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과 시중은 대학원까지 졸업을 했다.
아름은 대학 병원 정신과에서 사이코드라마 리더로 활약하고 있고 시중은 부모님의 도움으로 세종로 근처에 ‘마음치유’라는 상담소를 오픈하여 연일 바쁘다.
아름이가 병원에서 퇴근하여 시중이 상담하는 곳으로 와 사무실 문을 열며 원장님하며 웃으며 소파에 앉는다.
그래 오늘도 바빴어? 시중이 소파에 앉는 아름에게 말을 한다.
말도 마. 왜 그렇게 마음 아픈 사람들이 많은지!
오늘은 서너 명 했는데 그 중에서 한 남자가 있었는데 참 가슴이 아프더라.
무슨 사연인데?
40대 남자인데. 석사까지 공부한 사람인데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에 아직까지 결혼도 못하고 시간강사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는 사람이야.
그 트라우마가 뭔데?
이 남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책 읽기를 즐겼고 공부도 잘 했어.
그런데 아버지가 성격이 괴팍해서 엄마와 아이들이 무슨 일에 대해서 대꾸한 번 못하며 그저 아버지가 이거해 그러면 그저 예하며 순종만 하며 사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자기를 데리고 외박을 하는 날이 있었데. 그날 아빠는 아이에게 인사하라며 이모라고 한 여자를 소개해 주더라는 거야. 아이는 속으로 나에겐 이모가 없는데 하며 그날 밤 그 이모 집에서 아빠와 그 이모와 자기가 같이 한 방에서 잠을 잤데. 초등하교 2학년 된 아이인데 알건 다 알잖아. 자고 있는데 윗목에서 아빠와 그 이모가 그 짓을 정신없이 하고 있는 소리를 들은 거야. 아이는 아빠는 엄마 하고만 사랑을 하는 걸로 알고 있었던 거야. 그때부터 여자란 인간은 다 더럽다고 불결한 사람으로 생각한 거야. 그래서 그때부터 아이는 아버지가 미웠고 여자를 보면 더럽고 추악한 존재로 인식한 거지. 그래서 지금까지 여자를 사귄 적도 없고 변변한 집 한 칸 없이 시간강사로 떠돌이 생활을 하며 살고 있는 거야.
사이코드라마를 하며 펑펑 울더라.
듣고 있던 시중이 말을 한다.
그 사람 참 안됐다.
응. 인물도 좋고 키도 훤칠한 게 사람이 인상도 좋아 보이는 사람이었거든.
시중은 소파에 아름과 마주보며 앉으며 이야기를 들으며 말을 한다.
‘힘들지’ 아름의 눈을 애정 어린 표정으로 본다.
좀 힘들 긴 한데 나보다 오빠가 더 힘들지. 이렇게 상담소까지 차리고 거기다 대학 강의까지 나가잖아. 음. 참 오빠는 대단해. 아니 존경스럽다고 할까? 내가 말한 그 사람은 멀쩡한데도 자기 트라우마에 빠져 평생을 헤매고 사는데 강 시중 씨는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요.
고마워. 이게 다 아름이가 내 곁에 있어 내가 힘이 나는 거야.
시중은 웃으며 아름의 눈을 한 번 더 쳐다보며 가볍게 안는다.
아름은 그런 시중을 보며 착잡해 한다.
집에서는 자꾸 선 자리가 있다고 선보라고 난리인데 아직 집에 시중의 존재를 이야기 못했다. 아버지가 군 출신이시고 너무 완고하신 분이라 여태껏 말 한번 하지 못했다. 더구나 외동딸이라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며 키운 딸이라 더 애착을 느끼는 아버지에게 여태껏 이야기를 못하는 아름이 마음은 복잡하다. 사귀는 내내 이것 때문에 시중에게 말은 안했지만 미안해하는 아름이다.
아름은 시중의 손을 꼭 잡으며 자기 얼굴에 갔다 댄다.
시중은 영문도 모르고 아름의 행동에 의아해하며 말을 한다.
오늘따라 왜 그래! 그렇게 힘든 하루였어?
아니. 그냥. 오빠가 대단하고 좋아서.
시중은 헛웃음을 지으며 싱겁긴! 손을 뺀다.
아참. 아름아 내일 개인 상담 있는데 좀 해 줄래?
나는 내일 장애인들 집단상담이 있어서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서.
아름이가 듣더니 그래 알았어. 몇 시에 오면 되는데?
저녁 6시까지.
그럼 병원에서 좀 일찍 나와야겠네.
그래 고마워. 오늘 저녁은 내가 살게.
좋지. 오빠 시간 넘었는데 문 닫고 나가자?
알았어. 이거마저 정리 해놓고.
시중은 오늘 상담한 사람들의 신상자료와 일지를 정리해 놓고 아름과 함께 나가 차를 몰고 어스름한 어둠이 몰려오는 거리를 지나 불빛이 찬란한 미사리 라이브카페로 달린다.
카페 안은 8시가 좀 지나서 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다.
무대에서는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데 너무 감미로워 마음을 녹이는 것 같다.
시중은 아름과 나란히 앉아 가수가 통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무대를 보고 있다.
가수가 노래를 다 부르고 신청곡을 받는다고 하여 시중은 조금 지난 노래지만 자건거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란 노래를 종이에 써서 신청했다.
가수가 종이를 보며 고개를 들며 말을 한다. 오늘 같은 날 이 노래는 참 잘 어울릴 것 같네요. 신청해 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여기를 오며 붉은 해가 어둠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참 인생이란 아름다운 것이다고 느꼈거든요. 왜 그렇게 느꼈냐면 제가 가수이지만 이렇게 노래로 여러분과 호흡하며 오늘 사라진 해와 또 내일 떠오를 해를 생각하며 사랑하고 헤어지고 또 사랑하는 것이 우리들이니까요.
제가 서론이 길었지요. 왜냐하면 한 달 전에 제가 사귀던 친구와 슬프게 해어지고 며칠 전에 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을 운명처럼 다시 만났거든요.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홀 안을 가득 채운다. 우리도 우 오! 같이 박수를 쳤다.
여러분들은 옆에 계신 짝에게 잘 해 드리시고 좋은 인연 영원히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자 노래 들려 드리겠습니다.
기타 반주 소리가 부드럽게 무대로부터 울려 퍼지며 노래를 시작한다.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나에게 넌 내 외롭던 지난 시간을
환하게 비춰주던 햇살이 되고
조그맣던 너의 하얀 손 위에
빛나는 보석처럼 영원의 약속이 되어
너에게 난 해질 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나에게 넌 초록의 슬픈 노래로
내 작은 가슴속에 이렇게 남아
반짝이던 너의 예쁜 눈망울에
수많은 별이 되어 영원토록 빛나고 싶어
너에게 난 해질 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너에게 난 해질 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노래를 들으며 아름은 시중의 손깍지를 꼭 쥐며 시중의 어께에 자기 머리를 살포시 기댄다.
노래 부르는 목소리가 너무 감미로워 그냥 둘은 가수를 쳐다보며 노래에 마음을 싣는다.
아름은 생각한다.
나는 오빠가 너무 좋은데. 왜 이렇게 내가 당당하지 못할까. 아버지가 완고해도 이제는 떳떳하게 오빠의 존재를 말씀 드려야 하는데. 시중 어깨에 기댄 채로 눈을 꽉 감았다 뜬다.
그런 아름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중은 노래가 끝나고 아름에게 노래 좋고 가수의 목소리도 감미롭고 오늘 여기 분위기 너무 좋은데!
아름 자 건배, 잔을 부딪치며 맥주를 들이킨다. 그리고 아름의 표정을 보며 말을 한다.
근데 아까부터 표정이 안 좋아? 오늘 진짜 무슨 일 있었구나?
아니야. 무슨 일은. 조금 피곤해서 그래! 시중을 바라본다.
그런 아름의 표정을 보며 시중은 말한다. ‘그럼 내일 상담 하지 마’.
아름은 눈을 둥그렇게 뜨며 그 정도는 아니야. 걱정 하지 마.
그렇게 그 좋은 밤 아름은 자기의 첫 남자, 첫 사랑인 시중과 같이하며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끼며 보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