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가드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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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태양, 바람을 만드는 사람 등 마윤제 작가의 장편 소설은 빠짐 없이 읽어본 듯 합니다. 2012년 데뷔했으니 이제 등단 10년이 넘은 중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작가입니다. 개연성 갖춘 플롯을 갖추면서도 어딘가 살짝 신비로운 요소까지 가미하고, 조금은 허무한 결론을 내리는 특징이 보이더군요..

이번에 그동안 집필했던 8편의 단편을 모은 '라이프가드'라는 소설 모음집을 발표했습니다. 라이프가드는 5인 작가의 엔솔로지 작품 모음집 '달고나 예리'에도 수록되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어쨌든 이를 제외한 7편의 소설은 모두 처음 접하는 작품들이었습니다.

각각의 단편 들에는 그의 집필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누가 읽어봐도 '마윤제표' 소설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상당수 작품이 주인공의 몰락이나 죽음, 주변인들의 죽음이 묘사되며 결론을 맺습니다. 마치 헤밍웨이의 단편을 보는 것처럼 모든 것을 설명하기 보다는 주요한 내용 몇 프로를 보여준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역시나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작품은 이전에도 읽었던 라이프가드였고, 옥수수밭의 구덩이나 도서관의 유령들 같은 작품은 바람을 만드는 사람들처럼 신비로운 색채가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단편이다 보니 중간중간 끊어서 읽기는 했지만 일단 읽다 보면 한편의 결말까진 끝까지 보게 만드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사실 대부분 경쾌하다기 보다는 꽤나 묵직하게 다가오는 단편들입니다. 인간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 보는 작품들이라고 소개글에 나와 있는데 아주 적합한 소개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근래 쏟아져 나오는 현대 작가들의 단편은 오히려 장편보다 읽기가 더욱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어느 정도자세한 설명이 존재하는 장편에 비해 약간 지나칠 정도의 은유와 축약이 주가 되는 단편들도 많기 때문이죠.. 이런 면에서 마윤제의 단편 역시 그닥 친절하게 다가오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읽기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한 인간의 삶과 심리를 그저 담담하면서도 진지하게 다룬 작품들이었기 때문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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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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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sh, 실종이라는 뜻의 영단어입니다. 미싱이나 디스어피어런스 등의 뉘앙스와는 달리 흔적도 없이 불가사의하게 사라짐을 의미합니다..

소설을 읽다보니 내용에 참으로 부합되는 제목임을 느끼게 되더군요. 이 작품은 어느날 갑자기 종적 없이 사라진 남편과 이후 10여 년간 남은 가족의 삶을 그려낸 심리 미스테리 소설입니다.

김도윤 작가는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써오다가 이번 소설로 본격 데뷔한 듯 한데 데뷔작이 부산국제영화제 ACFM 선정작이 되었네요.. AC란 아시안 컨텐츠의 약자로 향후 영상화까지도 바라보게 된 작품이란 뜻이죠..

상당히 긴 시간의 흐름을 소설에 담고 있음에도 스토리 전개가 상당히 빠릅니다. 살인을 저지르고 집에 귀가했던 남편이 얼마 뒤 흔적 없이 사라지고 홀로 남겨진 정하의 가족은 이를 서서히 극복해 가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정하의 아들 역시 흔적 없이 사라지게 되는데...

이 사연에 얽힌 비밀이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면서 펼쳐집니다.

어린 시절부터 결코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았던 정하, 그녀에게 결혼은 탈출구로 여겨졌지만 또 다른 감옥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남편은 결코 그녀와 가족을 사랑했던 적이 없었던 것이죠. 그러했던 그녀가 남편의 실종(가출?)을 기점으로 새로운 사실과 비밀에 눈을 뜨게 됩니다.

주인공의 시점 뿐 아니라 그녀에게 접근해 오는 새로운 남자의 시점이 후반부에 소개되며, 불안했던 상황이 반전을 거쳐 끝내 해피하게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흔히 하는 말로 끝까지 긴장을 놓치 않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또한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늘상 자신을 낮춰서 살아야 했던 한 여성의 성장기이기도 합니다. 자녀 들이 장성하고 재혼까지 한 이후에서야 그녀는 스스로가 결코 부족한 여성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비록 그녀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외부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하긴 했지만요. 다소 무겁게 진행되는 이야기이지만 결말이 어느 정도는 흐뭇했던 이유입니다.



장르적으로는 미스테리 소설로 분류될 수 있겠지만 나름의 스릴러적인 요소도 있고 한 여성의 자아를 찾아 가는 과정이 세심하게 묘사되는 등 심리 소설로도 분류될 수 있기에 꽤 재밌게 읽어갈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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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경전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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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경전은 김진명 작가가 2010년 발표한 소설인데 이번에 커버 리뉴얼이 되어 재발간 된 책입니다. 김진명 작가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당시로선 국민 소설의 반열에 오른 작품으로 워낙 유명한 작가이죠. 당시만큼은 아니지만 이후에도 펴내는 작품마다 꽤나 많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고정팬들이 있기로 유명합니다.

그의 소설은 어느 정도 패턴이 존재합니다. 평범하던 주인공격 인물이 어느 순간 난제에 가까운 수수께끼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수수께끼의 배경에는 거대한 음모가 존재합니다. 이 음모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여러 협력자 들을 만나게 되고 결국 주인공은 음모의 배후를 밝혀내고야 맙니다.. 중간중간 로맨스 또한 싹트게 되고 그의 작품에 빠짐 없이 나오는 소위 '국뽕' 요소 또한 진하게 느껴집니다..

이 소설 역시 그러한 작가의 클리세를 어느 정도 충실하게 따른 작품입니다. 그리고 역시나 재미 있습니다.


어느 날 인터넷에서 우연히 13의 비밀을 묻는 사이트를 접한 주인공은 매미가 17년 간이나 애벌레로 존재하다 변태하는 이유를 밝혀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 와중에 만나게 되는 나딘이라는 수상쩍은 인물.. 숫자에 얽힌 인류 역사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제에 동참하게 되죠. 이 상황에서 유대인을 중심으로 이뤄진 프리메이슨 집단의 음모에 대면하게 되고 부의 집중화를 통해 대부분의 인류를 종속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그들에게 있음을 알게 됩니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을 이용해서죠..

이를 상당히 우연성의 연속에 의해서이지만 멋드러지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의 재미가 이 소설의 묘미 되겠습니다.

무언가 논리의 허전함을 느끼게 되면서도 일단 읽게 되면 정신 없이 빠지게 되는 것이 김진명 소설의 특징입니다. 그가 늘상 강조하는 것은 한민족의 위대한 역사이며, 세계적인 음모를 밝히는 것은 언제나 한국인 주인공의 몫입니다. 저부터 시작해서 읽는 독자 대부분이 한국인 들이기에 더욱 더 감정 이입을 해가면서 읽게 되는 듯 합니다..

재미 면에선 만점인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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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미스테리
디바제시카 지음 / 너와숲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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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미스테리는 근래 전 세계에서 일어났던 각종 엽기 범죄, 미스테리 등을 모은 작품 모음집입니다. 무려 224만 명이나 되는 독자를 지닌 디바 제시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이미 소개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지금까지 소개되었던 1200개가 넘는 에피소드 중 가장 화제가 되었던 부분만을 추려서 엮었다니 당연 재미 있을 수 밖에 없죠..

사실 유튜브에도 접속해 보았고 정말 훨씬 많은 사건 들이 소개되어 있었지만 여기에선 책에 관련된 감상만 적어야겠습니다. 디바 제시카.... 정말 유명한 유튜버이자 작가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미스테리를 표방하지만 책에 소개된 모든 사건 들은 실제 일어난 사건 들에 기반하였습니다. 범인이 잡힌 케이스도 있지만 희생자가 실종된 채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 있는 사건 들 역시 많더군요.. 외계인에 얽힌 미스테리나 죽은 사람이 남긴 페이스북 메시지 등 그야말로 미스테리 그 자체인 내용 들도 있었구요..



25가지나 되는 다양한 케이스의 사건 들이 등장하는데 하나 같이 꽤나 엽기적이고 그러하기에 흥미롭게 읽어 내려 갈 수 있는 내용 들이었습니다. 이 세상엔 당연히 선인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이와 비례되는 악인 들 또한 만만치 않게 존재하더군요..

사이코패스나 다중인격자 들의 등장은 기본이고 뮌하우젠 증후군처럼 다소 낯선 정신 질환자에 의한 범죄도 소개 되어 있는데 차라리 이런 부분은 정신적 장애에 의해 발생한 사건 들이라 일말의 동정심이라도 들지만,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서슴치 않고 살인이란 무서운 행위를 저지르는 이들에 대해서는 분노까지 치솟더군여..

중간중간 삽입된 흑백 삽화 들은 책의 성격에 맞게 상당히 섬찟했습니다.. 보다 빠른 이해를 돕는데 적절한 구성이었구요..

결론적으로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책이 아닙니다. 그만큼 기괴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물론 흥미 이전에 엽기적인 인간 군상 들을 보면서 한편으론 씁쓸함까지 몰려오는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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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불행 - 사람은 누구나 얇게 불행하다
김현주 지음 / 읽고싶은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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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불행은 김현주 작가의 장편 소설로서 '소영'이란 이름의 여주인공이 20대에 겪은 사랑의 경험을 그려낸 이야기입니다. 얼핏 작가의 경험이 투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단정 짓는다면 중견 작가 들은 대략 열 사람 이상의 삶을 살아본 것이 되겠죠..

물론 작가가 쓰디쓴 사랑을 겪어 보지 못한 분은 아니란건 작가 스스로도 밝히고 있습니다. 사실 소설의 주인공이나 작가의 경우와 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 차례 사랑이란 열병을 경험하게 됩니다. 단 한번의 사랑으로 인생을 살아가거나 결혼까지 이르는 경우는 요즘 세상에선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일이겠죠..

소설은 봄,여름,가을,겨울 네 단원, 그리고 20대 전반에 걸쳐 소영이 겪는 남자 들과의 경험이 소개됩니다. 짝사랑으로 끝난 늘, 스토커였던 민, 가장 격하게 사랑했던 혁, 그리고 현까지.....

사실 우리 살아가는 세상에서 충분히 존재할만 하고 자연스러운 관계 들인지라 책을 읽는 내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내 주변과 떨어져 있는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소영과 비슷한 스타일의 사랑과 관계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할 수 있고 또는 비슷하게라도 자리 할 수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사랑의 끝에 누구나 소위 후유증이라는 것을 앓게 됩니다. 누구에게는 심각한 불행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대부분에게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는 '얇은 불행'으로 끝나겠죠.. 늘 지나간 사랑은 새로운 사랑으로 잊혀지고 새로 채워지는 법입니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이 바로 그러했으니까요..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타인과의 모든 관계는 스스로 조절이 가능합니다. 불편하거나 미운 사람이면 안보면 되고, 머리 아프게 하는 사람이라면 잊고 살아가면 됩니다. 그렇지만 사랑이란 감정과 이에서 파생되는 관계는 자기 콘트롤만으로 쉽게 조절되는 것이 아니란데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타인들과의 계속적인 접촉은 필연적일텐데 이 과정에서 누군가를 보고, 만나 호감이 사랑이란 감정으로 바뀌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요..

누구나 얇은 불행을 겪으면서 한단계 성숙해 집니다.. 그런 가운데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랑, 사람이 또다시 얇은 불행으로 귀결될지 아니면 긴 행복으로 가게 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를 기꺼이 감수하고서라도 새로운 사랑을 찾게 되는 것이 어찌 보면 인간의 본성일런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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