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름은 저녁 6시까지 상담소에 도착하여 30대로 보이는 여자와 개인 상담실로 들어간다.

아름은 차트를 살피더니 시작하기 전 우리 부를 닉네임부터 정할까요!  말을 한다.

아름은 개인상담에서 꼭 닉네임을 정하여 내담자를 잘 묘사하는 상황을 만든다. 왜냐하면 더 깊게 자신을 들여다보도록 배려하고 상담하는 본인도 내담자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일종에 스킬을 쓴다.

생각해보세요. 본인을 잘 표현 할 수 있는 닉네임이 무엇인지.

내담자는 좀 생각에 잠기더니 이윽고 아름에게 말을 한다.

정했어요. 선생님.

아름은 차트를 보다 고개를 들어 보며 그래요? 미소를 지으며 말씀해 보세요.

으로 할게요.

멍이요? , 그래요. 알았습니다.

아름은 기다렸다는 듯 무슨 촉을 느꼈는지 얼른 말이 나가며 그럼 저는 안심으로 하겠다며 말이 나간다.

지금부터 저와 하는 상담 내용은 철저하게 비밀보장 된다는 것 알아두세요.

시작해 볼까요?

멍은 한 참을 밑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다.

안심인 아름도 내담자의 모든 걸 수용해 주겠다는 눈빛으로 멍을 보고 있다.

멍이 고개를 들며 천천히 입을 연다.

저는 올해로 결혼 3년차이어요. 결혼하기 전 까지는 직장 생활하며 평범하게 잘 살았어요. 그런데 친구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결혼 했어요. 남편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결혼 초기부터 남편이 잘 대해 주었어요. 그런데 1년 넘어가면서 아이가 생겨 아이를 낳고 사는데 갑자기 남편하고 사는 것이 무의미하고 허탈한 생각이 나고 아이 보는 것이 귀찮고 그냥 아무도 없는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내가 어디에 있는 거지, 왜 내가 사는 거지, 이런 생각이 밀려오면 모든 것들이 그냥 쓸모없고 사는 자체가 무의하게 느껴져요. 아이를 보다가도, 집안일을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멍해지는 거여요. 아이의 재롱에도 그냥 귀찮은 생각만 들고요.

남편은 잘 대해 주시나요?

. 남편은 결혼 할 때부터 저 만 바라보며 제가 제일 좋다고 이야기해요. 아이도 잘 봐 주고 집에 오면 집안일도 잘 도와 줘요.

그럼 남편 분 때문에 그런 증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네요?

. 그런 것 같아요.

그러면 무엇 때문에 그런 증상이 멍을 괴롭힐 까요?

멍은 말없이 바닥을 보며 미간을 약간 움츠리며 생각에 잠긴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 갔다 집에 돌아와 방문을 열었더니 거기에 엄마가 바르게 미동도 없이 혼자 누워 계시는 거여요. 그래서 저는 들어가 앉아 엄마 나 왔어!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려고 소리치며 엄마 팔을 잡았어요. 그런데 그때 내 손으로 느껴지는 전율은 나무처럼 딱딱한 엄마 팔이었어요. 그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공포가 밀려왔어요. 저는 당황하고 놀라 엄마! 왜이래, 일어나!  흔들었어요. 하지만 엄마는 꼼짝을 안하시는 거여요. 그래서 순간 무섭고 겁이나 엄마를 재차 흔들었지요. 그래도 미동이 없어 울면서 엄마 코에다 귀를 갔다대 보고 가슴에다 갔다 대보고 했어요. 아무 움직임이 없어 놀라며 그때서야 엄마가 돌아가신 줄 느꼈어요. 그때부터 그 충격이 저를 지금까지 괴롭히는 것 같아요. 내가 사랑하는 엄마가 나의 모든 것을 받아주시고 돌보아 주시는 엄마가 내 앞에서 죽어 있었다는 충격이 지금까지도 무슨 일이나 또 날이 어두워지면 더 생각나고 무섭고 괴로워요.

그럴 땐 어떻게 대처를 하나요?

남편과 아이 없는데서 그냥 아무도 모르게 울어 버려요.

그럼 마음이 좀 후련해지나요?

. 조금은 후련해지는데 또 허무감이 저도 모르게 막 밀려와 무기력해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경까지 오는 때가 많아요.

그렇군요. 정말 힘드시겠네요.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과 또 그 현장에 혼자 있었으니 그 충격이 너무 크셨겠네요.

멍이 그때서야 온 몸을 떨며 눈에서 비 오듯 눈물이 떨어지며 엉엉 댄다.

좀 울고 난 멍을 보며 안심은 말한다.

멍은 분리불안장애도 좀 있으신 것 같아요. 분리불안장애는 부모 혹은 다른 양육자로부터 분리되는 것에 대해 심한 불안과 고통을 겪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만 1세 정도의 모든 아이들에게 나타나고, 그 후 점차 사라지지요.

하지만 멍과 같은 경우에 초등학교 2학년 때 한참 엄마와 애착관계가 활발할 때 인데 그 시기에 직접 엄마의 죽음을 아무도 없는 혼자 있는 공간에서 목격했으니 그 충격이 어떤 것으로도 비교가 안될 만큼 크고 심했을 겁니다.

엄마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에 그것도 엄마의 죽음으로 엄마와 분리됐으니 그 충격이 누구보다 더 심했겠지요. 이런 것이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혹시 생활하시며 복통, 오심, 구토 등 소화기계통의 증상을 느낀 적이 많나요? 아니면 심장박동의 불규칙이나 어지럼증, 기절, 질식감등의 증상을 겪은 적이 얼마나 되는지 말씀해 주실래요?

멍은 안심의 말을 들으며 대답한다.

평소에 그 어릴 때 일이 떠오르면 저도 모르게 구토를 해요. 또 소화가 안 되어 약을 먹고 있어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심장이 뭐에 쫓기는 사람처럼 두근두근 거리는 때가 많아요. 이런 것들이 제가 어릴 때 겪은 그일 때문에 나타나는 건가요?

. 꼭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멍의 정황들을 살펴볼 때 그럴 수 있다고 보아도 될 것 같아요. 그러나 멍은 자신을 바꿔 보려고 여기까지 오셨으니 그 절반은 고치신 것으로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대개 이런 경우에는 우울증으로 빠져 심각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마치지요.

저하고 일주일에 한번 이 시간에 오셔서 6개월 정도 상담을 받으시면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여기서 개인상담을 받으시면서 시간이 되시면 원장님이 하시는 사람들이 모여 하는 집단상담도 받아 보시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알겠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름은 상담을 마치고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는데 핸드폰이 드르륵하며 진동을 한다. 발신 표시를 보니 엄마였다.

아름은 전화를 받는다.

. 엄마 왜? 아름의 목소리는 담담하다.

저녁에 집으로 빨리 오라는 것이다. 소아과 의사인 김 교수 아들을 초대해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 오늘도 늦게 오거나 안 오면 아빠가 가만 안 있는 다는 아빠의 말을 전하는 엄마다.

아름은 전화를 받으며 짜증을 내며 알았어 간다 가!  폰을 누르며 끈다.

그때 시중도 상담을 다 마치고 사무실 문을 열며 들어왔다.

아름 상담 잘 했어?

시중의 말에 정신없이 대답을 한다. 어 잘했어.

오빠! 나 오늘 집에서 아빠가 빨리 오라하는데 먼저 가볼게.

무슨 일인데? 시중은 손가방을 챙기는 아름을 보며 묻는다.

어 우리 아빠 내가 말해서 알잖아. 좀 그렇다고!  아름은 손을 저으며 내일 보자며 사무실을 나간다. 손을 흔들고 나오는 아름의 마음은 시중에게 미안하고 속상해서 가는 내내 자신의 갈등을 뿌리치려 고개를 젓는다.

이러다가 정말로 오빠와 헤어지면 어떻게 해야 되지! 아니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로지 오빠 뿐이야를 아름은 되새겨 본다.

오늘은 부모님께 말하자!  단단히 결심을 하며 집으로 향해 간다.

한편 시중은 상담소를 나와 차를 몰고 한적한 한 강 둔치로 가서 차를 세워놓고 맑게 떠 강을 비추는 반달을 보며 천천히 걷는다. 걸으며 생각한다. 아름이가 아직까지 나를 부모님에게 소개 안 시키는 것은 무슨 마음일까. 아름이도 낼 모래면 서른인데. 아름이가 나를 떠나면 어떻게 해야 되지. 난 아름을 정말 사랑하는데 세상에서 나에게 여자는 아름뿐이 없는데! 잔잔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보며 생각에 잠긴다.

시중이 장애인이지만 여기까지 달려 온 것은 하나님께서 자기와 함께 하신다는 믿음이 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시중을 좋게 봐주고 믿어준 덕이라 생각하는 시중은 또 하나가 자기 옆에 항상 함께해주고 힘을 주는 아름이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런 아름이 시중 곁을 떠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다.

시중은 아까 아름이가 아버지 때문에 가야한다는 말이 마음에 걸린다. 아버지 때문에 아직까지 자기를 소개 못시키는 것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결이 일렁이는 한강 둔치 난간에 앉아 하늘을 본다.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맥이 빠지며 생각에 젖는다. 자기가 아무리 성공하고 좋게 살아가려고 해도 자신의 몸이 장애인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저 반달에 실어 본다. 한 숨만 나온다.

내가 왜, 왜 이런 몸으로 태어나 살아야 한단 말인가. 내가 죄가 많은 인간이기 때문인가. 그래서 이렇게 태어나 살 수 밖에 없는 걸까. 아니면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옛날 중국 여행할 때 말한 그 할아버지 말대로 귀신이 장난쳐서 이렇게 태어난 것일까. 시중은 답답해하며 아무도 없는 한강 둔치에 앉았다 벌떡 일어나 달과 강물이 자기와 친구가 되어주는 이 어두운 곳에서 힘주어 있는 힘껏 소리치며 갯기를 부려본다.

아~~~이 지랄같은, 야~~~~~ 엿같이 너 잘났다! 손을 힘껏 뻗어 휘저어 본다.

그러고 철퍼덕 앉아 강을 바라보는데 자신의 귓전에 속삭이듯 잔잔한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시중 힘들지. 아마 힘들거야. 그렇다고 그렇게 욕 하지 마. 너에게 욕하면 되겠어! 넌 세상에 귀한 사람, 감사함을 잊지 말고 살아야해. 세상엔 너 같은 사람도 있지만 너보다 더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아!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살아가는 데는 육체의 온전함이 다가 아니야. 그 편견을 너가 깨뜨리며 아름답게 살아가면 되는 거야. 너가 지금 하는 것처럼만 말이야. 삶이란 그냥 있는 곳에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하지 않니?. 그리고 너가 늘 말하잖아. 나는 부랑아라고. 몸이 그래서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기를 포기하며 너만의 방식으로 그냥 이 땅에서 김삿갓처럼 떠돌며 아름답게 살다 죽겠다고 말이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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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과 시중은 대학원까지 졸업을 했다.

아름은 대학 병원 정신과에서 사이코드라마 리더로 활약하고 있고 시중은 부모님의 도움으로 세종로 근처에 마음치유라는 상담소를 오픈하여 연일 바쁘다.

아름이가 병원에서 퇴근하여 시중이 상담하는 곳으로 와 사무실 문을 열며 원장님하며 웃으며 소파에 앉는다.

그래 오늘도 바빴어? 시중이 소파에 앉는 아름에게 말을 한다.

말도 마. 왜 그렇게 마음 아픈 사람들이 많은지!

오늘은 서너 명 했는데 그 중에서 한 남자가 있었는데 참 가슴이 아프더라.

무슨 사연인데?

40대 남자인데. 석사까지 공부한 사람인데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에 아직까지 결혼도 못하고 시간강사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는 사람이야.

그 트라우마가 뭔데?

이 남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책 읽기를 즐겼고 공부도 잘 했어.

그런데 아버지가 성격이 괴팍해서 엄마와 아이들이 무슨 일에 대해서 대꾸한 번 못하며 그저 아버지가 이거해 그러면 그저 예하며 순종만 하며 사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자기를 데리고 외박을 하는 날이 있었데. 그날 아빠는 아이에게 인사하라며 이모라고 한 여자를 소개해 주더라는 거야. 아이는 속으로 나에겐 이모가 없는데 하며 그날 밤 그 이모 집에서 아빠와 그 이모와 자기가 같이 한 방에서 잠을 잤데. 초등하교 2학년 된 아이인데 알건 다 알잖아. 자고 있는데 윗목에서 아빠와 그 이모가 그 짓을 정신없이 하고 있는 소리를 들은 거야. 아이는 아빠는 엄마 하고만 사랑을 하는 걸로 알고 있었던 거야. 그때부터 여자란 인간은 다 더럽다고 불결한 사람으로 생각한 거야. 그래서 그때부터 아이는 아버지가 미웠고 여자를 보면 더럽고 추악한 존재로 인식한 거지. 그래서 지금까지 여자를 사귄 적도 없고 변변한 집 한 칸 없이 시간강사로 떠돌이 생활을 하며 살고 있는 거야.

 

사이코드라마를 하며 펑펑 울더라.

듣고 있던 시중이 말을 한다.

그 사람 참 안됐다.

. 인물도 좋고 키도 훤칠한 게 사람이 인상도 좋아 보이는 사람이었거든.

시중은 소파에 아름과 마주보며 앉으며 이야기를 들으며 말을 한다.

힘들지아름의 눈을 애정 어린 표정으로 본다.

좀 힘들 긴 한데 나보다 오빠가 더 힘들지. 이렇게 상담소까지 차리고 거기다 대학 강의까지 나가잖아. . 참 오빠는 대단해. 아니 존경스럽다고 할까? 내가 말한 그 사람은 멀쩡한데도 자기 트라우마에 빠져 평생을 헤매고 사는데 강 시중 씨는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요.

고마워. 이게 다 아름이가 내 곁에 있어 내가 힘이 나는 거야.

시중은 웃으며 아름의 눈을 한 번 더 쳐다보며 가볍게 안는다.

아름은 그런 시중을 보며 착잡해 한다.

집에서는 자꾸 선 자리가 있다고 선보라고 난리인데 아직 집에 시중의 존재를 이야기 못했다. 아버지가 군 출신이시고 너무 완고하신 분이라 여태껏 말 한번 하지 못했다. 더구나 외동딸이라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며 키운 딸이라 더 애착을 느끼는 아버지에게 여태껏 이야기를 못하는 아름이 마음은 복잡하다. 사귀는 내내 이것 때문에 시중에게 말은 안했지만 미안해하는 아름이다.

아름은 시중의 손을 꼭 잡으며 자기 얼굴에 갔다 댄다.

시중은 영문도 모르고 아름의 행동에 의아해하며 말을 한다.

오늘따라 왜 그래! 그렇게 힘든 하루였어?

아니. 그냥. 오빠가 대단하고 좋아서.

시중은 헛웃음을 지으며 싱겁긴! 손을 뺀다.

아참. 아름아 내일 개인 상담 있는데 좀 해 줄래?

나는 내일 장애인들 집단상담이 있어서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서.

아름이가 듣더니 그래 알았어. 몇 시에 오면 되는데?

저녁 6시까지.

그럼 병원에서 좀 일찍 나와야겠네.

그래 고마워. 오늘 저녁은 내가 살게.

좋지. 오빠 시간 넘었는데 문 닫고 나가자?

알았어. 이거마저 정리 해놓고.

시중은 오늘 상담한 사람들의 신상자료와 일지를 정리해 놓고 아름과 함께 나가 차를 몰고 어스름한 어둠이 몰려오는 거리를 지나 불빛이 찬란한 미사리 라이브카페로 달린다.

카페 안은 8시가 좀 지나서 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다.

무대에서는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데 너무 감미로워 마음을 녹이는 것 같다.

시중은 아름과 나란히 앉아 가수가 통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무대를 보고 있다.

가수가 노래를 다 부르고 신청곡을 받는다고 하여 시중은 조금 지난 노래지만 자건거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란 노래를 종이에 써서 신청했다.

가수가 종이를 보며 고개를 들며 말을 한다. 오늘 같은 날 이 노래는 참 잘 어울릴 것 같네요. 신청해 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여기를 오며 붉은 해가 어둠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참 인생이란 아름다운 것이다고 느꼈거든요. 왜 그렇게 느꼈냐면 제가 가수이지만 이렇게 노래로 여러분과 호흡하며 오늘 사라진 해와 또 내일 떠오를 해를 생각하며 사랑하고 헤어지고 또 사랑하는 것이 우리들이니까요.

제가 서론이 길었지요. 왜냐하면 한 달 전에 제가 사귀던 친구와 슬프게 해어지고 며칠 전에 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을 운명처럼 다시 만났거든요.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홀 안을 가득 채운다. 우리도 우 오!  같이 박수를 쳤다.

여러분들은 옆에 계신 짝에게 잘 해 드리시고 좋은 인연 영원히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자 노래 들려 드리겠습니다.

기타 반주 소리가 부드럽게 무대로부터 울려 퍼지며 노래를 시작한다.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나에게 넌 내 외롭던 지난 시간을

 

환하게 비춰주던 햇살이 되고

 

조그맣던 너의 하얀 손 위에

 

빛나는 보석처럼 영원의 약속이 되어

 

 

 

너에게 난 해질 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나에게 넌 초록의 슬픈 노래로

 

내 작은 가슴속에 이렇게 남아

 

반짝이던 너의 예쁜 눈망울에

 

수많은 별이 되어 영원토록 빛나고 싶어

 

 

 

너에게 난 해질 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너에게 난 해질 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노래를 들으며 아름은 시중의 손깍지를 꼭 쥐며 시중의 어께에 자기 머리를 살포시 기댄다.

노래 부르는 목소리가 너무 감미로워 그냥 둘은 가수를 쳐다보며 노래에 마음을 싣는다.

아름은 생각한다.

나는 오빠가 너무 좋은데. 왜 이렇게 내가 당당하지 못할까. 아버지가 완고해도 이제는 떳떳하게 오빠의 존재를 말씀 드려야 하는데.  시중 어깨에 기댄 채로 눈을 꽉 감았다 뜬다.

그런 아름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중은 노래가 끝나고 아름에게 노래 좋고 가수의 목소리도 감미롭고 오늘 여기 분위기 너무 좋은데! 

아름 자 건배,  잔을 부딪치며 맥주를 들이킨다. 그리고 아름의 표정을 보며 말을 한다.

근데 아까부터 표정이 안 좋아? 오늘 진짜 무슨 일 있었구나?

아니야. 무슨 일은. 조금 피곤해서 그래!  시중을 바라본다.

그런 아름의 표정을 보며 시중은 말한다. ‘그럼 내일 상담 하지 마.

아름은 눈을 둥그렇게 뜨며 그 정도는 아니야. 걱정 하지 마.

그렇게 그 좋은 밤 아름은 자기의 첫 남자, 첫 사랑인 시중과 같이하며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끼며 보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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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도서관에서 아름과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진동을 한다.

북경이라 문자가 뜬다. 아름이가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바해의 이름을 북경으로 바꿔놓았다. 시중은 얼른 폰을 들고 아름에게 손짓을 하며 밖으로 나왔다.

여보세요?

바해가 반갑다고 이름을 폰 너머로 부른다.

시중 나야 바해!

시중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듯 전화를 받는다.

바해! 잘 지냈어?

바해가 말을 받아 말을 한다.

잘 지냈지. 서울로 물건 하러 왔다 시중에게 전화 하는 거야.

그랬구나. 언제 가는데?

내일 저녁 배로 가게 될 거야. 시중 오늘 시간되면 저녁에 인천 연안부두로 올래?

시중은 좀 망설이더니 그래 그럼 내가 6시까지 그리로 갈게.

그래. 그럼 이따 봐. 시중.

시중은 바해의 전화를 끊고 바해와의 추억을 잊고 있었던 그때의 일이 떠오른다. 시중은 그 일을 잊지 못하고 마음에 담고 있다. 어쩌면 아름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아름에게서 조차 느낄 수 없었던 사랑의 감정을 잊으려고 했는지 모른다.

안으로 들어와 아름 옆에 앉자 아름이가 누구야묻는다.

북경에서 만난 친구인데 서울 왔다고 오늘 저녁에 한번 보자고 그러네.

아름은 작은 소리로 옆구리를 건드리며 어떤 친구냐고 캐 묻는다.

시중은 아름의 집요함에 그냥 여행하며 만난 친구라고 말이 나갔다.

오늘 어디서 만나려고?

인천 연안부두로 오라는데 자기가 한턱 쏘겠다고.

아름의 결정적 한마디에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한다.

여자? 남자?

얼버무리듯 남자라고 말이 나갔다.

그때서야 아름인 아 그래.  오늘 좋겠네 입을 삐쭉 거린다.

아름의 눈빛에 잘못하다 걸린 사람처럼 시중은 자신도 모르게 겸연쩍게 눈으로 웃는다. 아름은 시중이 무슨 말을 해도 믿는다. 그런 아름에게 바해와의 일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미안하고 죄책감이 드는 마음이 들어 어쩔 줄 몰라 한다.

 

아름과 헤어지고 인천 연안부두 근처 공원으로 가서 바해에게 전화를 했다. 바해가 연안부두 근처 공원으로 나왔다.

바해의 모습은 변함이 없이 늘씬한 키에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화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때는 화장 끼 없는 얼굴에 수수해 보였었다.

바해! 오랜만이야. 그동안 잘 지냈어? 바해와 악수를 하며 물었다.

잘 지냈지. 시중도 잘 지내지?

안 본 사이에 더 멋져 졌는걸. 바해도 시중을 보며 웃는다.

우리는 그렇게 반갑게 서로의 얼굴을 보며 마치 자기의 감정을 들키기라도 할 것처럼 탐색 아닌 탐색을 하며 저녁을 먹으러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마주 앉아 음식을 주문했다. 바해가 된장찌게를 시키기에 나도 같은 것을 시켰다.

시중 나 대학에 들어갔어.

시중은 바해의 말에 놀라는 듯 눈이 커지며 진짜 입학했구나? 잘했다. 축하해.

무슨 과에 들어갔어?

시중의 말에 중어중과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시중이 상담을 통해 자신 있게 사는 모습이 좋아 보여서 나도 상담학과에 입학했어.

바해의 말에 시중은 한번 더 놀라며 와 그래? 뜻밖인데. 잘했다.

상담 공부하면 좋지. 그러지 않아도 그때 바해의 말을 들으며 내심 바해도 상담을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거던. 잘 됐다. 아참 그럼 문학은 포기하는 거야?

아니. 그것도 계속 배워야지. 문학은 복수 전공으로 배워 볼까 생각 중이야.

그 사이에 밥이 나왔다.

상담 공부할만해?

아니. 어려워. 왜 울 것도 많고 머리가 아파! 가뜩이나 난 중국어로 공부하고 있잖아?

그래 바해 대단하다. 장사하랴, 그 힘든 중국어 문자로 상담까지 공부하고 있으니 말이야.

밥을 먹는 내내 우리는 그 때의 일은 우리와 상관없이 잊어버렸다는 식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 오래 만난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리는 밥을 다 먹고 밖으로 나와 바다가 보이는 공원으로 가 캔 커피를 들고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초저녁 봄바람이 나플나플 우리의 코를 자극하며 시원스런 바다와 잘 어울린다.

바해가 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캔을 이리저리 양손 바닥으로 비비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바해를 보며 시중은 말을 건넨다.

엄마한테는 갔다 왔어?

바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 말에 ’ 주춤하며 말을 한다.

. 안 갔어. 내가 대학에 입학했다고 말을 하러 가야 되는데 그냥 가기가 싫더라. 가봤자 분위기 안 좋을 게 뻔 한데 하며 시중을 본다.

그래도 만나고 오지 그랬어. 부모님이 좋아하실 거 아냐?

나중에 말해도 돼.

그런 바해가 안쓰러워 보인다. 중국에서 돈 잘 벌고 이젠 대학까지 들어갔는데. 어찌, 아직은 그래도 자랑하고 싶고 내세우고 싶은 나이 인데 그 모든 걸 자기 혼자 감내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날이 어둑해진다.

바해가 옆에서 시중을 보며 말을 한다.

오늘 술 한 잔 할래?

좋지!

그럼 아까 밥은 시중이 샀으니까 술은 내가 살게 가자.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는 바해에게 시중은 말을 한다.

그럼 오늘은 바해가 한국 왔으니까 막걸리 어때? 먹어봤어? 난 막걸 리가 좋거든.  웃었다.

그런 시중을 보며 좋아, 오늘은 시중이가 먹는 막걸리로 먹어 볼까?

그렇게 우리는 동인천역 근처에 있는 신포동 먹자골목거리로 택시를 타고 갔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거리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걸으며 둘러보는데 지붕을 볏짚으로 둘러놓은 것처럼 그림을 크게 붙여 놓은 옛고을주막집이란 간판이 보인다.

바해! 저기로 가 볼까?

. 진짜 막걸리 집 같네. 바해가 미소 지으며 좋아 가보자한다.

우리는 어둠 안으로 빛이 사라짐을 등에 지고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동동주와 파전을 시켰다.

나 막걸리 몇 번 안 먹어 봤는데 오늘은 시중이 먹는 걸로 특별히 먹는 줄 알아? 바해가 나에게 다시 말을 한다.

! 우리 그때 사막에서 아이락 먹어 봤잖아. 그 맛이랑 똑같잖아?

시중은 무심결에 사막이야길 꺼냈다.

바해가 눈이 동글해 지며 겸연쩍어 아 그때 말끝을 흐리며 맞아한다.

둥그런 항아리에 막걸리가 가득 담아 조그마한 쪽박과 함께 양은 잔이 나왔다.

시중은 쪽박에다 막걸리를 바해의 잔에 떠 주며 자기 잔에도 채운다.

그 사이에 파전도 나왔다.

바해! 우리 건배 할까?

바해의 사업과 상담학과에 입학한 것을 축하하며!  말을 하고 잔을 부딪치고 한 잔 시원하게 들이켰다.

고마워! 시중 이렇게 나를 축하해 주는 사람은 시중 밖에 없다.

그래. 나는 바해를 몇 번 안 봤지만 이 세상 누구보다 멋지고 최고라고 생각해.

막걸리의 달착지근한 맛에 목 넘김을 기분 좋게 해준다. 바해와 그렇게 여행을 하고 헤어진 지 3개월 만에 만나는 것이다. 어쩌면 서로가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중은 바해를 잊으려 했다. 그냥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의 인연은 참으로 나일론 줄과 같이 끈질 긴 것이어서 한 쪽이 일방적으로 잊으려, 끊으려 해서 사라지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해가 어느 정도 술기운이 도는지 말을 한다.

시중! 나 너가 보고 싶더라.

바해의 말에 시중은 막걸리를 먹다 하마터면 막걸리를 쏟을 뻔하며 멈칫 그랬어! 고맙네’ 말이 나간다.

너가 보고 싶었다고.

시중이 못들은 것처럼 하자 바해는 재차 강조를 한다.

나 그때가 처음이었어.

시중은 바해의 주저 없는 말에 내심 놀라며 바해의 눈을 보았다.

시중도 속으로 나도 그때 너 하고의 그일 잊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지’ 

어두운 조명아래 슬픈 사슴처럼 시중을 바라보는 바해를 보고 있다.

시중! 왠지 모르게 난 너에게 마음이 간다. 우리가 그때 그거 해서가 아니라 그냥 시중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좋아지게 되더라.

바해의 적극적이고 일방적인 말에 시중은 당황하며 토끼처럼 바해만 바라보고 있다.

시중! 좀 놀랐지? 웃으며 잔을 들어 부딪친다.

얼떨결에 듣는 바해의 말에 시중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한다.

바해는 그 말을 하고 쑥스럽다는 듯 막걸리를 마신다.

바해! 나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니 고마워. 하지만 나는 장애인이고 학생이잖아. 바해는 나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고 사회인인데 나 같은 사람 말고도 더 좋은 사람이 있을 텐데.

바해가 시중의 말을 듣더니 장애인이 어때서! 그렇다고 시중 못하는 거 있어! 없잖아?

나는 중국에서 장사하며 여러 사람을 봤어. 몸이 멀쩡하게 생겼어도 자기 구실을 못하고 그냥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그런 사람들은 내가 보기에는 올바르고 깨끗한 정신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런 사람들에게 비교할 건 못되지만 시중은 몸이 약간 불편할 뿐이지 할 건 다하며 자기만의 인생을 개척하며 살아가려고 하잖아?

바해의 말은 진지하다.

바해의 말을 들으며 이렇게 자기를 한 인간으로 온전히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고마워한다.

시중! 왜 내말이 부담이 돼! 아니면 그 때 사귄다는 그 아가씨 때문에 그래?

바해의 말은 적극적이고 직설적이다.

시중은 바해의 말에 술이 확 깨는 것 같다.

바해에게 천천히 말을 한다.

바해 정말 고마워. 그렇게까지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바해라니 너무 좋아. 지금 말하지만. 나도 바해를 처음 배에서 만난 그때부터 멋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어. 하지만 바해가 이야기 한 것처럼 난 여자 친구가 있잖아. 바해를 좋아하지만 그때 일은 내가 미안해. 사과할게.

바해가 듣고 있더니 아니야. 그 일은 서로의 감정으로 일어난 일이니까 시중이 사과할 일은 아니야.’

시중! 그래도 난 네가 좋은데 어떡하지?

바해의 눈은 사슴처럼 슬픈 눈빛으로 시중을 보고 있다.

아마 그것은 바해가 혼자서 객지인 중국 땅에서 혼자 오래 살아오는 외로움이 더 시중을 받아들게 한 건지도 모른다. 그런 바해의 눈을 보며 시중도 모르게 마음이 요동침을 느낀다. 하지만 시중은 이성적으로는 안 돼하며 바해와 그 때 일이 시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넌 아름이가 있잖아’ 두 마음이 서로 날카롭게 대립을 한다. 시중은 자신도 모르게 바해를 보며 고개를 약간 저어 본다.

정말 난 시중의 마음에 들어갈 자리가 없는 거야?

오직 그 아가씨에게 만 시중의 마음을 줘야 하는 거야?

바해의 말에 시중은 어쩔 줄 몰라 막걸리만 들이킨다. 한 참을 생각하더니 시중이 바해에게 말을 한다.

바해! 그냥 우리 좋은 친구 사이로 지내면 안 될까?

바해가 시중의 말을 듣더니 체념한다는 듯 깊은 숨을 내 쉰다.

내가 태어나 이렇게까지 남자에게 고백하긴 처음인데 시중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 인정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마음이니까!

그럼 내가 창피하잖아?

아니야. 바해의 마음과 같이 나도 널 좋아해.

하지만 난 여자가 있잖아. 그 여자는 내가 태어나 처음 사귄 내 첫 여자란 말이야. 그러고 나를 정말로 좋아하고 있어. 나 역시도 그렇고. 그런 사람을 모른척하고 바해를 사귈 순 없잖아. 그렇다고 내가 두 여자를 다 사귈 순 없잖아. 그런 걸 바해도 바라는 건 아닐 거 아냐? 또 그건 내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어긋나는 일이고 도덕적으로도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

바해가 내 말을 듣더니 바로 시중이 그런 마음이 난 좋아.

체념 한다는 둣 그래 내가 인정한다. 우리 좋은 친구로 지내자며 술 잔을 부딧친다. 우리는 그렇게 웃으며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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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 돌아가는 내내 바해와 게르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책감이 든다.

내가 왜 그랬을까!

바해를 사랑하지도 않는데. 그냥 편한 친구인데. 내 마음과 몸은 아름에게 가 있는데.

시중은 고개를 흔든다.

물론 피 끓는 젊은 남녀가 스파크가 일어나면 불이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긴 한데. 하지만 사랑의 행위는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하는 것이 아닌가. 시중은 자기가 기독교인으로 그렇게 한 것이 죄책감이 든다. 순간의 감정을 못 참아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말이다. 또 아름의 얼굴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답답한 마음이 올라온다.

도착한 인천항에 아름이가 나와 있다. 아름은 개표소에서 나오는 시중을 보고 손을 흔들며 오빠! 반긴다.

아름은 시중을 보자 반갑다고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한다.

오빠! 나 혼자 띄어놓고 가서 그래 재미있어? 아름의 투정부림이 나오는 말투로 입을 씰룩이며 시중의 손을 흔들어 댄다.

하지만 오빠 없는 내내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매일같이 기도했단 말이야!

시중은 그렇게 반기는 아름을 담담하게 안는다. 바해와의 일은 추억으로 묻어 버리고 혼자 회개의 기도로 자신의 잘 못을 씻자 라는 마음으로 아름을 꼭 안는다.

나도 아름 보고 싶었어. 아참 학교 면접은 잘 본거지?

. 잘 봤어. 발표가 다음 주야.

뭐 보나마나 합격이지 뭐.

아니야. 오빠! 경쟁이 만만치가 않아?

~ 그래도 아름 정도 점수면 아마 무난히 합격하니까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그렇게 아름은 그 이듬해 우리 과에 합격이 되어 입학했다.

 

3학년이 된 시중은 안면도에서 만나 알게 되어 가끔 찾아가 상담도 받으며 친분을 쌓아가던 김상충 선생님에게 실습을 부탁해 거기서 학기 초부터 실습을 하게 됐다.

상충 선생은 시중을 진짜 막내 동생처럼 대해주며 자기가 운영하는 명상 요가 센터에서 집단상담 보조자로 일할 수 있게 했다. 상충 선생은 시중이 하는 일을 유심히 보며 자기 동생이 살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한다.

상충 선생이 시중을 사무실로 부른다.

시중! 일하는 것이 힘들지 않아?

아니요! 선생님 너무 재미있고 힘이 납니다. 이렇게 저 같은 사람을 이런 좋은 곳에서 일 할 수 있도록 해주신 것에 너무 감사드려요.

아니야! 시중이가 와서 우리 센터가 더 밝아지고 환해졌는걸!

감사할 사람은 자네가 아니라 나야. 여기 오는 사람들의 반응도 좋아. 시중 보고 미남이라고 나한테 이야기하며 상담도 잘해준다며 좋아해 한다니까. 이제 3학년이니까 슬슬 취업 준비도 해야지?

시중은 들으며 선생님 저는 대학원에 가서 더 공부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 그거 좋지. 상담은 대학원까지 나와야 상담사로서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자넨 집단상담사가 되려고 생각하는 거지?

! 그래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 있어요.

그래. 열심히 해봐. 좋은 상담사가 될 거야.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이야기 하고.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름이가 언제 왔는지 사무실 밖에서 시중을 봤는지 노크를 하고 들어온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름을 상충선생은 반갑게 맞아준다.

아름 어서 와라!

안녕하셔요. 선생님!

시중은 학기 초에 여기에서 실습하며 상충 선생에게 아름을 소개시켜 드렸다.

그래 공부는 할 만해?

선생님 상담이 어려운 것 같아요. 외워야 할 용어도 많고 복잡한 것 같아요.

상충은 그런 아름의 귀여운 말투를 좋아한다.

웃으며 그래 아름이가 처음이라 그럴 거야. 모르는 것 있으면 자네 애인이자 선배인 시중에게 물어보면 되지, ! 안 가르쳐 주니?

. 선생님! 들어오기 전에는 다 가르쳐 줄 것처럼 하고 말이어요.

상충은 그런 아름을 보며 너털웃음으로 또 웃는다.

시중도 상충선생을 따라 웃으며 말을 한다.

아름아 그래도 내 깐에는 많이 가르쳐 주는 것 같은데?

아름은 시중의 말에 입을 실룩이며 상충 선생에게 말을 한다.

선생님! 저도 여기서 나중에 실습해도 되죠?

그럼 우리 아름이가 한다면 언제든 환영이지.

상충선생의 말에 티 없이 웃으며 좋아하는 아름이다.

옆에서 시중이 한 술 더 뜨며 아름에게 말 한다.

아마 아름이가 여기서 실습하려면 먼저 나에게 승낙을 받아야 할 걸.

아름이 그렇게 말하는 시중을 옆에서 상충선생 눈치를 보며 꼬집는다.

 

아름과 센터에서 나와 저녁 햇살을 만끽하며 전철을 타고 월미도로 간다. 아름이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해서 시중도 오랜만에 바다를 보러 간다. 우리는 동인천역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고 월미도에 도착했다.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다. 아름과 잔잔히 일렁이는 바다를 보고 있으니 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갑자기 시중의 마음에서 요동친다.

바다를 보며 아름이가 시중에게 말을 한다.

오빠! 바다 보니 너무 좋다. 내가 이렇게 병도 고치고 대학까지 들어와 공부를 하게 될지 누가 알았겠어. 이게 다 내가 오빠를 만났기 때문이야. 아마 내가 그때 오빠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난 아마 지금도 골방에서 끙끙대거나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도 몰라. 하나님께서 나에게 오빠를 보내주신 것이 틀림없어. 아름은 하늘을 보며 하나님 땡큐!’

저녁 햇살이 잔잔히 일렁이는 물결사이를 덮음을 온 몸으로 느끼며 시중에게 말을 한다.

그렇게 말을 하는 아름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시중과 아름은 월미도 끝에 있는 조그마한 분식집에 들어앉았다.

아름과 시중은 라볶이와 만두를 주문했다.

분식집은 6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하고 계시는 것 같다. 인상이 참 푸근해 보여 음식을 기분 좋게 먹을 것 같다. 본래 식당을 하는 사람이 인상이 좋아야 그 식당에 들어가 먹는 음식도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식당을 하는 사람이 인상이 안 좋거나 인상을 쓰고 있으면 그 식당에서 음식 먹기가 싫은 것이다. 물론 인상이 안 좋아도 친절한 사람이 있지만 말이다.

식당 할머니가 음식을 먹는 시중과 아름을 보며 한마디 한다.

어쩜 아가씨가 예쁘게 생겼을까? 늘씬하니 너무 귀엽고 예뻐!

아름인 라볶이를 먹다 아줌마를 보며 웃으며 감사합니다말을 하고 시중을 보며 '할머니 우리 오빠도 잘생겼지요' 웃는다.

그럼 총각도 인상이 좋아. 참 선해 보여!

시중도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다.

시중은 할머니의 말을 들으며 생각해 본다. 저 할머니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내가 장애인이고 아름이가 비장애인이라 혹시 나를 안 좋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말이다. 장애인에게 아가씨가 아깝다. 내 손녀 같으면 말리고 싶다.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

아니면 진심으로 아름답다 축복해 주는 마음에서 나오는 말인가. 사람의 마음은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이 공유하는데 선한 마음은 보이는 존재와 물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악한 마음은 보이는 존재와 물질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기 식으로 비비 꽈배기를 만들어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시중과 아름은 음식을 다 먹고 식당을 나와 매점에서 캔 커피를 두 개 사가지고 바다의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봄의 바다는 비릿한 특유의 냄새와 함께 신선하게 다가온다.

한 참을 둘은 아무 말 없이 바다만 바라보며 서로가 손을 잡고 있다.

시중은 조용히 아름에게 묻는다.

아름아 너 우리 사귀는 거 부모님도 알고 계셔?

시중의 뜻밖의 말에 아름은 조금 당황하며 말을 한다.

그게 아직 오빠와 만나는 거 몰라.

아름의 말에 '그렇구나' 시중은 바다를 바라본다.

시중은 생각해 본다.

아름이가 자기를 아직까지 부모님에게 만난다는 것을 말 안하고 있는 것은 무슨 마음일까! 나를 좋아하지만 장애인이라 부모님에게 소개시키기에는 아직 자신이 없는 것인가?

아름이가 말을 한다.

오빠! 사실 우리 아빠가 조금 성격이 급하고 강해서 내가 집에는 아직 말 안하고 있어. 우리 집에 자식이라곤 나 하나뿐이라 아빠는 나를 뭐 크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또 나에게 늘 넌 연애하지 말고 중매해서 좋은 사람에게 시집을 가야한다고 말 하거든. 하지만 내가 오빠를 사랑하니까 걱정 마.

시중은 아름의 말에 복잡해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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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우리는 각자 배낭을 메고 베이징 서역으로 가서 몽골로 가는 기차표를 끊어 기차에 올라탔다. 기차 안은 이른 아침 서늘한 날씨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몽골이란 용어는 몽골의 부족 명으로 용감하다는 뜻을 지녔단다.

우리는 울란바토르에 도착하여 바해가 미리 연락을 해둔 사람이 찦 차인 코란도를 가지고 와서 바해에게 차키를 넘겨주고 간다. 바해는 우리 짐을 차에 다 싫고 자 가보자, 운전대에 앉아 시동을 건다.

바해가 나에게 말을 한다.

시중! 이 차 내가 이야기한대로 여기사는 친구에게 빌린 거야’. 날 보며 피식 웃는다.

나는 그러는 바해가 참 멋지고 예뻐 보인다.

우리는 차를 몰며 먼저 울란바토르 시내로 향했다. 울란바토르의 도시는 참으로 넓고 웅장함 그 자체였다. 칭기즈칸광장으로 불리는 광장 중앙에는 칭기즈칸의 동상이 그 옛날 위엄을 알리듯 우아하고 위대하게 도시를 호령하고 있다.

허나 울란바토르 도시도 시대의 흐름에 뒤질세라 여느 도시와 다름없이 간판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 우리는 적당히 구경하고 차를 몰고 도시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테를지국립공원으로 달렸다.

한 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공원은 그야말로 장광 그 자체다. 이 사막에 이런 오아시스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다. 산과 강과 무수한 나무가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우리는 공원 안으로 차를 몰고 천천히 들어간다. 조금 더 들어가니 끝없을 것 같은 강이 펼쳐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서 출출한데 요기나 하고 가자며 바해가 얇게 덮인 눈 위 강을 보며 주차를 한다.

나는 차에서 내려 팔을 쫙 펴며 숨을 폐 속 깊은 곳까지 들이마시며 경이의 함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 너무 좋다!  함성을 지르며 너털웃음이 나왔다.

옆에서 바해가 빙그레 웃으며 그렇게 좋아?’

바해의 말에 엉 너무 좋아!’

내가 태어나 이렇게 넓은 초원과 이 아름다운 강과 이 겨울에 수목들을 아름답게 눈옷을 환상적으로 입고 있는 것을 어디서 보겠어나도 모르게 경이의 웃음이 막 터져 나왔다.

바해가 이동식 탁자를 펴고 가지고 온 주먹밥과 몽골만두와 몽골 소시지와 따뜻한 물을 벌여 놓았다. 이렇게 아름답고 끝이 없을 것 같은 초원에 겨울이지만 맑은 공기가 온 몸을 감싸는 이 기분은 이 순간 그 어느 것에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함이 저절로 함성으로 터져 나오게 만든다.

겨울로 들어가는 날씨는 조금은 서늘하지만 이것 자체도 아름다움으로 느끼게 해준다.

바해가 음식을 먹으며 말을 한다.

시중 나도 장사만 하다가 이렇게 넓은 초원에 오니 가슴이 다 뻥 뚫리는 것 같아 좋아. 그것도 우연히 만난 친구와 함께 아니지 남자라는 친구와 함께 말이야. 난 좀 내성적이라 사람을 가리는 편인데 장사하면서 성격이 바뀌더라고. 또 동감내기 시중을 만나 이렇게 같이 여행도 오고 말이야. 어쨌거나 참 좋다.

강을 끼고 있는 초원을 바라보는 시중도 나도 그래!  따스한 물을 한 모금 마신다.

시중? 참 우리가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삶은 공짜가 없는 것 같아. 이렇게 내가 내 나름 열심히 사니까 어느 정도 돈도 벌게 되고 시중 같은 참 좋고 편한 친구도 만나게 되고 말이야.

그런 바해가 난 부럽다!

같은 나이인데 바해는 혼자서 성공한 거잖아? 그것도 여자인데 말이야.

또 대학도 간다며?

겨울 초입 하늘의 구름은 참으로 깨끗하게 우리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아니야, 시중?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알지. 바해가 이야기 했잖아?

난 시중이 너가 대단해 보여!

그 몸으로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는 낙천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에 학교도 다니며 이렇게 자기 홀로 여행도 다니니까 말이야? 아마 내가 시중이었다면 난 집에서 나오지도 않고 세상 원망만 하며 부모님 눈치나 보며 지낼 거야!

시중은 바해를 눈웃음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봐 주니 고마워!’

오늘은 여기 둘러 구경하고 여기서 하루 밤 쉬어가자?

바해의 말에 시중도 좋아!’.

우리는 그렇게 초원 위에 앉아 점심을 먹고 또 차에 올라 천천히 공원 구석구석을 둘러 구경을 하였다. 어느새 석양이 끝없는 초원 위를 붉은 빛으로 치장하며 빛이 조금씩 사라지는 어둠이 오고 있다. 저 만치 몽골에서 가장 유명한 홉스골 호수가 어둠이 오고 있는 초원위에 소리 없이 너울대는 강물 위에 다이아몬드 물방울들을 만들며 맑게 흘러가고 있다. 에메랄드빛의 호수와 아름다운 구름이 하늘을 닿을 것 같아 정말 좋다. 또 상상을 초월한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동화 나라에 온 것 같은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아 감탄이 절로 나온다.

홉스골 강의 길이는 136km, 깊이는 244m에 넓이는 2,620 평방km에 달하여 마치 작은 바다를 연상케 한다고 한다. 중앙아시아 지역의 호수 중에서 가장 넓으며 면적은 한국의 경기도와 충청도를 합한 크기라고 하니 과히 작은 바다라 할만하다.

여기저기 게르라는 몽골 천막집이 보인다. 차를 몰고 우리는 게르가 있는 쪽으로 주차를 했다. 바해와 시중은 게르 앞에 있는 사람에게 갔다. 바해가 게르를 빌리려 흥정을 하더니 호수 바로 근처에 있는 곳에 게르를 가리킨다. 시중은 돈을 지불하고 차를 몰고 가르쳐 준 쪽으로 갔다. 게르 안은 생각보다 아담하다. 침대가 두 개 있고 화장대와 서랍식으로 생긴 옷장이 있다.

가운데는 난로가 있다. 또 한쪽에 화장실과 샤워 실까지 있어 현대식 이동 모텔 같아 신기해서 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바해와 시중은 차에서 하루 밤 묵을 게르에 바해가 챙겨 온 먹을 것과 짐들을 옮겼다. 날이 제법 어둠 속으로 드리워지고 있다.

둘은 호수 근처를 거닌다. 거니는데 양과 같이 생긴 야크라는 동물과 뿔이 큰 양과 사슴과 말이 어둠을 맞을 준비를 평화롭게 하고 있다.

이 광경은 아마 TV에서나 봄직한 광경이리라. 시중은 현장에 같이 묻어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벅차오르는 자신의 내면의 앤돌핀이 한없이 이 거대한 자연과 하나 되어 감을 느낀다.

비록 겨울이라 푸른 잔디는 없지만. 그렇게 둘은 말없이 나란히 사라지는 석양을 보며 한 참을 거닐었다. 마치 이 아름다운 자연 앞에 말을 섞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성스러운 마음으로 산책을 했다.

바해가 가지고 온 양고기를 숙소인 게르 앞에서 장작불을 피워 석쇠를 올려놓고 고기를 올려놓았다. 나무 타는 냄새와 고기 익는 냄새가 자연 속에 어우러져 마치 여기가 우리의 파라다이스인 것 같은 착각이 시중을 사로잡아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바해도 좋은지 먹을 것을 펼쳐놓으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고기가 얼추 구워지고 있는 것을 보며 시중은 겨울로 들어가는 초원을 고개를 들어 본다.

저물어 가는 석양 사이로 들판에 말과 슬록과 양들이 한편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 세트장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라는 경탄이 다시 한 번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시중 대충 고기 구워졌으면 먹자?

바해가 이동식 탁자에 음식을 펴놓으며 말을 한다.

알았어. 고기 다 구워졌어.

시중은 고기를 호일 접시에 담아 탁자로 가지고 가 앉았다.

어느새 날이 어둑해져 빛을 필요로 한다.

불은 모닥불과 게르에서 비취는 태양열을 이용해 만든 전등불빛이 다다.

우리는 앉아 고기와 밥을 먹는다.

바해가 오면서 사온 말 젓으로 만든 아이락 이란 몽고 술을 개봉한다.

시중 이런 술 못 먹어 봤지? 웃으며 말을 한다.

나는 바해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나도 두 번째 먹는 건데 처음에 와서 먹었을 땐 무슨 맛인지 모르고 먹었어. 좀 신 맛이 나기도하거든? 도수는 한 7도정도로 우리나라 막걸리와 좀 비슷한 맛 같더라고!

바해는 컵에다 아이락을 따라 나에게 준다.

나는 바해와 잔을 마주치고 한잔 쭉 들이켰다.

어때 맛이? 바해가 묻는다.

조금 시큼한데 먹을 만한데?

바해도 그렇다는 듯 미간을 웅크리며 나를 쳐다본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은 서늘한 날씨 이지만 세상 어디에 가서도 볼 수 없을 것 같은 밤하늘의 수많은 무더기로 우리의 머리위에 쏟아져 앉을 것 같은 별들을 보며 저녁 만찬을 즐기고 있다.

시중은 분위기가 너무 조용한 것 같아  폰에 저장되어 있는 중국 노래 등려군의 첨밀밀을 스타트 했다.

어둠이 깔려오는 초원위에 은은히 반주가 시작되고 등려군이 이 초원에 있어 마이크를 잡고 우리만을 위해 부르듯 부드럽게 우리의 마음을 빼앗아 가듯 노래가 시작된다.

우리는 얼추 다 먹은 저녁 만찬을 뒤로하고 노래에 몸과 혼을 마 끼듯 바해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시중은 넓은 초원의 맑은 공기를 조금은 서늘하지만 들이 마시며 아주 조용히 자연과 어우러져 노래에 젖어 들어 본다.

시중은 노래에 취했나? 아이락에 취했나?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첨밀밀의 가사를 리듬에 맞춰 아주 낮은 음으로 읊조린다.

 

「당신의 미소가 달콤해.

   마치 봄바람 속에 꽃이 핀 것처럼.

   봄바람 속에 핀 것처럼.

   어디서, 어디서 당신을 보았었지요?

   당신의 미소가 이렇게도 낯익은데

   잠깐 생각이 안 났지만

   아~ 꿈속에서.

   꿈속에서 당신을 본 적이 있어요.

   부드러운 미소가 너무나도 달콤했지요.

   당신 맞아요.

   꿈속에서 본 게 바로 당신이어요.

   어디서?

   어디에서 당신을 보았었지요?

   당신의 미소가 이렇게도 낯익은데

   잠깐 생각이 안 났지만

   아~ 꿈속에서. 」

 

노래가 끝나고 바해가 지그시 눈을 뜨며 시중을 보며 웃으며 좋은데!  

얼마 만에 느껴보는 느낌인지! 내가 여기 이렇게, 너와 아름다운 오지에 와 있는 기분이 정말 너무 좋다. 또 시중이 노래를 시를 읊조리듯 낭송해 주니 더 좋은 것 같아.

내가 지금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너무 나의 영혼이 메말라 있었던 것 같아.

나도 음악을 좋아하고 시를 좋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돈 버는 것만 신경 쓰며 살아 온 것 같아. 시중하고 여기 오길 잘한 것 같아.

시중은 그렇게 말하는 바해가 조금은 안쓰러워 아이락을 한잔 들이키며 입을 삐쭉이며 눈썹을 올렸다 내린다. 바해는 어떻게 보면 이제는 완전한 독립적인 존재로 혼자인 것이다. 집에 들어가면 따뜻하게 맞아 주는 사람 하나 없지 않은가!

그래도 난 바해가 부럽다니까?

바해는 후훗 하며 그래 시중뿐이 없다. 내 마음 알아주는 사람은 말이야.

그렇게 둘은 밤하늘의 별들을 벗 삼아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주고 있다.

도수가 낮은 아이락도 둘이 병으로 두병을 넘어가니 취기가 이마 끝까지 다다른 듯 눈이 풀리기 시작한다.

지만 바해는 멀쩡해 보인다.

시간은 벌써 새벽 1시가 넘어 가고 있었다. 날씨는 더 추워졌다.

우리는 정리를 하고 게르 안으로 들어가 시중이 먼저 샤워를 하고 나와 마주 보며 있는 침대에 누웠다. 바해도 샤워를 하러 들어간다.

누워 있자니 아름이가 떠오른다. 내가 좋아하는 아름. 세상에서 처음으로 내 순정을 빼앗아 간 여자. 지갑을 꺼내어 아름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며 입을 맞춘.

어느새 술기운이 사라짐을 느낀다. 그사이 바해도 샤워를 다하고 나와 머리를 나무 난로 옆에 가서 말리고 있다.

시중 우리 와인 한 잔 더 할래?

좋지?

가방에서 위스키인 밸런타인을 꺼내 플라스틱 컵과 함께 난로 옆에 있는 탁자에 올려놓는다.

이건 또 언제 준비했어?

아니 집에 있던거 챙겨 온거야!

자 오늘 밤 여기서 아름다운 만찬을 해야지 않겠어! 바해가 웃는다.

컵에다 술을 따러주며 시중 이런다고 나를 술꾼으로 보는 건 아니지 한다.

무슨 말을 바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내가 느끼는데?

둘은 잔을 마주치며 한 잔을 부드럽게 들이킨다. 예상보다 부드럽다.

바해가 안주인 무화과를 물면서 묻는다.

시중 애인 있어?

시중도 무화과를 짚으며 자연스럽게 어! 있어.

바해는 궁금한지 어떤 사람이야?’ 물어본다.

나는 바해가 친구이기에 좀 전에 지갑에서 본 아름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바해는 사진을 보며 예쁘네! 웃는다.

시중은 아름을 기도원에서 우연히 만났으며 아름이가 먼저 연락해서 연인 사이로 발달했으며 여기 오기 전에 생전 처음으로 딱 한번 같이 몸을 섞었다고 말을 한다.

듣고 있던 바해가 위스키를 마시며 말을 한다.

시중은 참 순수한 사람이라고 느꼈는데 내 느낌이 맞았다.

시중은 술을 마시며 '왜 그렇게 느꼈어' 묻는다.

아니 그렇잖아?

상대방에게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잖아? 어떤 사람들은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사랑한다는 이름으로 같이 자는 것을 밥 먹듯 한다고 하는데.

바해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중은 웃는다.

바해 그런 것도 있지만 나한테는 제일 중요한 것이 있어. 그것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

바해가 술을 마시다 말고 궁금하다는 듯 그것이 뭐냐고 얼굴을 들이대면 물어본다.

시중은 한 모금 마시며 '바해 그것이 궁금해' 웃는다.

바해는 더 궁금하다는 듯 바짝 마주보며 말해 보라고 웃으며 눈을 크게 뜬다.

나는 바해의 궁금해 하는 모습이 재미있어 웃으며 가만 가만 바해 이것은 내 특급 비밀이야!

누구한테도 말한 적이 없단 말이야.

그랬더니 알았다며 자기에게만 살짝 말해 달라며 윙크를 한다.

그런 바해의 모습이 더 귀여워 보인다. 술기운에 얼굴이 발그레한 바해가 말이다.

시중은 더 이상 뜸을 드리면 식상할 거 같아 말을 한다.

그것은 말이야.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그래. 내가 먼저 좋다고 상대방에게 다가면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내 안에 있는 거야. 내가 먼저 다가가면 장애를 가졌으니까 저러지 라며 조롱을 당할까봐 두려운 거야. 나는 그래서 지금껏 내가 먼저 난 너 마음에 들어 좋아라고 말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

그래서 그 친구에게도 그녀가 선택하게 그냥 둔거야.

바해가 시중의 이야기를 듣더니 슬프다’  입을 삐쭉이며 말을 한다.

아니 시중도 똑같은 사람이잖아! 어떻게 보면 어떤 사람들보다도 생각을 더 하며 자기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사람인데 말이야.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 거야! 오히려 생각 없이 막 사는 사람들 보다 난 시중이가 더 좋은 것 같은데 말이야?

시중은 바해의 말에 그렇지’! 숨을 내쉬며 바해와 건배를 한다.

그런데 바해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거지 뭐. 시중은 말을 하며 술을 들이킨다.

둘 다 와인에 취기가 거나하게 오르는 것 같다.

나는 시중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말해서 야무지고 똑똑하게 봤었어. 몸이 좀 불편해 보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며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 멋져 보였어. 그리고 인상도 귀공자 스타일이잖아!  웃는다.

나는 생각했지. 세상에는 이렇게 몸이 좀 불편해도 이렇게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구나 했지! 그래서 내가 남자에게 연락처를 준 일이 없는데 시중에게는 준거야.

옆에서 듣고 있던 시중은 바해를 쳐다보며 고개를 움직인다. 몸에 알코올이 들어가고 불 옆에 있으니 더위를 둘 다 많이 느낀다.

바해가 두꺼운 스웨터를 벗었다. 그리고 바해의 끈 나시가 들어났다.

바해의 흰 속살에 뽀얀 젖 가슴이 어스름한 불빛에 뽀얗게 아지랑이처럼 시중 앞에서 아른 거린다.

바해가 예쁘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시중의 말초 신경을 톡톡 건드린다.

스웨터를 벗어 옆에 놓고 바해가 얼굴을 드는데 시중의 눈과 마주쳤다.

순간 시중은 자신도 모르게 조용히 일어났다. 그리고 앞에 있는 바해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갔다 댔다. 입술의 입맞춤이 서로를 원한다는 듯 부드럽게 애무를 한다.

그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가 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몽골 속담에 겨울에는 사랑을 하라는 말처럼둘 사이에 말초 신경을 톡톡 건드리는 마음이 요동을 치는 것이다. 어느 순간 둘은 침대로 이동하여 벌거숭이가 되어 서로가 격렬한 사랑을 나눈다.

바해는 처음인지 본능대로 움직이며 암컷이 사랑이란 늪에 젖어드는 소리를 간간이 낸다.

시중도 이런 경험은 아름이 이후로 처음이다.

바해와 시중은 진짜 조심스럽고 사랑스럽게 서로를 않아 주며 끝없을 것 같은 사랑을 나눈다.

그렇게 둘은 아주 달콤한 사랑을 나누고 한 침대에 나란히 벌러덩 누워 게르의 천장을 바라본다. 마치 아담과 이브가 죄를 범하기 전 자기들의 벗은 모습을 수치라고 느끼지 못한 것처럼 둘은 벗은 모습 그대로 말없이 누워 있다. 어느새 술 취함은 땅 밑으로 녹아 사라져 버렸다.

둘의 정신은 더 또렷또렷 해지는 것이다.

침대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천천히 옆으로 서로가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때 누구라는 말이 필요 없이, 또 살 냄새에 몇 십 년 굶주린 늑대처럼 입술을 탐색하듯 서로 애무하며 더 격렬하고 부드럽게 사랑을 나눈다.

이 사랑의 격정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암컷과 수컷의 눈빛에 스파크가 일어날 때 번쩍이는 불꽃이 점화되면 저절로 불꽃이 주체할 수 없이 정열적으로 타오른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아름다운 나라로 시중과 바해는 빠져들고 있었다.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를 몰고 계획 했던 여행을 다 돌아보고 바해는 자기의 집으로 돌아가고 시중은 인천항으로 돌아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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