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설은 정말 거기 있었을까 - 교과서 문학으로 떠나는 스토리 기행
정명섭.이가희.김효찬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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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교과서나 수능에 나온 12편의 소설의 시대적, 지리적 배경을 찾아 나서는 탐사기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소설에 대한 대략적 소개도 물론 포함하고 있기에 책을 덮고 나면 잠시나마 각 소설 들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배경을 잠시 경험하고 나온 느낌까지 들 정도이죠..

12편 중 박완서 작가의 작품이 무려 3편, 김승옥 작가가 2편이나 선정되어 있고 생각보다 많은 소설을 이전에 읽었던 기억이 나더군요. 그만큼 인기 많고 대중적이던 소설 들이 교과서에도 수록되나 봅니다. 또한 전쟁과 개발 독재의 시대를 살았던 작가 들의 개인적 경험이 아낌 없이 소설과 그 배경 속에 투영되어 있습니다.

작가 들이 던졌던 당시의 문제 제기가 현재에까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유효한 경우도 허다합니다.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도 풍요해졌고, 많은 이들의 희생 속에서 민주화도 이뤄진 상황이지만 소설 들이 주로 그려내던 서민 들에게 여전히 지금의 삶은 팍팍하기만 합니다. 기득권만을 중시하는 정치권의 행태도 별로 변한 바 없구요.. 이젠 한물 갔어야 할 당시의 소설 들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기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작가들이 그려낸 당시의 여러 마을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현저동, 세운상가, 원미동, 인천 차이나타운, 지금은 성남시 구역이 된 광주 대단지 등등.. 대부분 개발로 인해 작가 들이 그려냈던 당시의 모습과는 현저하게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까지는 당시의 모습이 그려지더군요. 물론 개발에서 소외(?) 되어 당시의 모습을 원형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지역 들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살아오면서 가봤던 곳도 있지만 전혀 눈길조차 주지 못한 장소 들도 많더군요. 언제 시간을 내어 꼭 한번 모두 둘러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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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의 미화원
장수정 지음 / 로에스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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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읽고 나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소설입니다. 과연 장수정 작가가 그리려고 했던 한주란 인물은 도대체 어떤 의도였고, 어떤 의미를 가진 인물인가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녀의 성장기로 보기에는 동기나 과정이 충분하지 않고, 페미니즘 소설로 보기엔 한주의 독립적인 생존 또한 마뜩치 않게 그려졌습니다.

그러나 한주라는 주인공...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상이었습니다.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 군상에 속하진 않지만 또한 그 어디인가에 있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한주의 불륜이 소설의 첫 부분을 차지하지만 이 내용이 소설의 중심을 이루진 않습니다.

바람을 피우다 들켜 경찰관인 남편으로부터 도망가 산의 미화원,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산의 공용 화장실 청소부로 직업을 얻게된 한주는 다시 남편에게 발각되어 시한부 생명(?)을 부여 받고 남은 1년을 살아가게 됩니다.

남편과 딸이 있는 가정을 버린 한주는 남편에게 '악마'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한주의 변명은 그저 단순합니다. 살면서 바람 몇 번 피운게 과연 죽어야 할 죄라고 할 수 있는지? 자신의 삶에 이렇게 충실한 악마가 과연 이 세상 어디에 존재하는지.....

크게 동감이 되지 않는 변명이지만 그렇다고 이해 자체가 불가한 변명은 아닙니다. 오히려 극단적 선택은 한주의 남편이 강요하고 있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고자 했던 한주는 어느새 선택의 기로에 직면하게 되죠..


주인공의 인물 성격에 크게 동의하긴 어려웠지만 읽는 재미는 상당히 뛰어 났던 소설입니다. 산에 들어와 드디어 자신을 자각하게 되는 한주의 모습은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분일 뿐이고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었음을 아울러 느끼게 합니다.

열린 결말로 끝났기에 한주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엔 이해 되지 않았던 한주라는 인물을 소설을 덮으면서는 어느새 조금은 응원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느새 한주는 하나의 '인간'으로서 다가온 인물입니다. 악마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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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세계사를 바꾼 50권의 책 - 역사를 움직인 책 이야기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
대니얼 스미스 지음, 임지연 옮김 / CRETA(크레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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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눈길을 끕니다. 세계사를 바꾼 50권의 책.. 과연 어떤 책들이기에 역사까지 바꿨을까요..

인간이란 종만이 책이란 기록물을 남기고 이에 따라 수백 년, 아니 무려 수천 년 전에 쓰여진 역사, 보통 사람 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살았던 환경 등이 지금을 살아가는 인간 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그 시대를 이해하는 경로일 뿐 아니라 지금의 인류를 있게 한 지식의 축적물의 전승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인 대니얼 스미스의 주관적 판단이 듬뿍 들어가 있긴 하지만 이 책에서 선정된 50권의 책, 기록물 들은 내용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들이었습니다. 정말로 인류 역사에서 빠져선 안될 책들이더군요..

책들은 고대, 중세, 근세, 19세기, 그리고 그 이후까지를 5가지 연대기로 나눠 정리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제목만큼은 아는 책들이지만 제대로 읽어 본 책들이 별로 없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그만큼 접근성이 어려웠던 책들이 많았습니다. 돈키호테나 세익스피어 전집 정도야 읽어 보겠지만 모세5경, 지리학집성, 마그나카르타, 종의 기원 같은 책은 교과서에서나 배우던 책들이죠.

저자인 스미스는 50권의 책에 대해 간략한 내용을 소개한 후 이 책들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의미심장하게 설명합니다. 유일하게 소개된 한국의 기록물 직지심체요절의 경우 최초의 금속 활자본이란 의미 외에 대량 활자 인쇄를 가능하게 하여 인류에게 책을 더욱 가깝게 할 수 있었던 중차대한 의미가 있는 책이라 의미 짓습니다.

제국주의 시대 문화재 사냥꾼의 손에 들어가 이 기록물이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네요..


한 권 당 짧게짧게 5,6 페이지에 걸친 설명이 다였지만 워낙 간결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놓은지라 상당한 동의감을 느끼면 빠르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50 권의 책들도 대단하지만 이 책 또한 저에게만큼은 대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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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마와리 하우스 에프 그래픽 컬렉션
하모니 베커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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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마와리 하우스는 하모니 베커의 그래픽노블입니다. 그래픽 노블의 특성상 상당히 빠르게 읽을 수 있었지만 워낙 재미난 책이었기에 손에서 놓치 못했던 까닭도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흔하게 존재하는 다문화 가정(가족이 아닙니다)을 배경으로 재미나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그려낸 책입니다.

저자 역시 미국 태생의 아시안계 혼혈이며 한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의 다문화 가정을 경험했던지라 상당한 핍진성을 갖고 스토리를 창출해 냈습니다. 당연히 공감대가 클 수 밖에 없기에 커커스상 등 다양한 수상 실적을 기록했죠..

이 책의 배경은 일본의 쉐어하우스인 히마와리 하우스, 우리말로 해바라기 집입니다. 일본인이지만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자라 일본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나오짱은 1년 간 모국에서 살며 일본어도 배워 보기로 결정하고 이곳을 찾게 됩니다. 이미 이곳엔 한국인 혜정, 싱가폴인 티나가 각자의 이유로 먼저 와서 살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인 남성인 신이치와 마사키 형제 역시 함께 살고 있죠..

이들이 펼쳐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이 책의 기본 서사를 이룹니다. 일본이란 어느 정도 폐쇄성이 짙은 국가에서 이들은 외부에서는 종종 이방인 취급을 받지만 가정 내에서만큼은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깊게 이해하며 가족과 같은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 갑니다.

이들의 현재뿐 아니라 이들이 일본으로 건너오게 된 과거의 계기, 그리고 현재 진행형으로 이뤄지는 썸 등이 실감나게 그려지기에 단 한순간도 읽기가 지루해 질 틈이 없더군요. 흔하게 보는 순정 만화나 웹툰과는 그림체도 많이 다르고 감동의 차원 또한 달랐습니다.


우리는 종종 다름을 그름으로 인식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나 인종에 대해 괜한 선입견을 가지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코비드 19 이후 그런 시각이 너무나 만연해졌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서로 간의 차이는 존중해야겠지만 대부분의 서양인들 앞에서 중국이나 다른 아시안들을 욕하더라도 그들 눈에 우리는 똑같은 동양인일 뿐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사실상 도려내 버리는 책이 바로 히마와리 하우스였습니다.. 추천하고 싶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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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테러리스트 - 소년은 왜 테러리스트가 되었나?
마츠무라 료야 지음, 김난주 옮김 / 할배책방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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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토박이들도 전체 지리를 전부는 모른다고 하는 역이 신주쿠 역입니다. 여행자들은 역 내에서 길을 잃기 일쑤죠.. 그만큼 역 규모가 거대하고 입출구도 수십개나 되는 역입니다. 신주쿠라는 위치적 특성상 어찌 보면 도쿄에서 가장 많은 유동인구가 움직이는 역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바로 이 역을 대상으로 폭탄 테러가 예고되고 실제로 폭탄이 터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범인은...


불과 만 15세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소년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채 테러를 예고했기에 그 파장은 일본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그러나 그 소년이 테러까지 실행하게 만든 사연이 함께 알려지며 사건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됩니다. 소년의 여동생과 할머니 등 유일한 가족이 이제 만 13세이던 촉법 소년이 저지른 방화에 의해 목숨을 잃었던 것이고, 법에 의한 단죄가 불가능했었던 것이죠..

일본 역시 선진국 대부분이 시행 중인 촉법소년 관련 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에 미성년자가 저지른 중범죄에 대해서 제대로 된 처벌이 불가능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어 갑니다. 당연히 테러 사건의 범인으로 믿었던 아쓰토는 일본 정계 거물까지 포함된 거대한 음모에 원치 않게 휘말리게 된 소년이었고 자신만의 정의를 가지고 있었던 이였기 때문입니다.

과연 폭탄 테러의 결말을 어떻게 될 것인지...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이 전개 됩니다.




작가인 마츠무라 료야는 이제 서른을 갓 넘긴 신진 작가이지만 대학 시절 '전격소설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추리, 스릴러 소설 등에 주어지는 상당히 큰 상이죠.. 대상 수상 경력의 작가답게 이번 작품 또한 추리 소설로서 상당한 완성도와 재미를 보여줬습니다.

단순한 추리 소설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소년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 또한 마련해준 작품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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