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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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sh, 실종이라는 뜻의 영단어입니다. 미싱이나 디스어피어런스 등의 뉘앙스와는 달리 흔적도 없이 불가사의하게 사라짐을 의미합니다..

소설을 읽다보니 내용에 참으로 부합되는 제목임을 느끼게 되더군요. 이 작품은 어느날 갑자기 종적 없이 사라진 남편과 이후 10여 년간 남은 가족의 삶을 그려낸 심리 미스테리 소설입니다.

김도윤 작가는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써오다가 이번 소설로 본격 데뷔한 듯 한데 데뷔작이 부산국제영화제 ACFM 선정작이 되었네요.. AC란 아시안 컨텐츠의 약자로 향후 영상화까지도 바라보게 된 작품이란 뜻이죠..

상당히 긴 시간의 흐름을 소설에 담고 있음에도 스토리 전개가 상당히 빠릅니다. 살인을 저지르고 집에 귀가했던 남편이 얼마 뒤 흔적 없이 사라지고 홀로 남겨진 정하의 가족은 이를 서서히 극복해 가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정하의 아들 역시 흔적 없이 사라지게 되는데...

이 사연에 얽힌 비밀이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면서 펼쳐집니다.

어린 시절부터 결코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았던 정하, 그녀에게 결혼은 탈출구로 여겨졌지만 또 다른 감옥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남편은 결코 그녀와 가족을 사랑했던 적이 없었던 것이죠. 그러했던 그녀가 남편의 실종(가출?)을 기점으로 새로운 사실과 비밀에 눈을 뜨게 됩니다.

주인공의 시점 뿐 아니라 그녀에게 접근해 오는 새로운 남자의 시점이 후반부에 소개되며, 불안했던 상황이 반전을 거쳐 끝내 해피하게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흔히 하는 말로 끝까지 긴장을 놓치 않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또한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늘상 자신을 낮춰서 살아야 했던 한 여성의 성장기이기도 합니다. 자녀 들이 장성하고 재혼까지 한 이후에서야 그녀는 스스로가 결코 부족한 여성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비록 그녀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외부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하긴 했지만요. 다소 무겁게 진행되는 이야기이지만 결말이 어느 정도는 흐뭇했던 이유입니다.



장르적으로는 미스테리 소설로 분류될 수 있겠지만 나름의 스릴러적인 요소도 있고 한 여성의 자아를 찾아 가는 과정이 세심하게 묘사되는 등 심리 소설로도 분류될 수 있기에 꽤 재밌게 읽어갈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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