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교시가 끝나고 시중이 가장 좋아하는 집단상담
시간이 되었다.
몸은 좀 불편하지만 사람들하고 어울리기
좋아하는 그는 윤 성렬 교수의 집단상담시간을 기다리며 제일 질문을 많이 한다.
앞으로 상담에 있어 집단상담 전문가가 되기를
꿈꾸고 있는 시중이다.
교수님 질문 있습니다.
저기 집단에서 ‘알아차림’이란 개념은 무엇을 말하는지 말씀해
주세요?
윤 교수는 시중에게 관심이
많다.
그것을 시중은 자기가 장애인인데 상담
중에서도 힘든 집단 상담에 관심을 가지고 시간만 나면 개인적으로 윤 교수를 귀찮게 하지만 나름대로 애착을 느끼는 학생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음~~
시중 좋은
질문이야.
알아차림이란 상호작용적 집단 상담에서 치료에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자료의 상당 부분은 집단 안에서 현재 일어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을 말한다.
따라서 집단 원들은
현재 집단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느끼고 경험하는지 알아차리는 방법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알아차림의
개념은 상담에 있어서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지금-여기’의 의미 이상으로 집단 밖에서 보다 집단
안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인지하며 주시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더 말한다면 게슈탈트 상담에서
가져온 알아차림 개념을 이야기 한다면 정서,
사고,
이미지,
신체감각,
행동,
그밖에 집단에서
경험되어지는 모든 것을 경험하고 그것들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자면 집단은 하나의
작은 마을이라 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개개인의 감정과 느낌들을 체험해 보는 과정들을 거쳐 자신을 알아가는 것을
말한다.
또 우리 개개인은
신체와 감각,
욕구,
감정,
사고,
행동 등이 집단
안에서 서로의 유기적 관계에 있는 하나의 의미가 있는 전체로서 알아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더 알고 싶으면 Jay
Earley의
상호작용중심의 집단상담의 책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이것은 시중뿐만 아니라 집단 상담을 배우는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사항이다.
알았나?
네…….
그렇다 시중은 뇌병변 장애인이라 약간은
어눌한 말투에 몸은 약간 불편해 보인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걸 망각하고 살아갈 때가 많다.
아니 다시 말하면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걸 의식적으로 느끼지 않으려 하며 살아가는 것 일 수도 있다.
이것 또한 시중에게는
콤플렉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햇볕이 맑은 가을 캠퍼스 벤치 사이로 낙엽이
솔바람에 뒹굴러 가는데 삼삼오오 애들이 모여 있다.
정우가 말을 한다.
야,
우리 방학 때 윤
교수에게 집단하자고 말해서 우리 10명 모아서 집단하자.
시중은 ‘어~
그거 좋은
생각인데!’
그러지 않아도 방학
때 여기저기 알아봐서 집단하려고 했었는데 good!
너희들은
어때?
근데 우린 돈이 많지
않잖아!
창수가 현실적인 말을
한다.
그때 시중이 말을
잇는다.
내가 윤 교수님에게
우린 싸게 한 20만에 해달라고 말해
볼게.
그렇다 아직 우리나라는 상담에 대한 인식이
미미하고 개인상담 1시간 받는데 보통 10만원이고 집단상담은 2박3일에 보통4~50만원 간다.
이러니 우리 같은
학생들은 알바 3~4개월 해가지고 한 학기에 한번이나 참여해볼까
말까 한다.
옆에서 소심하게 듣고 있던 두꺼운 안경을
끼고 있는 경희가 정말 너 자신 있어?라고 시중에게 종 주먹을 대듯 힘 있게 쏴
붙인다.
경희도 시중과 같이 집단에만 미쳐
있다.
집단에 대한 책이란
책은 다 섭렵하고 있는 친구다.
예를 들면 칼 로저스,
코리,
얄롬 등이 쓴 학교
도서관에 꽃 혀 있는 집단 상담에 관한 책들이다.
시중 또한 경희
못지않지만 그래서 누구보다 둘은 잘 통한다.
야,
우리 내려가서
막걸리에 파전 어때?
성식이가 말을
했다.
아직 이른 저녁,
모두가
좋아!
학교를 나와 10분 걸어가면 우리의 아지트 촌뜨기집이
있다.
우리는 걸어가며 방학 때 할 집단 상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야!
윤 교수가 과연
우리와 집단을 할까?
창수가 말을
한다.
그나저나 우린 5명인데 10명 만들려면 5명은 더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경희가 말을 한다.
야,
그건 걱정
마!
우리 과 얘들에게
말하면 안 할 얘들 없을 걸?
다 집단을 하고 싶어 하는데 비싸서 못하고
있거덩!
문제는 윤 교수가
승낙하느냐가 관건이야.
경희의 말을 듣는
친구들이 다 ‘맞아’ 말을 내뱉는다.
파전에다 막걸리 우리의 주량은 각자 반
항아리씩이다.
술이 술술 넘어가 우리는 거나하게 취할 무렵
말이 좀 꼬이려는 어투로 그러지 않아도 어눌한 말로 야,
왜 사는 것이 이렇게
엿 같을까?
시중은 또 자기도 모르게 취기에 자기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고 있다.
내가 병신이라고 너네 불편하게 하는 거
있어?
너무 날 깔보지 마란
말야.
또 또 나온다!
새끼.
정우의
말이다.
옆에서 창수가 한마디
한다.
꼬부라지는 어투로 너
또 그 말 이냐!
아 있지
있어!
너 학교식당에서 밥 먹을 때마다 우리한테 밥
갔다달라고 하잖아 라며 피식 웃는다.
서슴없는 창수의 조크다.
야야야~
내가 지금 그런
하찮은 것 갖고 얘기 하는 거냐?
시중이 좀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나는 근본적인 이야길 하는 거야 이
새꺄.
넌 뭘 생각하고나
얘기해.
창수가 한 술 떠 뜬다.
그래서 어쩌라고
새꺄?
언성이 높아지자 덜 취한 경희가 아 쓸데없는
잡소리 그만해라며 소릴 지르며 말한다.
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집단 할 구체적인 이야기나 해봐라 며 경희가 일격을 가한다.
그렇다 친구들은 시중이가 장애인이라 해서
특별하게 대하지 않는다.
그저 한 인간으로만
보는 것 같다.
그런 마음들을 시중은
알면서도 이따금씩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저 깊숙한 언저리에 삐딱한 마음이
부지불식중에 또 요동을 치는 것이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시중만의 자격지심인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