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의 노래 - 가슴에 머문 바람
유광우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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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남북간 교류가 꽤나 자유로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금강산-개성 관광이 가능했던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잘 모르는 분들이 많겠지만 인천-평양간 직행 항공기가 정규편으로 있었고 당시 제가 근무하던 회사에도 일정 개인 부담을 원칙으로 북한 평양 시장 조사나 마케팅 활동을 제안하는 공문이 돌곤 했었죠. 그때 평양을 가보지 못한게 많이 아쉬울 정도입니다.

원산의 노래는 약 20여년 전 경수로 건설을 위해 파견되었던 유광우 씨가 당시의 경험을 정리한 에세이입니다. 북한이 당시엔 핵확산 금지 조약에 가입한 상태였기에 미국은 북한을 이에 묶어두기 위해 경수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제안했고 북한이 이를 승낙했었죠. 비용은 미국이 거의 부담하되 건설 등 기술적 제공은 남한 측에서 하기로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후 북미 관계 경직에 따라 없었던 일이 되어 버렸고 열받은 북한은 본격적으로 자체 핵 무기 개발에 나서게 되죠..


장교 출신인 저자는 상당히 보수적인 시각으로 당시의 경험을 정리합니다. 당시 고난의 행군을 마치고 경제가 최악이었던 북한의 사정 역시 감안해야 하지만 저자의 관점에서 보는 북한은 상거지 나라에 다름 없습니다.

1980년대에 접어 들며 사실상 체제 경쟁에서의 우위는 판별이 난 상태였습니다. 핵을 제외한 재래전이 발생하면 단 3일이면 북한은 끝장 나는 상황입니다. 일부 세력이 정치적 목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과대 포장하고 있지만 전쟁은 결국 경제력 싸움인건 자명한 사실이죠.. 굳이 혹독한 경제적 제재를 감수하고 욕을 바가지로 먹어가면서까지 북한이 핵을 들고 나온 것은 그야말로 자위권 측면이 강하다고 봅니다.



저자는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철저한 통제 사회임을 유독 강조하고, 실패한 공산주의 국가임을 적극 피력합니다.


전 세계로부터 제재 대상이 된 북한이 세계 10위 권 내 경제력을 갖게 된 남한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음은 명확합니다. 단지 어떻게든 평화를 유지하며 가는 것이 중요하며 파멸적 갈등과 전쟁으로 해결하자고 하는 것은 말을 꺼낼 가치도 없는 선동적 행위에 불과합니다.

이미 저자는 20년 전에 그 사실을 명확히 보았고 느꼈습니다. 당분간 통일은 요원할지 모르고 섣부른 흡수통일이나 무력 통일은 더 큰 부작용을 부를 수 있습니다. 지금은 같은 언어와 풍습을 가진 하나의 민족으로서의 유대감은 가지되 서로 철저하게 평화를 최우선으로 두는 이웃 나라로서 공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 북한 체제를 비판하던 저자 역시도 북한의 동포들만큼은 한없이 긍정적으로 묘사해주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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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명령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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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작가.. 베니스의 개성 상인, 소설 자산어보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주로 역사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마지막 명령 역시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이 어우러진 일종의 팩션 내지는 대체역사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기도 했던 전두환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고 광주에서 수백 명의 시민을 학살한 인물입니다. 통치 당시의 공과를 따지기 앞서 집권 자체가 불법이었고 이미 대한민국의 헌정법 상으로나, 역사적으로도 집권 자체의 정통성이 부정된 자이기도 하죠.

당시를 간접적이나마 반성하기도 했던 모 대통령과는 달리 사과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희대의 논리에 의해 상관들을 체포하고 후배 군인을 살해했던 쿠데타는 면죄부를 받았고, 광주 학살에 대한 죄과 역시 이후 대통령에 의해 사면을 받아 짧은 복역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런 아쉬움을 전두환을 직접 암살함으로써 응징하고자 하는 특전사 대위 출신의 주인공을 이 소설에서는 내세우며 풀고자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한태형은 군인은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쿠데타에 가담한 육사 동기 장재원과 달리 저항군 쪽에 속해 있다 강제로 군복을 벗고 한국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사랑했던 연인마저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장재원에게 뺏기게 되고 장재원은 승승 장구합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 이후 무수히 많은 작품에서 인용되었던 클리세가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하네요..

한태형은 해외 용병단에 가담하게 되고 전두환 암살의 선봉에 서게 됩니다. 그러나 북한 측이 직접 암살을 시도하자 내적 갈등을 겪게 됩니다. 그의 마지막 지휘관이었던 참군인 석장군의 '전두환을 대한민국 법정에 세워라'라는 마지막 명령이 어느새 그의 사명으로 다가 오게 됩니다. 한국 정부에도 쫓기는 신세인데다가 북한의 암살 시도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한 그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여전히 일부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전두환 추종 세력이 잔존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소설이었고 소재 자체가 대통령 암살 시도를 다루다 보니 읽는 재미 또한 꽤 있었습니다.. 나름의 대리 만족을 느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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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냥 - 죽여야 사는 집
해리슨 쿼리.매트 쿼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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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리 형제의 소설 이웃 사냥은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 스릴러가 아닌 대놓고 호러, 공포 소설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미국에서도 가장 인구가 적은 주인 와이오밍주 산간 오지 마을에 터를 잡은 젊은 부부 해리와 사샤를 노리는 악령과의 대결을 그리고 있습니다.

예전 미국 출장 때 덴버에서 솔트레이크까지 8시간 정도를 운전해 간 적이 있습니다. 와이오밍 주를 경유해서 가는 코스였는데 당시 5월이었음에도 별안간 함박눈이 내리고 어두컴컴해져 굉장히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도로에 차도 거의 없더군요. 그야말로 황량함 자체였고, 이런 곳이라면 귀신이 나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죠..

소설 속 부부가 터를 잡은 곳이 바로 와이오밍주 산간 오지입니다. 반경 몇키로 내 이웃이라곤 목장을 운영하는 노부부 단 두 명만이 존재하는 마을이었죠. 그들은 노부부와 인사를 나누던 날 무시무시한 경고를 듣게 됩니다.

연못에 빛이 비추면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곰에게 쫓기는 벌거벗은 남자를 보면 그 남자를 쏘아라.... 그렇지 않으면 악령이 너희를 찾아올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당연히 미친 소리로 취급하고 그들을 내쫓지만 막상 노부부가 경고했던 일들이 발생하자 그들은 악령이 실제로 존재함을 알고 이를 믿게 됩니다.


악령은 끝내 노부부 중 남편의 목숨까지 앗아갑니다. 그런 상황에서 임신까지 하게 된 해리 부부... 그들은 악령과의 제대로 된 대결을 준비하게 되죠..

해리와 사샤의 관점에서 차례로 서술되는 이 소설은 일단 굉장히 무서운 내용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계절별로 다른 모습으로 현현하는 악령에 대한 묘사는 에어컨 없이 보더라도 전혀 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입니다. 소설의 제목은 이웃 사냥이지만 이웃은 오히려 이들을 돕는 역할로 나오고 악령과의 대결이 소설 내내 그려집니다.

오지에서 부부 단 둘만이 절대적 힘을 가진 악령에 대항해야 하는 상황은 그 설정 자체만으로도 으스스합니다. 더군다나 아프가니스탄 참전 군인이기에 직접 살인까지 해야 했던 해리는 더욱 업그레이드 된 악령들과 마주치게 되는데 여기에 대한 묘사 또한 섬뜩할 정도이죠..

그야말로 무더위를 싸악 날릴 수 있을 정도의 호러 소설입니다. 그런 가운데 서로를 깊이 신뢰하며, 악령과 싸울 용기를 내는 부부애를 느낄 수 있기에 한편으론 조금은 훈훈하게 느껴지는 결말을 가진 소설이라고 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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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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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분야 유튜버로도 유명세를 떨치는 우케쓰의 추리 소설 이상한 그림은 흡입력 만점의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가면서 결국 반전을 갖춘 결말에 이르는 과정은 그야말로 천재적이라고 평해야겠네요. 하여간 빠르게,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유튜버가 소설까지 쓰다니 뭐 그렇고 그런 작품이라고 예단할 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은 그런 범주를 벗어납니다. 한마디로 평범한 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상상의 범주를 깨는 내용입니다.


대학 오컬트 동아리 회원 들이 어느 날 접하게 된 어떤 남자의 블로그... 출산하다 아내를 잃은 남자의 평범한 일상 기록 같지만 거기에 올라와 있는 5장의 그림은 결국 살인 예고이기도 하고 이 소설의 기저를 이루게 되는 내용이 됩니다. 제 아무리 줄거리를 잘 요약한다고 해도 직접 이 소설을 읽어 보지 못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될 것입니다. 그림에 얽힌 의미와 이후 나오게 되는 산자락을 그린 두 살해 피해자의 그림 속 트릭을 간파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진도가 나갈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소설 속 상당차의 시간을 둔 각각의 인물 들의 시각으로 조각조각 서사가 진행되는데 어느새 이 서사와 각각의 인물 들의 관계로 하나로 합쳐지면서 아.. 하며 머리를 때리게 합니다.. 그만큼 잘 짜여진 플롯의 추리 소설입니다.

범인은 충분히 예상했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러하기에 예상에서 아예 벗어났던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이 소설의 뛰어난 점 되겠습니다.

추리 소설 리뷰인 관계로 더 이상의 언급은 스포가 될테니 자제하겠습니다. 어쨌든 스스로 추리 소설 범인 예측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대놓고 속이려 덤벼드는 작가를 우리가 어찌 당할 수 있겠습니까...

그림을 소재로 한 독특했던 추리 소설, 이상한 그림... 작가의 다음 작품도 정말 기대가 될 정도로 빼어난 추리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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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의 고양이
슈카와 미나토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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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카와 미나토는 2005년 133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일본 문학상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기에 이 상을 받았다는 것은 작가로서의 보증 수표를 얻었다는 것과 진배 없습니다. 그의 신작 안드로메다의 고양이... 제목부터 상당히 특이하고 눈길을 끌지만 이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소설 속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콜센터 파견직원으로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살아가던 27세의 여성 루리는 어느날 편의점에서 절도를 시도하던 어린 소녀 쥐라를 마주하게 됩니다. 알 수 없는 끌림에 의해 그녀가 훔치고자 했던 물건까지 모두 계산해 주면서 둘은 인연을 맺게 됩니다.

그러나 쥐라는 악덕업자의 학대를 받으며 성매매에 종사하는 처지였으나, 그녀의 순수함에 반한 루리는 그녀를 데리고 도피에 나서게 됩니다. 한화 4억원에 가까운 조직의 돈까지 들고서요..

둘은 어느 사이에 연인 관계로까지 발전하지만 조직의 추적은 어느새 턱밑까지 다가오게 됩니다. 결국 사랑하는 쥐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것을 다짐하게 되는 루리....


일종의 버디 무비처럼 두 여성의 도피 이후 행적이 꽤나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비록 부정한 돈이지만 남의 자산을 들고 튄 것은 자명한 사실인데 결코 이들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참으로 안타까우면서도 예쁘게 그려지니까요..

쥐라는 고양이를 그리기 좋아하는 소녀이며 그림에 재능이 있습니다. 루리는 한때 우주 비행사를 꿈꾸었을 정도이고 안드로메다를 보는 것이 소원인 여성입니다. 어느새 쥐라는 안드로메다를 상상하며 이를 그리기 시작하죠..

이들의 만남이 평범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들의 도피 생활 역시 그저 평온하지만은 않습니다. 조직의 추적은 집요하게 이뤄지고 이들 주변 인물에 대한 살인, 납치까지 자행하게 됩니다. 비극적 결말이 다가올 수도 있음에 계속 불안한 마음으로 읽었고 그 예상은 사실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짧은 동행의 시간이 그리 아쉽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진정한 사랑을 위한 희생이라는 인류 보편의 원칙이 참으로 아름답게 그려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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