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여기서 너와 한 달간 있어 볼까? 시중도 웃는다.
여기서 어느 것이 제일 힘든데?
음~ 사람들이 구호품이 오면 더 가져가려고 난리를 부릴 때, 또 나 몰래 여기 들어 와 돈을 훔쳐가는 사람들도 있고 더 안 좋은 것은 치료를 했는데도 자고 일어나면 죽어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제일 힘들어.
그렇구나. 그걸 너 혼자서 다 감당 하는 거야?
아니 나를 도와주는 현지인들이 있지. 하지만 힘들 때가 많아.
범선이 대단하네.
아니야. 누구나 처하면 하게 되지. 범선은 말을 하며 미소를 짓는다.
나는 여기서 선교를 하며 많은 것을 느껴!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자기가 살아 있음을 느끼며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야.
내가 서울에 있을 때는 그저 부모님이 해주는 밥 먹고 내 일 만하며 살면 되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여기 와서 빈민촌에서 못 먹고 못 입고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대하며 느끼는 것은 사람이 나 혼자만 잘 살면 안 되는 것이구나! 세상에는 이렇게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더 많구나 하는 것을 많이 느껴. 또 이 사람들도 자기들 나름대로 인간답게 살아 보려고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그런것을 볼 때가 많아. 하지만 돈 없고 빽이 없어 취직도 못하는 안타까운 사람들을 많이 봐. 물론 우리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기술도 가르치고 있지만 힘든 부분이 많아.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느껴. 난 행복한 사람이구나를. 하나님께서 이렇게 건강하게 날 이곳에 보내 주셨으니 말이야. 범선은 시중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한참을 듣고 있는 시중이 맥주를 마시며 범선을 보며 말을 한다.
와~ 범선이 여기 와서 선교를 하더니 도인 다 됐네! 웃는다.
맞아 난 여기서 도인처럼 살아가지. 맥주 한 모금을 넘긴다.
여기서는 모든 걸 초월해야 살아갈 수 있어. 예수님의 마음으로 말이야.
범선이의 말은 뭐야 즉 자기를 버려야 한다는 그런 말처럼 들리는데?
그렇지 내가 아무리 잘 났어도 그 잘 남을 드러내서는 안 돼. 그냥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노력해 나가는 것으로 자신들이 인간으로서 대접받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해. 그러면 자기들 스스로 알아서 깨우치며 알아서 할 일들을 하더라. 그래서 나는 또 한 번 느껴. 인간은 자신이 인간으로 대접 받을 때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라고 말이야.
시중도 범선의 말을 들으며 말을 한다.
하긴 나도 상담을 하며 많이 느끼는 것이긴 해. 내담자들 대부분이 자기가 타인에게 어떻게 비추어 보일까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거든. 그러면서 자기가 자기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 좋게 더 멋지게 보이기를 원하지. 그래서 스스로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또 자기 이야기와 자기를 멋지게 보아주는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같아.
범선이 시중에게 미소로 말을 한다.
시중! 이야기하고 보니 너와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비슷하다. 그치! 웃는다.
여기서 너처럼 이렇게 코드가 맞는 짝이 있으면 더 신나게 일을 할 텐데.
나 진짜 여기 와서 살까! 너와 같이 선교하면서?
그럼 나야 좋지! 너 같은 인재가 나와 같이 있어 준다면! 하지만 넌 안 돼. 거기 아름이도 있고 상담소도 있는데.
야~ 그건 정리하면 되지!
너 정말 힘들었나 보구나! 자꾸 그런 말을 하는 것 보니?
응. 좀 혼란스럽긴 해.
그래서 중국으로 가버릴까 생각도 해 봤어.
거기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어. 옛날에 중국 여행하다 알게 된 여자 친구인데 거기서 대학교 강사하며 나와 비슷하게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거든.
중국 사람이야?
아니 한국 여자인데 얼마나 억척인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거기로 가서 대학원까지 자기 힘으로 성공한 사람이야.
와~ 대단하다.
범선이 너와 좀 성격이 비슷해. 예쁘긴 게가 조금 더 예쁠까! 킥킥 웃는다.
암튼 그 사람 대단하다. 근데 널 좋아해?
범선의 말에 웃으며 엉, 나보고 같이 살자고 하더라? 입을 씰룩인다.
그렇다면 그 여자는 너를 진짜 좋아 하는 거네! 아름이도 알아?
어. 같이 자주 통화하며 언니 동생으로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
아니. 그 여자가 널 좋아하는지?
당연히 모르지. 알면 둘이 친하게 지내겠어? 국제전화까지 하면서 말야.
그럼 너 두 여자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거야?
범선아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 난 오로지 아름이 밖에 없다고!
알지. 시중의 지고지순한 마음을.
근데 요새 아름이가 변한 거 같아. 자꾸 집에 일찍 가야한다고 하며 날 피하는 것 같아. 아님 선 봤다는 의사에게 맘이 있는 건지 헛갈려! 그래서 봄 휴가 때 같이 가자고 한 아름이의 말도 못들은 척 하고 온 거야.
그래. 중이 자기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야 응?
범선이가 시중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삐쭉이며 말을 한다.
암튼 잘 왔어. 그래도 복잡할 땐 친구 밖에 없지?
시중은 범선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띄며 ‘엉’ 한다.
그래서 넌 어떻게 할 건데?
글쎄.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할지.
아름이를 쿨 하게 나주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아름이 부모님을 찾아가 단판을 져야 하는 건지 말이야.
그래. 그거야. 되든 안 되든 아름이 부모님을 찾아가?
아무래도 그래야 하겠지?
당연하지?
암튼 여기 있으면서 정리 좀 해야 할 것 같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