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 돌아가는 내내 바해와 게르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책감이 든다.
내가 왜 그랬을까!
바해를 사랑하지도 않는데. 그냥 편한 친구인데. 내 마음과 몸은 아름에게 가 있는데.
시중은 고개를 흔든다.
물론 피 끓는 젊은 남녀가 스파크가 일어나면 불이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긴 한데. 하지만 사랑의 행위는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하는 것이 아닌가. 시중은 자기가 기독교인으로 그렇게 한 것이 죄책감이 든다. 순간의 감정을 못 참아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말이다. 또 아름의 얼굴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답답한 마음이 올라온다.
도착한 인천항에 아름이가 나와 있다. 아름은 개표소에서 나오는 시중을 보고 손을 흔들며 오빠! 반긴다.
아름은 시중을 보자 반갑다고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한다.
오빠! 나 혼자 띄어놓고 가서 그래 재미있어? 아름의 투정부림이 나오는 말투로 입을 씰룩이며 시중의 손을 흔들어 댄다.
하지만 오빠 없는 내내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매일같이 기도했단 말이야!
시중은 그렇게 반기는 아름을 담담하게 안는다. 바해와의 일은 추억으로 묻어 버리고 혼자 회개의 기도로 자신의 잘 못을 씻자 라는 마음으로 아름을 꼭 안는다.
나도 아름 보고 싶었어. 아참 학교 면접은 잘 본거지?
응. 잘 봤어. 발표가 다음 주야.
뭐 보나마나 합격이지 뭐.
아니야. 오빠! 경쟁이 만만치가 않아?
음~ 그래도 아름 정도 점수면 아마 무난히 합격하니까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그렇게 아름은 그 이듬해 우리 과에 합격이 되어 입학했다.
3학년이 된 시중은 안면도에서 만나 알게 되어 가끔 찾아가 상담도 받으며 친분을 쌓아가던 김상충 선생님에게 실습을 부탁해 거기서 학기 초부터 실습을 하게 됐다.
상충 선생은 시중을 진짜 막내 동생처럼 대해주며 자기가 운영하는 명상 요가 센터에서 집단상담 보조자로 일할 수 있게 했다. 상충 선생은 시중이 하는 일을 유심히 보며 자기 동생이 살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한다.
상충 선생이 시중을 사무실로 부른다.
시중! 일하는 것이 힘들지 않아?
아니요! 선생님 너무 재미있고 힘이 납니다. 이렇게 저 같은 사람을 이런 좋은 곳에서 일 할 수 있도록 해주신 것에 너무 감사드려요.
아니야! 시중이가 와서 우리 센터가 더 밝아지고 환해졌는걸!
감사할 사람은 자네가 아니라 나야. 여기 오는 사람들의 반응도 좋아. 시중 보고 미남이라고 나한테 이야기하며 상담도 잘해준다며 좋아해 한다니까. 이제 3학년이니까 슬슬 취업 준비도 해야지?
시중은 들으며 선생님 저는 대학원에 가서 더 공부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 그거 좋지. 상담은 대학원까지 나와야 상담사로서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자넨 집단상담사가 되려고 생각하는 거지?
네! 그래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 있어요.
그래. 열심히 해봐. 좋은 상담사가 될 거야.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이야기 하고.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름이가 언제 왔는지 사무실 밖에서 시중을 봤는지 노크를 하고 들어온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름을 상충선생은 반갑게 맞아준다.
아름 어서 와라!
안녕하셔요. 선생님!
시중은 학기 초에 여기에서 실습하며 상충 선생에게 아름을 소개시켜 드렸다.
그래 공부는 할 만해?
선생님 상담이 어려운 것 같아요. 외워야 할 용어도 많고 복잡한 것 같아요.
상충은 그런 아름의 귀여운 말투를 좋아한다.
웃으며 그래 아름이가 처음이라 그럴 거야. 모르는 것 있으면 자네 애인이자 선배인 시중에게 물어보면 되지, 왜! 안 가르쳐 주니?
네. 선생님! 들어오기 전에는 다 가르쳐 줄 것처럼 하고 말이어요.
상충은 그런 아름을 보며 너털웃음으로 또 웃는다.
시중도 상충선생을 따라 웃으며 말을 한다.
아름아 그래도 내 깐에는 많이 가르쳐 주는 것 같은데?
아름은 시중의 말에 입을 실룩이며 상충 선생에게 말을 한다.
선생님! 저도 여기서 나중에 실습해도 되죠?
그럼 우리 아름이가 한다면 언제든 환영이지.
상충선생의 말에 티 없이 웃으며 좋아하는 아름이다.
옆에서 시중이 한 술 더 뜨며 아름에게 말 한다.
아마 아름이가 여기서 실습하려면 먼저 나에게 승낙을 받아야 할 걸.
아름이 그렇게 말하는 시중을 옆에서 상충선생 눈치를 보며 꼬집는다.
아름과 센터에서 나와 저녁 햇살을 만끽하며 전철을 타고 월미도로 간다. 아름이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해서 시중도 오랜만에 바다를 보러 간다. 우리는 동인천역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고 월미도에 도착했다.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다. 아름과 잔잔히 일렁이는 바다를 보고 있으니 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갑자기 시중의 마음에서 요동친다.
바다를 보며 아름이가 시중에게 말을 한다.
오빠! 바다 보니 너무 좋다. 내가 이렇게 병도 고치고 대학까지 들어와 공부를 하게 될지 누가 알았겠어. 이게 다 내가 오빠를 만났기 때문이야. 아마 내가 그때 오빠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난 아마 지금도 골방에서 끙끙대거나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도 몰라. 하나님께서 나에게 오빠를 보내주신 것이 틀림없어. 아름은 하늘을 보며 ‘하나님 땡큐!’
저녁 햇살이 잔잔히 일렁이는 물결사이를 덮음을 온 몸으로 느끼며 시중에게 말을 한다.
그렇게 말을 하는 아름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시중과 아름은 월미도 끝에 있는 조그마한 분식집에 들어앉았다.
아름과 시중은 라볶이와 만두를 주문했다.
분식집은 6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하고 계시는 것 같다. 인상이 참 푸근해 보여 음식을 기분 좋게 먹을 것 같다. 본래 식당을 하는 사람이 인상이 좋아야 그 식당에 들어가 먹는 음식도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식당을 하는 사람이 인상이 안 좋거나 인상을 쓰고 있으면 그 식당에서 음식 먹기가 싫은 것이다. 물론 인상이 안 좋아도 친절한 사람이 있지만 말이다.
식당 할머니가 음식을 먹는 시중과 아름을 보며 한마디 한다.
어쩜 아가씨가 예쁘게 생겼을까? 늘씬하니 너무 귀엽고 예뻐!
아름인 라볶이를 먹다 아줌마를 보며 웃으며 ‘감사합니다’ 말을 하고 시중을 보며 '할머니 우리 오빠도 잘생겼지요' 웃는다.
그럼 총각도 인상이 좋아. 참 선해 보여!
시중도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다.
시중은 할머니의 말을 들으며 생각해 본다. 저 할머니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내가 장애인이고 아름이가 비장애인이라 혹시 나를 안 좋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말이다. 장애인에게 아가씨가 아깝다. 내 손녀 같으면 말리고 싶다.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
아니면 진심으로 아름답다 축복해 주는 마음에서 나오는 말인가. 사람의 마음은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이 공유하는데 선한 마음은 보이는 존재와 물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악한 마음은 보이는 존재와 물질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기 식으로 비비 꽈배기를 만들어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시중과 아름은 음식을 다 먹고 식당을 나와 매점에서 캔 커피를 두 개 사가지고 바다의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봄의 바다는 비릿한 특유의 냄새와 함께 신선하게 다가온다.
한 참을 둘은 아무 말 없이 바다만 바라보며 서로가 손을 잡고 있다.
시중은 조용히 아름에게 묻는다.
아름아 너 우리 사귀는 거 부모님도 알고 계셔?
시중의 뜻밖의 말에 아름은 조금 당황하며 말을 한다.
그게 아직 오빠와 만나는 거 몰라.
아름의 말에 '그렇구나' 시중은 바다를 바라본다.
시중은 생각해 본다.
아름이가 자기를 아직까지 부모님에게 만난다는 것을 말 안하고 있는 것은 무슨 마음일까! 나를 좋아하지만 장애인이라 부모님에게 소개시키기에는 아직 자신이 없는 것인가?
아름이가 말을 한다.
오빠! 사실 우리 아빠가 조금 성격이 급하고 강해서 내가 집에는 아직 말 안하고 있어. 우리 집에 자식이라곤 나 하나뿐이라 아빠는 나를 뭐 크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또 나에게 늘 넌 연애하지 말고 중매해서 좋은 사람에게 시집을 가야한다고 말 하거든. 하지만 내가 오빠를 사랑하니까 걱정 마.
시중은 아름의 말에 복잡해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