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선이는 아침부터 환자들 상대하느라 바쁘다.

시중이 병원에 내려가서 서성이는데 범선이와 눈이 마주쳤다.

의자에서 일어나 시중에게로 오더니 오늘 상담 할 사람이 있으니 윗 층 집에 올라가 있으라고 말을 해 시중은 알았다며 올라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조금 있으니까 범선이가 흑인 여자를 데리고 올라 와 시중에게 소개시켜 주고 내려간다.

시중은 여자와 거실에 있는 소파에 마주보며 앉았다.

시중은 먼저 자기가 상담사라는 것을 밝히고 상담을 시작하자며 눈을 마주보며 이름을 물어 본다.

여자는 긴장한 듯 까만 피부에 마른 체형에 키는 한160정도 되 보이고 눈동자가 흑인 특유의 체형을 말해주듯 하얗다.

시중은 천천히 여자의 이름과 나이를 물어보며 지금 제일 안좋은 문제가 무엇이냐고 말문을 연다.

여자도 가만히 시중의 말과 인상을 스캔한다.

시중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인상이 과히 나쁘지 않다는 듯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저의 이름은 안나라고 해요.

네. 안나시군요. 계속 말하세요. 시중은 마주보며 미소로 안나에게 안심하고 말하라는 제스츄어를 취한다.

올해 26살이구요. 아이들이 셋이 있어요.

아~ 그렇군요.

남편은 3년 전부터 알콜 중독으로 집에서 나가 생활하다가 돈이 떨어 질 때 쯤 들어와 집안에 있는 돈을 찾아 가지고 또 집을 나가요. 그래서 아이들하고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어요. 어떨 땐 너무 힘들어서 아이들을 어디로 보내고 나도 떠나버릴까 하는 생각이 많아요.

너무 힘드셨겠네요.

그래서 내가 왜 사는지 정신이 혼미해 질 때가 많아요. 아이들과 살기가 힘들어요. 선교사님과 알게 되어 도움을 받고 있지만 너무 힘들어요.

그렇군요. 그럼 지금 생활은 어떻게 하세요?

골프 케디 보조역을 하면서 살아요.

그럼 생활 하는 것은 아주 최악은 아니겠네요?

. 생활하는 것은 여유롭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견딜만해요.

지금 어느 것이 제일 힘들고 불편한가요?

아이들 아빠예요. 아이들이 셋이나 있어 그냥 참고 살아보려고 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집에 와서 폭행하고 돈 뺏어가고 해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망설이고 있어요.

아이들 돌보는 것은 어때요?

아이 아빠만 생각하면 아이들도 어디다 보내버리고 싶지만 또 내가 낳은 자식들이라 부모로서 해준 것도 없어 미안하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어도 아이들은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지금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내가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버릴까 생각 중이어요.

그래서 지금 돈을 모으고 있어요.

그렇군요. 아이 아빠를 사랑하나요?

처음에 결혼 할 때는 사랑했어요. 그 당시도 조금은 술을 먹었지만 사랑했어요. 그런데 첫 아이를 임신하고 나면서부터 알콜 중독으로 빠지더니 집을 나가 3일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집에 들어오더라고요. 직장도 다니는 둥 마는 둥 하면서요. 그 때부터 나는 먹고 살기가 힘들게 되어 내가 나가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살았어요. 그리고 지금은  사랑하지 않아요.  하루 빨리 이혼하고 각자 살아가길 원해요. 안나는 말을 하면서 연실 검은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며 흥분을 한다.

안나씨!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쉬어 보세요.

시중은 자기가 들이마시는 행동을 하며 안나에게 따라하라고 조용히 말을 한다.

안나가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어요. 아이들을 셋이나 낳은 세월동안을 견디며 혼자 아이들을 양육해 왔을 텐데 얼마나 힘들었었겠어요. 대단하고 훌륭한 여자고 엄마에요.

안나는 시중의 말에 더 흐느끼며 눈물이 복받쳐 헉헉 댄다.

안나! 우리나라에서는 이혼을 하려면 정식으로 법에 따른 절차가 있는데 여기서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사실 우리는 법적으로 혼인 신고도 안하고 살았어요. 둘 다 부모님이 안 계셔서 그냥 마음이 맞아 같이 살아 온 거여요.

그럼 아이들은 누구 호적에 있나요?

내 호적에 있어요. 아이들 아빠는 그런 것도 신경 안 써요.

진짜 힘들었겠어요. 나 같았으면 살기가 힘들어 어디론가 가버렸을 것 같은데. 안나씨 너무 대단하고 아름다워요.

안나의 눈에서 더 눈물이 흘러내린다.

지금 안나의 중요한 것은 마음의 안정인 것 같아요. 지금껏 살아오면서 누구에게도 위로와 따스함을 못 느껴 봤을 것 같은데, ‘맛나요?’

안나는 흐르는 눈물을 휴지로 닦으며 ’.

안나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엉엉 울어 젖힌다.

그런 안나를 시중은 앞에서 조용히 어깨에다 손을 대며 침묵으로 위로를 한다.

안나가 어느 정도 울었는지 울음을 그치며 시중을 쳐다보며 감사합니다 한국어로 말한다.

그래요. 안나 여태껏 힘들었는데 울고 나니까 좀 시원해지나요?

. 선생님.

그런데 제가 이렇게 태어나면서부터 학대 받으며 살다가 남편을 만났는데 또 알콜 중독자를 만났으니 저는 정말 저주 받은 사람 같아요?

시중은 안나의 부모 이야기를 들으며 말을 한다. 안나의 원 가족에 대해서.

안나!  그럼 어릴 때 부모님에게 학대를 받은 적이 있나요?

네.  저는 아버지가 알콜 중독자 였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술을 먹는 날이면 저는 아버지에게 심한 매질을 당하며 컷어요.  어머니도 그래서 일찍 죽었어요.

그랬군요. 안나가 참 많이 힘든 삶을 살아 왔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때문에 안나씨가 저주받은 사람은 아니어요.

누구나 똑같은 인생을 살 수는 없잖아요. 안나씨를 낳아주신 부모님이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그 아버지도 안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그렇다고 저주받은 사람은 아니어요. 사람은 하나님 안에서 똑같은 사람이어요. 단지 자기가 이 세상에 태어나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 가가 문제 인거여요. 그것을 깨닫는 사람과 못 깨닫는 사람과 또 늦게 깨닫는 사람이 있을 뿐이어요.  안나씨는  그래도 그 힘든 가정에서도 지금껏 꿋꿋하게 살아 왔잖아요. 그리고 안나씨는 지금 하나님을 알았고 깨달았으니까 지금부터라도 더 아름답게 살아가면 되는 거여요.

안나는 앞에서 동글고 흰자가 유난히 드러나는 눈으로 시중의 말을 세세하게 경청하며 고개를 움직이며 눈물을 보인다.

그렇게 시중은 낯설은 필리핀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처음 상담을 하고 있다.

시중은 상담을 마치고 안나를 배웅하고 그 자리에 앉아 생각한다.

사람 살아가는 것은 국적을 초월하여 거기서 거기라고, 단지 돈이 없는 사람, 돈이 있는 사람과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과 환경이 좋은 상황과 좋지 않은 상황에서의 그 형태가 약간씩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안나를 떠올리며 왠지 모르는 눈물이 시중을 감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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