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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의 미화원
장수정 지음 / 로에스미디어 / 2022년 12월
평점 :

사실 읽고 나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소설입니다. 과연 장수정 작가가 그리려고 했던 한주란 인물은 도대체 어떤 의도였고, 어떤 의미를 가진 인물인가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녀의 성장기로 보기에는 동기나 과정이 충분하지 않고, 페미니즘 소설로 보기엔 한주의 독립적인 생존 또한 마뜩치 않게 그려졌습니다.
그러나 한주라는 주인공...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상이었습니다.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 군상에 속하진 않지만 또한 그 어디인가에 있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한주의 불륜이 소설의 첫 부분을 차지하지만 이 내용이 소설의 중심을 이루진 않습니다.
바람을 피우다 들켜 경찰관인 남편으로부터 도망가 산의 미화원,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산의 공용 화장실 청소부로 직업을 얻게된 한주는 다시 남편에게 발각되어 시한부 생명(?)을 부여 받고 남은 1년을 살아가게 됩니다.
남편과 딸이 있는 가정을 버린 한주는 남편에게 '악마'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한주의 변명은 그저 단순합니다. 살면서 바람 몇 번 피운게 과연 죽어야 할 죄라고 할 수 있는지? 자신의 삶에 이렇게 충실한 악마가 과연 이 세상 어디에 존재하는지.....
크게 동감이 되지 않는 변명이지만 그렇다고 이해 자체가 불가한 변명은 아닙니다. 오히려 극단적 선택은 한주의 남편이 강요하고 있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고자 했던 한주는 어느새 선택의 기로에 직면하게 되죠..
주인공의 인물 성격에 크게 동의하긴 어려웠지만 읽는 재미는 상당히 뛰어 났던 소설입니다. 산에 들어와 드디어 자신을 자각하게 되는 한주의 모습은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분일 뿐이고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었음을 아울러 느끼게 합니다.
열린 결말로 끝났기에 한주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엔 이해 되지 않았던 한주라는 인물을 소설을 덮으면서는 어느새 조금은 응원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느새 한주는 하나의 '인간'으로서 다가온 인물입니다. 악마가 아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