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의 끝에서 너를 기다린 하루
봄비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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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봄비눈 작가의 '파랑의 끝에서 너를 기다린 하루'는 판타지 장르를 표방하는 소설입니다. 죽음 이후 다시 한번 삶이 짧게라도 주어진다면 인간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끝맺음을 지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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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영원회귀론에서 많은 부분 영감을 얻은 듯 하고 주인공 '여름'이 또한 직업이 니체를 강의하는 현대철학 전공 강사입니다. 그녀는 36세의 나이에 뜻하지 않던 죽음을 맞이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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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서 여름은 인생의 특정 시점으로 돌아가 다시 1년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게 되고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인상을 남겼던 '유현'과의 첫만남 시점을 회귀 시점으로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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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과의 첫번째 만남은 여름에게 남친이 있었다는 타이밍의 문제 땜에 어그러질 수 밖에 없었죠. 두번째 기회를 얻은 그녀는 당시의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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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복선이 많이 깔렸던 상황이라 후반부 반전은 미리부터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꽤나 진한 감동이 느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통보해야 했던 유현의 상황이 슬프디 슬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한번의 삶을 통해 전생의 아쉬움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마음의 힐링까지 느껴지는 결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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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과거로 돌아간다거나 죽음 이후 새롭게 삶의 기회를 얻는다든지 하는 것은 현실에선 절대 불가하고 어디까지나 판타지의 영역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소설을 읽으며 무언가 힐링을 느끼게 되는 것은 책 속의 내용에서 무언가 대리 만족이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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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이어지는 스토리와 후반부 매끄러운 결말까지 읽는 재미가 쏠쏠했던 책이었습니다. 판타지 장르에서 앞서가고 있다 생각되는 일본 소설가들의 작품에 비해서도 결코 모자람이 느껴지지 않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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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역사 다이제스트100 ㅣ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21
이희철 지음 / 가람기획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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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튀르키예를 흔히 한국 전쟁 때 파병했던 형제의 나라로 일컫고 저 멀리 아시아와 유럽에 조금씩 걸친 유서 깊은 국가이며, 한편으론 볼거리 많은 좋은 여행지로 알고 있습니다. 터키라는 이전 국가명이 더 익숙한 분들도 많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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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지리적으로 멀게 느껴지는 나라이지만 사실 튀르키예와 우리는 상당히 가까웠던 적이 있습니다. 책을 보면 절반 가까이에 달하는 튀르키예의 역사는 우리 이웃 나라 중국과 많은 교집합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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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노, 돌궐, 위구르로 이어지는 튀르키예 민족의 유목 국가는 중국의 한나라, 당나라 등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한때의 고구려와 함께 중국 중원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국가들이었죠. 경제적으론 아니었지만 중국 이상의 국방력을 가진 적도 꽤 있었습니다.


그러나 강한 중앙집권제를 이루기 어렵고 위대한 지도자가 사망할 경우 곧 사그러지는 유목 국가의 특성상 중앙아시아를 호령했던 제국의 영광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고 점차 서쪽 지역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그 와중에도 오스만 투르크라는 당대 초강대국을 세워 천년을 넘게 버티던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키고 유럽 전체를 벌벌 떨게 한 적도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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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전때 주축국에 선 관계로 영토의 3/4을 잃고 지금의 튀르키예로 쪼그라 들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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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튀르키예라는 국가 내에 거주하는 튀르키예 민족은 채 1/3이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넓게 퍼져 살아 왔고, 수많은 명멸을 경험했던 나라와 민족이라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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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튀르키예는 강했고 독자적인 문명을 가졌던 나라입니다. 통일된 중국과 선진 문물로 대표되던 유럽을 가장 강력하게 압박했던 나라이기도 하고 EU에 가입한 현재에도 유일하게 이슬람교의 영향력 하에 있으며 독자적 입장 관철을 주저하지 않는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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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를 상실한 후 유목민족의 정체성을 잃고 오랜 동안 정주 민족으로 살아온 우리 입장에선 어찌보면 부럽기도 한 나라이지만 한 지역을 지켜내며 단일 민족의 정체성을 굳굳이 보존해왔던 우리와는 전혀 대조적인 나라가 튀르키예입니다. 양국간 좀 더 많은 교류를 통해 서로의 장단점을 잘 살려가는 관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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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금 이야기
레베카 조라크.마이클 W. 필립스 주니어 지음, 서소울(정세라)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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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금은 부의 척도이자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대표 주자였습니다. 금이 세계사를 바꿨다? 역사나 야구에 만약이란 없겠지만 금이란 존재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세계사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란걸 이 책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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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자체가 지구에서 형성된 물질이 아니라 외계에서 날라든 여러 이물질 중 하나라는 서두부터 흥미롭더군요. 경도가 약해 인간이 다루기 쉬웠던 금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였습니다. 장신구로도 사용되고 예술품으로도 활용되었고 그 휘귀성으로 인해 상류 계급을 나타내는 표식으로도 이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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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페이지의 상당량을 할애하여 금을 소재로 한 여러 예술품과 이와 연계된 그림, 판화 등 당시 사회상을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소개되었다는 것입니다. 문자 텍스트만 읽는 것에서 나오는 지루함이 1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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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때 세계를 장악했던 유럽이 기독교를 믿었다는 것은 금 예술품에게는 비극이 되었죠. 정교하고 세밀하게 제작된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전 세계 고대 문명의 수많은 예술품들이 이교도의 상징이란 이유로 모두 녹여져 금고에 쳐박히는 신세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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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남미 정복처럼 금의 유무는 곧 침략의 중대한 사유가 되기도 했고, 이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수많의 희생 또한 따라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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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몰랐던 재미 있는 사례들도 많이 소개되어 있었고, 서부개척사란 그럴싸하게 포장된 이름 하에 원주민에 대한 대량 학살이 이뤄졌던 미국의 비극적인 역사 또한 상세하게 다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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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금에 목숨 거는 이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따지고 보면 일개 광물에 불과한 금에 그러한 가치를 부여하고, 살인이나 전쟁까지 불사하는 것은 바로 인간의 통제할 수 없는 욕망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금을 재화 가치라기 보다는 인간의 삶을 다채롭게 할 예술품을 만드는 용도 정도로 보았던 남미 원주민들의 철학관이 오히려 더욱 뇌리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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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루 먹고 가시게 - 한국무속 앤솔러지
김아직 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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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직 등 4인의 작가의 연작 소설이 실린 '골고루 먹고 가시게'는 본격적인 한국 무속 엔솔러지라 볼 수 있습니다. 소위 '무당'이 전격적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며 한국에 존재하는 여러 귀신 들을 다룹니다. 도당굿, 소환굿, 대운굿, 재수원굿 등 온갖 굿들이 소설마다 주요 꼭지를 담당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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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무속과 관련된 판타지 장르의 소설집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작가들 또한 장르 문학에서 꽤나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이들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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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무속 신앙은 생각보다 훨씬 우리에게 가까이 존재합니다. 주변에 점 한번 안보러 간 사람 찾기가 힘들 정도이며 무속인을 배격한다는 기독교 목사 들의 안수 기도 같은 것은 누가 뭐라해도 우리의 무속을 차용한 것이라 볼 수 있죠. 십년 감수했네... 조상님이 도왔다... 같은 표현에서도 무속의 정취를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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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의 소설 모두 굉장히 빠져들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살인범을 찾는 악귀, 자살한 아들과 손녀의 아픔을 풀어주려는 무당, 인간의 목을 바치는 고사상부터 심지어 아카식 레코드까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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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여기 나오는 초인간적 존재들, 즉 귀신들이 무섭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오히려 무섭고 잔혹한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인간들 그 자체이죠. 결국 무속 신앙이라는 것만 해도 인간들과의 관계에서 당하게 되는 억울한 일, 처참한 일 등을 인간 외의 초자연적인 것에게 해결을 부탁하는데서 나온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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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깊게 빠지면 분명 문제가 되는 것이 종교란 것이지만, 일종의 위안 정도를 얻는 것이라면 무속이든 뭐든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 실린 소설 들이 황당하기 보다는 뭔가 통쾌하고 유쾌하게 느껴졌던 이유이기도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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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벤 존슨
이찬란 지음 / 시원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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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존슨... 88 서울올림픽 100미터 달리기 경주의 영웅....... 이었다가 금지약물 복용이 발각되면서 한순간에 나락에 떨어졌던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그의 입지전적 성장기와 당대 최고 육상선수였지만 거만함이 하늘을 찔렀던 칼 루이스를 여러 차례 꺾었던 전적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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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란 작가의 작품 '나의 벤 존슨'은 일종의 헌정 소설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벤 존슨이란 인물을 서사의 주요 모티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호달은 '호구'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이리저리 차이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입니다. PC방의 몇달치 알바비를 떼인데다가 허름한 고시원에서도 쫓겨나고 한끼를 해결할 돈도 없어 할머니와 아버지 납골당에 놓인 누릉지 사탕을 도로 가져와 먹는 인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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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그가 벤 존슨의 이름이 적힌 도화지를 들고 있던 중년 남자와 얽히게 되며 이들의 악연 같은 인연이 시작됩니다. 빌런인 줄 알았던 그는 호달이 모르는 어떤 사연을 간직한 남자였고, 호달의 삶을 전환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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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흙수저, 빈민층의 삶을 은근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계층간 이동의 사다리가 거의 치워지고, 노력만으론 이제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한 젊은이의 삶을 통해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고, 그래도 조금의 희망은 있음을 어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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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니 내용에 푹 빠지게 만듭니다. 권선징악이 뚜렷이 강조되거나 신파조의 소설이 아님에도 후반부 결말을 읽고 나선 '아하'... 하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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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도 벤 존슨은 비록 실패했지만 한때의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를 한국 선수 못지 않게 응원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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