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이 또 울린다. 범선이다.

. 범선아?

어디야?

너 진료하는데 방해 될 것 같아 차 몰고 어제 왔던 바닷가에 와있어.

그래! 잘 했네. 진료 끝났으니까 점심 먹게 와?

알았어. 금방 갈게.

시중은 차를 몰고 범선의 병원에 도착하여 병원 문을 열며 들어간다.

다 끝났어? 아까는 정신없던데. 와 너 대단하던데. 모든 일을 일사천리로 척척 하는 것 보고 놀랐어. 수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하는 것 보고 다시 보이더라.

크크. 그건 기본 아니겠어! 여기서 사람들 상대하려면 그러지 않으면 안 돼.

더군다나 몸과 마음이 너무 약해 져 있는 사람들이라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자칫 사고가 일어날 수 있거든.

아참. 아까 아름에게 전화 왔는데 안부 전해 달래?

가시내. 지가 나한테 전화 하지.

전화 또 하겠지.

오늘 점심은 여기서 먹고 저녁에 나가서 먹자!

알았어. 난 아무래도 좋아. 근데 내가 도와줄게 없더라?

그렇지. 넌 상담사니까. 조금만 기다려 봐. 내가 얘기 해놨어. 상담이 필요한 사람이 올거야!

알았어.

범선과 시중은 점심을 먹고 범선이는 병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시중은 윗 층 숙소에서 책을 보고 있다. 시중은 생각났다는 듯 가지고 온 노트북을 꺼내어 글을 쓴다.

서울에 돌아가서 할 일들을 하나하나 메모해 본다.

아름이 부모님 만나기. 만나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가만히 생각해 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 부딪쳐 보기로 결정함.’

그리고 선교사인 김범선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기: 이건 결정사항.

또 장애인 상담사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서기: 이것도 결정사항.

중국에 있는 바해와 상담사로 적극적인 교류를 꾀하기: 이것도 결정사항.

어려운 아이들을 상담으로 물질로 후원하기: 이것도 결정사항

시중은 하나하나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하여 기록으로 노트북에 옮겨본다. 시중은 자기가 있는 곳에서도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며 범선이가 이 타국에서 열심히 남을 위해 헌신하며 희생하는 것처럼 자기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짐해본다.

어느새 날이 어둑해 졌는지 범선이가 올라와 밥 먹으러 나가자고 한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오늘은 어느 것을 먹을래? 범선이가 묻는다.

내가 여기 어느 것이 맛있는지 알아? 니가 인도를 해야지?

알았어. 그럼 오늘은 양식 잘하는 집이 있는데 거기 가자?

그래. 난 뭐든지 좋아. 가자.

범선과 시중은 차를 몰고 시내로 달린다.

차안에서는 어김없이 음악의 첫 곡인 Danny Boy가 흘러나와 범선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석양이 아름답게 넘어가는 해를 목도하며 바닷가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 주차를 한다.

석양의 노을을 받으며 파란 파라솔이 쳐진 푸른색이 하늘거리는 레스토랑 문을 삐그득 소리와 함께 들어가 바다를 바라보고 앉는다.

안에서 저녁 바다를 바라보는 운치가 너무 아름답고 고적함 마저 느끼게 한다.

범선이는 오늘은 자기가 쏜다며 메뉴판을 보며 정통 이태리식 저녁 코스요리를 시킨다.

홀 안에서는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흘러나온다. 가만히 귀기우려 들어보니 네덜란드 가수 로라피지의 노래가 연속으로 흘러나온다.

Let There Be Love가 흘러나와 잠자고 있는 나의 감성을 통통 건드린다.

나는 흥에 겨워 앉아 있는 궁둥이가 살짝 들쑥 거린다.

범선아 재즈는 언제 들어도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지?

. 나도 재즈 좋아하는데 이 가수 노래는 진짜 감성을 녹여.

우린 음식이 나오기 전 음악에 맞춰 창가로 들어오는 바다를 쳐다보며 음악에 몸을 싣는다.

 

Let there be you

 

Let there be me

 

Let there be oysters under the sea

 

당신이 그곳에 있었으면

 

내가 그곳에 있었으면

 

바다 밑에 조개가 있었으면

 

Let there be wind an occassional rain

 

Chile con care sparkling champagne

 

가끔은 비바람도 불었으면

 

칠리 콘 까르네에 샴페인을 곁들이고

 

Let there be birds to sing in the trees

 

Someone to bless me whenever I sneeze

 

새들이 노래하는 나무 아래 있었으면

 

내가 재채길하면 걱정해줄 누군가와

 

Let there be cuckoos a lark and a dove

 

But first of all, please

 

Let there be love.

 

뻐꾸기도 종달새도 비둘기도 있었으면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사랑이 있었으면

 

Let there be cuckoos a lark and a dove

 

But first of all, please

 

Let there be love

 

뻐꾸기도 종달새도 비둘기도 있었으면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사랑이 있었으면

 

Hmmm umm...love

 

yeah..love

 

Let there be love

 

... 사랑....

 

그래.. 사랑

 

사랑이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재즈를 들을 때 가사도 듣지만 악기들의 울림의 어우러짐이 너무 좋더라고. 피아노와 섹소폰과 트럼펫과 기타와 드럼 등이 어우러져 들리는 음색들이 그냥 마음을 들었다 났다 하는 것이 내 애인 같으면 그냥 깨물어 주고 싶어.

너 진짜 재즈의 맛을 아는 것 같다?

그럼. 난 모든 음악을 좋아 하지만 그 중에 재즈가 유난히 끌리더라! 그리고 이 가수 로라피지의 음색은 애간장을 녹이지. 특히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너무 당신을 사랑해요)는 가슴을 녹이지.

웨이터가 음악에 실려 음식을 바퀴가 달린 식판을 끌며 우리에게 와서 하나하나 테이블 위에다 내려놓는다.

시중은 음식을 보며 와 여기 음식 잘나오는데한다.

범선은 음식을 보며 간단히 식사 기도를 소리 없이 한다.

먹어 봐. 난 여기 사람들과 몇 번 왔는데 먹을 만 해. 여기 오면 꼭 한국에서 있었던, 먹었던 기억들이 생각나서 나는 참 좋더라고.

범선이가 한국이 그립긴 그리운가 보구나?

그럼. 한국이 그립지. 한국 있을 때는 이런 것도 자주 먹으러 다니고 했는데 여기서는 이런 것도 사람들 눈치가 보여 자주 못 온다.

?

생각해 봐. 선교사가 이런데 자주 오면 사람들에게 욕먹지. 여긴 굶어 죽는 사람들이 허다한데 안 그래?

하긴 그러겠다.

너 먹는 모습이 아까 진료할 때와는 전혀 다른데! 아까는 완전 포스가 경지를 도달한 도인의 포스였는데 말이야.

시중! 나도 여자야. 음악 좋아하고 이런 거 좋아하는 여자라고...  웃는다.

아참. 나 생각해 봤는데 서울 가서 아름이 부모님 찾아 뵈려고.

음식을 먹다 범선이가 고개를 들어 시중을 보며 말을 한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그래 니들 사이가 하루 이틀 된 사이도 아니고 잘 생각했어. 니가 남자니까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지!

아까 아름에게 전화 왔을 때 얘기했어.

그랬더니 뭐래?

. 좋아하지.

그럼 조만간 이 몸이 갈비탕 먹으러 서울 가야 겠네?

아직은 일러. 아름이 아버지에게 승낙을 받아야지!

그렇지. 그래도 너 만한 스펙이면 괜찮지 않니?

니가 그랬잖아. 너 같으면 망설인다고?

그건 그런데 넌 장애인이지만 모든 걸 너머선 사람이잖아?

그리고 너하고 있으면 장애가 있는지 난 못느끼는데...

그것도 우리 생각이고 난 무조건 부딪쳐 보려고.

그래. 시중 내가 응원할게 힘내, !

친구밖에 없다. 고마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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