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선이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인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계단까지 서서 기다린다. 원주민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범선이는 다리가 아픈 사람을 진찰하는지 사람을 눕혀놓고 다리에 메스를 갔다 대면서 자르고 꿰매는데 비명을 참느라 사람이 끙끙 댄다.

또 어떤 사람은 팔이 썩어 들어가는지 메스로 아픈 부분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댄다.

옆에서 지켜보는 시중은 자기가 할 만한 것이 없어 그저 범선의 진료를 바라보기만 한다.

시중은 밖으로 나와 범선의 차를 몰고 어제 그 바닷가를 향해 달린다. 달리며 시디를 트는데 어제 범선이가 부른 Danny Boy가 흘러나온다. 시중은 자기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바닷가 백사장 쪽으로 차를 대고 흘렁이는 물결을 보며 걷는다. 오전 나절이라 햇살이 눈부시게 온 몸으로 부딪친다. 백사장의 젖은 모래들은 여러 모양으로 물결과 친구하며 들락날락 하며 논다. 진짜 여기 바닷가는 수평선이 뽀야니 너무 아름답다.

시중은 바닷가에 비추는 해를 곁눈질 하며 천천히 걸으며 범선의 진료 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에 젖어든다.

만약에 내가 여기서 살게 된다면 범선이 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여기 필리핀에서 상담 공부를 더 한다면 몰라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시중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젓는다.

핸드폰이 소리를 친다. 아름이다.

여보세요. 아름?

. 오빠 나야. 잘 도착했어! 범선 언니도 잘 있고?

. 범선이도 잘 지내는 것 같아. 오전 진료 시간이라 난 잠간 나와 있어.

상담소는 별일 없지?

. 별일 있지. 오빠만 찾는 장애인 내담자들 때문에 애먹고 있어?

알았어. 아름이가 애쓴다. 빨리 갈게.

그래. 바람 좀 적당히 쏘이고 빨리 오셔요?

범선 언니에게도 안부 전해 주고!

알았어. 아름아 미안해. 그리고 나 서울 가면 너 부모님 찾아 뵈려하는데?

정말?

.

안 그래도 오빠에게 말을 할까 망설였는데 아버지 성화에 나 선 봤어.

아름은 속에 담고 못한 이야기를 그제서야 한다.

아버지가 그 사람하고 결혼 하라고 성화라 나 혼자 끙끙 대고 있었어. 암튼 오빠가 그렇게 결심을 해주니 고마워. 그리고 오빠 나 오빠를 많이 사랑해?

아름은 시중의 말에 뛸 듯 좋아한다. 몇 년을 사귀었어도 시중 스스로 자기 여자를 지키기 위해 행동한 적은 여태껏 한 번도 없어 아름은 불안해했던 것이다.

그래. 나도 아름이가 사랑하는 것 보다 더 많이 사랑한다는 거 알지?

. 알아. 그럼 빨리 와?

그래. 끊어.

시중은 전화를 끊고 그제야 한마디 매듭을 풀어 나가는 것처럼 한 숨을 쉬며 지평선 사이로 갈매기 때가 줄지어 아름답게 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것을 보며 다짐을 해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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