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선이는 아침부터 환자들 상대하느라 바쁘다.

시중이 병원에 내려가서 서성이는데 범선이와 눈이 마주쳤다.

의자에서 일어나 시중에게로 오더니 오늘 상담 할 사람이 있으니 윗 층 집에 올라가 있으라고 말을 해 시중은 알았다며 올라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조금 있으니까 범선이가 흑인 여자를 데리고 올라 와 시중에게 소개시켜 주고 내려간다.

시중은 여자와 거실에 있는 소파에 마주보며 앉았다.

시중은 먼저 자기가 상담사라는 것을 밝히고 상담을 시작하자며 눈을 마주보며 이름을 물어 본다.

여자는 긴장한 듯 까만 피부에 마른 체형에 키는 한160정도 되 보이고 눈동자가 흑인 특유의 체형을 말해주듯 하얗다.

시중은 천천히 여자의 이름과 나이를 물어보며 지금 제일 안좋은 문제가 무엇이냐고 말문을 연다.

여자도 가만히 시중의 말과 인상을 스캔한다.

시중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인상이 과히 나쁘지 않다는 듯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저의 이름은 안나라고 해요.

네. 안나시군요. 계속 말하세요. 시중은 마주보며 미소로 안나에게 안심하고 말하라는 제스츄어를 취한다.

올해 26살이구요. 아이들이 셋이 있어요.

아~ 그렇군요.

남편은 3년 전부터 알콜 중독으로 집에서 나가 생활하다가 돈이 떨어 질 때 쯤 들어와 집안에 있는 돈을 찾아 가지고 또 집을 나가요. 그래서 아이들하고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어요. 어떨 땐 너무 힘들어서 아이들을 어디로 보내고 나도 떠나버릴까 하는 생각이 많아요.

너무 힘드셨겠네요.

그래서 내가 왜 사는지 정신이 혼미해 질 때가 많아요. 아이들과 살기가 힘들어요. 선교사님과 알게 되어 도움을 받고 있지만 너무 힘들어요.

그렇군요. 그럼 지금 생활은 어떻게 하세요?

골프 케디 보조역을 하면서 살아요.

그럼 생활 하는 것은 아주 최악은 아니겠네요?

. 생활하는 것은 여유롭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견딜만해요.

지금 어느 것이 제일 힘들고 불편한가요?

아이들 아빠예요. 아이들이 셋이나 있어 그냥 참고 살아보려고 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집에 와서 폭행하고 돈 뺏어가고 해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망설이고 있어요.

아이들 돌보는 것은 어때요?

아이 아빠만 생각하면 아이들도 어디다 보내버리고 싶지만 또 내가 낳은 자식들이라 부모로서 해준 것도 없어 미안하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어도 아이들은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지금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내가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버릴까 생각 중이어요.

그래서 지금 돈을 모으고 있어요.

그렇군요. 아이 아빠를 사랑하나요?

처음에 결혼 할 때는 사랑했어요. 그 당시도 조금은 술을 먹었지만 사랑했어요. 그런데 첫 아이를 임신하고 나면서부터 알콜 중독으로 빠지더니 집을 나가 3일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집에 들어오더라고요. 직장도 다니는 둥 마는 둥 하면서요. 그 때부터 나는 먹고 살기가 힘들게 되어 내가 나가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살았어요. 그리고 지금은  사랑하지 않아요.  하루 빨리 이혼하고 각자 살아가길 원해요. 안나는 말을 하면서 연실 검은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며 흥분을 한다.

안나씨!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쉬어 보세요.

시중은 자기가 들이마시는 행동을 하며 안나에게 따라하라고 조용히 말을 한다.

안나가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어요. 아이들을 셋이나 낳은 세월동안을 견디며 혼자 아이들을 양육해 왔을 텐데 얼마나 힘들었었겠어요. 대단하고 훌륭한 여자고 엄마에요.

안나는 시중의 말에 더 흐느끼며 눈물이 복받쳐 헉헉 댄다.

안나! 우리나라에서는 이혼을 하려면 정식으로 법에 따른 절차가 있는데 여기서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사실 우리는 법적으로 혼인 신고도 안하고 살았어요. 둘 다 부모님이 안 계셔서 그냥 마음이 맞아 같이 살아 온 거여요.

그럼 아이들은 누구 호적에 있나요?

내 호적에 있어요. 아이들 아빠는 그런 것도 신경 안 써요.

진짜 힘들었겠어요. 나 같았으면 살기가 힘들어 어디론가 가버렸을 것 같은데. 안나씨 너무 대단하고 아름다워요.

안나의 눈에서 더 눈물이 흘러내린다.

지금 안나의 중요한 것은 마음의 안정인 것 같아요. 지금껏 살아오면서 누구에게도 위로와 따스함을 못 느껴 봤을 것 같은데, ‘맛나요?’

안나는 흐르는 눈물을 휴지로 닦으며 ’.

안나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엉엉 울어 젖힌다.

그런 안나를 시중은 앞에서 조용히 어깨에다 손을 대며 침묵으로 위로를 한다.

안나가 어느 정도 울었는지 울음을 그치며 시중을 쳐다보며 감사합니다 한국어로 말한다.

그래요. 안나 여태껏 힘들었는데 울고 나니까 좀 시원해지나요?

. 선생님.

그런데 제가 이렇게 태어나면서부터 학대 받으며 살다가 남편을 만났는데 또 알콜 중독자를 만났으니 저는 정말 저주 받은 사람 같아요?

시중은 안나의 부모 이야기를 들으며 말을 한다. 안나의 원 가족에 대해서.

안나!  그럼 어릴 때 부모님에게 학대를 받은 적이 있나요?

네.  저는 아버지가 알콜 중독자 였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술을 먹는 날이면 저는 아버지에게 심한 매질을 당하며 컷어요.  어머니도 그래서 일찍 죽었어요.

그랬군요. 안나가 참 많이 힘든 삶을 살아 왔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때문에 안나씨가 저주받은 사람은 아니어요.

누구나 똑같은 인생을 살 수는 없잖아요. 안나씨를 낳아주신 부모님이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그 아버지도 안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그렇다고 저주받은 사람은 아니어요. 사람은 하나님 안에서 똑같은 사람이어요. 단지 자기가 이 세상에 태어나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 가가 문제 인거여요. 그것을 깨닫는 사람과 못 깨닫는 사람과 또 늦게 깨닫는 사람이 있을 뿐이어요.  안나씨는  그래도 그 힘든 가정에서도 지금껏 꿋꿋하게 살아 왔잖아요. 그리고 안나씨는 지금 하나님을 알았고 깨달았으니까 지금부터라도 더 아름답게 살아가면 되는 거여요.

안나는 앞에서 동글고 흰자가 유난히 드러나는 눈으로 시중의 말을 세세하게 경청하며 고개를 움직이며 눈물을 보인다.

그렇게 시중은 낯설은 필리핀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처음 상담을 하고 있다.

시중은 상담을 마치고 안나를 배웅하고 그 자리에 앉아 생각한다.

사람 살아가는 것은 국적을 초월하여 거기서 거기라고, 단지 돈이 없는 사람, 돈이 있는 사람과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과 환경이 좋은 상황과 좋지 않은 상황에서의 그 형태가 약간씩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안나를 떠올리며 왠지 모르는 눈물이 시중을 감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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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이 또 울린다. 범선이다.

. 범선아?

어디야?

너 진료하는데 방해 될 것 같아 차 몰고 어제 왔던 바닷가에 와있어.

그래! 잘 했네. 진료 끝났으니까 점심 먹게 와?

알았어. 금방 갈게.

시중은 차를 몰고 범선의 병원에 도착하여 병원 문을 열며 들어간다.

다 끝났어? 아까는 정신없던데. 와 너 대단하던데. 모든 일을 일사천리로 척척 하는 것 보고 놀랐어. 수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하는 것 보고 다시 보이더라.

크크. 그건 기본 아니겠어! 여기서 사람들 상대하려면 그러지 않으면 안 돼.

더군다나 몸과 마음이 너무 약해 져 있는 사람들이라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자칫 사고가 일어날 수 있거든.

아참. 아까 아름에게 전화 왔는데 안부 전해 달래?

가시내. 지가 나한테 전화 하지.

전화 또 하겠지.

오늘 점심은 여기서 먹고 저녁에 나가서 먹자!

알았어. 난 아무래도 좋아. 근데 내가 도와줄게 없더라?

그렇지. 넌 상담사니까. 조금만 기다려 봐. 내가 얘기 해놨어. 상담이 필요한 사람이 올거야!

알았어.

범선과 시중은 점심을 먹고 범선이는 병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시중은 윗 층 숙소에서 책을 보고 있다. 시중은 생각났다는 듯 가지고 온 노트북을 꺼내어 글을 쓴다.

서울에 돌아가서 할 일들을 하나하나 메모해 본다.

아름이 부모님 만나기. 만나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가만히 생각해 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 부딪쳐 보기로 결정함.’

그리고 선교사인 김범선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기: 이건 결정사항.

또 장애인 상담사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서기: 이것도 결정사항.

중국에 있는 바해와 상담사로 적극적인 교류를 꾀하기: 이것도 결정사항.

어려운 아이들을 상담으로 물질로 후원하기: 이것도 결정사항

시중은 하나하나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하여 기록으로 노트북에 옮겨본다. 시중은 자기가 있는 곳에서도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며 범선이가 이 타국에서 열심히 남을 위해 헌신하며 희생하는 것처럼 자기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짐해본다.

어느새 날이 어둑해 졌는지 범선이가 올라와 밥 먹으러 나가자고 한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오늘은 어느 것을 먹을래? 범선이가 묻는다.

내가 여기 어느 것이 맛있는지 알아? 니가 인도를 해야지?

알았어. 그럼 오늘은 양식 잘하는 집이 있는데 거기 가자?

그래. 난 뭐든지 좋아. 가자.

범선과 시중은 차를 몰고 시내로 달린다.

차안에서는 어김없이 음악의 첫 곡인 Danny Boy가 흘러나와 범선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석양이 아름답게 넘어가는 해를 목도하며 바닷가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 주차를 한다.

석양의 노을을 받으며 파란 파라솔이 쳐진 푸른색이 하늘거리는 레스토랑 문을 삐그득 소리와 함께 들어가 바다를 바라보고 앉는다.

안에서 저녁 바다를 바라보는 운치가 너무 아름답고 고적함 마저 느끼게 한다.

범선이는 오늘은 자기가 쏜다며 메뉴판을 보며 정통 이태리식 저녁 코스요리를 시킨다.

홀 안에서는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흘러나온다. 가만히 귀기우려 들어보니 네덜란드 가수 로라피지의 노래가 연속으로 흘러나온다.

Let There Be Love가 흘러나와 잠자고 있는 나의 감성을 통통 건드린다.

나는 흥에 겨워 앉아 있는 궁둥이가 살짝 들쑥 거린다.

범선아 재즈는 언제 들어도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지?

. 나도 재즈 좋아하는데 이 가수 노래는 진짜 감성을 녹여.

우린 음식이 나오기 전 음악에 맞춰 창가로 들어오는 바다를 쳐다보며 음악에 몸을 싣는다.

 

Let there be you

 

Let there be me

 

Let there be oysters under the sea

 

당신이 그곳에 있었으면

 

내가 그곳에 있었으면

 

바다 밑에 조개가 있었으면

 

Let there be wind an occassional rain

 

Chile con care sparkling champagne

 

가끔은 비바람도 불었으면

 

칠리 콘 까르네에 샴페인을 곁들이고

 

Let there be birds to sing in the trees

 

Someone to bless me whenever I sneeze

 

새들이 노래하는 나무 아래 있었으면

 

내가 재채길하면 걱정해줄 누군가와

 

Let there be cuckoos a lark and a dove

 

But first of all, please

 

Let there be love.

 

뻐꾸기도 종달새도 비둘기도 있었으면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사랑이 있었으면

 

Let there be cuckoos a lark and a dove

 

But first of all, please

 

Let there be love

 

뻐꾸기도 종달새도 비둘기도 있었으면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사랑이 있었으면

 

Hmmm umm...love

 

yeah..love

 

Let there be love

 

... 사랑....

 

그래.. 사랑

 

사랑이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재즈를 들을 때 가사도 듣지만 악기들의 울림의 어우러짐이 너무 좋더라고. 피아노와 섹소폰과 트럼펫과 기타와 드럼 등이 어우러져 들리는 음색들이 그냥 마음을 들었다 났다 하는 것이 내 애인 같으면 그냥 깨물어 주고 싶어.

너 진짜 재즈의 맛을 아는 것 같다?

그럼. 난 모든 음악을 좋아 하지만 그 중에 재즈가 유난히 끌리더라! 그리고 이 가수 로라피지의 음색은 애간장을 녹이지. 특히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너무 당신을 사랑해요)는 가슴을 녹이지.

웨이터가 음악에 실려 음식을 바퀴가 달린 식판을 끌며 우리에게 와서 하나하나 테이블 위에다 내려놓는다.

시중은 음식을 보며 와 여기 음식 잘나오는데한다.

범선은 음식을 보며 간단히 식사 기도를 소리 없이 한다.

먹어 봐. 난 여기 사람들과 몇 번 왔는데 먹을 만 해. 여기 오면 꼭 한국에서 있었던, 먹었던 기억들이 생각나서 나는 참 좋더라고.

범선이가 한국이 그립긴 그리운가 보구나?

그럼. 한국이 그립지. 한국 있을 때는 이런 것도 자주 먹으러 다니고 했는데 여기서는 이런 것도 사람들 눈치가 보여 자주 못 온다.

?

생각해 봐. 선교사가 이런데 자주 오면 사람들에게 욕먹지. 여긴 굶어 죽는 사람들이 허다한데 안 그래?

하긴 그러겠다.

너 먹는 모습이 아까 진료할 때와는 전혀 다른데! 아까는 완전 포스가 경지를 도달한 도인의 포스였는데 말이야.

시중! 나도 여자야. 음악 좋아하고 이런 거 좋아하는 여자라고...  웃는다.

아참. 나 생각해 봤는데 서울 가서 아름이 부모님 찾아 뵈려고.

음식을 먹다 범선이가 고개를 들어 시중을 보며 말을 한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그래 니들 사이가 하루 이틀 된 사이도 아니고 잘 생각했어. 니가 남자니까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지!

아까 아름에게 전화 왔을 때 얘기했어.

그랬더니 뭐래?

. 좋아하지.

그럼 조만간 이 몸이 갈비탕 먹으러 서울 가야 겠네?

아직은 일러. 아름이 아버지에게 승낙을 받아야지!

그렇지. 그래도 너 만한 스펙이면 괜찮지 않니?

니가 그랬잖아. 너 같으면 망설인다고?

그건 그런데 넌 장애인이지만 모든 걸 너머선 사람이잖아?

그리고 너하고 있으면 장애가 있는지 난 못느끼는데...

그것도 우리 생각이고 난 무조건 부딪쳐 보려고.

그래. 시중 내가 응원할게 힘내, !

친구밖에 없다. 고마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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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이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인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계단까지 서서 기다린다. 원주민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범선이는 다리가 아픈 사람을 진찰하는지 사람을 눕혀놓고 다리에 메스를 갔다 대면서 자르고 꿰매는데 비명을 참느라 사람이 끙끙 댄다.

또 어떤 사람은 팔이 썩어 들어가는지 메스로 아픈 부분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댄다.

옆에서 지켜보는 시중은 자기가 할 만한 것이 없어 그저 범선의 진료를 바라보기만 한다.

시중은 밖으로 나와 범선의 차를 몰고 어제 그 바닷가를 향해 달린다. 달리며 시디를 트는데 어제 범선이가 부른 Danny Boy가 흘러나온다. 시중은 자기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바닷가 백사장 쪽으로 차를 대고 흘렁이는 물결을 보며 걷는다. 오전 나절이라 햇살이 눈부시게 온 몸으로 부딪친다. 백사장의 젖은 모래들은 여러 모양으로 물결과 친구하며 들락날락 하며 논다. 진짜 여기 바닷가는 수평선이 뽀야니 너무 아름답다.

시중은 바닷가에 비추는 해를 곁눈질 하며 천천히 걸으며 범선의 진료 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에 젖어든다.

만약에 내가 여기서 살게 된다면 범선이 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여기 필리핀에서 상담 공부를 더 한다면 몰라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시중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젓는다.

핸드폰이 소리를 친다. 아름이다.

여보세요. 아름?

. 오빠 나야. 잘 도착했어! 범선 언니도 잘 있고?

. 범선이도 잘 지내는 것 같아. 오전 진료 시간이라 난 잠간 나와 있어.

상담소는 별일 없지?

. 별일 있지. 오빠만 찾는 장애인 내담자들 때문에 애먹고 있어?

알았어. 아름이가 애쓴다. 빨리 갈게.

그래. 바람 좀 적당히 쏘이고 빨리 오셔요?

범선 언니에게도 안부 전해 주고!

알았어. 아름아 미안해. 그리고 나 서울 가면 너 부모님 찾아 뵈려하는데?

정말?

.

안 그래도 오빠에게 말을 할까 망설였는데 아버지 성화에 나 선 봤어.

아름은 속에 담고 못한 이야기를 그제서야 한다.

아버지가 그 사람하고 결혼 하라고 성화라 나 혼자 끙끙 대고 있었어. 암튼 오빠가 그렇게 결심을 해주니 고마워. 그리고 오빠 나 오빠를 많이 사랑해?

아름은 시중의 말에 뛸 듯 좋아한다. 몇 년을 사귀었어도 시중 스스로 자기 여자를 지키기 위해 행동한 적은 여태껏 한 번도 없어 아름은 불안해했던 것이다.

그래. 나도 아름이가 사랑하는 것 보다 더 많이 사랑한다는 거 알지?

. 알아. 그럼 빨리 와?

그래. 끊어.

시중은 전화를 끊고 그제야 한마디 매듭을 풀어 나가는 것처럼 한 숨을 쉬며 지평선 사이로 갈매기 때가 줄지어 아름답게 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것을 보며 다짐을 해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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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기서 너와 한 달간 있어 볼까? 시중도 웃는다.  

여기서 어느 것이 제일 힘든데? 

~ 사람들이 구호품이 오면 더 가져가려고 난리를 부릴 때, 또 나 몰래 여기 들어 와 돈을 훔쳐가는 사람들도 있고 더 안 좋은 것은 치료를 했는데도 자고 일어나면 죽어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제일 힘들어 

그렇구나. 그걸 너 혼자서 다 감당 하는 거야? 

아니 나를 도와주는 현지인들이 있지. 하지만 힘들 때가 많아. 

범선이 대단하네 

아니야. 누구나 처하면 하게 되지. 범선은 말을 하며 미소를 짓는다. 

나는 여기서 선교를 하며 많은 것을 느껴!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자기가 살아 있음을 느끼며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야 

내가 서울에 있을 때는 그저 부모님이 해주는 밥 먹고 내 일 만하며 살면 되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여기 와서 빈민촌에서 못 먹고 못 입고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대하며 느끼는 것은 사람이 나 혼자만 잘 살면 안 되는 것이구나! 세상에는 이렇게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더 많구나 하는 것을 많이 느껴. 또 이 사람들도 자기들 나름대로 인간답게 살아 보려고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그런것을 볼 때가 많아. 하지만 돈 없고 빽이 없어 취직도 못하는 안타까운 사람들을 많이 봐. 물론 우리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기술도 가르치고 있지만 힘든 부분이 많아.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느껴. 난 행복한 사람이구나를. 하나님께서 이렇게 건강하게 날 이곳에 보내 주셨으니 말이야. 범선은 시중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한참을 듣고 있는 시중이 맥주를 마시며 범선을 보며 말을 한다. 

~ 범선이 여기 와서 선교를 하더니 도인 다 됐네! 웃는다. 

맞아 난 여기서 도인처럼 살아가지. 맥주 한 모금을 넘긴다. 

여기서는 모든 걸 초월해야 살아갈 수 있어. 예수님의 마음으로 말이야. 

범선이의 말은 뭐야 즉 자기를 버려야 한다는 그런 말처럼 들리는데? 

그렇지 내가 아무리 잘 났어도 그 잘 남을 드러내서는 안 돼. 그냥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노력해 나가는 것으로 자신들이 인간으로서 대접받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해. 그러면 자기들 스스로 알아서 깨우치며 알아서 할 일들을 하더라. 그래서 나는 또 한 번 느껴. 인간은 자신이 인간으로 대접 받을 때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라고 말이야 

시중도 범선의 말을 들으며 말을 한다. 

하긴 나도 상담을 하며 많이 느끼는 것이긴 해. 내담자들 대부분이 자기가 타인에게 어떻게 비추어 보일까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거든. 그러면서 자기가 자기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 좋게 더 멋지게 보이기를 원하지. 그래서 스스로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또 자기 이야기와 자기를 멋지게 보아주는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같아 

범선이 시중에게 미소로 말을 한다. 

시중! 이야기하고 보니 너와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비슷하다. 그치! 웃는다. 

여기서 너처럼 이렇게 코드가 맞는 짝이 있으면 더 신나게 일을 할 텐데. 

나 진짜 여기 와서 살까! 너와 같이 선교하면서? 

그럼 나야 좋지! 너 같은 인재가 나와 같이 있어 준다면! 하지만 넌 안 돼. 거기 아름이도 있고 상담소도 있는데. 

~ 그건 정리하면 되지! 

너 정말 힘들었나 보구나! 자꾸 그런 말을 하는 것 보니? 

. 좀 혼란스럽긴 해. 

그래서 중국으로 가버릴까 생각도 해 봤어. 

거기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 옛날에 중국 여행하다 알게 된 여자 친구인데 거기서 대학교 강사하며 나와 비슷하게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거든. 

중국 사람이야? 

아니 한국 여자인데 얼마나 억척인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거기로 가서 대학원까지 자기 힘으로 성공한 사람이야. 

~ 대단하다 

범선이 너와 좀 성격이 비슷해. 예쁘긴 게가 조금 더 예쁠까! 킥킥 웃는다. 

암튼 그 사람 대단하다. 근데 널 좋아해?  

범선의 말에 웃으며 엉, 나보고 같이 살자고 하더라? 입을 씰룩인다 

그렇다면 그 여자는 너를 진짜 좋아 하는 거네! 아름이도 알아? 

. 같이 자주 통화하며 언니 동생으로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 

아니. 그 여자가 널 좋아하는지? 

당연히 모르지. 알면 둘이 친하게 지내겠어? 국제전화까지 하면서 말야. 

그럼 너 두 여자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거야? 

범선아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 난 오로지 아름이 밖에 없다고 

알지. 시중의 지고지순한 마음을. 

근데 요새 아름이가 변한 거 같아. 자꾸 집에 일찍 가야한다고 하며 날 피하는 것 같아. 아님 선 봤다는 의사에게 맘이 있는 건지 헛갈려! 그래서 봄 휴가 때 같이 가자고 한 아름이의 말도 못들은 척 하고 온 거야. 

그래. 중이 자기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야 응? 

범선이가 시중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삐쭉이며 말을 한다 

암튼 잘 왔어. 그래도 복잡할 땐 친구 밖에 없지? 

시중은 범선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띄며 한다 

그래서 넌 어떻게 할 건데? 

글쎄.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할지 

아름이를 쿨 하게 나주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아름이 부모님을 찾아가 단판을 져야 하는 건지 말이야. 

그래. 그거야. 되든 안 되든 아름이 부모님을 찾아가? 

아무래도 그래야 하겠지? 

당연하지? 

암튼 여기 있으면서 정리 좀 해야 할 것 같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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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이는 차를 몰고 병원으로 와 이층에 있는 작은 방으로 시중을 안내한다.

여기서 자면 되. 난 옆방에서 자면 되니까.

시중은 샤워를 하고 거실에서 범선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여기저기 집 구경을 한다. 범선이가 병원에서 올라오며 시중에게 '머 마실 거라도 줄까!'

'어. 맥주 있어?' 말을 하며 시중은 웃는다.

범선은 시중을 보며 선교사 집에 맥주가 어디 있느냐며 웃는다.

'그럼 내가 사올까?' 시중은 짓궂게 말을 하며 웃는다.

'야 술을 먹는다고 그 것 자체가 죄는 아니잖아? 그걸 먹고 죄를 짓는 인간들이 문제인거지? 예수님도 잔치 집에서는 포도주를 마셨잖아.' 시중은 범선을 보며 자기의 개똥철학을 말하며 웃는다.

알았어. 내 그럴 줄 알고 아침에 맥주 사다 놨어.

너도 서울에선 맥주 한 잔씩 했잖아?

그래. 알았어. 내가 맥주 줄게.

범선이는 냉장고에서 맥주와 땅콩과 바나나를 말린 안주를 탁자에다 벌려 놓는다.

시중은 캔 맥주를 따 컵에다 따르며 건배를 한다.

! 범선이의 선교를 위하여 늘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길잔을 부딪치며 마신다.

범선아! 내가 여기 왜 왔는지 알아?

응!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마음이 복잡하고 해서 훌쩍 나 혼자 떠나고 싶어서 왔어.

또 그 객기가 발동한거구나!

너 옛날부터 그랬잖아. 아무 말 없이 증발해버리고 말이야?

내가 그랬나? 시중은 웃으며 말을 잇는다.

와서 널 보니 잘 왔다 생각이 들어. 니가 말은 안했지만 얼마나 아름답게 살아가는지 내가 느낄 수 있을 거 같아. 난 내 문제만 생각하고 그저 복잡하다 싶으면 어디론가 가버리는 습성이 있는데 너는 타인을 위해 이렇게 자기를 희생하며 사는 것을 보니 참 대단해 보여! 내가 작아진다.

옆에서 듣고 있던 범선은 시중의 몸에서 묻어나오는 외로움을 감지하듯 말을 한다. 그 외로움은 옆에 누가 있고 없고가 아니라 인간이 원래 외로운 동물이라서 자기 존재를 질문하며 스스로 헤쳐 나가려는 몸부림의 외로움 일 것이다.

아니야. 시중 너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상담해 주고 있잖아!

시중의 눈빛을 감지하며 범선은 한마디 더 한다.

그렇게 무료하고 답답하면 나와 여기서 봉사하며 살 던지!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나도 여기서 혼자 선교하며 살아가려니 외롭고 버거 울 때가 많거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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