지 끌고 간다. 
13장의 자유의지, 의식, 신에 대한 그의 논의는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최고의 팬서비스이자, 지적 유희의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  

아울러 그의 잘 다듬어지고 가독성 높은 문장은 과학도서 속에서 에세이를 찾는 즐거움을 준다. 
자신의 일화를 일기처럼 서술해가고 있어, 독자는 흡사 공상과학 소설을 읽는 것처럼 그의 여정에 동참할 수 있다. 


불확실성은 우리의 일상으로 내려오면 바로 '불편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확실하지 않은 것들에 두려움과 걱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에는 그 불편함이 해소되고 부정적 감정 대신, 우호적인 포용감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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