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선사해준 사람
조조 모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살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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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20세기 미국 대공황 시기 직후가 배경이며 간단히 정리하자면 말 타며 책을 빌려주는 여성 배달부들의 이야기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엘레노어 여사의 숙원 사업이 낙후된 농촌산간 지역까지 도서관을 개설하는 것이었고 거리 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말을 이용한 배달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이죠.. 아울러 독서를 통해 문맹율이 높던 미국 농촌 지역을 각성시키고자 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이런 단순한 역사적 배경과 사실을 가지고 조조 모예스는 그야말로 맛깔난 소설을 만들어 냈습니다. 영화화까지 된 미비포유 등으로 벌써부터 유명 작가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분이죠. 이번 소설은 그녀의 신간입니다.

이 소설은 탈출구로 결혼을 택해 미국으로 오게 되지만 이 또한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바로 알게된 영국 여성 앨리스의 성장기를 그린 내용이기도 합니다. 완벽할 줄 알았던 남편은 성에 대한 결벽증 같은 것이 있었고, 인자한 부자로 알았던 시아버지는 미국 남부에 흔한 기독교 근본주의자였기에 인종차별, 성차별이 당연하고 심지어 자기가 운영하는 광산 노조를 무력을 동원해 불법으로 파괴하는 악한이었습니다. 심지어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허가 없이 줬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앨리스를 구타하기까지 합니다.

앨리스의 결혼 생활, 켄터키 생활은 최악으로 치닫게 되죠.

그러나 앨리스는 이동 도서관의 서적 배달 업무를 자원하게 되고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친구들은 만나게 되고 잃었던 자아와 열망을 찾게 됩니다.

소설적 재미로나 감동적인 측면에서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당시의 극히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러 계층, 인종을 대표하는 여성들이 우여곡절 끝에 깊은 우정을 쌓고 편견을 극복해 가며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이 상당히 설득력 있고 재미지게 그려졌습니다.

살인사건에 휘말린 임신한 동료를 돕기 위한 그녀들의 분투와 법정에서의 시원스런 반전은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겠네요.

불현듯 켄터키 주 지역을 꼭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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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 영화로 읽는 ‘무진기행’,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 ‘안개’ 김승옥 작가 오리지널 시나리오
김승옥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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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는 1967년 이젠 고인이 된 신성일, 이낙훈 등의 남배우와 인생의 황혼에 놓인 윤정희 배우를 주연으로 개봉된 영화의 제목입니다. 소설가 김승옥의 무진기행이란 작품을 작가 스스로 시나리오로 각색하여 영화화했습니다. 김수용 감독의 작품이죠..


김수용 감독은 이후 김승옥 시나리오 작품을 두 편이나 더 영화화합니다. 81년 개봉한 도시로 간 처녀 역시 김승옥작, 김수용 감독 연출 작품이죠..

소설 무진기행은 가상의 농어촌 복합마을인 무진을 배경으로 60년 대 당시 지식인이라 불리우는 이들의 적당한 위선 및 통속성을 내세우면서도 서정적인 서술 기법을 내세워 많은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었죠..

시나리오 역시 소설의 상당 부분을 축약하긴 했지만 기본적인 줄거리는 거의 같습니다.

병역을 기피하고, 성공을 좇아 당시로선 대기업인 제약회사의 데릴사위가 되었던 기준은 서울에서 큰 사고를 치고 고향인 무진으로 도피하게 됩니다. 거기서 만나게 된 교사 인숙.. 서울에서 음대를 나온 재원이지만 마을 사람들과 서슴치 않고 어울려 화투를 치고 유행가를 부르고 나름의 어장 관리(?)를 행하는 등 전형적인 속물 근성을 보여주는 여성입니다.


유부남인 기준을 자신의 서울행을 보장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기게 되죠..


소설처럼 무진이란 곳은 무언가 우리가 사는 현실과는 또다르게 느껴지는 별세계 같은 답답함, 괴리감을 선사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적당한 속물 들끼리 만나 서로의 감정을 내세우고, 또 확인하며 기준의 무진기행은 마무리 되어 가죠..


아무래도 한참 전의 영화 극본이다 보니 60년대 당시 생활을 나름 상상해 볼 수 있는 여러가지 배경과 소재가 등장합니다. 500원권 다발이라든지 버스 내에서의 흡연, 우체국을 통한 시외 전화 등등... 이러한 과거의 배경을 읽어나가는 것 또한 이 작품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였습니다.

60년대... 이들은 이렇게 살았습니다. 우리와 별다를게 없는 모습으로.... 인간의 본성은 몇 십년이 흐른 지금에도 크게 바

뀌지는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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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간 처녀 - 처음 공개되는 작품으로 상영중단까지 당한 사회고발 문제작 김승옥 작가 오리지널 시나리오
김승옥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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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간 처녀'는 1981년 유지인, 금보라, 이영옥, 한지일 등 당시 쟁쟁했던 스타들이 주연으로 나와 개봉했던 영화입니다. 왠지 모르게 제목이 기억에 남고 영화 중간중간을 하이라이트로 보았던 기억이 분명히 납니다.

지금은 없어진 직업이지만 당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버스 차장(이라고 쓰고 안내양 또는 요금수납원이라고 읽습니다) 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였죠. 서슬 퍼렀던 군사독재 정권 하에서 척박했던 현실을 보여주는 사회 고발성이 짙은 영화였기에 그 의의가 컸지만 오히려 관제화된 버스 회사 측 기사 들과 안내양 들의 항의를 받아 개봉관에서 내려가고 수정을 거쳐 재개봉했지만 이미 영화적 가치를 많이 잃어버린 상태였죠..



40년 전 우리 사회는 부정부패로부터 그리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었습니다. 안내양 들의 삥땅은 일상다반사였고 회사 고위층까지 연결되는 상납의 구조를 거치며 묵인되어졌습니다.


대부분 시골에서 생계를 찾아 올라와야 했던 버스 안내양들은 자본을 대표하는 회사로부터 착취 및 인권 유린을 당하고, 남자들에게 속고, 사회적으로도 전혀 인정 받지 못하는 처지였던 것이죠..


최초 작가로 데뷔해 이후 영화계까지 섭렵하게 된 김승옥은 시나리오에서도 이 작품 외에 안개 등 걸작을 많이 남긴 인물입니다. 당시 이러한 사회 고발성 작품을 쓴걸 보면 어느 정도 깨어 있던 지식인이었음이 분명합니다.

대사와 지문으로만 구성된 시나리오임에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혀졌습니다. 40여년 전 그때 우린 이렇게 살았구나...라는 시대상이 느껴진데다가 당시를 살아가는 민초 들의 삶의 군상이 지금에 와서도 그닥 달라진게 없다는 사실 또한 함께 느껴지더군요.



비록 40여년 이란 시대의 간극은 존재하지만 당시에도 명작으로 평가 받은 작품은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명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작품 또한 그러한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다시 찾아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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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의 껍질
최석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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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의 껍질은 전형적인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입니다. 낙상 사고 이후 지난 2년 간의 기억을 잃은 주인공.. 다시 사회에 복귀하지만 무언가 달라진 기류를 느끼게 되고 새로 사귀게 된 주변 인물의 실종 및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들의 실종과 주인공은 과연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작가는 IT 대기업에 근무했던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소설에서도 작가가 가진 IT 지식이 유감 없이 발휘됩니다. 첨단 CCTV 및 잠금 장치가 등장하는가 하면 주인공이 다니는 회사가 아예 CCTV 시스템을 개발하는 IT 회사로 설정됩니다.

작가의 다양한 독서 경력은 지적인 주인공을 통해 발현되구여. 사과를 활용한 초현실주의 그림을 주로 그렸던 화가 마그리트의 작품이 작품 자체의 맥거핀으로 작용합니다. 맥거핀이지만 사실 나름의 사건 전개를 통칭하는 암호명 비슷하게 작용한다고 보면 됩니다..

스릴러 소설답게 긴장감 있는 액션이나 대치 장면 등도 자주 등장하고, 주인공은 의도했던 의도치 않던 자주 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이를 극복하고 풀어 나가는 과정이 소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결국 우연한 계기로 주인공은 자신의 2년 간의 기억을 되찾게 되고 커다란 반전에 직면하게 됩니다. 지난 2년간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었던가를 정면으로 직시하게 되죠..


기억상실증이라든지, 사이코패스의 등장, 거대 기업의 음모 등 추리 장르 소설에서 흔한 클리세가 자주 등장하지만 역시나 이를 재미있게 버무리는 것은 작가의 몫입니다.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느낄 수 있으며 뭔가 풀어질만 하면 펑펑 터져주는 새로운 사건과 전개가 끝까지 이어지는 소설입니다. 최후반부 반전 또한 그럴싸했구요.

작가 최초의 장편 장르 소설이라고 하는데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책이었습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의 정석을 보여줬다고 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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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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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소설의 재미를 따질 때 처음 한번 손에 잡았을 때 어디까지 읽어나가는가를 기준으로 합니다.. 위화의 소설 원청... 일단 처음 책을 펴고 거의 끝까지 읽어 내려 간 책이었습니다..

케이블 티비에서 종종 장예모 감독, 공리 주연의 영화 '인생'이란 작품을 틀어줄 때가 있습니다. 1940년 대부터 문화혁명 시기 까지의 중국 역사의 격변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푸구이라는 사람의 비극적이고 굴곡진 삶을 담담하면서도 재미있게 그려냈기에 방영할 때마다 다시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이 작품의 원작자가 이 소설과 같은 '위화'라는 것은 원청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역시나 대단한 작가입니다.


원청은 2021년 작가가 8년만에 발표한 장편 소설입니다..

중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딸을 낳고 실종된 아내를 찾아나선 린샹푸라는 인물의 삶의 궤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일제 식민 시절을 겪는 등 격변의 시기였지만 중국 또한 외세에 의해 영토가 할양되고 지역마다 토비라 불리우던 도적떼가 창궐하며 학살이 일상화되던 시기였죠.

아내를 찾아 어린 딸을 데리고 낯선 남쪽 지방에 정착한 린샹푸는 특유의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 받아 현지에서도 부호로서의 삶을 살아 가게 되지만 장도끼라 불리우는 악한이 이끄는 토비 들의 공격에 직면하게 되고 결국 끝내 아내를 찾지 못하고 한 많았던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어찌 보면 거대한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민초에 불과한 린샹푸의 그닥 길지 않은 삶이었지만 소설을 접하게 되는 독자에게 남기는 여운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의 삶이 바로 당시의 중국 그 자체였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외전격으로 소설 후반부를 장식하는 린샹푸의 (잠시 동안의) 아내 샤오메이의 삶 또한 아주 인상 깊습니다. 린샹푸와 왜 그리 짧은 동안만 부부의 연을 이어갈 수 밖에 없었고, 젖먹이 어린 딸을 버리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가 하는 사연과 린샹푸 못지 않은 그녀의 구슬픈 삶 역시 독자에겐 깊은 비애감고과 안타까움을 안겨 줍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개와 결말에까지 이르는 매끄러운 과정을 보면서 위화라는 작가를 가히 거장이라고 밖엔 표현할 수 없겠더군요.


소설로서의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중국 근대사의 어두웠던 이면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했던 민초 들의 삶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기에 개인적으로도 많은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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