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살
이태제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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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제 작가의 데뷔작이면서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이기도 한 소설 푸른살은 한 세기 후쯤의 미래를 그린 SF 추리 소설입니다. 외계 바이러스에 잠식 당해 보기 흉한 푸른 살을 달고 살아야 하는 인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선 SF 장르이지만 교도소에서 탈출한 흉악범 들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선 추리 장르입니다.


한마디로 폭력을 행사하게 되면 푸른살은 발작하여 큰 고통을 안겨주고 그 크기까지 커집니다. 푸른살이 신체 대부분을 잠식할 경우 인간은 목숨을 잃게 되고 청나무로 변신하게 됩니다. 결국 대부분의 인류는 내재했던 폭력성을 억누르고 착하게 살아가는 길을 택하게 됩니다. 푸른 살이 많이 보이는 이들일수록 당연히 폭력적이고 나쁜 놈 취급을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 인류 2억 명을 단박에 절멸시켜 청나무로 만들어 버린 아이버스터라는 중범죄자가 다른 흉악범 두명과 함께 감옥을 탈옥합니다. 이들을 잡기 위해 편성된 인간 형사 드레스덴과 휴머노이드 한결.... 조금씩 아이버스터의 행적에 접근하게 되지만 드레스덴은 한결과 아이버스터에 얽히 크나큰 비밀을 함께 알게 됩니다.


대한민국 제 1의 서점의 스토리공모전 대상 작품답게 서사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고 긴박하게 흘러갑니다. 탈옥범 들의 잔혹한 행위 및 각각의 의도가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추격전 양상을 띄게 됩니다. 이 와중에 함께 하는 소소하거나 크나큰 반전이 있기에 끝까지 읽는 재미가 넘치는 소설이죠.

푸른 살이 사라진다면 이에 익숙해져 살아왔던 인류는 과연 어떻게 바뀔까요? 그간은 푸른살의 대소 유무로 악인을 바로 판단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 판단 자체가 불가해집니다. 작가는 결국 모든 이에 대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먼저 보내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합니다. 왠지 공감되는 결론이더군요..

소설 제목부터가 푸른 살이고 외계로부터 침입해온 존재라는 점에서 모든 악의 근원일 듯 하지만 이 바이러스는 그저 소설 상의 맥거핀에 불과합니다. 결국 이 존재가 있건 없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인간이고 이를 살만하게 만들 것인가 아님 지옥으로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존재 역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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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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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넬슨 스필만의 이 책은 가문에 얽힌 저주를 배경으로 여행기, 로맨스가 결합된 상당히 재미난 장편 소설입니다. 제목 자체가 상당히 도발적인 '토스카나의 저주 받은 둘째 딸들' 입니다.

지독한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진짜로 내려진 저주인지 이 가문의 둘째 딸들은 세기를 뛰어넘는 세대 동안 제대로 된 로맨스나 결혼을 하지 못합니다. 이를 깨고자 하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거나, 본인의 요절로 사랑이 끝나버리곤 하죠.

주인공 아멜리아 역시 둘째 딸이며 할머니와 언니의 가스라이팅에 가까운 푸대접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서른을 목전에 둔 그녀에게 어느날 이모 할머니인 포피로부터 사촌인 루시와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제의 받습니다. 어떤 사유로 인해 가문의 공적(?)이 되어버린 포피, 뇌종양으로 시한부 생명을 살고 있는데 무려 59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간 헤어져 있던 연인을 이탈리아에서 재회하려고 합니다. 성공할 경우 자연스레 둘째 딸들에게 내려진 저주 또한 깨어지게 되는 것이죠..


저주를 깨는데 회의적인 입장이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여행에 동참하게 된 아멜리아.. 살아가면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모험을 겪게 되며 그간의 자포자기 했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가족 3대에 얽힌 비밀까지 밝혀내게 되죠. 어느 순간부터 예상되는 반전이었지만 그럼에도 감동적인 마무리임엔 틀림 없습니다.

주인공 격인 아멜리아, 포피, 그리고 루시까지 3인의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1960년 대 20대 초반의 나이로 불꽃 같은 사랑을 했던 포피의 사연은 상당히 감동적이기까지 하죠. 결국 소설의 핵심은 짧게 끝났지만 마침내 나이 여든이 되어서야 사랑을 완성하고야 마는 포피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둘째 딸로서의 무기력함을 벗어나 성장을 거듭하게 되는 손녀 들의 이야기가 뒤를 받치죠..




또한 이 소설의 매력은 베니스-피렌체 등을 잇는 이탈리아 여행 일정을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입니다. 잘짜인 여행기를 읽는 느낌 또한 함께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곳을 여행해 본 분들이라면 확실하게 공감하는 묘사가 많지만 안가본 이들에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주는 책입니다.

해외 출장 중 비행 시간을 이용하여 읽었는데 600페이지에 가까운 장편 소설이지만 워낙 흥미진진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어 비행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더군요. 독서등까지 따로 켜가며 읽었던 책입니다. 그야말로 재미와 감동을 함께 가진 소설이었다고 평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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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구한 라이프보트
미치 앨봄 지음, 장성주 옮김 / 윌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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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앨봄, 나름 애정하는 작가입니다. 기록 문학인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로 그의 글을 처음 접한 후 나오는 책마다 거의 빠짐 없이 구해 본 작가이기도 하죠. 화려한 미사 여구 구사 없이 담담하게 풀어가는 문체가 특징인데 오히려 그래서인지 결말부의 감동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축적되게 만드는 작가입니다.


신을 구한 라이프 보트.. 제목부터 스포일링이 뿜뿜 솟네요.. ^^ 원제는 'The Stranger in the lifeboat' 입니다. 호화여객선이 침몰한 후 좌초 당한 구명 보트에 간신히 탑승하여 살아 남은 생존자 10명, 바다에 표류하던 한 인물을 구하게 되는데 그는 스스로 '신'을 자처합니다. 초반부터 다소 황당한 설정입니다. 그렇지만 읽는 독자에겐 한껏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스토리 전개죠.

그 신이라 주장하는 이는 누구에겐 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그저 우연일 수 밖에 없는 행위를 벌입니다. 죽어가던 승객을 하루 동안 정신 차리게 하거나 식수가 떨어지자 잠시 비를 내리게 하는 이적이죠.. 과연 그는 스스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신이 맞을까요? 아니면 표류하면서 정신이 나간 사람일까요..


신(?)을 태웠음에도 생존자 들은 하나둘씩 부상과 파도에, 그리고 상어에 희생 당하게 되고 마지막엔 그들의 표류기를 기록한 벤지 혼자만이 남게 됩니다. 이야기는 그가 남긴 기록을 보게 되는 카리브해의 작은 섬 보안관의 사연과 교차되면서 진행됩니다. 그 또한 4살짜리 딸을 비극적으로 바다에서 잃게 된 아픔이 있는 인물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어느새 서로 연결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이 연결되는 시점에서 작가인 미치 앨봄의 저력이 구현되기 시작하죠.. 내용에 대한 한없는 동감과 나름의 감동이 함께 하는 소설입니다.


그 배에 탄 인물이 과연 신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소중한 이를 잃은 고통을 겪은 인물 들이 서로에게 치유가 되고 있고 그 소중한 이와 함께한 시간만큼은 결코 떠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감동이 있기에 재미 또한 넘치는 소설이었습니다.

평론가들의 말대로 이번에도 미치 앨봄은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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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한 불행 - 부서지는 생의 조각으로 쌓아 올린 단단한 평온
김설 지음 / 책과이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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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 작가의 생활 에세이 '다행한 불행'은 작가의 '망한 결혼'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낸 책입니다.

처음 읽어가면서는 에세이 형식을 차용한 소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작가의 삶은 꽤나 극적이고 인상적이었습니다.

결혼 1년 여 만에 딸 아이를 낳았지만 바로 이혼.. 그리고 20년 간 이어진 싱글맘으로서의 고군분투... 어느 순간 그녀 가족의 곁을 계속 맴돌던 전 남편과의 재결합.. 그리고 약 5년.....

에세이의 주된 내용은 재결합 이후 남편과의 새로운 5년 간의 삶에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녀는 섬세하지만 까칠하고 모든 일에 이유를 찾는 성격입니다. 그녀의 남편은 무던하지만 한편 무심하고, 또한 상당히 충동적인 인물입니다. 이혼의 이유는 남편의 도박 중독 때문이었고 재결합 이후엔 남편의 알콜 중독으로 의심되는 증세로 여전히 갈등 중이죠..

이런 전제만 본다면 사실 작가의 결혼 생활은 망한 것이고, 삶 자체도 그닥 행복하다고 말할 순 없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전제와 초반 글의 전개를 무색하게 할 정도의 소소한 반전이 계속 에세이 전체로 이어집니다.. 갈등이 어느 순간 이해로 바뀌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갑니다. 긴 이혼의 과정이 있었지만 재결합 이후 이 두 부부의 삶은 행복하게 살아온 여느 부부 들의 삶과 그리 다름이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성숙한 결혼 생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소 심각한 생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에세이지만 글 자체가 상당히 위트 있습니다. 그녀의 자조적인 셀프디스를 읽다 보면 분명 혀를 차야 할 상황임에도 어느새 미소를 짓곤 하는 제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원 하나하나가 부정으로 시작하지만 항상 긍정적 자세로 마무리 되어집니다. 당연히 재미있게 읽힐 수 밖에 없는 에세이입니다..


작가의 표현처럼 이 세상은 살러 온 것이 아닙니다. 살러 왔다고 느끼는 순간 모든 고생과 불행이 시작됩니다. 삶은 잠시 관광이나 소풍 온 것처럼 느껴져야 합니다. 그래야 매순간 닥치는 고난이 잠시 후 지나갈 에피소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불행(?)했던 결혼 생활을 통해 한없는 평온과 긍정의 철학을 터득하게 된 작가의 마인드가 부럽더군요.. 잘살고 있든, 아님 매일 다투고 있든, 주변의 부부 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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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스완
우치다 에이지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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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에이지의 장편 소설 미드나잇 스완,,, 작가가 영화감독이 본업이다 보니 당연 영화로 제작되었고 44회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9관왕을 휩쓴 작품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초난강으로 잘 알려진 스맙 출신의 배우 쿠사나기 츠요시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특이하게도 그가 맡은 나기사 역은 성전환 수술을 앞둔 트랜스젠더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즉, 성소수자 역할이죠..


아직 영화를 못봤지만 꼭 찾아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짜여진 소설이었습니다.

홀엄마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중학생 소녀 이치카... 그녀는 집안 문제로 비화될 것을 우려한 집안의 결정에 따라 도쿄에 와 있던 외사촌 오빠(?)인 나기사의 집에 억지로 떠맡겨지게 됩니다. 소위 게이빠에서 트랜스젠더 쇼를 하며 성전환 수술을 준비하던 나기사에게 이치카는 짐이나 다름 없었죠. 이치카 또한 어른 들에 대한 기대를 버린지 오래입니다.

이들의 동거는 처음부터 삐걱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치카가 평소 열망하던 발레를 다시 배우게 되면서 이들의 관계는 극적으로 전환되기 시작합니다. 이치카의 재능을 살려주고 싶은 마음이 나기사에게 싹트게 되고 이는 평소 여자의 마음을 가졌기에 엄마가 되고 싶었던 나기사의 능을 일깨웁니다.


물론 서사 자체가 그대로 해피엔딩으로 흘러가 나기사와 이치카는 새로운 가족으로 탄생하여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살았습니다...라는 결론으로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미드나잇 스완이라는 뭔가 슬픈 존재로부터 유추되 듯 이 이야기는 끝내 비극으로 마무리 됩니다.. 그럼에도 희망을 잉태하죠...

영화화된 작품이 소설로 옮겨진만큼 기본적인 서사는 재미있었지만 전개가 조금은 빠르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나기사와 이치카가 서로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조금은 빠르게 축약되어 있어 살짝 아쉽기도 했구요. 아마도 영화를 보면서 그 느낌을 보완하라는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요..

성소수자인 나기사를 편견 없이 보고 끝내 마음을 열어 그의 마지막 길에 삶의 보람을 불어주었던 이치카...

문제아였던 이치카의 재능을 알아보고 엄마의 마음으로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나기사...

세상에서 환영 받지 못하던 두 존재의 합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진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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