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 전화를 끊고 오늘 만나게 될 내담자의 차트를 살펴보고 있다.

좀 있으니까 내담자가 상담소 문을 열고 인사를 하며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 어서 오세요. 우리 상담실로 갈까요?

. 선생님.

시중은 내담자와 함께 상담실에 마주보고 앉았다.

성함이 오혁주씨네요.

.

! 우리 시작하기 전 각자 자기를 표현 할 닉네임 하나씩 정해 볼까요.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혁주는 순간 생각한다.

. 저는 두려움으로 할게요.

~ 두려움이요! 시중은 혁주를 바라보며 미소로 대답한다.

그럼 저는 믿음으로 하겠습니다.

혁주는 37살로 신학대학원을 나와 목사 안수를 받았으나 장애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기존 교회에서 청빙하는 데가 없어 1년째 집에서 책만 보며 글을 쓰며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럼 두려움님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두려움은 고개를 밑으로 떨구며 한 참을 묵묵히 있다가 한숨을 깊이 내 쉬며 말문을 연다.

저는 살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것 같아요. 목사 안수를 받았지만 장애인이 라는 이유로 기존 교회에 이력서를 여러 번 내 보았지만 그때마다 거절당했어요.

마음이 너무 불편 하셨겠네요?

. 그럴 때마다 자괴감이 들고 내가 왜 장애인으로 태어났나 싶어 괴로워요.

차트를 보니 공부도 나름 많이 하셨네요. 상담심리와 국문학과 철학도 공부하셨는데요?

제 몸이 이래서 나름 이것저것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세상에서는 그런 것을 보기 전에 제 몸이 장애인라는 것 때문에 거절당할 때가 많아요.

제가 목사로서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지만 제 몸이 이러기에 어떻게 살아가야 되나 하는 두려움이 몰려 올 때가 많아요. 목사로서 장애인이라는 몸 때문에 봉사를 하는 것도 쉽지가 않아요. 봉사를 하려고 다녀 봤는데 대부분 육체적으로 봉사하는 곳이 많아서 저 같은 뇌성마비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더라고요.

제가 볼 때는 육체적으로도 그리 심하지 않은 것 같아 보이는데요?

. 그런데 제가 동작이 조금 느려요.

. 그렇다고 못하는 것은 없잖아요?

그렇죠. 조금 느린 거 빼고는요.

장애는 언제 생긴 거죠?

2살 때 할머니께서 저를 안고 일을 하시다 저를 바닥에다 심하게 떨어뜨렸데요. 그런데 그 당시에 아이가 숨을 몰아쉬고 해서 병원에 가서 응급조치를 하고 집에 왔데요. 그런데 아이가 일어서지도 못하고 해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떨어지며 오른쪽 운동신경을 건드려 이상이 왔다고 하며 뇌성마비가 된 것 같다고 했데요.

그렇군요. 참 안타까운 이야기이군요. 지금 봐서는 말하는데 지장이 없는 것 같은데요. 체격도 이 정도면 준수하고요.

장애 몇 급이죠?

5급요. 사람들은 제가 장애인이라는 것 때문에 저 보기를 이상하게 봐요.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 외계에서 온 외계인 취급을 해요.

그 말 저도 공감해요. 저도 장애인이라 그런 취급을 많이 당했거든요.

하지만 두려움님은 저보다 장애 정도가 경증이고 특히 목사님이라 괜찮을 것 같은데요? 더군다나 교회에서 목사님 같은 장애인라면 사역할 길이 있고 받아 줄 것 같은데요?

안 그래요. 오히려 교회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더 심한 것 같아요. 교회에서는 장애인을 볼 때 그저 도와 줘야하는 사람 정도 밖에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세상 말로 말하면 그저 먹을 것만 주면 된다는 식이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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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 아침에 사무실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어제의 일들을 되새겨 본다.

복잡하다는 듯 고개를 저을 때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마음치유 상담소입니다.

시중! 나야. 바해.

바해! 반가워. 잘 지내지? 그러지 않아도 궁금했었는데.

. 난 잘 지내. 시중은 어떻게 지내?

나도 뭐 그럭저럭 지내지 뭐. 전화 잘 했다. 나 답답한데 바람도 쏘일 겸 너한테 가도 돼?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그냥이 아닌 거 같은데! 그렇지 않아도 어제 저녁에 아름에게 전화 왔었어! 아름이 아버지 만났다며?

. 만났어. 그런데 아버지가 너무 완강하게 아름이하고 해어지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난 아무 말 못하고 있었지 뭐. 아버님이 너무 완강하니까 할 말이 없어지더라고.

그랬구나. 아름이가 펑펑 울면서 전화 했었어. 자기는 이제 어떻게 해야되냐고 말이야.

그래서 나도 복잡해. 아름이 아버지가 나에게 내 신체에 대한 비하적 말씀까지 해 가며 헤어지라고 하는데 어제는 정말 죽고 싶더라!

아름이 아버지 너무 하셨네. 자기 딸이 귀하지만 그건 너무 심한 거 아냐?

그러게. 나도 그런 말은 생전 처음 듣는 얘기라 말하기도 실고 말문이 막히더라고.

바해! 나 금요일 날 비행기 타고 갈게 마중 나올래? 아름이에겐 이야기 하지 말고, 그냥 바람 쏘이러 어디 좀 간다고 할 거니까.

알았어. 그럼 금요일 날 공항에서 보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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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 차를 몰고 어두운 한강 둔치로 갔다.

홀로 앉아 컴컴한 하늘에 떠 있는 달을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아까 아름이 아버지 말을 되새기며 헛웃음을 친다.

단호한 어조로 감히 장애인 주제에 자기 딸 같은 비장애인을 넘본다는 듯 한 그 말투는 정말 기분 나쁘고 모욕적인 말이었다. 살아오면서 자신 앞에서는 노골적으로 신체에 대해 그 누구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는데 말이다.

시중은 아름의 아버지 말을 되새기며 눈물을 흘린다.

! 내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다시 한 번 생각에 잠긴다.

사람은 못난 사람, 잘 난 사람,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그 자체로 존엄하고 귀하게 여기며 취급 받아야 하는데 말이다.

만약에 아름이 아버지가 이런 식으로 계속 강경하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오늘 아름이 아버지를 봐서는 아름이가 지금까지 말을 안했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아름을 정말로 사랑하는데. 이렇게 강경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시중은 자기가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아름에게 말했던 용기가 어디론가 사라지는 느낌을 갖는다. 시중은 답답한 듯 있는 힘껏 소리를 치며 눈물을 쏟는다.

아~~~ 씨이발~~  왜 이렇게.

가슴이 쓰리고 아파 검은 바닷가의 흘렁이는 물결을 보며 하염없는 눈물만 쏟는다.

한 참 눈물을 흘리며 아무도 없는 어두운 한강 둔치에 앉아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본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도 뚝심으로 밀고 나가야 하나. 자신이 없어진다. 아름이 아버지를 설득할 만한 무언가가 떠오르질 않는다.

시중의 한 쪽 마음에서는 이대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꽈리를 틀며 용솟음치듯 올라온다,

이 마음은 복잡하게 인생을 살아 갈 필요가 없다는 것들이 깔려 있는 것이다.

어쩜 시중의 낙천적이면서도 자기가 생각해 봐서 도저히 승산이 없을 것 같으면 그 무엇이 되었건 그냥 깨끗이 포기하는 시중의 마음 일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문제라 시중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며 답답한 마음만이 괴롭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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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의 아버지는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 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마침 아름이가 들어서며 아빠부른다.

아버지는 아름이를 보자 나 할 이야기 끝났다.’

아버지는 방을 나와 신발을 신으며 시중을 다시 한 번 쳐다보며 아름이가 식사하고 가자는 것도 못들은 척하며 나간다.

시중은 충격인지 자리에 풋 썩 주저앉아 멍해진다.

아름의 아버지에게 시중이 태어나서 처음 듣는 이야기와 모욕을 받은 것 같아 어리둥절하다.

아름이가 들어 와 앉으며 시중에게 말을 한다.

오빠! 왜 무슨 일인데?

시중은 폭풍우가 몰고 간 것처럼 아름의 말에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

아름은 그런 시중을 보며 놀란 토끼 눈을 하며 시중의 옆으로 가 시중을 안는다.

시중은 정신을 차려 아름의 얼굴을 보며 말한다.

너하고 헤어지란다. 그렇지 않으면 큰 일 날 것처럼 말씀하시네?

아름이 그런 시중을 한 번 더 않으려 하자 시중은 손으로 막으며 말을 한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오늘 같이 모욕적이긴 처음인 것 같다.

아버님이 나 보고 뭐라고 하셨는지 알아?

장애인이면 장애인하고 결혼해야 된단다.

시중은 어이가 없다는 듯 아름에게 말을 내뱉는다.

아름은 그런 말을 하는 시중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며 눈물이 핑 돈다.

내가 예상은 했지만 이건 너무 하시는 거 아냐?

그냥 날 바라보는 눈이 사람 취급을 안 하는 그런 눈빛으로 보시는 거야.

오빠! 미안. 미안해. 아름은 쏟아지는 눈물 속에 시중을 달래려 한다.

오빠! 우리 일단 나가자.

시중과 아름은 나와 아름이가 자기 차에 시중을 태우려 하자 시중은 아름에게 말한다.

아름!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는 게 좋겠어. 나 혼자 있고 싶어.

그런 말을 하는 시중을 아름은 더 이상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엉거추춤하게 말을 하며 시중의 눈치를 살피며 알았어! 그럼 나 갈까?’

. 오늘은 혼자 있고 싶어. 먼저 가!

아름은 차에 올라 운전을 하며 가면서 하염없는 눈물을 흘린다.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아버지가 너무 원망스럽다.

아름은 가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못살겠다며 눈물로 소리를 쳐 댄다.

아름은 도착해서 아버지에게 따진다.

아버지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저한테는 좋게 만나려는 것처럼 이야기하시고 어떻게 불시에 찾아가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

장애인에게 치명적인 모욕의 말을 하실 수 있냔 말이야요?

아름은 흥분하여 큰 소리로 아버지에게 따진다.

아버진 그저 신문을 보는 척하며 말을 한다.

너 그 친구하고 헤어져. 어딜 멀쩡한 얘가 사귈 사람이 없어 병신하고 사귀는데!

아빠! 아름은 얘길 듣는 순간 소리를 치며 눈물을 흘린다.

저 그 사람하고 헤어질 수 없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못해요.

. 아빠 말 안 들으면 내가 가만 나둘 것 같아?

내가 오늘 그 친구에게 알아 듯 도록 이야기 했으니 알아서 할 거야.

아름은 그런 아버지의 말에 무릎을 꿇며 아버지에게 애원하듯 말을 한다.

아빠! 나 그 사람 없으면 못살아.

안 돼! 그런 줄 알고 정리 해.

아버지는 단호하게 말을 하며 서재로 들어간다.

아름은 엄마를 붙잡고 엉엉 울음이 터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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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 상담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생각에 잠긴다.

장애인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기의 육체적 트라우마에서 오는 정신적 갈등은 참으로 살아가면서 지울 수가 없는 것인가! 또 장애인을 바라보고 느끼는 시선들을 무시하며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것들을 넘어서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장애인들이 세상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장애를 아름답게 인정하고 당당하게 대처하며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데 사무실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마음치유상담소입니다.

오빠! 나야.

. 아름?

아빠가 갑자기 오늘 오빠 사무실로 찾아간다고 나한테 전화 하셨어.

시중은 아름의 뜻밖의 말을 들으며 당황한 듯 눈이 커지며 목소리가 작아진다.

몇 시 쯤 오신데?

아마 지금 쯤 도착하실 때 됐을 거야?

알았어. 너도 빨리 와?

. 지금 나갈 준비 다 했어.

그래. 그럼 아버님 오시면 내가 우리 가끔 가던 일식집에 모시고 가 있을게 거기로 와?

알았어. 오빠! 끊어.

잠시 있으니 사무실 문을 노크하며 들어서는데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남자가 들어온다.

시중과 마주치며 인사를 한다.

여기 강 시중씨 라고 있나요?

. 안녕하세요. 제가 강시중입니다.

시중이 반은 혼이 나간 상태로 아름의 아버지를 처음 마주하며 인사를 한다.

아름의 아버지는 시중을 보더니 눈을 크게 뜨며 순간적으로 머리부터 발까지 스캔을 한다.

자네가 강시중인가?

. 앉으시지요?

아름의 아버지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시중을 보며 소파에 앉는다.

시중은 먼저 차 한 잔 하시겠냐고 물어본다.

커피!

시중은 커피를 타서 아름의 아버님에게 건네면서 말을 한다.

아버님! 저녁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나가시죠?

아름의 아버지는 주위를 살피며 시중의 말을 받는다.

그러지. 이야기를 하려면 여기보다는 좋을 것 같네.

시중은 아름이 아버님을 모시고 사무실을 나와 일식집으로 들어가서 앉는다.

시중은 앉아 일식 코스요리를 주문하려고 하자 아름이 아버지가 조금 이따가 시키자며 종업원을 내보낸다.

아름의 아버지는 시중을 자세히 보 듯 쳐다본다.

자네 이야기는 아름이 엄마를 통해 대충 들었네.

시중은 얼굴을 보며

우리 아름이하고 그렇게 오래 사귀었다지?

. 대학 때부터입니다.

용건만 간단히 말하지.

나는 우리 딸이 장애인하고 만난다는 것 자체가 싫고 기분이 나빠.

내가 말하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거야.

자네 같은 장애인들은 장애인들 끼리 만나고 결혼을 해야 맞는 것 아닌가?

왜 정상인인 우리 딸하고 하려고 하는지 난 이해가 안가?

아름의 아버지는 말소리가 좀 커지며 시중을 호통 치듯 시중에게 거침없이 말을 한다.

아버지 말은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왜 장애인은 장애인하고 결혼해야 되는가? 시중은 묵묵히 들으며 아름이 아버지가 말하는 이 말들이 수치스럽고 아프다.

그래도 시중은 아름을 사랑하기에 내색을 하지 않으며 천천히 말을 한다.

. 하지만 저는 아름 이를 사랑합니다. 아버님.

시중은 각오했다는 듯 마음을 다잡으며 아버지에게 말을 한다.

누가 자네 아버지야! 내 말 뜻을 못 알아들은 건가?

우리 딸하고 해어지라는 말이야. 오늘 내가 온 것은 자네에게 이 이야기를 다짐시켜 주려고 온 거야? 자네는 자네에게 어울리는 상대를 찾아보는 것이 좋을 거야.

내가 경고하는데 우리 아름이 하고 어떻게 해볼 생각은 애당초 안하는 게 좋을 거야?

시중은 아름이 아버지의 말에 너무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워 할 말을 잃은 듯 고개만 숙이고 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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