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로 조선을 꿈꾸다 - 정조의 리더십과 무예도보통지
최형국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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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조선 시대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중흥을 이끌어낸 군주입니다. 정조 이후의 조선은 외척의 대두와 뒤쳐진 개혁으로 인해 끝내 시들고 말았죠... 사실 어느 정도는 외적과의 싸움에 있어 기가 막히는 실력을 발휘했던 고려만큼은 아니지만 조선 역시 어느 정도까진 실력 발휘를 했던 나라입니다. 대표적으로 이순신 장군이 있고, 만주에서 싸움에 단련되었던 여진족 역시 꽤나 많은 희생을 치루고 나서야 삼전도의 굴욕을 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왜란, 호란을 모두 치루고 어느 정도 평화의 시대로 자리 잡은 조선에서 정조가 무예를 문예만큼 숭상했고 키워냈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물론 양대 전란에서 호되게 당하기도 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저자인 최형국은 스스로가 무도인을 자처하는 작가입니다. 냉병기 시대의 종말로 유효성을 상실했다고 알려진 전통 무예를 여전히 수련하고 있는 분입니다.

당연히 정조의 사상, 정책, 리더십 등만을 소개하는데서 더 나아가 세계문화유산에까지 지정된 무예도보통지에 대한 상세한 소개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관우나 적청 등 중국 고대의 무장 들의 사례까지 가져와 전혀 딱딱하지 않고 재미를 느끼게끔 집필하고 있습니다.


상세한 그림이 남아 있기에 동작 하나하나가 더 잘 이해가 되더군요. 드라마로 제작되어 이미 그 이름이 귀에 익은 무사 백동수 역시 등장합니다. 사실상 무예도보통지 제작의 일등 공신이었죠.. 서자 출신이라 입신에 한계가 있던 그를 역사에 남게 한 이 또한 바로 정조였습니다.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무술을 통해 신체를 단련하는 것은 당시 조선의 무관 들에게만 해당하는 과제는 아닙니다.. 누군가를 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 보다 나은 노년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운동(?)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정조 역시 무예를 숭상한 주목적은 자주 국가로의 위상을 지켜내기 위함이겠지만 한편으론 이를 통해 모든 백성들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지게 하는 것 또한 목표가 아니었을까요. 이러한 부분이 바로 정조의 애민 사상과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정말 생소한 분야를 나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 즐거운 독서 체험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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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너희 세상에도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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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너희 세상에도'는 남유하 작가의 세번째 소설집입니다. 호러 소설 창작 그룹에도 속해 있는 작가답게 여기에 실린 8편의 단편 중 우화적 소설인 뇌의 나무 한편을 제외하곤 7편 모두 호러 소설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전 이 책에 나온 소설 중 4편만이 실린 가제본 책을 본 적 있는데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지라 추가된 4편의 이야기가 궁금해 다시 찾아 보게 되었습니다..


호러 쟝르에 속하는 소설 자체가 상당히 황당무계한 전개와 결말을 품고 있기 마련이지만 남작가의 단편 들은 그런 가운데서도 어느 정도 개연성을 품고 있습니다. 좀비나 외계 생물, 살인 숟가락 등 소재는 현실 밖에서 찾아오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은 인간 본연의 이기심과 욕구에 촛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상당히 설득력을 갖춘 호러물로 느껴집니다.


정체 모를 괴수의 습격에 한 반에 속한 모든 아이들이 희생되지만 끝까지 살아 남는 주인공은 그 반에서 왕따였던,, 그래서 아무도 그녀의 이름에 관심이 없었던 인물입니다.

12시간 안에 누군가를 죽여야만 살아 남을 수 있는 상황에서 주변엔 가족만이 남아 있을 따름입니다. 이런 가운데 가족 들의 선택은 어떻게 내려질까요...

이런 식으로 작가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우리의 현실을 기반으로 공포를 창조합니다. 이는 단순히 허황된 내용으로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꽤나 공감되는 스토리로 독자에게 다가오는 소설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그러하기에 재미 또한 더하게 되죠.

현실적으론 주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창조해주는 작가.... 우리가 생각치 못했던 부분을 파고 드는 작가.. .남유하 작가는 그런 소설가가 아닌가 싶네요.. 내가 전혀 생각치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읽는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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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나라 이야기 - cat country
라오서 지음, 이행선.왕방 옮김 / 바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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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00년 전에 쓰여진 라오서의 소설, 고양이 나라 이야기... 집필된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굉장히 유의미한 교훈과 의미심장한 은유가 가득차 있음을 절로 느끼게 한 작품입니다. 지금 우리의 현재에 대입해 보더라도 공통적인 분모를 많이 찾을 수 있었습니다.

라오서는 1966년 타계한지라 중국 공산당의 대표적인 뻘짓으로 꼽히는 '문화혁명'을 직접 경험하지도 않았고 그의 작품들은 국공 내전 종료 이전에 많이 발표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는 마치 문혁 이후의 중국의 암흑기를 예언이라도 하듯 묘국의 혼란하고 어이 없는 사회상을 여과 없이 그려내고 있더군요..


이 소설의 화성에 존재하는 고양이 나라, 소위 묘국의 멸망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SF 소설의 형식이지만 한 나라의 국격이 지도자에 의해서건 국민에 의해서건 어떻게 순식간에 무너지고 결국 망국에까지 치닫는가를 분석해 낸 정치 소설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가 그려내는 묘국의 모습은 한마디로 경천동지할 정도입니다. 늙은이들은 전통을 숭상한다는 명분 하에 수구 질서를 그대로 유지하려 하고 소위 진보라 볼 수 있는 젊은이들은 외국의 사상을 여과 없이 받아 들여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는 명분으로 활용할 뿐입니다.


황제는 어리석은데다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고, 교육은 이미 무너져 젊은 인재 들은 더 이상 배출되지 않습니다.

홍위병이 난무하던 중국, 잘못된 지도자를 선택함으로써 국민 스스로 댓가를 치뤄야 했던 나찌 치하의 독일이 절로 연상됩니다. 국격이 순식간에 사라져 외적의 침입에 속수무책인 결과를 낳았다는 결론부를 보면서 왠지 현재의 우리 나라의 모습도 대입되더군요..

20세기 초반의 상황에서 어찌 이런 정치 풍자 소설을 멋드러지게 풀어 놨는지 라오서의 필력에 계속 감탄하게 됩니다. 중국의 3대 문호로 당연히 꼽힐만한 작가입니다.


비록 비참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지만 고양이 나라에도 나라를 걱정하고 무언가 해보고자 했던 인물 들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미 그릇된 이상과 행동에 경도된 대다수 고양이 나라 정치인과 국민들에게 이들은 오히려 증오의 대상으로 남을 뿐이었습니다.

바른 말을 전하는 이들은 오히려 고소고발을 당하고, 괴롭힘에 시달리는 작금의 우리 정치 세계..... 편가르기와 무능함 밖에는 없는 정치인 들을 무조건 쉴드 치고 나서는 일부 무리들.....

라오서는 그것까지도 궤뚫어 보았던 작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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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
우대경 지음 / 델피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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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슬립을 그리는 영화, 드라마, 소설은 요즘 차고 넘칩니다. 그렇지만 이토록 많이 과거 여행을 다루는 작품 들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재미난 소재이기 때문이겠죠. 사실 적당한 플롯이 함께 하면 오히려 재미 없게 만들기가 어려운 소재이기도 합니다.

10여 년 전 촉법 소년에 의해 같은 나이였던 어린 아들을 잃고 심지어 장례식에 참석하고자 했던 여동생 부부까지 한꺼번에 잃게 된 은서... 동생 부부의 딸 에리를 친딸처럼 키우며 살아가고 있지만 한시도 복수하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고 살아온 여성입니다.

그녀에게 어느날 갑자기 주어진 13번의 과거 여행 기회...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풀려나게 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당시 아들의 급우 성태의 일기장을 통해서입니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전형적인 판타지 소설로 이 책을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일기가 쓰여진 당시의 시간 대로 돌아가게 된 그녀는 온갖 시행 착오를 겪으며 아까운 기회를 날리다가 아들을 살리는데 성공해 현재의 시점에서 장성한 아들을 다시 만나기도 하지만, 대신 딸처럼 키워온 에리의 삶이 사라진걸 알게 되고 가슴 아픈 선택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아들을 죽이고도 전혀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는데다가 검사 아버지의 백을 믿고 오히려 기고만장한 범인에 대한 응징까지 포기할 순 없었죠..

에리의 협조를 얻어 그녀는 차근차근 복수를 완성시켜 나갑니다.


타임슬립, 촉법 소년법, 그리고 추리적 기법을 적절히 잘 버무려낸 상당히 재미난 소설이었습니다. 단순하게 과거로 돌아갔다고 사건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밝혀지지 않았던 비밀을 캐치해 내서 현재의 시점에서 차근차근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 또한 인상적이었구요.

소설의 저자인 우대경 작가는 많은 책을 펴낸 작가는 아니지만 치밀한 플롯을 짜고 꽤나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력이 있더군요. 차기작이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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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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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날 최종 후보작에 오른 소설 헤븐, 학교 폭력을 소재로 인간의 사고를 꽤나 흥미있게 고찰해 낸 소설입니다.

작가인 가와카미 미에코는 싱어송 라이터로 가수 데뷔까지 했다가 작가로 전직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더군요. 하긴 예술적 기질은 다양하게 발휘되기 마련이니까요..


한국에서도 연일 문제화 되고 있지만 학교 폭력은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원 내 괴롭힘을 뜻하는 '이지메'라는 말의 원조는 사실 일본이죠.. 사시를 가진 채 살아가는 14세, 중학교 2학년인 주인공 '나'는 이름보다는 사팔뜨기라는 멸칭으로 불리워지며 학교 내 괴롭힘을 온 몸에 받는 대상자입니다.

작가가 표현한 여러 형태의 괴롭힘은 소설 전반부를 무겁게 관통하며 독자의 부아를 돋웁니다. 이렇게까지 아직 어린 청소년에 불과한 인간 들이 잔인해질 수 있단 사실은 참으로 불편하지만 소설 뿐 아니라 현실세계에서도 엄연하게 존재하는 진실입니다.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던 주인공은 같은 처지의 소녀 고지마와 쪽지 편지를 매개로 친해지게 되고 서로의 마음을 털어 놓는 단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주인공의 '사시' 자체를 좋아한다는 고지마... 서로에게 힘이 되어 괴롭힘에 당당하게 맞서자고 마음 먹었는데 어느 날 주인공은 간단한 수술로 자신의 사시를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는 그간 유일하게 자신의 편이 되었던 고지마와 갈등하는 원인이 되어 버리죠..

과연 주인공의 선택은.......

소설 속에선 자신을 괴롭히던 이들에 대한 주인공의 통렬한 복수라든지, 권선징악, 사필귀정 적인 클리세가 끝까지 나오지 않습니다. 단지 주인공을 둘러 싼 바뀌지 않는 현실만이 지속해서 존재할 뿐이죠..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결국 바뀌어야 할 존재는 주인공 그 자신입니다.

지속 가능한 세상은 소설 속 모모세라는 학생의 입에서 나온 것처럼 강약이 자연스레 나뉘어지고 우연이 함께 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계속해서 존재하게 되는 세상일 뿐입니다. 가해자는 결코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려고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주인공과 고지마는 그들만의 헤븐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들은 이 잔인한 세상에서 자신들만의 살아남는 법을 터득할 수 있을까요?

극히나 현실적으로 쓰여졌기에 극히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이런게 리얼 현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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