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양손 - 윤중식 화가의 6·25전쟁 피란길 스케치
윤중식 그림, 윤대경 글 / 상수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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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판형이 상당히 큰 책입니다. 215*250이니 왠만한 서적의 두배 정도 너비를 가진 책이죠.. 윤중식 화백 님이 6.25 전쟁 피난 시기 남긴 스케치 들이 들어가는 책이다 보니 사실상 화보집을 방불케 하는 책자입니다.

물론 피난길 이야기를 그린 윤화백의 아들 윤대경 님의 상세한 컨텐츠 설명도 책의 상당 부분을 채웁니다.

평양 출신으로 전쟁 발발 이전 북한 지역에서 미술 교사로 재직하던 윤화백은 1.4 후퇴 당시 남한을 선택하고 피난길에 오르게 됩니다. 당시 네살에 불과하던 아들이면서 이 책의 글쓴이 윤대경 님과 젖먹이를 포함한 딸 둘, 부인과 함께였죠. 쉽게 예상할 수 있겠지만 피난길은 정말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피난민으로 위장한 인민군, 국군 복장으로 위장한 중국군 등을 경계하던 유엔군(주로 미군) 폭격기는 피난민 행렬에도 서슴치 않고 기총 소사나 폭격을 하기 일쑤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화백은 큰 딸과 부인을 영원히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런 불행을 딛고 윤화백은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발돋움하게 되었지만 화백과 아들의 가슴에 전쟁의 참화는 끝까지 남았습니다.. 이 책은 윤화백 타계 이후 6.25 전쟁 휴전 70 주년을 맞이해 특별판으로 출판되었고 윤화백이 전쟁 중에 틈틈히 남긴 28점의 스케치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사진이나 영상 자료로 한국 전쟁의 참상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 상황을 겪으면서 그려낸 스케치와 저자의 생생한 기억이 함께 하는 책을 읽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보관해 놓고 틈틈히 들쳐 보고 싶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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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 쿠쉬룩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1
서윤빈 외 지음, 전청림 해설 / 열림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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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짧은 단편 소설이 장편에 비해 독서 진도가 훨씬 더딘 경우가 허다합니다. 헤밍웨이 스타일로 정말 조금만 보여주고 설명하면서 나가는 단편이 있는가 하면 마치 추상화를 보는 듯 한 단편들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기승전결과 클라이막스 부분이 비교적 또렷한 장편 소설과 비교해 오히려 내용 파악이 더욱 어려워지고 일종의 미로에 빠지게 되는 셈이죠..


당연히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네요..



소설을 읽는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번째는 당연히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작가의 문학적 성취를 느끼거나 감동을 받기 위해서기도 하겠지만 역시나 재미 있는 작품에 먼저 손이 가기 마련이죠.



7명의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나름의 재미도 흠뻑 느꼈고, 한국 소설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성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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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 죽음 관련 톨스토이 명단편 3편 모음집 현대지성 클래식 4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우섭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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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부여했다는 것이 바로 '죽음'입니다. 억만 장자도, 권력가도, 세상을 구할 정도의 업적을 남긴 이들이라고 해도 결국은 죽음 앞에서 공평합니다. 삶의 댓가로 모든 이에게 필연적으로 부여 되는 것이 바로 죽음이죠..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유럽의 변방 취급 당하던 러시아를 문학을 통해 대등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19세기의 대문호입니다. 그의 글을 읽어 보지 못한 이들이라도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 톨스토이의 대표적 장편 소설설의 제목조차 모르는 이들은 드물겠죠. 그만큼 세계 문학사에 엄청난 업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중 한 편으로 나온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는 '죽음'을 소재로 한 톨스토이의 단편작 3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세 죽음' 한 편을 빼곤 전혀 읽어 보지 못한 소설 들이었습니다.



말년에 종교에 깊게 귀의한 톨스토이이기에 그의 작품 경향은 전후기가 상당히 다릅니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신과 종교를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실존을 정확한 관찰자적 시점에서 다루면서 아주 은근하게, 때론 우화스런 방식으로 기독교적 사랑과 사상을 설파합니다. 전모 목사 같은 현재의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과 명확히 다른 점이죠..



앞에 수록된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주인과 일꾼'은 죽음에 직면하게 된 인간의 모습이 정말 세세하고 적나라하게 그려집니다. 그렇다고 한없이 우울하거나 죽음에 끝까지 발악적으로 저항하는 모양새가 결코 아닙니다.



주변보다는 자신만을 위주로 사고하고 챙기던 이들이 죽음 앞에 겸허해지고 어느 순간 기꺼이 죽음을 삶의 마지막 단계로서 인정하는 모습이 톨스토이만의 유려한 문체로 묘사됩니다. 어느새 계속 감탄하면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게 되더군요.. 고전은 사실 별로 재미 없다고 하지만 이 작품 들만은 예외였습니다. 여운이 길게 길게 이어지더군요..



죽음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죽음조차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대상, 사랑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던 톨스토이... 과연 저 또한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죽음을 받아 들일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을 읽는 동안만큼은 잠시 동안이나마 톨스토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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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비
청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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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비, 초반부를 읽으면서 바로 예측되는 결론이었음에도 무척 재밌게 읽은 소설입니다. K스토리, 교보문고, 컴투스 콘텐츠 문학상 등에서 수상하며, 이미 이야기꾼으로서의 역량을 인정 받은 청예 작가의 신작 소설이더군요.

디스토피아 시대의 휴머노이드를 주인공으로 그렸다는 것에서 이 소설은 SF 소설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조 인간의 성장기를 그렸고 누가 휴머노이드(사탕 인간)이었던가가 밝혀지는 플롯이 중심이 되기에 청소년 소설, 추리 소설로도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기에 더욱 재밌는 책입니다.

제 5차 세계 대전과 핵 전쟁, 실험으로 대부분의 인류가 소멸한 가운데 소수의 인류가 모여 살게 된 청백성이란 고층 빌딩에서 인간 속에 숨어든 휴머노이드를 색출하기 위한 투표가 정기적으로 열리게 됩니다.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게 된 이가 받는 벌칙은 바로 죽음입니다.

방사능의 폐해로 형성된 사탕비가 부정기적으로 내리는데 이를 잘 합성하면 영생에 가까운 효과를 얻는 영약이 탄생하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맞게 되면 온 몸이 찢겨 죽게 됩니다. 사탕비가 내릴 때 아무런 보호 장구 없이 밖으로 추방되는 벌칙.... 이를 피하기 위해 투표조 인원 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감시합니다.

부모를 잃은 충격으로 혼수 상태에 빠졌다가 1년 만에 깨어난 주인공 마시안... 그녀 역시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지목해야 하는 투표에 참여해야 합니다.. 계속 되는 투표 과정 속에서 그녀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한 명씩 제거되어 나가지만 그들은 휴머노이드가 아니고 인간이었음이 밝혀지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나름 긴박감 있게 묘사되며 추리 소설적인 요소가 들어 있어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입니다. 여러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가 정말 잘 드러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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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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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이동건은 2000년 생, 이제 24살이 된 젊은 작가입니다. 온갖 음모와 모략이 판치는 '우린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2부작으로 구성된 연대 소설의 완결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전작과는 분리된 내용이기에 별개로 읽어도 내용 이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젊은 작가답게 무한한 상상력과 거침 없는 필체가 상당히 인상적인 이 소설은 킬러와 그를 조정하는 전직 정치 검사의 이야기입니다. 전형적인 피카레스크 소설이죠..


각자의 욕망을 위해 서슴치 않고 서로를 이용하고 또 배신하고 심지어 죽음까지 선사하는 악역 들이 이 소설에선 적나라하게 등장합니다. 돈을 위해서라면 아이까지도 머뭇거리지 않고 죽이는 킬러 박종혁, 그를 이용해 정계의 경쟁자들을 제거해 나가는 검사 출신 이진수... 이들을 둘러싼 여야 정치 세력들...


어찌 보면 서로가 서로를 파멸시키는 단순한 서사의 소설이지만 읽어가는 재미는 꽤 있었던 소설입니다.


스스로를 일반 국민과는 다른 종류의 특권층으로 여기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정적을 제거하는 여야 거물 정치인들의 모습은 현재의 정치인들의 모습과도 오버랩 됩니다. 제 아무리 킬러가, 전직 검사가 판을 주도하고 설치고 다녀도 결국 그들의 거대 정치인 들에겐 장기판의 말 정도일 뿐입니다.



예상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허무한 결말이 조금 의아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끝맺는 것 또한 나쁘진 않은 마무리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미 이 소설은 웹툰화, 영상화가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문자 매체보다는 영상 매체에서 등장 인물들이 조금 더 입체적 성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들더군요.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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